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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대의 농경지대를 개척해보자! - 파이윰 리뷰 및 2인 간단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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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21:00

상반기에 돌려본 게임 중에 이 게임도 소개를 했어야 했는데 깜빡하고 빠뜨리게 됐네요.

그런 김에 아예 이 게임에 대해서 소감겸, 간단하게 리뷰를 하면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국내 정발 후 인기가 그리 많지 않았는지 떨이로 한참을 풀린, 그리고 아직도 팔리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재미가 없어 그정도로 안팔리나 싶긴한데요, 사실 프리드만 프리제의 역작 파워그리드의 시스템을 따왔다하니 어느정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살짝 할인할 때 업어오긴 했습니다.(그리고 그 뒤 파격할인가를 보고 울었다는..)

사실 제가 파워그리드로 보드게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어서 이분의 게임은 계속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는데요. 이후로 이상하게도 이분이 내놓는 게임마다 계속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파워그리드에 총기를 다 썼나 할정도로 이후에 그만큼의 재미와 몰입도를 보여주는 게임이 없었죠.

아이가 어려서 한참을 돌릴일 없이 가지고 있다가 올해 드디어 돌려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는데요? 그래서 최근에도 3~4번 더 연달아 돌린듯 하네요. 물론 중간에 다 못돌리고 다시 한적도 있습니다만.

파이윰을 돌린 뒤 느낀 결론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1500m 장거리 쇼트트랙 경주를 하는 듯한 승점 레이싱 게임'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장거리 쇼트트랙을 보면 마치 초반에는 서로 슬슬 출발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중반이후부터 가속을 붙이고, 막판 전력질주를 하죠.

이게임이 초반에 천천히 승점을 쌓아가다가 중반이후 승점 속도를 내기 시작하다가 막판에 갑자기 대량의 승점을 얻으며, 후발플레이어가 치고 올라오는 경우가 꽤 생깁니다. 이 부분이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비록 중반까지 뒤에 쳐졌지만, 그동안 승점을 미뤄두며 쌓아둔 자원들을 막판에 쏟아내며 쭉쭉 치고갈때의 쾌감이 즐겁습니다.

덧붙여 게임이 진행될수록 진짜로 무언가 이집트의 습지를 개간해가면서 허허벌판이 마을과 공방이 생기고, 도로와 다리가 놓이고, 신전이 만들어지면서 점점 도시로 발전시켜가는 변화해가는 흐름이 카드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진행되어가는데, 이러한 전개가 간만에 프리드만 프리제가 다시 각성했구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단 장거리 레이싱이라는 표현처럼 2인플 기준으로 2시간정도가 걸리더라구요. 이정도 플레이 타임이면, 사람에 따라서 길게 느껴진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물론 카드풀이 3, 4인일때도 거의 같아서 다인플일 경우 산술적으로 늘진 않을 거지만, 조금더 걸린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저에겐 그러한 플레이 시간이 지루하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고, 매번 어떤식으로 카드를 순환시키고 플레이할까, 또 후반부로 갈수록 악어의 습지가 없어지고, 그자리에 마을과 공방, 도시들로 채워지고, 다채로운 직업?인들이 등장하면서 마치 카드로 이집트 문명을 개척(?)하는 느낌도 살짝 들었습니다.

파이윰은 이집트 중북부 파이윰 오아시스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약 5천년 전에 형성되었다하는데요. 역사가 오래된 곳입니다. 고대 이집트 당시 나일강의 범람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운하를 따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오아시스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 오아시스를 끼고 이집트에서 델타유역 다음의 곡창지대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우리 플레이어는 이 고대이집트의 신하?가 되어 이 농경지를 개간하여 승점을 얻는 것이 게임의 주 목적입니다.

이 게임의 특징이 악어가 주요 농경영역에 깔리고 시작하는데, 이곳이 고대 이집트의 악어 숭배 신앙의 중심지였다고 합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이 도시를 '악어의 도시'라는 뜻에서 크로코딜로폴리스라 칭하였다고도 합니다. 이런 깨알같은 정보를 좀 알고 하면 게임에 좀 더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보드판은 다음과 같고, 크게 색깔에 따라 밀밭(노랑), 포도밭(보라), 채석장(회색)의 세가지 헥사구역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처음에 밀밭과 포도밭에는 악어가 깔린채 시작됩니다.

그리고 프리제 게임의 특징인 열린시장과 닫힌(미래) 시장이 보드판 좌측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자리에 뽑은 8장의 카드를 카드 넘버 순서대로 각각 4장씩 깔아놓습니다. 게임도중에 이곳에서 카드를 구입할 수 있는데 (-1) 토큰이 놓여있는 4개의 구역에서만 카드를 구입할 수 있고, 나머지 4개의 구역의 카드는 밀려서 첫 4구역 안으로 카드가 들어오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큰 수로 갈수록 카드 효과들이 좋아지는데 뒤집은 카드들의 숫자가 닫힌 시장에 있는 숫자보다 작으면, 이 카드들이 열린 카드시장에 계속 놓이게 되어 닫힌 시장의 카드는 중후반부로 갈때까지도 그자리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초반부터 강한 카드를 구입하게 되는 것을 어느정도 방지하게 되지요.

파워그리드와 다른점은 비딩없이 자신의 순서에 돈이 있으면 열린시장의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입니다.

처음에 스타팅 카드(농부3, 마을, 두개의 도로) 5장을 가지고, 돈은 선부터 3,4,5,6원씩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114~120번의 카드와 재해카드를 섞어 따로 두고, 나머지 카드를 섞어 덱을 만들어 시작합니다.

(카드중에 농부처럼 악어표시가 되어있는 카드들은 악어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집니다.)

게임은 막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초중급 전략정도의 난이도라 볼 있습니다.

자기턴에 할 수 있는 액션이 크게 세가지 입니다.

1. 카드 액션

2. 카드 구입

3. 관리 행동

이중 관리 행동만 약간 복잡해 보이는데요, 한번만 해보면 관리행동도 금방 습득이 가능합니다. 관리 행동을 통해 일나갔던 일꾼들을 되돌려오고, 모자란 돈을 보충하고, 카드를 보충하게 되죠.

이 게임이 독특한 점이 열린시장 시스템에 덱빌딩이 가미된 게임인데요. 이걸 상당히 즐겁게 믹스해 놓았습니다.

보통 덱빌딩은 카드를 구입하고 플레이하다가 떨어지면 다시 다 가져와서 재사용하는데, 이 게임은 관리 행동을 통해서 카드의 일부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것도 내려놓은 역순으로 말이죠.

유사하게 에이어즈 엔드가 순서를 바꾸지 않고 덱을 들고 오는 데, 파이윰은 역순으로 3장까지만 무료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후에 추가로 가져오고 싶다면 돈 1원을 내면서 가져오게 됩니다. 또한 관리 행동을 통해 카드를 2장씩(2~3인일 경우) 새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행동을 자주 할수록 게임의 종반부가 조금 빨리 다가올 수 있죠.

따라서 플레이를 할 때 좀 덜쓰거나 앞으로 쓰지 않을 카드를 먼저 플레이하고, 계속 사용하고 싶은 카드는 될 수 있으면, 나중에 사용하는게 덱을 효율적으로 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상 이게임에서 폐기는 아래쪽에 깔려있는 카드를 가져오지 않음으로서 자동으로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카드액션의 경우 크게 자원을 얻거나 돈을 얻거나 승점을 얻는 카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 카드는 그림 기호화 되어 있으며, 아래에 빨간색은 지불해야할 자원이, 초록색은 받을 수 있는 자원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포도 납품업자의 경우는 마을에 일꾼을 놓을 때 2개의 포도를 받고, 주조사는 포도를 지불하여 2승점과 5원을 얻게되는 거죠. 성직자의 경우는 일꾼을 보드판에서 제거하면서 하나당 2원씩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카드들이 서로 맞물려가면서 효과를 내게 됩니다. 따라서 카드의 연계에 맞추어 카드를 사서 자원과 돈의 수급이 최대한 마르지 않게 빌딩하게 된다면, 효율적인 승점 전략을 강구할 수 있는 것이죠.

게임의 흥미로운 점이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듯 초반에는 악어를 제거하고 개척하는 카드 위주로 플레이 하게 된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개척한 땅에 도로를 넓히고 마을과 공방을 올리고, 그곳을 이용하게 하는 카드들이 늘어나면서 마치 도시가 개척되어 가는 과정이 카드를 통해 나타나게 됩니다.

(한군데 에러플입니다. 어딘지 아시는 분? ㅎ)

마치 이런식으로 시작할 때 악어가 놓여있던 개척지들이 도시화 되면서 승점을 쌓아가게 되고, 게임은 중후반부로 달려가게 됩니다.

게임은 카드덱이 다 떨어지면, 따로 두었던 재해카드덱을 사용하게 되고, 뽑다가 재해카드 4장이 되는 순간 게임은 끝나게 되죠.

이때 따로 두었던 덱에 강력한 승점카드들이 있어서 막판뒤집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따로 두는 덱은 테두리가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강력한 승점을 주는 카드 4장과 재해카드 4장으로(2인기준)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중반부까지 자원을 모아 놓았다가 막판에 소모하면서 대역전극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해카드가 먼저 다나온다면, 낭패일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필승전략은 아닙니다.

저는 첫판부터 게임의 인상이 호였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닐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이게임의 핵심인 카드 능력들이 쉽게 들어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첫판에는 전체 카드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카드들로 덱을 짜야 콤보처럼 술술 풀릴지 잘 몰라서 첫판에는 뭔가 긴시간 동안 단순 카드플레이 하면서 승점먹다 게임이 끝나고 별 이펙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2~3판 돌려보고 카드가 대충 어떤게 있는지 아는 순간부터 이 게임이 조금씩 재미있어지죠. 둘 다 카드를 어느정도 알면, 상대가 어떤 카드를 가져가고, 어떤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지, 그럼 내가 방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도 슬쩍 보일 수 있습니다. 게임이 인터액션이 크진 않지만, 하다보면, 마을 위주로 플레이하는 카드가 많은 사람이 있다면, 상대가 마을에 일꾼을 먼저 꽉 채워놓는다던지, 공방카드를 보고, 공방을 먼저 사용한다던지 하는 정도의 가벼운 견제가 가능하거든요.

반대로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커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게임의 특징이 모든 공간을 같이 쓰는 개념이라 일꾼도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남이 놓아둔 일꾼을 활용할 수도 있고, 남이 만든 마을이나 공방을 내가 사용할 수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이 게임은 카드 드로우로 인한 운빨과 턴순서로 인한 원하는 카드의 매입이 어려울 수 있어 순순히 내 머릿속의 전략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켓에 따라 순간순간의 전략수정이 필요한 게임이죠. 하지만 이러한 점이 쉬운 접근성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초중급 전략 입문용이나 패밀리 게임으로는 제격인것 같습니다.

저는 이 게임이 재미있어서 아들과 연달아 3~4판을 돌렸습니다. 2판정도는 중간에 일이생겨 시간상 접게된 경우도 있었는데, 저는 보통 자원을 모아서 나중에 막판 고득점을 노리는 전략을, 아들은 지속적으로 승점을 먹는 방식으로 플레이하였습니다.

첫판에는 아이와 거의 30점 이상 차이나게 되었는데 후반부에 재해카드가 먼저 나오면서 고득점 전략을 제대로 쓰지못해서 패했으나 마지막 판에는 재해카드 앞으로 고득점 카드들이 잘 나와주면서 이기게 되었습니다.

아마 여럿이 하게되면, 서로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실시간 승점레이싱을 하기 때문에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프리드만 프리제의 파워그리드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색다른 느낌의 파이윰을 한번쯤 경험해봐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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