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서울 워게임 모임 후기: 나폴레옹 전쟁,쿼터마스터 제네럴: 1914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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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13:04

12월 2일, 회기역 미플보드게임에서 열린 서울 워게임 모임에서 화이트님, 박상준님, 패튼님, 슈리님과 함께 나폴레오닉 워와 쿼터마스터 제네럴: 1914를 즐겼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 개봉을 말미암아서 전번에 한번 즐겨봤던 나폴레옹 전쟁을 다시 또 즐길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또 예상치 못한 꿀잼 경험이었던 쿼터마스터 제네럴: 1914 덕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나폴레옹 전쟁의 보드

나폴레옹 전쟁에서 저는 오스트리아로 플레이했습니다. 패튼님은 나폴레옹의 프랑스, 박상준님은 러시아, 화이트님은 프로이센, 슈리님은 영국이셨습니다. 전번에 첫 게임임에도 나폴레옹으로 했다가 주사위 운빨로 5가 나와서 얼떨결에 게임을 초고속으로 승리했던 만큼 이번에는 때리는 입장의 프랑스가 아닌 얻어맞는 입장의 오스트리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소원대로 곤죽이 되도록 맞다가 첫턴에 강제 항복해버리는 일까지 겪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게임이 3턴 만에 끝나서 더 제대로된 전투를 못해본 것이었지만 왜인지 이번에 제가 참전한 전투마다 족족 말아먹어서 주사위에서 6이 나온 게 딱 한번이었던 만큼 더 싸웠어도 오히려 제 아군에게 짐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흙길을 의지해 불도저 마냥 뚫는 나폴레옹을 막으려는 애처로운 모습

다만 이런 제 아쉬움과 별개로 오스트리아의 빠른 리타이어에 따라서 외로웠던 러시아에 합류한 화이트님의 프로이센이 프랑스 대항마 중핵으로 부상하고 슈리아님의 영국이 차차히 스페인의 난장판을 정리해서 프랑스를 올가미에 묶는 듯한 상황이 연출된 점은 정말 관람하기 재미있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프랑스 진영에 합류할까 마음속으로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또 프랑스가 막판 뒷심을 발휘해서 프로이센을 항복시키는 반전도 일어났습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였던 오스만의 지하드 성공

특히 화이트님의 프로이센이 부하로 부려먹는 오스만을 갖고 프랑스의 방어군이 없는 걸 틈타서 이탈리아 공세를 감행해 로마까지 점령하는 등 프랑스의 골칫거리로 부상한 구도는 정말 예끼치 못한 꿀잼 시나리오였습니다. 프랑스 진영으로 들어갔다면 1순위로 거져먹으려 했을 지역이긴한데 과연 그날 제가 오스만군마저 밀어낼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Quartermaster General: 1914

러시아로서 아제르바이잔까지 확장하는 게 생각보다 계륵이었던...

쿼터마스터 제네럴: 1914는 12월 2일에 처음 해본 게임입니다. 아예 쿼터마스터 제네럴 시리즈 자체를 플레이하기 전까지 몰랐었는데 굉장히 캐쥬얼한 게임 구조에 불구하고 나름의 전략성과 역사적 맥락을 상당히 세심히 구현하는 듯한 양면성이 굉장히 즐거운 게임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특히나 준비 시스템이 상당히 참신했습니다. 손에 있는 카드를 이벤트로 사용하는 기본적인 CDG룰도 적용되어 있지만 이 카드를 '준비'라는 명목 하에 바닥에 깔아서 준비해두고 추후 공격할 때 준비해둔 카드를 써서 공격을 지속시키거나 상대에게 공격당하면 준비해둔 카드를 써서 막을 수 있는 등 기본적으로 공방의 지속이 미리 저장해둔 자원의 유무에 따라서 성사/실패할 수 있다는 구도가 고차원의 전략적 요소를 제공하고 테마적으로도 뭔가 매우 1차대전스러워서 매우 탁월했습니다.

저는 두판 모두 러시아로 했는데 러시아가 1차대전에서 1917년에 탈락하다보니 그에 맞게 러시아의 덱은 영국/미국, 프랑스/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오스만에 비해서 가장 얇은 탓에 이 한정된 자원 하에 있는 살림 없는 살림 아껴가며 앞날을 꾸려가는 가난 플레이(?)가 묘하게 제 적성과도 맞아서 그런지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경험이었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워낙 덱이 얇아서 정말 한정된 자원에서 모든 걸 해야 하다보니 조금 익숙해진 2차 플레이에서는 최대한 몸을 사리며 베를린 문턱까지만 차지한 것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화이트님의 독일 제국이 서부 전선에 올인하다보니 서부 전선에서 상호 자원이 모조리 다 소모당하는 상황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방침을 세웠으면 다르게 게임이 풀렸을 것같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굉장히 한정된 목표 내에서 최대한 자원을 아껴가며 버티는 러시아 플레이를 즐겼으니 만큼 다음 번에는 더욱 풍족한 미국/영국이나 독일 제국 또한 도전해보는 게 목표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