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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트나 호라」 2인플 소감

1,594 조회

2024.07.20 20:51

지난 주말 보드게임콘에서 구매한 「쿠트나 호라」 2인플을 두 번 플레이해봤습니다.

두 명 모두 3인플 경험이 1회 있으며, 3인플 당시에는 초플이라서 이벤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첫인상은 지난번 게시물에 있는 관계로, 오늘은 2인플 시 3인플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 및 분석 위주로 적었습니다.

요약은 맨 밑에 있습니다.

우선 규칙상으로 2인플이 3-4인플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벤트 필수 적용 (3~4인플에서는 선택 규칙)

- 2인플 전용 좁은 지도 사용 (3~4인플은 넓은 지도 사용)

- 총 6라운드 진행 (3인플은 동일하게 6라운드, 4인플은 5라운드 진행)

- 길드를 세 개씩 겹치지 않게 나눠가지고 시작 (3인플은 각자 독점 1, 공유 2를 가지고 시작. 4인플은 공유 3을 가지고 시작.)

사실, 규칙에서 제공하는 위의 차이점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경제 규모의 축소 내지는 경직(되었다는 느낌)입니다.

2인플은 플레이어 구분 없이 생각했을 때 3인플보다 총 액션 수가 적기 때문에, 여섯 가지 자원의 가격 변화 및 그에 따른 지출/수입의 변화가 (3인플보다) 더 적게 일어나게 됩니다. 제가 했던 두 번의 2인플 게임에서는 항상 인구 카드나 광석 카드 중 하나는 뒤집지도 않고 게임이 끝났네요.

**인구 카드의 경우 양면으로 40단계가 준비되어 있고 20단계가 진행되면 뒤집어서 뒷면으로 나머지 절반 단계를 진행하게 되는데, 전체 단계 중 절반만 진행했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자원 가격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3인플에서 2인플로 바뀐다고 해도 수요변화와 공급변화 모두 비례해서 감소하니까요.

길드를 서로 세 종류씩 분할하여 독점하는 것은 단점은 아니고 그보다는 전략이 달라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노력한다면 한 종류의 건물 네 개를 모두 짓는 게 가능해지면서 네 번째 칸의 8점 보너스를 (다른 기능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3인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네요. 아무래도 3인플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겹치는 건물은 혼자서 네 번 짓는 게 쉽지 않았으니까요.

3인플에서는 (광석을 고려했을 때) 여섯 자원 중 세네 자원은 여러 사람이 모두 접근 가능하기에, 자원이 너무 비싸지기 전에 그래도 누군가는 수입 증가를 노리고 그 길드 건물을 지어서 이득을 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반면, 2인플은 여섯 자원 중 (광석을 제외한) 다섯 자원이 독점인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공급이 매우 늦어지는 자원이 발생하기 쉽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내 다음 차례가 오기 전에 두세명이 연속해서 건물을 짓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나무가 갑자기 비싸지는 일' 같은 현상은 아무래도 2인플에서는 3인플보다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물론, 어느 전략 게임이든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내 차례가 오기 전 게임판의 변화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다만 「쿠트나 호라」는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따라 경제 상황이 달라지는 게 특징인 게임이니까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걸 더 쉽게 인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 자체를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재미 요소가 하나 빠졌다는 느낌을 받을 테고요.

그 빈도가 줄어든다는 거지, 체감이 힘들 정도로 안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엔진 빌딩이나 콤보가 터지는 게임의 자극적인 맛이 「쿠트나 호라」에겐 없기에,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내가 영향을 받고 그걸 해결해가는 거에서 느끼는 재미를 좀 더 자주 겪을 수 있는 3인플이 2인플보다 조금 더 만족스러웠긴 하네요.

한 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 변화폭은 2인이든 3인이든 차이가 없었습니다. 해보신 분은 아시다시피, 이게 카드 한 장 전진한다고 무조건 가격이 변하는 수준은 아니라서요.

지도가 좁아진 영향 및 건물/광산 점수 규칙 때문에, 몇몇 행동의 중요성은 3인플보다 높아졌습니다.

3인플은 4인플과 동일한 지도를 사용해서 지도가 상당히 넓게 느껴진 반면, 2인플은 지도가 칸 수 자체도 더 적고, 무엇보다 지도의 모양 때문에 인접하는 칸이 적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건물을 지을 때 다른 플레이어 건물과 아이콘을 맞추는 행위가 3인플에서는 그래도 내가 누군가 한 명보다는 앞서가게 되지만, 2인플에서는 서로 점수가 올라가면서 건물 점수가 무의미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지 행동을 통해 자리를 잡고 권리 행동을 통해 특정 아이콘의 공공건물을 선점했을 때 생기는 상대적 이득이 3인플보다 훨씬 커지더군요. 상대방에게 전략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이 건물 배치와 자리 차지, 그리고 광산 점수 우위라는 게 다른 것보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렇듯 견제가 중요한 게임 요소가 되었기 때문인지(혹은 인원이 적어서 깔리는 아이콘에 한계가 있고 그에 따라 아이콘 최적화에 한계가 있어서인지) 두 게임 모두 점수는 3인플 때보다 적게 나왔습니다. (3인플 1등 약 90점, 2인플 첫 번째 게임 1등 약 55점, 두 번째 게임 약 75점)

2인플 시 생기는 또다른 특징은 연속 턴의 존재입니다.

후턴인 플레이어가 카드 한 장을 플레이하고, 라운드가 끝난 후, 새롭게 선턴이 되어 카드 두 장을 추가로 플레이합니다. 즉, 연속 3액션을 하게 되는 거죠. 콤보 게임의 성격은 옅기에 이 3액션으로 폭발적인 행동을 하긴 어렵지만, 변수를 최소화한 상태로 할 수 있는 3 액션이 있다는 점이 3인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3인플에서도 두 번쨰 플레이어는 1액션 후 1액션만 기다리면 다시 2액션을 하게 되긴 하지만요.)

이 3액션을 어떻게 써야 가장 맛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땅따먹기 쪽도 의미가 있었고, 성당 액션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습니다.

(2인 전용은 아니지만) 이벤트는 일단은 흥미롭지만, 걱정되는 요소도 있었습니다.

2인플에서는 플레이어의 수가 적어서 생기는 경직적인 상황을 풀어주는 역할로 이벤트가 강제됩니다. 그리고 숨겨진 역할로, 위에서 말씀드린 연속 3액션이 완벽하게 예측되지는 않고 최소한의 변수(새로운 라운드 시작 시 열리는 이벤트)가 남는다는 의미에서도 좋았어요.

이벤트 하나하나가 플레이어들의 라운드 전략에 변화를 줄 정도의 임팩트가 있어서, 다인플에서도 종종 넣어서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 이벤트 중 세금을 올리는 이벤트가 다수 있어서, 세금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성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인플의 단점은 상호작용보다 이게 더 크다고 봐요. 3인플보다 전체 행동 수가 적은 2인플에서는 수요 증가나 세금 증가가 더 적어지기에 이벤트가 이 부분을 보정해주려고 넣은 건데, 그때문에 세금이 어느 정도는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느낌?

이벤트를 2인플 시 매우 권장이 아니라 강제로 한 부분은 다소 아쉽네요.

요약

- 플레이어가 적어져서 수요/공급 변화가 적다. 그렇다고 자원 가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아서, 이것 때문에 게임성이나 전략이 달라질 것까진 없다.

- 길드를 세 개씩 나눠서 독점하는 거는 그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느낌이지 문제가 된다는 느낌은 아니다.
- (위 두 요소의 영향을 포함하여) 내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경제 상황이 바뀌어서 내 플레이가 영향을 받는 경우는 3인플보단 적다. 다만 비교했을 때 횟수가 적다는 의미지, 게임 경험에 영향을 줄 정도로 드물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 땅이 좁아지기도 하고 건물 점수 계산 규칙 때문에 대지, (공공 건물의) 권리, 광산 행동의 중요성이 3인플보다 높아진다.

- 라운드가 넘어갈 때 연속 3액션이 생긴 것도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2인플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 (2인 전용 요소는 아니지만) 이벤트 시스템 자체는 재밌다. 다만 세금은 전반적으로 오르는 편이라서, 이벤트 강제가 2인플의 더 큰 단점일 수도 있다.

예상 질문 답변.

Q. 이 게임 2인플을 만족하시나요?

A. 최고의 게임이라고 할 정돈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플레이하긴 했습니다.

제가 2인플을 하기 전에 우려했던 건 길드 나눠먹기로 인해 서로 자기 할 일만하고 상호작용이나 경제변화가 적은 거였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자리싸움 및 그에 따른 수싸움이라는 형태로 상대방을 끝없이 의식해야 하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도 2인플에서도 경제 변화는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일어나지만, 그래도 3인플이 더 변화무쌍한 건 사실이니까요.

Q. 이 게임을 몇 명이서 해야 좋다고 생각하나요? (게임을 정해놓고 인원을 정할 때)

A. 2, 3, 4인 모두 약간씩 느낌이 다를 것이기에 인원수를 고정해놓고 할 필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2인플'만' 가능한 분이 (혹은 2인플을 주 목적으로) 구입하는 건 조금 말리고 싶긴 하네요. 인원이 적어서 재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2인플에서는 이벤트 카드를 항상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게 전 더 큰 단점이라고 봐서요.

같은 이유로,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벤트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3인플이나 4인플이 2인플보다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Q. 2인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게임을 할 건가요? (인원을 정해놓고 게임을 정할 때)

A. 최우선 게임은 아닙니다만 가끔 생각나긴 할 것 같습니다.

「쿠트나 호라」의 경우에는 전략 게임이긴 하지만 콤보를 터뜨리느라 이것저것 계산할 게 많거나, 마른 걸레를 쥐어짜느라 고민해야 하는 게임이 아닌 게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컨디션이 살짝 아쉬운 상태에서 그래도 전략 게임은 하고 싶다면, 또는 다른 게임들보다 경제 요소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 하고 싶을 때는 고려해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컨디션이 최고여서 더 복잡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우선 순위가 낮을 것 같긴 합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올해 하반기 동안 「쿠트나 호라」 2인플을 한 번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예감도 듭니다.

거의 주말에만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제가 가장 2인플을 많이 하는 「아컴 호러 카드 게임」으로 해봐야 할 새로운 덱이 많은 게 제일 크네요. (한 달에 두세 캠페인 정도 플레이합니다.) 배송이 얼마 안 남은 「테라포밍 마스」 새로운 지도와 「마라케쉬」도 궁금하고, 선주문 받고 있는 「이베큐에이션」이나 연말에 새로운 요소가 잔뜩 추가될 「정령섬」만으로도 바쁜 하반기일 것 같아서요.

아래로는 2인플 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