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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진행중] 이 업계에 곪고 곪은 문제에 대해서... 불법복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7,368 조회

2021.04.17 02:01

※글 말미에 타임교육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추가한 내용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방금 프로포즈 확장 발쓰걸 이벤트 글을 잠깐 남기긴 했는데...

정식으로 게시글을 쓰는 것은 톺아보기일 줄 알았더니 이런 글이 되어서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사실 겁나 바쁜데...

가만히 있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업계에 너무나도 많이 산재해 있는 불법복제, 카피캣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사례가 있겠지만, 다 다룰 수는 없고 딱 한 사례만 언급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인 타일 패닉이라는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요즘 보드게임 자체를 거의 하질 않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퍼즐 장르에서는 저의 1픽이에요.

그리고 나인 타일 패닉의 전신은 나일 타일즈입니다.

솔직히 이 게임은, 게임성을 지니고는 있지만, 오히려 교구에 더 가까워서 게임보다는 교육 목적의 교구로써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이 나인 타일즈는 현지에서도 꾸준한 스테디 셀러 중 하나로써, 최근에는 산 리오 캐릭터 콜라보 버전과 무민 골짜기의 숨바꼭질이라는 무민 캐릭터 콜라보 버전이 출시될 정도로 여전히 사랑 받는 타이틀이죠. 특히나 나무 타일로 만들었던 버전은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지 품절로 구하기 힘든 상품이 되었습니다.

일본 내에서만 판매가 되는 제품이라 큰맘 먹고 배대지를 이용해서 몇 개 구매했는데, 워낙 달라는 분이 많아서 제몫까지 전부 양도해 드려서 조만간 다시 주문할 예정입니다.

아무튼, 나인 타일즈는 2015년에 출시된 작품으로 Jean-Claude Pellin 님의 게임을 오잉크 게임즈에서 출판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재미있게도 2016년에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쿠키박스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어요.

사실 이름이 달라서 그냥 비슷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 이름도 같고 말그대로 한국의 정식 나인 타일즈인 셈이죠.

그리고 어제 너무 황당한 게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주)타임교육에서 나온 "퀴클리! 이퀄리!"입니다.

이 게임을 보고, 뭐이리 똑같지 싶어서 규칙을 읽어봤는데, 그냥 완전히 똑같더군요.

물론 이 게임은 3가지 규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게임1 퀴클리! 이퀄리!

게임2 그림 빙고

게임3 같은 그림 3개 만들기

라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게임2, 게임3의 규칙이 무색하게... 이 게임의 타이틀이기도 한 게임1 퀴클리! 이퀄리!의 규칙은 그냥 나인 타일즈에요.

다 떠나서 이 게임의 타일 디자인은 그림 모양만 다르지 누가봐도 나인 타일즈의 모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냥 조금 비슷한 수준이 아니에요.

이 정도로 똑같으면 혹시라도 오잉크 게임즈로부터 목재 버전 나인 타일의 정식 라이센스를 딴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100% 완전히 철저하고 정확하게 확인해 보진 않았어요.

하지만 홈페이지에는 작가 이름도 없고, 오잉크 게임즈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사실도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아직 해당 게임의 정식 라이센스판인 쿠키박스가 버젓이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판매되고 있고, 아시다시피 오잉크 게임즈의 국내 공식(?) 파트너사는 팝콘 게임즈죠.

따라서 이 퀴클리 이퀄리라는 게임이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게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정식 라이센스 버전이 나올 거라면 팝콘 게임즈에서 나왔겠죠.

(사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쿠키박스라는 존재 때문에 나인 타일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만)

일단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보드게임 디벨로퍼 레온은 퀴클리 이퀄리라는 게임을 저를 통해서 처음 보았다고 했습니다. 따로 알아보겠다고 하네요.

그리고 해외 계약 파트까지는 본인 부서가 아니라서 잘 모르시는 것 같았지만, 팝콘에듀에서 언더독 게임즈의 보드게임 발주를 담당하는 담당자 역시 퀴클리 이퀄리라는 게임에 대해서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어쨌든 해당 게임에 대해서 관련 부서와 함께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21년 4월 17일 오전 8시 50분 추가: 나인 타일즈의 작가 Jean-Claude Pellin으로부터 DM이 와서 짧지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작가 분 역시 해당 게임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해당 제품을 구매해 본 뒤, 본인의 회사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이 퀴클리 이퀄리를 만든 회사의 사명에 "교육"이라는 것이 들어간다는 것이에요.

교육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거잖아요.

만약 이 게임이 라이센스를 따지 않고 그대로 베껴서 가져온 거라면, 정당한 방법을 취하지 않고 다른 회사 게임을 그대로 베껴오는 회사가 도대체 누굴 가르칠 수 있을까요?

교육을 입에 담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철저하게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원래 예전부터 이래왔다. 이렇게 대놓고 베끼는 업체가 어디 한 둘이냐"

저도 압니다. 알게 모르게 불법 카피 게임이 정말 많아요.

그렇다고 잘못된 걸 알면서 원래 그래왔다고 계속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제가 너무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을 꺼려하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 덕에 어쨌든 미약하게 나마 부끄럽지만 본 업계에서 영향력을 갖게 된 사람 중 하나라고 조심스럽게 말씀 드려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영향력은 제 사익이 아니라 마땅히 이 업계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을 압니다.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평화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똥고집이 있다보니 삔또가 안 맞으면 성격에 모가 좀 난 편이라 적도 많이 만드는 편이에요.

(종종 그냥 속뜻없이 덤덤하게 말할 뿐인데, 어투 때문인지 이런 저런 오해를 받아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이번에는 저를 좋아하시든 싫어하시든...

그런 문제를 떠나서, 이 업계를 위해 같은 마음을 갖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서 함께 뜻을 모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불법 카피캣을 만드는 업체가 완전히 한국에서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그럼, 즐거운 보드라이프 보내시고 저는 계속 일하러 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여러분께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해당 업체에 대한 비난 또는 비판하는 댓글은 가급적 남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댓글에 대한 대댓글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21년 4월 17일 27분 경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타임교육 C&P 온라인 담당자로부터 우선적으로 입장을 듣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
타임교육 C&P 온라인 담당자입니다.
언급하신 내용에 대해서 저희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말씀 주신 내용과 관련하여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
이에 앞서 우선적으로
해당 상품의 전시 및 광고, 판매를 중지하는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저희 타임교육 C&P 또한 [UnderDog Games]님뿐만 아니라 모든 개발자와 저작물에 대해 존중하며, 동반자로서의 책임감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들이 너무 쉽게 평가 절하되어 무분별하게 확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해당 제품 관련해서 향후 문제 확인 시 프로그램 폐기, 정상적인 라이선스 취득 등 모든 책임 있는 조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감사합니다.

몇몇 뻔뻔하게 적반하장으로 대응하는 업체와 달리 빠르게 수습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계시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잘못해왔던 일들에 대해, 너무 늦었다고 손 놓을 것이 아닌, 행동해야할 때는 행동하는 모습을 미약하지만 저부터라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이대로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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