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프로젝트 10/10
코로나 이후, 그리고 본격 육아의 길로 접어든 이후로 게임에 대한 갈증을 못 풀고 있다가, 작년부터 아레나에서 이를 풀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니... 그동안 게임을 많이 못 해본 걸 이제라도 만회해 보고자 올해는 최소한 100개의 게임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안 해봤던 게임 100개를 해보자, 생각을 했었지만, 무리한 계획인데다, 어차피 해본 게임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임이 많아서 그냥 100개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다행히 아레나에 수많은 게임들이 있고, 올해는 오프모임도 종종 나갈 기회도 있고, 또 앱들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왕 플레이하는 거, 기록으로 남기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어, 10개 단위로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개인 메모장으로 남긴 글을 긁어오는 것이라, 리뷰 내용은 반말로 작성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게임 제목 (평점, 플레이 방식) 형태로 작성되었습니다.
91. Elawa (6, 아레나)
다소 독특한 방식의 자원 드래프팅이 들어간 카드 게임. 자원을 가져가는 방식이 다소 독특하긴 하나, 사실 상당 부분이 강제적으로 할당되는 형식이 되다 보니, 내가 게임을 한다기보다 게임이 나를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게임. 신선한 방식이 항상 좋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92. Expeditions: Around the World (4, 아레나)
볼프강 크레이머의 (무려!) 1985년 작을 재출시한 게임. 재출시를 했지만, 올드한 느낌은 남는다. 처음 게임의 인상은 정말 세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세계지도를 통해 구석구석을 탐사하는 느낌을 주고, 다양한 지역의 사진이 제공되기 때문에 여행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듯 해 두근두근했다. 하지만 옛 게임답게 메커니즘이 무척 거칠고, 인터랙션이 게임을 다소 답답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게임을 유쾌하기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임이다. 반대로, Circle을 완성하면 아무 곳에서나 게임을 이어갈 수 있는 규칙은, 의외의 타이밍에 묘수를 찾아내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즐거움보다는 답답함이 훨씬 커서, 가족끼리 즐겁게 게임하기는 어렵게 느껴졌다.
93. Next Station: London (10, 아레나)
SDJ 후보에 오른 롤앤라이트 게임. 또 롤앤라이트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롤앤라이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멋진 게임. 지하철역은 많은 보드게이머, 그리고 보드게임 디자이너들의 로망을 담은 테마일 듯 하다. 그러나 지하철 노선의 복잡도는 아마도 많은 보드게임 디자이너를 좌절시켜 왔을 것이다. 이 게임은 라운드마다 각각 다른 색의 펜을 쓰고, 그것을 돌려 써서 결국 모든 플레이어가 4색을 다 쓴다는 요소를 통해, ‘지하철 노선의 여러 색상’을 멋지게 구현하면서도, 다운 타임 없이, 모두가 균등한 기회를 갖도록 디자인해 냈다. 그 이후는 지하철 역들을 연결하는 기하학적인 다양한 퍼즐 요소가 게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낸다. 재미있는 퍼즐 요소를 담고 있으면서도 테마를 환성적으로 구현한 멋진 게임. 나는 잘 한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더 잘 해서 승부욕을 계속 자극하게 만드는 대단한 게임.
94. Age of Civilization (4, 아레나)
간단한 구성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문명 게임. 신선한 시도였지만, 다운 타임이 굉장히 길게 느껴져서 매력이 영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실제 오프 게임에선 다른 사람이 플레이할 때, 그걸 지켜보면서 내 대응을 하는 것까지가 게임의 요소겠지만, 아레나에서의 게임 경험은 지루한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95. Tiwanaku (8, 아레나)
사랑스러운 디덕션 게임. 베팅과 디덕션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디덕션에 있어서는 최근 튜링 머신이라는 괴물이 탄생해서, 뭔가 밀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의 게임처럼 보이는 게 아쉽다. 튜링 머신과 비슷한 해독판이 존재하는데, 실제 오프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 궁금하다. 게임이 크게 2개의 페이즈로 나뉘는데, 두 페이즈 모두 아주 새로운 득점 방식은 아니지만, 각 상황에 맞게 아주 절묘한 득점 규칙을 적용해서, 게임을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전략적으로 찍어야 하는 상황, 콤보를 통해 큰 득점을 내는 상황이 모두 있어서, 디덕션을 아주 전략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게임이며, 클루처럼 한 방으로 끝나는 디덕션이 아니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96. Setup (4, 아레나)
게임이 Draw 운에 많이 기대고 있으면서도 득점이 고만고만한 레이싱 게임이다 보니, 비슷비슷하게 나가다가 Draw가 망하는 타이밍이 오면 좌절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기분이 나쁘다. 물론 내가 게임을 잘 이해를 못 한 거거나 그냥 잘 못 한 걸 수도 있겠지만, 첫인상은 매우 나빴다. 그리고 가족 게임이라고 하기엔 잔룰도 썩 직관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아,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97. 종이와 바다 (10, 아레나)
걸작. 수없이 많은 게임이 나온 카드 게임 장르, 그것도 셋 컬렉션 게임에도 혁신은 존재한다. 브루노 카탈라는 역시 위대한 디자이너다. 최근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테오 리비에르 역시 대단한 재능을 증명한다. 유튜버 티노님은 “고스톱” 맛이 난다고 하셨는데, 사실이다. “고스톱”을 정말 해보고 이렇게 편집할 생각을 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고,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무에서 이걸 만들었다고 해도 대단하다.
“고스톱”과 닮은 부분은 이런 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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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패에서 고를 수도 있고, 더미에서 랜덤 뽑기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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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맞추면, 그 때 점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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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기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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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내려놓는 패가 있고, 핸드에 들고 있는 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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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점(와우! 맞고의 그 7점?)을 내면, 내가 1등일지 아닐지 “베팅”을 할 수 있고,
베팅에 성공하면 추가 점수를 얻고, 실패하면 기본 점수를 잃고 추가 점수만 얻는다. -
가장 놀라운 규칙은, 4장의 인어 카드를 내면 즉시 승리! (총통!!?? 뇌내망상 같기도…)
“고스톱”을 닮았다고 느낄 만큼, Draw 운빨을 많이 타는 게임일 수 밖에 없는 게임이지만, 이를 특정 점수 내기로 어느 정도 보완했고, 운빨에 대한 불만보다는 셋 콜렉션을 완성해서 점수를 내든, 액션을 취하든 상황을 개선시켜 내는 데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에 게임이 아주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다. 2인 게임으로도 재미있고, 3~4인 게임이 되면 “Full Game”을 감안해 1등 견제를 해야 하는 것도 흥미롭다. SDJ도 노릴 수 있는 대단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었을까 해서 찾아봤더니, 올 SDJ에서는 추천작에 선정되었다. 아트웍도 너무 아름답다. 반드시 사서 소장하고 싶은 게임.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처음 한 날 바로 ELO 점수 250점을 찍었다. 야호!
그리고 아레나 모드로 돌리면서 ELO 점수 150으로 하락… ㅠ.ㅠ
98. 웰시코기 강아지똥 (2, 페스타)
한 때, 아이들을 생각해서 구입을 고려했던 게임이다. 페스타에 가족들과 시연 테이블에서 해봤는데… 애석하게도 고장이 나 똥이 잘 나오지 않았다. 똥의 끈적끈적한 재질은 매우 싫어하는 촉감이었고… 구매 의지는 완벽하게 꺾였다.
99. 크로키놀 (6, 페스타)
영광스럽게도 첫 크로키놀은 가이오트님께 사사를 받는 기회를 얻었다. 어릴 적 바둑알 알까기만 생각하다가 뭔가 “공식 알까기 게임”인 크로키놀을 접했을 때, 크로키놀의 알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커서 깜짝 놀랐다. 가이오트님의 벽은 아주 높았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사실 뭐가 그렇게 특별한 게임인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100. 캔버스 (6, 아레나)
오, 이것까지도 아레나에! 사실 집에 선물받은 캔버스가 있긴 했는데, 오랫동안 해보지 못하고 고이 모셔져 있는 상태이다. 너무나 예쁜 게임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나 역시 묻지마 구매를 고려하던 중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게임 경험은 좋지 않았다. 가벼운 게임인 건 좋다. “예쁘고 가벼운 게임”으로 이름이 높았기에 기대가 컸는데, 시장에 내가 원하는 카드가 잘 깔리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가 더 커서 썩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기가 어려웠고, 생각할 게 많지 않음에도 마음에 드는 카드가 수중에 별로 없으니, 없는 살림에서 카드 조합을 짜내고 짜내는데 쓸데없이 스스로 장고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떻게 맞춰봐도 낮은 점수인 게 함정…) 다시 플레이하거나, 실제로 플레이하면 느낌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첫인상은 좋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