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39
381. 에이언즈 엔드 레거시
친구 중에 덱빌딩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거기다가 다른 친구들은 RPG 좋아하고, 레거시 좋아한다.
딱 에이언즈 엔드 레거시인데 싶어서 바로 나오자마자 구매했다. 시스템적으로는 훌륭했고 다들 재미있어 했다.
그런데 좀 소소한 재미다. 다른 레거시들과 다르게 크게 몰입이 안된다. 정말로 그냥 시스템적으로 약간 재밌을 뿐이다.
특히 레거시 요소도 점점 규칙을 익히는 기분은 들지만, 한 보스를 깨고서 다음으로 넘어갈 때 내가 가졌던 모든 카드를 다시 초기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허탈한 느낌이다. 친구들도 슬레이 더 스파이어처럼 계속 자기 더미를 강화할 거라 기대했었는지 아쉽다고 했다.
레거시 시나리오를 다 하면 그냥 전체 규칙으로 여러번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에이언즈 엔드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것도 굉장한 장점이 되겠지만 나는 레거시만 다 즐기는 거면 만족할 거 같다. 엄청 내 취향 게임은 아니었다. 레거시 다 하고 나서 판매해야할텐데 좀 걱정이다. 레거시 스토리 안 해도 되고 추가 카드 쓰고 싶어하는 마니아한테 잘 팔리기만 바랄 뿐이다. 반값정도 하면 그래도 나가겠지...?
[게임평]
레거시 스토리를 따라 진행할 때 요소가 점점 추가되는 것이 익히기 좋다. 초반에 난이도가 쉽고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끼기에도 좋다. 챕터를 진행하면서 약간의 성장이 있지만 성장의 느낌이 생각보단 크지 않아서 아쉽다.
382. 언매치드 어드벤쳐
언매치드는 썩 재미있지 않았는데 협력 버전인 이 게임으로 하니 훨씬 재밌었다. 사람끼리 싸울 때는 너무 단순했던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똑같은 규칙으로 NPC와 싸우니까 사람들과 같이 판을 짜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은 호오가 좀 갈릴 수 있을 거 같고 카드 운도 많이 따르지만, 단순하고 호쾌해서 너무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다.
[게임평]
단순한 것이 가장 큰 매력. 캐릭터 특성도 다양해서 캐릭터마다 하는 맛이 다르다. 적 주도권이 언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판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운 요소를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는 안 좋은 느낌일 거 같다.
383. 쿼터마스터 제너럴: 냉전 (병참장군: 냉전)
이것도 1차대전과 더불어 시스템에 맞는 테마를 찾아냈다는 느낌이었다. 2차대전 버전과 동부전선은 그래봤자 병참장군이라는 느낌이었는데, 1차대전과 냉전은 딱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시스템은 제대로 된 큰 전투를 표현하기에 좋은 게 아니라, 제한되고 전선 변화가 힘든 상황을 묘사하기에 좋은 거 같다. 삼파전 느낌도 좋았고, 규칙 자체도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쉽다.
1차대전이나 동부전선에서는 준비카드 깔았다가 지속 공격하기가 좀 어려운 편이고 2차대전은 상태 카드를 깔았다가 쓰는 게 적절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편인데, 그에 비해 이 버전에서 뒤집어두는 첩보 카드들은 내용이 보다 단순해서 익히기 쉬웠다. 그리고 적과 함께 같은 칸에 있을 수 있으니 지도를 더 넓게 쓰는 느낌도 든다.
서로 눈치보다가 제대로된 핵을 못 쏴본 게 아쉽다. (그치만 이것마저 테마에 맞다.)
[게임평]
시스템과 테마가 아주 잘 어우러지고, 1차대전보다 게임하기도 쉬운 것 같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병참장군 시리즈 중에 최고는 냉전인 것으로 하고 싶다.(2등은 1차대전) 다른 버전들에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전략이 있고, 거기서 벗어나면 이기기 힘든데, 냉전은 유럽으로 가고 싶으면 유럽으로 가도 되고 아시아로 가고 싶으면 아시아로 가도 되는 등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384. 군웅할거 삼국지
세계의 역사의 삼국지 버전. 근데 이 규칙으로는 본진인 세계의 역사가 제일 재밌는 거 같다. 그래도 꽤 흥미로웠는데, 크로니클 오브 재팬에 비해서는 게임이 더 치밀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각각의 특수 능력도 독특하고 재밌어서 같은 규칙으로도 더 다체로운 느낌이었다.
[게임평]
삼국지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잘 표현해놓은 세계의 역사 기반 땅따먹기 게임. 세력 선택은 스몰월드 방식으로 했다. 잡지 게임이라 말의 질이 안 좋은 것이 단점. 아주 짧고 가볍게 하기 좋다.
385. 엔데버: 심해
엔데버를 안 해봐서 차이점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일단 트레이가 잘 돼있고 구성물이 예쁘다. 경쟁 버전과 협력버전이 있는데, 처음이라 남 하는 걸 방해하는 건 더 어려울 거 같아서 협력으로 했다. 근데 협력 버전 승리 기준이 꽤 어려워서 이기진 못했다. 적절히 엔진을 빌딩하고, 다양한 할거리 중에서 (이동, 잠수, 연구, 보존 등등) 뭘 선택해야할지 정해야하는데, 해당 행동이 가능한 팀원은 부족하고 할 거는 많은 느낌이라 초기에 큰 그림을 그리고 어떤 테크로 나아갈지 정해서 해야할 거 같다. 엔진빌딩답게 이래저래 팀원을 꾸리다보면 콤보가 나오고 그러는 재미로 하는 게임이다.
[게임평]
규칙 익히기에는 협력 규칙이 나쁘지 않은 듯. 예쁘고, 콤보 고민하는 재미는 있지만 결정적인 한방은 없는 유로게임.
386. 석기시대
짝꿍이 보드게임의 재미를 좀 붙여서 여태까지 분석한 취향을 바탕으로 찾아낸 게임. 몇몇 게임은 실패했지만, 석기시대는 큰 성공이었다. 이정도의 난이도가 딱 좋은 거 같다.
주사위가 주는 의외성도 좋았고, 처음에는 큰 효과를 못 느끼던 농사가 점점 큰 도움을 주는 느낌도 좋았다. 선택의 재미가 있는 게임.
[게임평]
석기시대의 한 방은 주사위로, 뜻하지 않은 때에 나오는 대박과 쪽박 같다. 그리고 그걸 대비해 운요소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모을 수 있는 도구. 그리고 그 도구가 마냥 쓸모 없게 만들지 않고 점수로 바꿔주는 문명카드. 취향에 따라 이래저래 테크트리를 고민해보는 재미가 있고, 빡빡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난이도가 훌륭하다. 밥먹이기 게임의 대표로 아주 적절한 거 같다. 이보다 더 어려우면 어려워서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다.
387. 푸에르토리코
1897버전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보드게임 카페에 있던 것이 이 버전이라 이것으로 했다. 역시 옛 제품이라 품질은 썩 좋지는 않더라. 내가 보드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푸에르토리코가 지배하던 시절이었는데, 그걸 20년이나 지나서 해보다니 느낌이 묘하다. 역할 선택을 하고 바로 그 행동을 하는 것은 직관적이고 좋아서 이를 따라한 다른 게임들보다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타이밍과 연계가 보여서 왜 사람들이 그리 좋아했는지 알 거 같다. 다만, 승점/돈 중에 택일하는 시스템을 원래 내가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터라. 아 이런 게임이었구나 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게임평]
타이밍 싸움의 재미가 있다. 게임 진행이 시원시원해서 좋다. 나는 승점/돈 중 택일하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그런 선택의 묘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게임이다. 상대방을 다양하게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나약한 요즘 게임과는 다른 멋진 점이다. 그리고 그 견제도 결국 특정 역할 타일 선택을 통해서 일으킨다는 단순한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388. 컴뱃 커맨더: 유럽
분대~소대 규모 2차대전 헥스 전쟁게임.
전체적으로 구성물들이 작아서 눈에 잘 안 들어오긴 하는데, 헥스 게임에서 구연할 수 있는 많은 것을 구연한 거 같다.
게임의 큰 구조가 아주 단순해서 카드 한 장 쓰고 거기 쓰인 행동을 하는 건데, 생각보다 잔룰도 없고 깔끔해서 좋았다. (혹은 첫 시나리오여서 그랬던 것일까.)
운 요소도 충만한데, 거의 다 이긴 게임을 적의 포격에 우리 주력부대가 쓰러지는 바람에 졌다. 그래도 유쾌한 게임이었으니 이정도라면 괜찮다. 다만 개인적으로 규모가 너무 작은 부대를 지휘하는 건 재미가 떨어지는 듯. (전투 말고 전쟁을 하고 싶다.)
[게임평]
간단한 규칙의 헥스 전쟁 게임. 적에게 피해를 입히기 쉽지 않다 서로 계속 쏴대다보니 격렬한 느낌이 난다. 구조는 쉽지만 카드에 정보가 많아서 좀 어지러운 면도 있다.
389. A&A 북아프리카
국지전 시리즈는 그닥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여태 나왔던 국지전 중에는 제일 전역 규모가 커서 괜찮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벌지전투와 비슷한데, 공격을 위해서는 항상 보급품이 필요하고 트럭을 이용해 병력/보급품의 빠른 이동이 가능한 점이 시원시원하다. 전투 규칙도 기본 A&A와 비슷해서, 시리즈를 아는 입장에서 다른 국지전 시리즈보다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벌지전투/디데이는 정해진 차례에 정해진 증원군이 들어와서 자유로운 느낌이 좀 덜했는데, 이건 과달카날처럼 내가 증원포인트(돈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내에서 원하는 걸 골라 구입할 수 있어서 게임 준비면에서, 자유도면에서 더 좋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핵심은 역시 보급으로, 전투를 빨리 끝내지 못하면 보급품이 많이 들고 공격, 방어 때 모두 필요해서 신경을 잘 써야한다.
단점이면서 장점으로 기존 시리즈와 다르게 모든 국가들의 병력 능력이 다르다. 영국 보병은 강한데 이탈리아 보병은 약한식. 그리고 워낙에 유닛별로 특수능력이 많아 다채롭게 느낄 수도 있지만 잔룰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게임평]
전체적으로 전투 규칙을 좀 더 쉽게 만든 벌지 전투. 근데 유닛 능력이 너무 많아서 초반에 적응이 약간 어려울 수 있다. 미국 참전 시기 등 이런저런 잔룰이 많은 것이 아쉽다. 쉬운 것이 진정 A&A의 장점이라 생각하는데.
390. 발파라이소
유로게임. 왜 발파라이소여만 하는지, 땅과 바다를 왜 그렇게 나눠야하는지, 왜 차례 후에 일꾼들이 항구로 돌아오는지 등등 알 수 없지만 시스템적으로 세팅이 그리 돼 있다. 전혀 테마를 느낄 수 없었다.
프로그래밍을 해두고 남보다 먼저 원하는 보너스를 얻고, 보너스를 얻었을 때 보너스 타일이 밀리고 변하는 게 맞아떨어지는 맛이 있는데, 이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재미로 하는 거 같다. 프로그래밍이 엉키면 돈을 내고 순서를 바꿀 수도 있어서 막 망가지지는 않아서 초보자에 친화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톱니바퀴를 초 거대로 만들었다거나, 테마가 진하게 느껴지고 했으면 좋은 게임이 됐겠지만. 자잘자잘한 느낌이라 크게 되지 못하고 그저그런 게임 중 하나가 된 느낌.
[게임평]
흠이 없이 잘 만들었다. 하지만 무력 100에 지력 20인 여포는 쓸모 있어도 모든 능력치 60짜리는 총합이 더 높아도 애매하기 마련. 그나마 프로그래밍의 재미가 다른 데서 잘 느끼지 못하는 시스템이고 그 중에서 쉽다는 장점이 있다. 남을 견제하는 요소도 좀 있어서 소소한 재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