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즐긴 게임들 후기(2)
지난번에 이은 11월에 제가 즐긴 보드게임들의 후기입니다.
게임마다 정리할 부분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달라 글이 다소 중구난방일 수는 있습니다.
6. 캔트 스탑(엘보드, 2회플)
게임 설명: 주사위 4개를 굴려 2~12까지의 조합이 되도록 2개씩 묶고, 해당하는 숫자에서 한 칸씩 전진합니다. 한 번의 기회에 3개의 숫자까지 전진할 수 있고, 3개의 숫자가 모두 나오지 않으면 미끄러지는데 적당한 때 멈추고 베이스캠프를 차려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후에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의 숫자가 나오면 베이스캠프부터 올라가게 되고, 이렇게 쭉 올라가 정상 3곳을 먼저 정복하는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간단한 푸시유어럭 게임입니다.
3인플로 진행했을 때 사진입니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끝나서 접고 나왔던 것 같네요.
플레이 후기: 점심 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엘보드판 버전으로 즐긴 게임입니다. 금방 플레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4명이 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주사위가 굴려지면 다들 몇을 만들어 올라갈지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게임은 제가 이겼지만, 뭘 잘했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네요 ㅎㅎㅎ 회사 동료들도 재밌어하셨던 것 같습니다.
사족이지만, 엘보드가 휴대하기는 편해서 좋은데 뚜껑 자석이 그리 강하지 않아서 좀 쉽게 박스가 풀리네요. 잘못하면 박스가 풀리면서 내용물이 쏟아질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7.펭귄 파티(다회플)
룰 설명: 5가지 색깔, 36장의 카드로 피라미드를 쌓습니다. 1층은 8개, 2층은 7개, ... 식으로 올라가며, 위층에 카드를 놓을 때는 아래층 두 카드 사이에 놓되, 아래층 둘 중 하나의 색깔과 일치해야 합니다. 더 이상 카드를 낼 수 없으면 가진 카드 수만큼 벌점 토큰을 가져가고, 모든 카드를 내려놓았다면 자신의 벌점 토큰 2개를 제거합니다. 모두 토큰을 받거나 카드를 모두 내려놓으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인원 수만큼 라운드를 진행해 가장 적은 토큰을 가진 사람이 승리합니다.
플레이 소감: 저는 벼룩 서커스 게임으로 카드를 대신하고 레인보우 7 토큰을 사용해서 게임을 진행했는데, 이쪽이 뭔가 서커스단원들이 곡예를 부리고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느낌이어서 테마성이 좀 생기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하다 보면 내가 가진 색을 살리느냐, 남이 많이 가진 색을 죽이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저는 대체로 내 카드를 더 내려놓는 쪽으로 플레이하는데, 남의 카드를 죽이려는 성향을 가진 분들을 피해 살아남는 것도 나름 재밌습니다. 회사 동료들과도 여러 번 해 봤는데, 제가 회사에서 동료들과 같이 했던 게임 중 반응이 가장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8. 판타지 왕국(3회플)
게임 소개: 판타지 요소들이 묘사된 카드로 점수를 겨루는 게임입니다. 8장을 가지고 시작해, 1장을 더미에서 뽑거나 남이 버린 카드를 얻고 1장을 버려 가며 가장 점수를 많이 얻을 수 있도록 손패를 구성합니다. 카드마다 효과가 있어 어떤 카드는 특정 카테고리나 특정 카드를 무효화시키고, 어떤 카드는 다른 카드 또는 다른 카테고리와 시너지가 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습니다. 이걸 잘 따져서 조합해 나가 점수를 극대화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 후기: 룰은 간단한데 시너지 구성을 위해 생각할 것이 많아 플레이 타임이 아주 짧지는 않습니다. 최종 점수계산을 위해 전용 앱이 반드시 필요하구요. 그래도 가볍게 즐기면서 더 높은 점수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3회플을 진행했는데, 전혀 질리지 않고 오히려 또 해서 점수를 최대한 높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 최고 점수는 250점대였는데, 저번에 모임원 중에 300점을 넘기신 분이 있었다고 하셔서 저도 300점에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필러게임으로도 훌륭하고, 본 게임으로 진행하더라도 좋을 것 같네요.
9. 브라스: 버밍엄(2회플)-에러플 다수
게임 소개: 긱 랭킹 1위에 빛나는 브라스: 버밍엄입니다. 영국 산업혁명 시기의 자본가가 되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임으로, 서로의 자원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인터랙션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운하 시대와 철도 시대가 있어 시대 전환 시 낮은 단계의 산업 건물들은 폐기되고, 내 게임판에는 운하 시대에만 지을 수 있는 건물들이 있어 이 건물들을 먼저 짓거나 행동을 통해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산업이 있고 요구조건이 다 달라 건물을 지을 때 어떤 건물을 어디에 짓는 것이 좋을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컴포 업글을 이것저것 했는데, 가장 마음에 든 컴포 업글은 배와 기차 컴포였습니다. 정말 잘 어울린다고 혼자 뿌듯해했네요 ㅎㅎ 산업 건물 컴포도 살까 싶었는데, 수납이 안 될 것 같아 참았습니다.
플레이 후기: 하루에 2회플을 진행했는데요, 처음엔 운하 시대만 진행하는 룰로 하고 두 번째는 완전한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처음엔 에러플도 있고 다들 게임에 적응하느라고 많이 헤맸는데(룰마인 제가 설명을 더 잘 했으면 좋았겠지만요ㅠ) 점차 익숙해져 다들 플레이에 방향을 잡고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다만 끝까지 몇 가지 에러플을 했는데, 나중에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서야 알아챘습니다). 내가 이득을 얻기 위해 상대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사용해야 하고, 그 결과 상대도 승점을 얻게 되는 시스템이 저 같은 보린이에게는 신선했습니다. 점차 게임이 진행되면서 산업이 발전하는 영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테마에도 몰입이 잘 됐구요. 게임을 처음 사서 룰북을 읽고 테플을 하고 나서 이건 두고두고 돌릴 게임이다 싶어서 오거나이저를 비롯해 컴포 업글을 잔뜩 해 두었는데, 게임하면서 그럴싸한 느낌이 나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자주 하고 싶네요.
10. 스카페이스 1920(1회플)
게임 소개: 금주령 시대의 마피아가 되어 돈을 벌어들이는 게임입니다. 특수 능력을 지닌 조직원과 두목 카드를 이용하고, 조직원을 생산 또는 각종 활동에 동원해 물자 조달 및 판매, 정부 로비, 타 조직과의 충돌 등을 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동료 카드를 영입하는 덱빌딩 요소와 두목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다른 혜택을 얻는 제한적 엔진 빌딩 요소도 포함되어 있고, 타 조직과의 세력다툼은 영향력 경쟁 비슷하기도 하고... 여러 요소가 조합된 게임이에요. 하지만 기본은 술과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해서 돈을 버는 게 목적입니다. 돈이 곧 승점이니까요.
플레이 당시 게임 흐름: 세 명이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저를 제외한 두 분이 인접 지역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두 분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순조롭게 돈을 벌었고, 제 두목의 능력이 생산과 업그레이드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두 가지에 주력해 본거지를 착실히 키워 나가게 됩니다.
두 분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저(초록색)는 순조롭게 생산과 판매를 거듭합니다.
한편 각자 두목의 능력이 다르고 얻은 카드도 다르니 다른 방법으로 성장을 꾀하는데, 갈색은 두목 능력을 활용한 적극적 카드 영입을 통해 행동의 효율화와 종료 시 카드의 별 갯수에 따른 추가 돈(=승점) 확보에, 보라색은 단속 페널티를 감수하고 적극적인 무력 확보에 주력합니다. 그런데 하필 이벤트로 모든 조직원을 복귀시켜야 해서 보라색 플레이어님이 절규를...;; 결국 갈색은 영입을 통해 여러 범죄 카드의 조건을 만족시켜 지속적인 이득을 보면서 보라색의 근거지를 탈취하고, 본진을 잃어버린 보라색은 제가 공들여 성장시킨 근거지 탈취에 성공합니다.
제게는 다행히 근거지를 뺏긴 지 얼마 안 되어 게임 종료 조건이 발동되었고, 계산 결과 꾸준히 판매로 돈을 번 제가 승리했습니다 ㅎㅎㅎ 보라색 플레이어님이 갈색 플레이어님께 자기가 아니라 저를 공격했어야 했다고 하셨지만, 갈색 플레이어님께서 보라색을 공격하시는 데 꽂히셨고 하필 이동수단도 부족했어서 제게 견제를 거의 할 수 없었던 덕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플레이 소감: 여러 가지 요소를 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 방향을 정해 나갈 수 있는 게임입니다. 대체로 선택한 보스의 능력에 따라 플레이 방향이 정해지는 것 같네요. 다만 범죄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특정 동료 영입을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저는 게임 끝까지 범죄 카드 발동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한 장의 범죄 카드도 내지 못했습니다 ㅠㅠ 한 판 해본 게 전부여서 모든 범죄 카드를 본 건 아니지만, 조금 더 여유있는 조건의 범죄 카드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았네요. 그래도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디자인 요소 및 피규어들과 같은 요소들로 테마가 잘 느껴졌고, 밀주 또는 불법 무기를 팔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당시 범죄조직들의 경쟁을 대리체험한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11. 클랭크! 카타콤(3회플)
게임 소개: 클랭크!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기존의 덱 빌딩 요소와 더불어 탐험하는 맵을 모듈식으로 만들어 로그라이크 요소가 추가되면서 이전 시리즈들보다 리플레이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포탈이나 락픽 같은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되어 게임성이 더 풍부해졌습니다.
이번 작은 지하 묘지를 털러 온 설정인데, 묘지를 지키는 드래곤이 있습니다. 특정 상황 또는 특정 카드를 사용하면 소리를 내 주의를 끌게 된다는 의미로 클랭크 큐브를 체력 표시판에 놓는데, 이 큐브가 많이 놓일수록 드래곤에게 공격당할 확률이 높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드래곤에게 공격받아 체력이 모두 소모되었을 때 보라색 맵(표층)이었다면 기절로 처리되어 점수 계산을 할 수 있지만, 파란색 맵(심층)이라면 사망 처리되어 점수 계산 없이 게임에서 탈락합니다.
플레이 후기: 억까는 무섭습니다. 2주 간 3회플을 했는데 그 중 두 번은 억까당해서 죽는 바람에 승점 계산도 못 해봤네요 ㅠㅠ(큐브 4개를 꺼내는데 내 큐브 2개에 유령 큐브 하나라니요!) 그래도 덱 빌딩을 해 가며 승점이 더 높은 유물과 보너스 점수를 위한 요소들을 찾을지, 낮은 점수의 유물을 찾은 데 만족하고 돌아갈지를 고민하고, 모듈형 맵을 깔면서 앞에 뭐가 있을지 기대와 긴장을 함께 느끼는 경험이 즐거웠습니다. 드래곤에게 살살 맞기 위해 클랭크 큐브를 빼거나 오히려 클랭크 큐브를 놓으면서 이로운 효과를 얻는 카드들과 연계해서 이득을 보는 것도 재밌었네요.
게임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저는 덱 빌딩이 특히 취향에 맞는 것 같네요. 어떤 카드를 덱에 넣거나 제거할지 고민하는 게 재밌습니다. 그렇게 강화된 덱을 운영하는 것도 재밌구요. 클랭크 카타콤을 하면서 확실히 깨닫게 된 것 중 하나입니다.
맵을 플레이어가 구성해 나간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드벤처 보드게임의 진수를 느꼈다는 생각이 드네요.
12. 문명의 시대(1회플)
게임 소개: 문명의 발전을 카드화한 게임입니다. 행동 카드 7장을 무작위로 배치하고 전염병 카드를 마지막에 둔 다음, 고정된 세 가지 행동 카드를 위에 둡니다. 이 세 가지 행동과 이 카드 아래에 있는 카드의 행동만 할 수 있습니다. 라운드가 지남에 따라 위의 3행동 카드를 오른쪽으로 한 칸씩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행동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끝까지 가면 6라운드가 되고, 6라운드가 종료되면 승점 계산을 해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행동을 할 때는 일꾼을 놓는데, 일꾼은 최대 4명까지만 사용할 수 있어 제한된 행동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낼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시작 문명을 선택하고, 최대 3개의 문명을 병합할 수 있습니다. 문명을 병합할수록 행동 시의 보너스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메인 문명을 교체한다면 문명의 특수능력도 교체됩니다.
플레이 당시 흐름: 3인플을 했는데, 저는 과학력을 노리고 아라비아 문명을 선택하고, 다른 분들은 군사력을 중점으로 하는 문명들을 선택하셨습니다. 처음엔 연구를 수월하게 해 가면서 승점을 쌓아 갔는데, 중반부에 불가사의를 노리고 방향을 틀었다가 꼬여버렸습니다. 중후반부에 돈을 얻기가 힘들어지고, 군사력이 너무 약해서 전투 단계에서 일꾼을 계속 하나씩 잃고... 일꾼을 보충하기 위해 한 라운드를 통으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망했다 싶었네요. 결국 군사력을 중심으로 문명을 발전시킨 두 분이 1등 경쟁을 하시고 저는 한참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플레이 후기: 이렇게 간단한데 이렇게 문명 발전 테마를 잘 살렸다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명마다의 특징이 다르고 행동 카드도 무작위로 깔려 그때그때 전략도 달라지고, 게임 끝나고 복기도 간단하게나마 하면서 잘 안 되면 왜 안 됐는지, 잘 풀렸다면 어떻게 해서 잘 풀렸는지 따져보게 되는 등 리플성도 훌륭하겠더라구요. 시간 문제로 한 판만 하고 모임을 끝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판타지 왕국처럼 연달아 몇 판을 하고 싶은 게임이었습니다.
이제 이번 달에 해 본 게임의 절반을 좀 넘겼네요.
다음은 페스타 때 했던 게임 위주로 작성하게 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보드라이프 되세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