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동호회 보드게임 대회 운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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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3:41

안녕하세요~ ^^

낮에는 회사에서 심리상담 하고 밤에는 사는재미연구소에서 타로상담 하는 슝슝 최창석 입니다.

저의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가 사내 보드게임 동호회 회장인데요. 2018년 9월부터 시작해서 현재 나름 등록인원 28명 정도 되는 거대(?) 동호회가 되었네요. ㅎㅎ 월 1회 모임에다 대부분의 보드게임 초보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평범한 동호회 입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가 임직원의 대다수가 장애인인 표준장애인사업장이기 때문에 회원분들 대부분이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적장애부터 청각, 시각, 지체, 뇌병변 등 종류도 정도도 다양합니다.

동호회를 시작할 때는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요. 시작하고 보니 다들 저 보다는 훨씬 편하고 즐겁게 함께 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매 월 여러가지 걱정들이 많네요.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충분히 즐거운 시간' 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총무, 감사, 룰마스터(?) 로 저와 함께 운영진을 맡고 있는 분들이 잘해주셔서 어찌어찌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늘 고마워요~^^

드디어 어제(1/15)! 동호회 시작 후 첫 대회가 있었습니다!!

참여자는 총 스무 명이었고, 퇴근 후 회사의 휴게실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시끌시끌 해졌죠. 서로 이야기 나누며 홍루이젠 샌드위치와 바르다 김선생 김밥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익숙치 않은 사람들도 있어 짧게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회 시작!

대회는 기본적으로는 개인전이었습니다. 1등~3등 상품으로 카드게임들을 준비햇습니다. 저희가 아직 예산이 적어서..ㅠ,.ㅠ 그래도 카드로 하는 준수한 전략게임인 '몰타의 관문' 과 실패를 모르는 명작 카드게임들인 '컬러레또' 와 '달무티'를 소개하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승자 선정 방식은 모두가 다섯 개의 게임을 자율순환식으로 참여한 후 등수에 따라 점수를 지급 받고 합계 점수가 높은 순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게임은 게임 진행자(운영진)들을 제외한 모두가 같이 하고 싶어서 인원 무제한 게임인, 스트림스로 정했습니다. 규칙 설명 후 연습 게임과 본 게임을 진행하고, 1~5위는 5점, 6~10위는 3점, 11위 이상은 1점을 줬습니다. 부르는 숫자를 첫 칸부터 끝 칸까지 죽 적거나, 점수 계산을 혼자 하기 어려운 분, 원래 시트지가 잘 안보여 A4 용지로 확대한 시트지가 필요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일의 숫자를 부르면 모두가 똑같이 고개를 숙여 숫자를 기록하고, 다음 숫자를 기다리며 고개를 들고 저를 바라보는 눈빛들은 모두 활활 불타고 있었죠.

연습 게임은 운영진들이 타일을 뽑았지만, 본 게임에서는 모두가 돌아가며 타일을 뽑았던 게 더 즐거울 수 있었던 원인이었습니다. 중반 이후로 갈수록 각자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음 뽑을 숫자를 외치고, 숫자를 부른 직후 엇갈리는 환호와 탄식들도 오가며 왁자지껄 하게 진행되었던 오프닝 게임 스트림스 였습니다. 역시 갓게임입니다^^

이 후로는 부스를 네 개로 나누어 저마다 자유롭게 이동하며 게임에 참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네 개의 부스에서는 각각 '후지 플러시', '독수리의 먹이', '마헤', '텀블링 다이스' 를 플레이 했습니다. 대회의 컨셉 기억하시죠!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충분히 즐거운 시간!'

저는 '텀블링 다이스' 부스를 맡았습니다.

텀블링 다이스, 사진 출처 : 보드게임긱

손가락으로 주사위를 튕겨 도착한 곳의 점수와 주사위 눈금을 곱해서 높은 사람이 이기는 심플한 게임이죠. 유일하게 2 대 2 팀전으로 운영하였습니다. 플레이 시간이 20분 미만으로 가장 짧기도 해서 중간 중간 다른 부스를 돌며 회원분들의 원활한 순환을 도울 수 있겠다 싶어서요.

연습 게임으로는 자신의 손가락 팅기는 힘도 실험해볼겸 자기 색깔의 주사위 네 개씩만 사용하였고, 본 게임에서는 점수는 되지 않지만 다른 팀의 주사위를 맞춰 튕겨내거나, 튕겨지면 안되는 자신의 주사위 방향을 방어할 수 있는 검은색 주사위를 두 개씩 추가하여 진행했습니다. 정말 기막힌 순간들의 연속이었네요. 최고의 순간은 상대팀 단 하나의 주사위만 4배 칸에 살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주사위로 상대편의 주사위만 튕겨내면서 내 주사위를 4배 칸에 남겨 놓는 수퍼 플레이!!! 지켜보던 저는 이성을 잃어 심판의 공정성을 내던지고 그 분과 하이파이브!!!!!

각자 한 마리 거북이가 되어 서로 사이좋게 업고 업히며 누가 누가 알을 많이 낳나를 겨루는(?) '마헤' 부스에서도,

마헤, 사진 출처 : 보드게임긱

작은 숫자들도 뭉치면 큰 숫자를 이기는 본격 감동 협력 게임(이라고 적고 적절한 배신으로 혼자 손을 털어야 합니다) '후지 플러시' 부스에서도,

후지 플러시, 사진 출처 : 보드게임긱

1~15의 똑같은 숫자 카드를 들었는데도 내는 카드는 모두 다른 대머리 독수리들의 먹이쟁탈전인 '독수리의 먹이' 부스에서도,

독수리의 먹이, 사진 출처 : 보드게임긱

즐거움들이 가득 가득해서 고생했지만 무척 보람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마치고 남은 사람들끼리 언락과 카멜업을 하며 보드게임 뒷풀이까지 하고 마쳤네요. 몸은 피곤하지만 정말 즐거움으로 꽉 찬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