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37
361. 홀드패스트: 코리아 1950-1951
holdfast를 구글번역기에 치면 꼭 붙들기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저렇게 이름을 적어둔 거 같은데 한국인 한 사람만 구해다가 한 마디만 번역해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만 전혀 겹칠일 없는 이름으로 '꼭 붙들기 하자'라고 하면 통한다는 약간의 장점이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부쩍 늘어 관련 게임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6.25 전쟁 게임을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전술보다는 전략을 좋아하고 6.25전쟁인 것을 더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서 한반도 전역을 묘사하는 것을 찾다가 이 게임을 알게 됐다. 규칙도 쉽고 적당했다.
워게임 치고는 아주 단순하고 쉬운 게임이고, 시간도 크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만 밸런스는 좀 별로인데, 맥아더가 크리스마스까지 전쟁을 끝내기 위해 과도하게 북진을 한 것 때문에 중공군한테 무너진 것이 실제 역사라서 맥아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평양-원산 선에서 지키면 반드시 유엔연합군이 승리한다. 거기다가 처음 공산군의 공격 시에 주사위가 잘 안 나와주거나 중공군이 너무 늦게 참전할 경우에는 공산군이 더 불리해진다. 그러나 밸런스를 차치하고서 맥아더 처럼 북진 통일을 목표로 하면 실제 전쟁의 양상과 아주 비슷하게 전개 된다. 한국인으로서 이 테마에 아주 깊게 몰입할 수 있어서 좋은 게임이 아닐지는 몰라도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인 것은 확실하다.
밸런스가 문제라면 긱에 있는 변형 규칙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산군은 부산을 점령하는 즉시 승리, 게임 종료 시 38선을 넘어간 블럭 개수를 승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내내 최대 점령했던 별 달린 도시 숫자를 우선 승점으로 사용하고 거기서 동점일 때 38선 넘어간 것 확인.)
[게임평]
구성물은 워게임답게 별로지만 쉽고 몰입감 있게 6.25전쟁을 시뮬레이트할 수 있다. 경험할 기회가 있다면 한두 번 해보는 것은 후회하지 않을 작품.
362. 제국의 정복
본판은 아마 1987년 게임으로 알고 있고, 2005년에 이글게임즈에서 규칙을 살짝 변형하여 나온 게임이다. 옛날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워게임 캠프에서 해볼 수 있었고, 생각보다 더 재밌어서 어렵게 구했다. 한 상자에 제국의 정복 클래식/제국의 정복2로 두 가지 규칙이 있고 한쪽에서만 사용하는 구성품들도 각각 있다. 나는 클래식으로만 했는데, 규칙을 본 바로는 제국의 정복2는 마틴 월래스가 만들었고, 마틴 월래스의 제국의 투쟁을 변형시킨 것이다. 그런데 2 규칙에서 중요한 땅은 7개 속주 뿐이고, 나머지는 거의 비어있는 부분이라 의미가 없다고 하고 제국의 투쟁이 좀 더 철저하게 잘 만든 게임 같아서 2는 한 번 해보는 정도만 할 거 같다. 경험을 직접해본 건 클래식 규칙이었는데, 원래 본판에서는 투석기가 사기라서 그것을 좀 수정했다고 한다. 수정된 규칙은 꽤 마음에 들었다. 호쾌하게 주사위 굴리며 전투할 수 있었고 규칙도 아주 쉽다. 좀 더 일찍 구하지 않은 이유는 종료 조건 때문인데, 다른 모두의 카이사르를 제거하고 혼자만 남아야하기 때문에 중간 탈락 문제,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은 걱정에 선뜻 결정을 못했다. 거기다가 카이사르를 죽이면 그 세력의 모든 도시와 병력을 얻게 돼서 요즘 게임과 다르게 아주 잔인하다. 세 명이서 했었는데, 이 때는 한 세력이 망하고 다른 데 흡수되니 그냥 기울어진 거라 포기하고 적절한 때에 끝났는데 만약 네 명이서 하는데 각각 하나를 잡아먹으면 어찌될 지 모르겠다.
그래도 엄청나게 큰 지도에 피규어들이 품질이 좋고, 플라스틱 동전도 들어서 손맛이 아주 좋다. 전투 규칙도 마음에 들었으니 이정도면 괜찮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적절한 때에 끝내면 되겠지 뭐.
[게임평]
이동-전투-도시파괴-생산을 하고 다음 사람에게 넘기면 되는 게 다인 간단한 규칙이다. 하지만 병력구성을 어떡할지, 도로를 어떻게 지을지, 장군을 어떻게 배분할지 이런저런 고민 사항이 있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너무 단순하지는 않은 좋은 게임. 특히 나라가 너무 커져서 경제력이 100이되면 통화팽창이 일어나 병력 가격이 두 배가 되고, 200에 도달하면 세 배가 되는데 그 시기를 맞추고 눈치보며 병력을 쌓는 재미도 상당히 좋았다.
363. QE (양적완화)
티빙에서 제작한 더 타임 호텔에서도 이 게임을 변형한 게임이 나왔었다.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맛이 있는 좋은 게임. 계산 치밀하게 하려고 하는 유로게이머들이랑 하면 안 되고 치킨게임으로 가서 억은 기본에 조까지 가야 재밌다.
[게임평]
치킨 게임을 하는 맛이 있는 게임. 돈걱정은 날리고 이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에 푹 빠져보자. 넷 이상은 해야 좋은 거 같다.
364. 로마 공화국
협상 게임의 극치. 규칙이 굉장히 많은 게 단점이지만 한 명이 잘 잡아주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은 할만하다. 초기 시대로 두 번, 중기 시대로 한 번 했는데, 초기의 첫 번째 경험은 전쟁이 쉽게 풀리고 중기처럼 서로 정쟁을 많이 하고 암투가 난무해서 재밌었는데, 두 번째 경험에선 너무 전쟁에 시달리느라 그거 막는 게 급해 약간 별로였다. 중기 시대로 했을 때는 적당한 전쟁 난이도에, 서로 나눠먹을 이점도 제법있고, 중기가 제일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후기 시대도 어서 해보고 싶다.
보톡스의 거만이님의 홍보를 시작으로 많이 유명해진 게임이지만 약간 설명해보면, 각 사람들은 로마공화국의 한 파벌의 주인이 돼 로마 원로원에 소속돼 로마가 멸망하지 않도록 막으면서 파벌 중 한 명이 종신집정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임이다. 목표도 뚜렷해서 좋고, 규칙은 길을 만들어두고 사람들이 거기서 마음대로 하도록 하기 때문에, 상호작용하는 맛이 아주 좋다.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
가장 짜릿한 순간은, 로마를 위기에서 구한 성웅께서 승리와 동시에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이며, (우리 파벌 아님) 그분의 기념물을 로마 곳곳에 세우고, 그의 애국심을 칭송하며, 매 원로원 회의는 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해야한다.
[게임평]
게임의 감정을 밖으로 가져오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계속 되는 견재와 협상, 암투가 짜릿하다. 게임이 끝나도 계속 생각나게 한다. 다만 게임이 오래 걸려서 텐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365. 한밤의 늑대인간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능력이 있어서 완전한 초심자한테는 좀 어려워보인다. 밤에 할 것이 많고, 보면 안 되기 때문에 틀리는 것을 잡아줄 수가 없다는 것이 단점. 밤 한 번 뿐인데 생각보다는 게임 시간이 엄청 짧지는 않은 거 같다. 매력적인 마피아게임이다.
[게임평]
짧고 강렬한 마피아게임 다양한 역할 조합으로 다양한 재미를 낼 수 있다. 다만 역할이 많은 것이 복잡해 살짝 마피아 게임 수준을 높여볼까 하는 집단에 어울리는 거 같다.
366. 듄: 임페리움 - 봉기
게임의 큰 구조가 카드 한 장 쓰고 일꾼 하나 쓰기라서 간단하다. 상호작용도 꽤 있다. 하지만 일꾼 놓는 각 칸이 영화나 소설 등을 접하지 않았으면 크게 다가오질 않는다. 테마가 잘 느껴지는 편이 아닌 것이 아쉽다. 그래도 카드 운, 상대방의 행동에 하나하나 내 행동이 얽혀 임기응변도 필요하고 큰 그림도 필요한 것이 왜 인기있는지 알 거 같다. 전형적인 유-로적 재미.
로마 공화국이 난전에 실제 칼들고 싸우는 것 같은 상호작용이라면 이런 건 스포츠화된 검술로 펜싱하듯 특정 부분을 빠르고 깔끔하게 찌르는 것 같은 느씸의 상호작용이었다.
[게임평]
게임의 핵심 구조가 쉽고 상호작용이 적절하다. 여러가지 길 중에 원하는 바를 시도해보며 막혔을 때의 대책을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테마가 많이 느껴지진 않는다.
367. 쿼터마스터 제너럴: 이스턴 프론트 (병참장군: 동부전선)
결국 병참장군은 병참장군이다. 여러 요소가 들었지만 딱 그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도 2차대전판 본편보다는 전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더 든다. 병력을 소진 시키거나 카드를 이용해 전투 지속을 할지 말지 고민해야하는데 그게 제일 핵심같다. 해군 요소는 크게 손쓰기가 힘들어 빼버려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해보고 싶은 냉전은 언제 해볼 수 있을까.
[게임평]
전선 형성의 맛이 있어서 다른 판보다는 전쟁하는 맛이 난다. 여러 카드들 중에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하게 해주는 재미는 여전하다. 카드 효과들이 보다 전투적이다.
368. 유럽의 나폴레옹 (나폴레옹 인 유럽)
이것도 예전부터 해보고 싶던 것이라 카드 번역과 룰마스터를 자청해서 해봤다.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으나 세 명이서 해야했는데 꽤 괜찮았다. 역시 예상대로 전투 부분이 제일이다. 세 전선 중 하나라도 뚫리면 지는 탓에 다양한 상황이 나온다. 이런 전투를 다른 게임에서 맛 볼 수가 없다는 게 이 게임의 큰 매력이다. (같은 회사의 아메리칸 시빌워도 같은 전투 규칙을 쓴다고 하는데 그것도 남군과 북군 밸런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어설픈 부분들이 많지만, 이 전투 규칙과 멋진 피규어 커다란 지도가 그런 것들을 좀 무시하게 해준다.
단점을 적어보자면, 옛날 이글 게임즈 게임답게 규칙에 없던 내용이 카드를 보면 이렇게 적용했어야했나 싶게 하는 것도 있고, 서로 충돌하는 규칙도 있고 해서 정리가 필요하긴 하다. 외교 규칙도 좀 많고 복잡한 편이다. 그래도 모든 선택 규칙을 다 넣고 해도 못견딜 정도로 많지 않다. 또 영국의 육군 생산 제한이 큰 회전이 재밌는 이 게임에서 영국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밸런스도 좀 문제가 있어보이나, 뭐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잡아갈 수도 있겠지.
[게임평]
멋진 전투 규칙을 가진 게임. 이 멋짐에 반한다면 다른 엉성한 것을 이기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쓰레기라고 할 것이다.
369. 트루아
나와 남의 주사위 눈을 보고서 그때그때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맛이 있는 게임. 유로게임답게 크게 테마가 느껴지지는 않으나, 적절한 상호작용이 있고, 다양한 고민을 해볼 요소가 있다. 아이콘이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단점.
[게임평]
주사위 운과 상대방이 사용하는 내 주사위로 인한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임기응변으로 헤쳐나가는 게임.
370. 플립타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이 아주 많은데, 전부 다 선택은 불가능하므로 카드 모양과 숫자를 다양하게 조합해 최적의 목표를 노리고 나아가는 퍼즐류 게임. 다만 포커패는 다들 비슷하게 가게 되는 경향이 있더라. 상호작용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 멀티플레이어 솔리테어다.
[게임평]
플립 앤 라이트로 뒤집은 카드를 자기 원대로 조합해 사용해 나만의 콤보를 만들어보는 게임. 거의 혼자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은 알아둬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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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썼다가 글을 다 날려먹어서 다시 쓰기가 힘들었네요ㅠㅠ
두근대는 게임이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