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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38

797 조회

2024.09.23 18:35

371. 썬더 로드 : 벤데타 - 맥시멈크롬

보드게임 썬더 로드: 벤데타 - 맥시멈 크롬 Thunder Road: Vendetta – Maximum Chrome

이게 게임이지! 미니어쳐에 큼직한 구성물들, 타일도 두툼하고, 주사위가 신난다. 서로를 향한 공격도 좋고 아주아주 좋다. 단 한 가지 단점은 너무 비싸다는 것....

상자가 큰 것도 단점일 수는 있겠으나 그런 게임이야 워낙 많으니...

정확한 명칭은 기억 안 나는데 독일식 차량(?) 확장도 있는데 주사위를 카드로 바꿔서 확률 계산하는 버전이다. 나 같으면 부정탄다고 치워버릴 수준의 확장이지만 주사위 혐오자들이 있으니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도리겠지...

[게임평]

쉬운 난이도, 주사위의 호쾌함. 강한 상호작용. 경주를 한다는 느낌이 잘 드러난다. 고수들을 위해 이것저것 추가 모듈이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모듈이 많아도 아주 복잡한 수준은 아니라 게임에 잘 녹아들고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372. 18코리아

보드게임 18코리아 18Korea

18시리즈를 참 사랑하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구매했는데, 많이 실망한 지점이 있었다.

먼저 칭찬을 게임성은 나쁘지 않다. 유로게이머 취향에 맞췄지만 그래도 나름 잘 굴러가고, 해보기 전에는 마지막 영구기차일 때 그냥 수입 두 배 하는 거 마음에 안 들었지만 해보니 후반부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한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남한 지역에서만 진행하는 후반에도 길이 복잡하지는 않아서 상대적으로 계산하기 쉬웠고, 전체적으로 템포가 빠르고 수입이 많아서 전개가 호쾌한 점이 좋았다. 또 카드 재질, 나무로 만든 역도 좋았다. 사기업경매 어렵게 하지 않고 자산 카드 드래프트로 간단하게 해버린 것도 좋다. 18xx 시리즈의 입문으로도 나쁘지 않고, 이런저런 고민을 한 게 많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제작하면서, 진짜 코리아라고 이름을 달고 나오려고 했으면, 좀 더 한국적인 것을 사랑하길 바랐다. 이건 외국 게임을 번역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만든 건데, 한국어를 너무 막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규칙서 내에 '맵'과 '지도' 모두 등장한다. 육각형 칸을 hex라고도 쓴다. 십분 양보해서 라운드니 포인트니 같은 표현 다 인정한다고 해도 영어 단어로 그대로 hex라고 쓴 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규칙서나 카드에는 '한 번' 이 아니라 '1번'이라고 적어뒀다.

뭐 그런 거 가지고 따지냐고 할 수도 있겠으니, 이런 관점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이라면 아래는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카드에 적힌 문구의 가시성을 위해 카드 3장 같은 식으로 적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카드 세 장이라고 적어야 어법에 맞다. 한자식으로 하려면 '3매'라고 적어야한다.

평소에 사람들이 하는 '게임할 사람 3분 구합니다'이런 말투도 거슬렸지만 그건 일반 대중이 일상적으로 쓰는 거고 출판물을, 대놓고 한국이라고 하려고 했으면 좀 신경 써야했다고 본다.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라비아 숫자는 한자식으로 읽어야 맞다. 그리고 그렇게 읽어줘야 서로 덜 헷갈리게 된다. '1번'이 아니라 '1회'합니다라고만 했어도 어색하지 않고 헷갈리지도 않는다. (실제 게임하다가 같이하는 사람이(보드게임 마니아 아님) 1번(일 번)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이해 못해서 내게 물었다.)

다른 여러 표현들도 '보드게이머'가 사용하는 은어가 많은 느낌이었다. 한국+주식으로 흥미를 느끼는 구매자가 혹시라도 있었다면, 아주아주 익히는 데 어려웠을 거 같다. 18xx시리즈의 근간은 사실 쉬운 편이고 그걸 더 줄여서 쉽게 만들었으면서도 규칙서로 대중이 익히기에 힘들게 만들다니 안타깝다.

북한지역에 대한 표현도 아쉬웠다. 한국 테마를 표현해보려고 6.25 전쟁이나 일제 시대 당시 북부 지역이 더 개발된 것을 표현하려고 한 사람들이, 왜 현재의 평양정권이 그어놓은 도시 경계와 그들이 바꾼 도시 이름을 사용한 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DMZ 이북 지역은 후반부에 사용하지도 않아서, 시대성을 고려해본다거나 하는 의미도 없다. 라선, 남포, 김책이 아니라 나진 (혹은 선봉), 진남포, 성진이어야했다. 양강도와 자강도 등이 보이는, 일제시대나 현재 이북5도 행정구역 경계와도 일치하지 않는 지도가 아쉬웠다.

[게임평]

18xx시리즈로서 평가하자면 한반도 지도가 익숙해 정감이 가고 쉬운 규칙에 시원시원한 벌이의 재미가 있는 편. 유로 게이머 취향에 더 맞춰서 냉혹한 상호작용은 좀 부족하다. (살짝 있기는 하다)

373. 에이지 오브 도그파이트

Age of Dogfights: WW1 Cover Artwork

공중전은 구조상 1차 대전 때가 제일 재밌을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누군가 어마어마한 게임으로 편견을 박살내줄 수도 있겠지만.)

고도를 표현하는 아크릴 스탠드가 있는 점이 제일 재밌었다. 약간 복잡하기는 했으나 어려운 기능이 있는 비행기들 다 빼고 즐겨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주사위 운도 작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를 기울였을 때 그 위에 다른 비행기 얹기 힘든 것만 좀 단점.

워게임이라 역시 보드라이프에 등록이 안 돼 있다.

[게임평]

워게이머가 아니라면 외관에는 좀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3차원으로 공중전이 표현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어렵게 되지 않으면서도 제목처럼 계속 꼬리를 잡으며 도그파이트를 하게 되는 점이 재밌었다.

374. 크로니클 오브 재팬

Chronicle of Japan Cover Artwork

한마디로 세계의 역사 일본 지도 판. 패배한 병력을 계속 또 쓸 수 있다는 규칙이 좀 엉성한 거 같았다. (정확한 규칙이라면)

세계의 역사와 다른 점은 카드 드래프트를 다 공개한 채로 한다는 것. 평범하게 즐겼지만, 일본에는 자국 역사를 지속적으로 게임으로 만드는 게임저널 시리즈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역시 보드라이프에 등록이 안 돼 있다.

[게임평]

한국사람이 알만한 것은 마지막 두 시대의 전국시대 가문들 정도. 잡지 게임이기 때문에 세계의 역사보다 더 좋은 점은 딱히 없다. 일본사에 관심이 많다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정도.

375. 다윈의 여정

보드게임 다윈의 여정 Darwin

다윈이지만.... 정말 그냥 모티브만 다윈이다.

a를 하려면 b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뭘 먼저 해야하고, 남들이 들어가기 전에... 등등을 생각하게 하는 아주 전형적인 유로게임이었다.

뉴턴이 생각나는데 뉴턴보다는 살짝 더 나았다. 조수 탐험하는 게 있어서 그나마 테마 느낌이 더 있었나?

[게임평]

콤보를 생각하고, 대전략을 세운뒤 진행해야하는 게임. 제한이 많은 편이다. 유로게이머들에게 인기 좋을 거 같지만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 될 수는 없을 거 같고 유행타고 이런 저런 전략 다 해볼때까지 여러번 돌리다가 없어질 거 같은 느낌.

376. 군주들의 충돌(클래시 오브 모나크)

보드게임 군주들의 충돌 Clash of Monarchs

전쟁 게임 취고는 은근히 쉬운데 규칙이 상당히 많다. 7년 전쟁이 주제로, 팀전이지만 두 전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일이 잘 없다.

대규모 전투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병종을 조합해볼 수도 있다.

다만 다 작은 카운터들이라 구성 면에서는 아주 좋다고 못하겠다.

[게임평]

게임이 통쾌하나 어렵고 오래걸린다. 잔룰은 적어서 좋다.

377. 삼국지연의 컴플리트 에디션

보드게임 삼국지연의 컴플리트 에디션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Complete edition

같은 시리즈인 전국다이묘가 더 재밌는 거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쉽게 만들어서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거 같다.

행동력의 개념을 성을 뒤집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땅이 많아질수록 많이 행동할 수 있고 한 눈에 보기에도 좋아서 괜찮은 시스템 같았다.

장군들이 너무나 쉽게 죽기 때문에 도저히 전황 예상이 안 된다.

[게임평]

주사위의 통쾌함과, 삼국지라는 테마가 확끌리게 하는데다, 많이 어렵지 않아서 좋다.

378. 유로파 유니버셜리스: 권력의 대가

보드게임 유로파 유니버설리스: 권력의 대가 (디럭스 에디션) Europa Universalis: The Price of Power (Deluxe Edition)

은근히 마틴 월래스의 제국의 투쟁이 생각난다. 역사성을 아주 많이 챙겨서 실제 역사에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 카드가 있다. 제국의 투쟁보다는 역사대로 흘러가게 만든 느낌이다. 그 지점은 개인적으론 약간 아쉬웠다.

결국 게임의 핵심은 돌아가면서 행동 하나 하기라서 쉬운데, 규칙이 너무 많고 규칙서가 잘 돼있는 편이 아니라 알기가 어렵다. 일단 1시대 시나리오로는 결국 할만한 행동들이 정해져 있어서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전쟁이 마구 일어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게임평]

국가 경영 게임으로서 훌륭하다. 정해진 역사대로 가야 좋다는 점이 좀 아쉬운 점. 전쟁을 하면 안정도와 재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전쟁할 수 없는 것도 아쉽다.

379. 미니빌 디럭스

보드게임 미니빌: 딜럭스 Machi Koro: Deluxe Edition

짝꿍의 취향을 분석해서 이거면 먹히겠다 싶어서 샀는데, 아주 제대로 명중해서 뿌듯했다.

이미 해본 미니빌2에 비교해서 더 좋았던 거 같다. 시간도 더 오래 걸려서 나름대로 엔진을 굴려볼 수도 있고, 본판 기준으론 아주 쉬워서 아이들과 하기도 좋았다.

확장 규칙은 카드 조합에 따라 답답한데, 그래서 열다섯 장을 펼쳐두고 하는 게 더 좋았다. 많은 후기들 처럼 참치잡이 배가 정말 사기였다.... 그린밸리 확장을 해야지만 견제가 좀 가능한 거 같다.

[게임평]

구성품이 훌륭하고, 게임이 정말정말 쉽다. 원하는 주사위가 안 나오면 몇 차례 쓸모 없는 차례가 지나가는데 또 그러다가 굴러가는 시점이 존재하는 게 흥미롭다.

380. 팬데믹 레거시 1

보드게임 팬데믹 레거시: 시즌 1 Pandemic Legacy: Season 1

죽 이어지는 이야기로 협력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드디어 해봤다.

이야기에 몰입하는 경험은 1위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목표가 새로워지고 판도가 이래저래 바뀌는 게 재밌기는 했다.

핵폭탄 연구를 했는데 친구는 핵을 쓰면 결말에 뭔가 영향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쓰기를 거부했는데, 결국 위험한 상황에서 사용했다. 근데 결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친구는 이런 저런 선택들이 결말에 영향을 줬으면 좋았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럴 정도의 짜임새를 가진 게임이 있을까?

[게임평]

팬데믹 본편이랑 85%는 비슷한 규칙으로 게임을 계속하는데 이야기와 목표 때문에 몰입이 되면서 다른 게임 처럼 느껴지는 게 상당히 흥미롭긴하다. 시즌2도 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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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게임을 많이 해볼 수는 없어서 열 개씩 쌓이는 시간이 길어진 거 같네요 ㅎㅎ 어서 다음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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