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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에피소드, 그리고 도움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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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6 03:06

저는 이야기가 있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무언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임은 꼭 해보는 편인데요.

룰북만으로 느낄 수 없는 뭔가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제가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드는 이유일까요,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텔링류 게임은 출시되면 최소한 1번씩은 해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매번 같은 결과값을 얻습니다.

나는 창의력이 없다.

그나마 짧은 딕싯은 그간 머릿속에 저장해둔 덕력 용어사전에서 대충 조합해서 꺼내긴 어찌어찌 진행하긴 합니다만

(거의 모든 딕싯 카드에 키워드로 "원피스"가 적용된다는걸 이용)

스토리텔링류 게임은 진짜 젬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옛적에, 글룸, 당나귀 다리, 스토리 큐브를 하면 어쩜 그리 노잼 문장만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어쩜 그리 술래가 되면 숨이 턱턱막히는지.

"고작 한문장인데도 힘들더라구요"

저에겐 스파이폴도 그랬습니다.

제가 스파이건 아니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정해진 선택지가 없는 자유로운 질문이 저에게는 창의력 결여 + 선택장애의 완벽한 조합으로

푸우가 떠다준 꿀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벙어리처럼 있던게 다였죠.

저는 파티게임을 거의 교회 중고등학교 아이들과 주말에 즐기는데요.

한밤의 늑대인간 / 아발론 / 빅사이드 - 이 세개는 플레이 횟수가 3자리로 넘어가고 기록을 포기했습니다.

반면 스파이폴은 저와 비슷하게 애들이 전부 난감함을 표했었습니다. 몇번 하지도 않았죠.

"이거 질문하기가 엄청 어렵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겜 버렸었습니다.

집으로 들고 가려고 했는데 애들이 놀다가 밟는바람에 박스가 완파되서 팔기도 뭐하고

그냥 기억속에서 지웠었죠.

그러다가 애들 시험시즌이 와서 보드게임 플레이가 제한되는 시기가 왔었고,

마침 후배가 마피아류 게임 대여를 요청하길래 아발론을 빌려줬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방을 청소하는데 스파이폴 룰북이 나오더군요.

스파이폴을 해보신 분은 룰북의 소중함을 아실겁니다. 안에 장소 리스트가 그림과 함께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룰북이 없으면 장소를 몰라 스파이가 전혀 어딘지 감을 못잡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죠.

저는 룰북이 그래도 게임이랑 같이 있어야 나중에 누구 주더라도 게임이 되지않을까 싶어서

교회에서 스파이폴을 찾았습니다.

"이거 없으면 스파이 GG"

그런데 기능구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박스를 열고 많이 놀랐습니다.

A3 용지에 장소를 정리해 뒀더군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30개의 장소가 다 적혀 있는게 아니라 스무개 남짓한 장소만 적혀있었습니다.

나머지 장소는??? 이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잘 보니

처음 12개 정도 되는 장소만 글씨체가 일관성이 있었고, 나머지는 장소가 적힌 펜 색깔과 글씨체가 달랐습니다.

뭔가 이상했죠.

그리고 돌아온 주말에 애들에게 물었습니다.

"범인은 누구냐"

"어떤 녀석들이 스파이폴 룰북도 없이 놀았냐. 하드코어 모드냐?"

저랑 같이 스파이폴 악평을 했던 아이들 대부분이 다 스파이폴을 계속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랑 같이 게임을 했을 당시에 딴겜 하자고 악평한 녀석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을 꺼낸 것으로도 모자라

없으면 게임이 힘들어지는 참조표가 없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을 했으며

심지어 장소를 먼저 적고 게임을 한게 아니라

게임을 한판한판 하면서 장소를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장소는 왜 미리 안적었냐니까, 제가 스파이 카드를 제일 아래 깔아둬서 다 까보기 귀찮았답니다.

~~(여기서 너네가 그럼 그렇지 라고 속으로 생각)~~

그런데 왠지 내가 없을때만 한거 같아서 왜 그런거냐고 물어보니

"쌤이 이 게임 할 때는 표정이 별로에요"

라면서 제가 가고 나서 했다네요.(제가 볼일 보러 먼저 나가면 애들이 이걸 꺼내서 했다는.)

라는 대답에 뭔가 느껴졌달까요.

1. 첫 인상이 안좋아도 다시 해보려는 끈기, 도전

2.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3. 애들도 알 것은 다 안다. 신경쓰자

이것저것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소를 다 몰라도, 하다보니 재밌었답니다.

~~(왠지 숨쉬는것도 흥분되고 신나는 시험기간이라 그냥 이것저것 꺼내서 해본 느낌이 들지만서도)~~

직업은 재미있을거 같아서 적용했다는데, 실제로 웃긴 상황이 많이 나왔었다고 하더군요.

장소에 예상외의 직업들이 많아서 질문하면 답이 산으로 흘러가고, 스파이가 좀 더 숨이 트인다고 하던..ㅎ

다만 장소는 무난한데 직업은 단어 난이도가 있어서

다같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시간을 만들었답니다.

스파이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척하는 연기를 했다고.. ㅋ

오는 주말에는 애들에게 먼저 스파이폴 한판 하자고 해야겠습니다.

PS: 애들 몰래 스파이폴 한글판을 사다가 영어판이랑 바꿔치기 해둘까 심각히 고민중입니다. :)

~~(240장 언제 또 플텍해 OTL 이건 애들시켰는데 ㅠ)~~

"아 그리고 다음엔 스파이 카드를 가장 위에 둬야겠습니다"

========================================

스파이폴을 애들이랑 다시 해볼까 하고... 리뷰를 좀 보고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구체적으로 정리를 할까 했습니다.

음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는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여러분이 플레이 하면서 듣거나 하신 샘플 질문(FAQ 같은...)을 여기 댓글 아니면 포스팅 형식으로 모아보는건 어떨까 하구요.

~~(저만 질문하기 힘든가요 OTL)~~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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