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프로젝트 11/10
코로나 이후, 그리고 본격 육아의 길로 접어든 이후로 게임에 대한 갈증을 못 풀고 있다가, 작년부터 아레나에서 이를 풀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니... 그동안 게임을 많이 못 해본 걸 이제라도 만회해 보고자 올해는 최소한 100개의 게임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안 해봤던 게임 100개를 해보자, 생각을 했었지만, 무리한 계획인데다, 어차피 해본 게임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임이 많아서 그냥 100개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다행히 아레나에 수많은 게임들이 있고, 올해는 오프모임도 종종 나갈 기회도 있고, 또 앱들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왕 플레이하는 거, 기록으로 남기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어, 10개 단위로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개인 메모장으로 남긴 글을 긁어오는 것이라, 리뷰 내용은 반말로 작성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게임 제목 (평점, 플레이 방식) 형태로 작성되었습니다.
101. 듀오스 (7, 가족들과)
보드게임계 셀럽이신 쭈꾸미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하사받은 게임. 이벤트 대상으로 올라왔던 게임들 중, 가족게임으로 가장 좋아보이는 게임으로 신청해 당첨된 게임으로, 코드네임 픽처스를 좀 더 어린 친구들도 할 수 있을 법하게 개량한 느낌이다. 제시되는 12개의 그림 중, 짝꿍이라고 느껴지는 그림 2개를 골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인지를 확인하는 게임이다. 6살난 아들과 해보고 싶어 시도를 해보았으나, 아직 이런 추상적인 개념을 연결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해 제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너무 귀여운 게임이라 추후 정말 해볼 날을 기다린다.
102. 더 넘버 (9, 아레나)
아레나에서 플레이해보고 굉장히 충격받았던 게임이다. 간명한 규칙으로 흥미진진한 눈치 게임을 구현해낸 게임이다. 0~9의 숫자 풀에서 얼마나 큰 수를 써서 낼 것인가,얼마나 다양한 수를 써서 낼 것인가를 잘 고민해서 점수를 따내야 한다. 한 번 쓴 수는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의 숫자 정보를 잘 읽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완성도 높고 단순하며 재미있는 게임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묻혔다는 점에서도 다시 한 번 충격. 히트 게임의 벽은 이렇게 높단 말인가?
103. 다빈치 코드 (6, 아들과)
고전 중의 고전인 다빈치 코드를 아들과 해볼 기회를 얻었다. 어느 면에서도 크게 인상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숫자를 맞춰나갈 때 흥미로워하는 아들의 표정은 기억에 남는다. 나는 별 인상을 못 받았지만, 최근 피의 게임 2 같은 브레인 서바이벌 게임 같은 데서도 계속 변주되면서 활용되는 걸 보면, 이 게임이 가진 간명한 규칙의 힘은 대단한 듯 하다.
104. 언락 키즈 (10, 아들과)
언락을 처음 출시했을 무렵에 해봤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시 기억은 신박하긴 한데 일부 요소는 약간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있었던 듯 하다. 내 추리력이 부족한 건지 게임의 기믹에 정말 억지가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게임이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신박한 기믹들을 장착한 사건의 재구성, 디텍티브 등이 등장하면서 선호도에 밀린 것이 언락 시리즈였다. 그런데, 숫자 요소를 심볼로 대체하고 테마를 귀엽게 하고 난이도를 낮춘 언락 키즈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어린이-가족 게임이 된다. 아이가 즐기는 걸 옆에서 슬쩍슬쩍 봐주는 것만으로도 함께 모험의 세계로 빠지는 듯한 기분과 함께 기억에 남을 추억을 남긴다.
105. 스플렌더 (10, 아들과)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현대 고전. 다만 이 게임이 이 리스트에 올라온 것은, 오래 전부터 아들과 이 정도 난이도의 가족 게임을 하고 싶어서 여러 게임을 시도했고, 스플렌더는 그 중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여겨 자주 시도했지만 “할인” 개념에서 좀 막혀 해서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했는데, 올 가을 무렵엔 이게 될 거 같다고 판단을 하고 시도했는데 게임을 완전히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걸 확인했다. 아들이 게임 메이트로 일정 수준에 올랐음을 확인한 순간.
106. 배런파크 (9, 아들과)
스플렌더가 통하면서 배런파크도 통하리라 예상하면서 꺼냈던 게임. 고득점 전략까지는 몰라도 규칙은 확실히 이해한다. 이제는 점수 개념이 확실히 자리가 잡혀서 좋아하는 팬다가 있다고 무조건 가져가는 나이가 아니게 되었다. 평화로운 가족용 타일놓기 게임으로 이만한 선택도 드물다.
107. 테라포밍 마스 + 서곡 확장 (10, 앱)
가끔 테라포밍 마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앱을 켰다가, 아 결국 그 맛이 그맛인데 피곤하다…며 앱을 닫기를 여러 번 하던 어느 날, 그래 서곡을 끼면 달라진다던데… 하며 확장 결제를 하고 몇 판을 해봤다. 확실히 서곡 확장의 존재가 게임의 진행을 시원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좀 더 게임을 자주 꺼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을 듯 하다. 실물로는 어차피 꺼낼 일이 드물고, 명작이라 생각해 구매만 해둔 상태라 확장 구매까지 가기는 힘들 듯 하나, 최소한 앱으로는 확장 포함이 필수가 맞을 것 같다.
108. 스카이 팀 (7, 오프모임)
올 에센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 중 하나. 아… 아이들도 집에 있어서 협력 게임을 좀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사실 여전히 협력 게임이라고 하면 약간 시큰둥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말정말 잘 만든 게임이라고 느꼈고, 테마와 찰떡이 되는 게임 시스템에 경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들지만, 와… 잘 만들었네…란 감탄 이후 다시 하고 싶은 느낌은 들지 않는 게임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 문제겠지만,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받는 협력 게임은 팬데믹 레거시와 같은 극한의 테마를 담근 스토리 게임이던가, 아니면 규칙이 정말 3분 컷으로 끝나는 극도로 단순한 규칙의 더 크루와 같은 게임이 아니면 한계가 있는 듯 하다.
109. 숫자공룡 (9, 딸과)
첫째 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숫자를 깨우쳤다. 아들이 처음 숫자를 익힌 순간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신기한 기억인데, 세 살 즈음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할 때, 매일 읽어주던 책을 보다가 페이지 수를 콕 찍으면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 거였는데, 그때는 말도 제대로 못 하던 때여서, 손가락으로 그 작은 숫자를 계속 가리켰다. 추측을 해보면 여러 가지 책을 보는데 왜 항상 같은 자리에 똑같은 글씨들이 박혀 있는지가 궁금했던 건지, 암튼 그때부터 수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과정에서 구입했던 게임이 숫자공룡이었고, 게임을 무척 좋아했다. 너무 많이 사용해서 사실 지금은 타일 몇 개는 분실 상태이고, 물에 젖은 타일도 있어서 제대로 게임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딸도 숫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꺼내서 보여주고 놀기 시작했지만, 컴포 분실도 있고 해서 제대로 돌아가진 않았다. 하지만 아들과 좋은 기억이 많은 게임이고, 시중의 메모리 게임들은 대부분 그냥 같은 그림 2개 맞추기에 불과한데, 이 게임은 “공룡”이란 변수를 넣어 5X5 정사각형 사이즈에 타일 25개를 예쁘게 배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메모리 게임 중 가장 정갈하게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해 점수를 높게 준다.
110. 도블 동물원 (7, 딸과)
숫자공룡을 시작으로 뭔가 딸과도 게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겨울이 다가와 외출도 점점 어려워지면서, 딸과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게임들을 꺼내게 되는데, 그 시발점이 되는 게임 중 하나다. 3살 딸도 그렇고 아들이 처음 게임에 관심을 보이던 서너살 무렵 이 게임을 꺼낼 땐 정식 규칙으로 하지 않는다. 그냥 펭귄 그림 찾기, 팬다 그림 찾기 같은 걸로 시작한다. 그러다 아들은 네다섯살이 되면서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도블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왜 이 게임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올해 가을까지는 게임 같은 걸 꺼내면 그냥 다 집어던지기 바빴던 딸이 같이 앉아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시기가 왔다는 점에서 네 가족이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