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ed Veggies〉 후기
몹시 흥미롭게 생긴 〈Diced Veggies〉를 해 보았습니다.
주사위 채소를 칼로 자른다,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주사위는 무척 예쁩니다.
칼 컴포가 좀 아쉽습니다. 두꺼워서 주사위 사이에 넣는 것이 사실상 안 돼, 그냥 칼 안 쓰고 가져갈 것을 말하고("이렇게 가져갈게요") 떼어가게 됩니다.
합지 말고 필름 같은 걸로 만들면 얇으면서도 안전한 구성물로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해보기 전에 상자만 봤을 때에는 예를 들어 상자 그림처럼 주사위 3개짜리로 이루어진 당근을 칼로 잘라 1개짜리, 2개짜리로 나누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쓰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해보니 그렇지 않고 모든 색 주사위를 다 뭉쳐 뭉탱이를 만들고, 가장자리에서 조금씩 떼어가서 쓰는 게임이더군요(주사위 1개가 채소 1개).
돌아가면서 차례를 가지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1. (풀에 없는 색이 있으면 풀 재구성 가능)
2. 주사위 (자르기 후) 가져가기
3. 레서피 완성(원하는 만큼)
4. +1손패(넘치면 버리기)
를 합니다.
누군가가 레서피 7개를 완성하면 그 플레이어는 그 차례가 마지막 차례이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마지막 차례를 한 번씩 가지고 진행을 마칩니다.
점수 계산을 하기 전에, 모든 플레이어는 마지막으로 레서피 '완성'을 할 기회를 갖습니다.
(짧게 하려면 7개가 아니라 6개나 5개를 트리거 삼아도 된답니다.)
뗄 때 주사위 눈 합이 10 이하가 되도록만 떼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자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ESTATES〉 등의 게임에서처럼
‘가장 겉에 있는 것부터 가져갈 수 있는 드래프팅’인데,
이 게임은 그게 2차원입니다.
(¶ 〈ESTATES〉에서는 가장 왼쪽이나 가장 오른쪽의 큐브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1차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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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래프팅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이 드래프팅 외에는, 전형적인 단순한 재료 모으기 게임입니다.
같이 보기~
레서피대로 재료 모아 완성하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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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7947943.jpg)
자르기(+가져가기) 규칙이 헷갈릴 수 있는데요.
규칙서에 쓰인 설명과 별개로 제 나름 적어보았습니다.
- 블록에 남은 주사위 눈 합이 10 이하면 자르기 없이 전부 가져가도 됩니다.
- 자른다는 것은 한 뭉탱이를 두 뭉탱이로 나누는 것입니다(세 뭉탱이가 되면 안 됩니다). 자른 결과 적어도 한 뭉탱이는 눈 합이 10 이하가 되게요.
- 칼질은 최대 2번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칼질은 블록 안에서 시작해, 블록 밖까지 직선으로 나가야합니다.
불허되는 예
왼쪽은 세 뭉탱이로 나눠지는 경우라 안 됩니다.
오른쪽은 세로 칼질이 한 쪽도 블록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므로 안 됩니다.
‘칼질은 한 번만 해야 한다’고 하면 꼭 직선 한번으로만 해야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
(또한 직선이면 된다고 생각하면, 왼쪽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한붓그리기면 여러 번 꺾어도 된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칼질' 한 번이 아니라 ‘자르기’를 한 번 한다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10 이하’ 이 제약과 배열 때문에
원하는 특정 색 주사위를 못 가져올 수 있습니다(안쪽에만 있으면).
‘가장자리에 높은 눈밖에 없네. 나는 높은 눈을 갖고 싶은 게 아니고 이 색을 갖고 싶은 건데, 높은 눈 때문에 못 가져온다고?’ 하고 좀 불합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에 어떤 색 주사위가 하나도 없다면 ‘재입고’를 할 수 있습니다.
재입고를 하면 개인이 챙겨둔 주사위 말고 사용된 주사위, 풀에 남아있던 주사위를 모아 굴려 풀을 재구성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 게임은 주머니가 필요합니다.
주머니는 안 들어있습니다.
아컴 호러 카드 게임도 구판은 주머니가 안 들어있다가 개정판에는 넣어줬는데요,
이 게임도 넣어주면 좋겠네요.
레서피는 특정 색 조합을 요구합니다.
특정 재료를 요구한다, 이런 게임은 원하는 것 하나가 부족해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걸 완화해주는 요소로 '셰프 토큰'이 있습니다.
셰프 토큰은 처음에 각자 1개씩 갖고 시작해, 요리하기 전에 써서 가지고 있던 주사위 하나 눈을 바꾸거나, 색을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 색칠을 새로 할 수는 없고 ‘이건 그 색이다’ 치는 거죠.
어린이와 할 때에는 셰프 토큰 없이 하는 걸 권한다고 규칙서에 쓰여있는데,
셰프 토큰 없이 하면 안 풀리는 상황에서 너무 답답함이 느껴져서 오히려 어린이분들이 하기 안 좋아지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레서피 카드가 칸마다 꼭 특정 색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칸은 ‘어느 색 또는 어느 색’으로 두 가지가 가능한 게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셰프 토큰은 재입고(주사위 풀 재구성) 때 모두 회수됩니다(안 쓴 상태에서 재입고한다고 해서 셰프 토큰이 2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플레이어가 재입고를 일으킬 것 같은지 신경을 쓰게 만드는 점이 좀 긍정적입니다.
그럼 주사위 색 말고 눈은 가져오기 제약(10 이하)에만 상관이 있느냐?
광고 카드 중 ‘눈 몇 이상’이나 ‘특정 눈’을 요구하는 카드가 일부 있습니다.
광고 카드는 레서피 완성 시 조건이 맞으면 붙여서 승점을 추가하는 카드입니다.
카드는 레서피 카드, 광고 카드 이렇게 2종류가 있습니다.
레서피 카드를 가져온다면 카드 풀에 공개돼있는 바를 보고 원하는 걸 고를 수 있고
광고 카드를 가져온다면 더미에서 뒷면인 채로 뽑아 가집니다.
차례를 마칠 때 레서피도 2장이 넘으면 2장이 되도록, 광고도 2장이 넘으면 2장이 되도록 버려야 합니다.
손패 한도는 ‘일단 그냥 무조건 주사위 많이 챙겨’를 방지하는 목적이겠습니다.
근데 이 방법은 답답함을 주고 단순해서 좀 아쉽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하려면 게임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간단함을 선택한 것 같은데요...
3줄 정리
- 2차원 가장자리 드래프팅 아이디어는 좋다.
- 주사위 활용이나 카드 관련 내용이 단조롭다.
- 답답한 느낌이 있고 통제감이 부족한 것 같다.
제게 이 게임의 위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같이 보기(한국어판 최근 출시 or 예고된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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