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031 "통조림이 되어 버린 정어리를 아시오?" 라타 Lata 리뷰

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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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13 오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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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에 신선한 음식을 공급은 부대 사기진작에 큰 도움을 준다. 남북전쟁만 해도 커피의 보급이 정말 중요했고 남군의 커피 수입이 막히자 유사 커피까지 등장했으며,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해군에는 아이스크림 필수 보급품이기도 했다. 고기를 보급하기 위해 통조림에 다짐육을 넣어서 유럽 전선에 스팸을 보급함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사기진작에 정말 중요한 보급품이었던 아이스크림]

이와 같이 통조림의 역사도 전쟁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 흔히 알겠지만, 19세기 초 나폴레옹 군대가 어떻게 하면 신선한 보급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고, 공모전을 통해 병에 음식을 넣고 끓여서 살균하는 병 통조림이 처음으로 발명되었다. 병의 단점은 이동 시 깨지기 쉬운 점인데 이후의 영국의 발명가가 철안에 얇은 주석을 입혀 우리가 아는 깡통 통조림의 형태로 발전했다.

[15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포르투갈 통조림 산업]

포르투갈의 통조림 산업 역시 1, 2차 세계 대전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전성기에는 400여 개의 통조림 제조업체가 있었다고 한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고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급이다 보니 이런저런 간단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한편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극명한 생존권이 달린 전쟁을 통해 이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라타의 3가지 통조림 제조법]

라타 룰북을 읽으면서 가장 의문이 드는 점은 ... 올리브 정어리 혹은 토마토 고등어 통조림은 없는가 하는 의문점이었다. 라타는 3가지 레시피만 존재한다, 정어리, 토마토 정어리, 올리브 고등어,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고민 끝에 찾아보았는데 현실에서는 두 가지다 존재하는데 라타의 배경이 되는 20세기 초에는 어떠했는지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냥 게임적 혹은 룰적으로 3가지 잘나가는 레시피를 제안한 것 같다.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이유는 글 말미에 적도록 하고

[ 아니 5부작 시리즈였다니! 점으로 표시가 되어있다 ]

라타를 3번째 해보고 예전에 구독자 이벤트로 드렸던 카페 엑스프레소를 다시 중고로 구입했다. 카페 엑스프레소도 간단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전형적인 게임이라고 좋아했지만, 포르투갈 산업 3부작이 이 '라타'와 '카페' 였다는 건 라타를 하기 전에는 몰랐다. 아마 포르투갈 하면 요업,아줄(Azul)의 나라! 마지막은 도자기로 화려하게 장식하지 않을까? 이 시리즈는 수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타를 첫 번째 했을 때는 꽤 간단히 하기 좋은 게임이구나 정도였지만, 두 번째 플레이 시 그 가치를 더 알 수 있었다. 전혀 다른 감정과 미묘한 서로의 심리전이 발생하기도 하고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일단 6라운드 동안 진행되는데, 라운드 동안에는 게임의 진행에 대한 항상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라운드가 끝나는 순간 자신이 세팅한 설비, 가지고 온 수출, 점수 카드가 과연 앞으로 쓸모가 있는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쓸모를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걸 미리 고민해 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우선 현재 라운드에 충실하면 되는데, 우선 라타는 순서 경쟁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카드 시장의 종류가 3군데나 있기 때문에 드레프팅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크의 큐브를 이용한 5가지 시장 항목에 대한 옥션 비딩]

여기서 각 오픈 시장 드레프팅 항목에 대한 입찰을 가림막을 가려 하는 구텐베르크가 생각나기도 한다. 구텐베르크의 재미있는 점은 주어진 제한된 큐브를 이용해 가림막 뒤에 각 항목에 큐브를 배치한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일수록 많은 큐브를 입찰에 사용하는 단순함이 있지만, 그 근거가 라타처럼 남은 행동력에 근거하지 않는다.

[ 6이라는 많은 행동력을 사용해 선을 잡으려는 의지를 보이는 중, 초반에 가능하지만 후반에는 꽤 많은 행동력이 소모된다. ]

라타는 대신 3가지 오픈 드래프팅 시장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오픈 드래프팅 시장의 선택 순서를 가림막 뒤에 행동력 (Action point)를 사용해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행동력은 9에서 소모하고 또한 남은 행동력은 1) 설비에서 생산 2) 수출을 위해서 3) 새로운 수출 카드를 공개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그래서 서로의 생산 시설과 수출 카드 위에 올려진 큐브들을 지속적으로 보게 되며, 점수 카드에 따라서 현재 가져오면 생산을 포기하더라도 이득이 되는 카드들이 있기 때문에 순서 결정을 위해 높은 행동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순서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해도 차선은 있다. 내가 상대방에 비해 얼마나 행동력을 남겨야 할까 하는 딜레마가 라타의 핵심 재미이다. 이 순선 결정 단계가 3개의 모든 시장과 관련되어 있다.

설비야 최적의 생산을 위해 컨베이어 밸트 처럼 생산라인을 만들면 되는데, 재미있는 점은 무조건 카드 1장이나 2장을 가지고 가게 되어서 기존의 설비를 덮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효율을 좋게 낼 수 있는 위에 설비에는 토마토, 올리브 시설을 놔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만 때론 돈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진 출처 Boardgamegeek]

수출은 정말 눈치 싸움으로 어떻게 수출을 해야 다음 라운드도 내가 카드를 가지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많은 게임에서 보여주지만, 막타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좋았다. 선 싸움이 그래서 치열하게 더 작동할지 모른다.

[사진 출처 Boardgamegeek]

점수 카드는 이 게임의 꽃으로 정말 다양한 경우의 점수 카드들이 존재하고 매판 게임의 양상을 바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내 점수의 경로가 정해진다는 다이내믹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주어진 상황에 정말 부합하는 점수 카드가 있다면 순서 단계에 큰 행동력 비딩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분기를 생성하는 3가지 시장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정말 게임이 유기적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순서 싸움이 정해지면 다음 수순은 어느 정도 정해지게 된다. 어떤 게 유리한 방향으로 갈지 상대방의 행동력 사용 방식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기 때문에 게임 진행은 빠르지만 텐션을 조금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6라운드 동안 그래도 순서 단계가 있기 때문에 다시 텐션은 쭉 유지되는 편이다. 20~40분 걸리는 게임으로 어느 정도 구텐베르크에서 보여준 옥션 비딩의 재미를 어떻게 보면 더 긴장감 있게 구현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U5naOzjiPy4

솔플도 해보았지만, 꽤 작동을 잘한다. 기업에 따라 다른 4가지 솔플 모드를 지원한다는 점도 작은 박스가 주는 풍성한 즐거움이 있다. 행동력을 사용해서 내가 설비 카드 몇 장을 뽑을지 결정하게 되는데 그 부분도 재미있고, 다인보다는 점수가 시원시원 자나기 때문에 충분히 즐겨서 해볼 만하지만, 확실히 다인의 눈치 보는 재미가 더 좋은 작품이다. 솔플로는 골몰하는 재미 자체가 좋은 '카페'의 압승이긴 하다.

https://youtu.be/DPhvbUpdQsE

개인적으로 일러의 아름다움은 '카페'보다 '라타'의 압승으로 본다. 특히 맑은 눈을 하고 있는 정어리, 통통한 고등어들이 귀여워 보이긴 살면서 처음이기도 하다. 카드의 일러스트레이션도 좋고 작은 카드 사이즈가 꽤 마음에 든다. '카페'에서는 종종 지적했지만 작은 카드 사이즈로 나와도 충분히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카페'의 하얀 시설이 사진을 찍으면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라타는 박스 질감은 정말 통조림같이 되어있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신경 쓴 오랜만에 아트적인 작품이라고 느꼈다. '카페'에서 약간 아쉬웠던 점이 많이 해결된 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좀 더 다양한 통조림 레시피가 있으면 좋겠지만, 더 많은 큐브와 게임의 복잡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멈춘 것에 이해가 되면서도, 레시피에 대한 추가 룰이 있다면 어떻게 게임이 진행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약간 3가지 조합이 단순하게 느껴진다는 모임원의 소감도 충분히 이해 가는 측면이다. 그래서 너무 깊이 있는 전략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실망감을 줄지도 모르겠다.

'라타'와 '카페'는 어떻게 보면 비슷하고 다른 한편으로 전혀 게임의 방식이 다르다. 설비 시설을 만들고 후에 시퀀스에 맞게 생산을 하고 후에 수출 (배달) 하는 식으로 스코어링이 이루어진다. 일단 '카페'는 위의 과정을 위해 최적의 카드 레이어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약간 혼자 퍼즐 하는 느낌 아주 강하다. 개인적으로 브레인 버닝과 게임 난이도는 '라타' 보다 '카페'가 훨씬 위고 점수도 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옥션 비딩으로 강렬한 한숨과 탄식을 하기에는 '라타'가 더 좋다고 느껴졌다. 산업의 생산 진행 방법은 비슷하지만 게임 방식으로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면서, 자국의 전통 산업에 대해 게임을 만들었다는 작가들의 마음도 귀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가 또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별밤 드림

'코리아보드게임즈'으로 부터 제품을 제공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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