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나눠주던 날, 딸과 함께한 사이베리온 이야기
최근 10일 정도는 보드게임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졌어요. 오랜 시간 즐겨왔던 취미인데, 왜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드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지인과 친척들에게 보드게임을 꽤 많이 나눠줬어요. 선물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사이베리온도 조카에게 주기로 했었는데, 최근에 구입한 거라 딸아이와 한 번 플레이하고 주기로 했어요. 시간을 내서 딸과 함께 다시 꺼내 봤습니다.
사실 얼마 전, 제가 사이베리온을 2회차 플레이했을 때 클리어하지 못했거든요. 딸아이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런 말을 했던 게 생각났어요.
"카드가 예쁘다."
"같은 색 카드인데 그림이 다 달라."
"아빠는 보드게임 오래 했으면서 이런 것도 못 이겨?"
"이거는 하는 방법이 쉽네."
그 잔소리가 떠올라 이번에는 딸아이 혼자 해보라고 세팅 해줬어요.
“아빠가 이거 어떻게 했는지 기억해? 지난번에 네가 잔소리 엄청 했잖아.”
“응, 거의 기억나. 혼자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빠가 옆에서 조금은 봐줘.”
훈수는 두지 않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조금 답답하더라고요. 클리어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웬걸? 딸아이가 첫 플레이에 클리어를 해내더라고요.
심지어 다른 엔진은 거의 올리지도 않고, 경적봇 4단계, 재고봇 5단계, 지시봇 3단계만 올리고도 성공했어요.
“아빠는 못 이겼는데, 나는 이겼다!”
“옆에서 아빠가 도와줘서 그렇지!”
그런데, 게임을 정리하면서 딸아이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아빠가 왜 보드게임을 좋아하는지 이제 알겠어. 보드게임 정말 재미있네.”
“그래?”
“책장에 있는 책 다 없애버리고, 보드게임으로 채워도 되겠다.”
"그러면 엄마가 집에 있는 보드게임 다 갖다 버릴걸?"
보드게임이 하기 싫어서 여기저기 나눠주던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빠, 옛날에 유튜브로 보여준 분홍색 상자에 버섯 있는 보드게임 사자.”
“응? 아… 마이셀리아? 그래, 나눠준 게임도 많으니 그 정도는 괜찮겠다.”
아이가 참 많이 자랐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보드라이프 회원님들도 즐거운 보드게임 라이프 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