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 보드게임 리뷰
* 데블다이스에서 한글판 펀딩이 진행중입니다!
* 데블다이스 체험단 이벤트를 통한 실물 플레이 및 테이블탑 시뮬레이터를 통해 플레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번역 등의 내용은 실제 보드게임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특정 디자이너 또는 회사가 눈에 띄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회사 또는 디자이너는 어떠어떠한 게임을 만들더라, 라는 것 말이죠. 만약 L99 게임즈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이시라면 아마 보통 이런 인상을 받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특이한 게임 만드는 회사"
실제로 이 회사가 어떤 게임들을 만들었냐 하면...가상의 CCG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플레이하는(!) 게임 밀레니엄 블레이즈, 운 요소 0의 진검승부 대전격투 보드게임 배틀콘, 탄막슈팅 실시간 퍼즐 보드게임 불릿이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그냥 pc 게임을 가져와서 보드게임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 보드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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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절망을 먹고 사는 초자연적인 존재, 엔티티가 여러 존재들을 불러와 살인마 1명과 생존자 4명으로 구성된 희생제를 열었습니다! 살인마는 여러 생존자를 공격하고 갈고리에 걸어 최대한 많은 공포와 절망을 선사하고, 생존자들은 공격해오는 살인마를 피해 발전기를 수리하고 동료를 구출하며, 출구를 열어 탈출해야 하죠.
게임 진행과 목표
진행의 기본 구조는 아주 간단합니다.
1. 다 같이 이동 카드 고르기
기본적으로 생존자는 4종, 살인마는 5종의 이동 카드를 손에 가집니다. 생존자는 1장, 살인마는 2장을 비공개로 내려놓습니다.
2. 생존자 이동 카드 적용
-생존자는 턴 순서대로, 이동 카드를 공개하고 해당 경로가 현재 위치에 존재한다면 경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이동했다면 원하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3. 살인마 이동 카드 적용
-살인마는 이동 카드를 왼쪽부터 차례대로, 공개하고 해당 경로가 현재 위치에 존재한다면 경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이동했다면 원하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4. 정리
-카드를 모두 가져오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합니다.
쉽죠? 상호작용의 종류의 관한 룰만 숙지한다면 진행이 어렵지 않으리라는 것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살인마와 생존자는 어떻게 승리할까요? 이 또한 간단합니다.
살인마는, (주로)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자를 공격해 부상을 입히거나, 부상을 입은 생존자가 있다면 갈고리에 걸 수 있습니다. 생존자를 처음 갈고리에 걸었다면 "갈고리 진행 트랙"이 즉시 한 칸 올라갑니다. 정리 단계 때, 갈고리에 걸린 생존자 수만큼 "갈고리 진행 트랙"이 올라갑니다. "갈고리 진행 트랙"이 8이 된다면 살인마가 승리합니다.
생존자는, (주로)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기를 돌릴 수 있습니다. 한 발전기의 수리 진행도가 3이 되면 그 발전기는 수리되며, 발전기가 4개 수리된 이후 생존자는 출구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출구 진행도가 3이 되면 출구가 열리고 생존자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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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룰, 다양한 캐릭터
일단 위에서 보았듯이 게임의 진행 자체가 간단하고, 살인마/생존자의 상호작용과 각 플레이어의 능력 및 기술같은 몇 가지 추가적인 요소만 설명해주면 크게 뭔가 헷갈릴 일 없이 게임 진행이 가능합니다. 경험상 30분 내외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처음 게임을 하는 입장이든 오랜만에 게임을 꺼내서 하는 입장이든 길지 않은 시간동안 룰 설명을 들은(또는 본) 후 대부분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숙지한 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유의미한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이 게임의 진행은 크게는 같은 틀 안에서 진행되지만, 생존자 각각은 3개의 기술, 살인마는 특수 능력 1종과 3개의 기술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살인마도 생존자도, 자신의 특수 능력 또는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대한 판단이 계속해서 요구되죠. 각각의 기술과 살인마 능력은 아주 개성적이기도 해서, 아마 여러분이 첫 판을 하게 된다면 다른 살인마와 생존자는 어떤 개성을 가지고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을 곧바로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콜렉터스 에디션 기준 17종의 생존자, 16종의 살인마가 준비되어 있어 리플레이성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죠.
여담으로, L99 게임즈가 원래 "기본 뼈대 룰을 세워두고,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 능력을 바탕으로 게임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게임을 아주 잘 만드는 회사입니다.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 보드게임도 역시,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만든 느낌이었어요. 되게 L99 게임즈답다라는 느낌이 확 와닿은 부분이었습니다.
2. 1 vs 4, 긴장감 있는 게임플레이
1대 다수의 게임에서 "다수"는 보통 완전한 협동을 목표하거나, 공동의 적을 가진 개인으로 설정되기 마련입니다. 이 게임은 전자의 경우로, 생존자들이 완전한 협동을 추구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개인 목표나 배신 요소가 없을뿐더러, 이기면 모두 다 같이 이기고 지면 모두 다 같이 지게 되며, 누구 하나를 "아예 버려두는" 행위는 게임의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생존자들끼리 의사소통이 제한되지는 않기 때문에(단, 살인마를 포함한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생존자들끼리 적극적으로 소통하거나 살인마가 듣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블러핑(!)도 가능하다는 점 역시 협동하는 느낌을 끌어올리는 요소가 됩니다. 물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어느 한 쪽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습니다. 보드 위의 정보는 모두 공개되어 있어, 결국 최종적인 판단이 숨겨진 요소에 기반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 1에 해당하는 살인마의 재미는 무엇이냐? 일단 살인마는 생존자와 다르게 기술 뿐만이 아니라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개성이 아주 두드러지게 됩니다. 살인마는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나갈지도 생각해야 하죠. 그리고 살인마는 기본적으로는 행동을 2번 하기 때문에 행동 반경이 생존자보다 넓습니다. 하지만 2회 행동이라는 것이 여유가 넘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행동 계획을 잘못 설정하거나, 생존자들이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잘못 놓친다면 아주 유리하게 생존자들에게 압박을 넣고 있던 상황도 한번에 뒤집혀서 생존자들이 여유가 생겨버리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살인마는 게임의 판을 짜고 생존자를 사냥하는 역할로, 고유 능력을 활용해 살인마별로 개성있는, 특별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다수를 상대하는 "1"의 역할답게 생존자보다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 생각할 것이 많은, 압박감 있는 게임이 된다는 특징이 있지만요.
하지만 그렇다고 4에 해당하는 생존자들은 놀면서 해도 괜찮을까요? 그렇지 않죠, 생존자들도 살인마와 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한 차례 한 차례를 소중히 활용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생존자들의 이동은 1칸이며, 한 자리에서 여러 라운드 동안 행동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 라운드를 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갈고리에 걸리면 한 차례를 통째로 못하게 되면서 살인마의 승리 조건 역시 채워지게 되며, 살인마는 발전기를 손상시킬 때 진행도가 얼마였든 0으로 만들어버리므로 한 끗 차이 싸움의 긴장감도 상당한 편입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숙련될수록 강화되는 요소인데요, 생존자와 살인마 모두가 게임 내의 오브젝트들에 대해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 생존자 모두와 살인마의 기술과 능력, 플레이어 턴 순서 등을 계산에 넣게 되면서부터 수싸움과 심리전이 더 치열해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 개인의 성장과 게임의 깊이를 더 알아가는 재미 역시 훌륭했습니다.
3. pc게임에서 보드게임으로
저는 원작이 되는 pc게임을 깊이, 재밌게 즐긴 게이머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명의 보드게이머로서 보드게임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과연 보드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호기심이 아주 컸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게임을 마주했을 때, 저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pc 게임의 감성이나 시스템적인 요소를 보드게임으로 그대로 옮겨왔다면 어딘가 애매하거나 이상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예 보드게임으로 게임을 재창조시켰어요.
시스템적인 요소에서 예를 들자면 보드 위의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부터 시작해서, "공동의 적을 가진 개인"인 원작의 생존자와는 달리 공동으로 승리하거나 패배하기 때문에 생존자들끼리 잘 협동해야 하는 점, 살인마가 생존자 하나를 갈고리에 걸고 그 곳을 주로 지키거나, 한 명의 생존자만 쫓아다니면서 죽이는 행위가 의미가 없고, 오히려 다양한 생존자를 공격하는 행위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생존자를 사냥하러 다니는 것에 적극적이 된다는 점 등이 보드게임으로서 훌륭하게 어레인지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까마귀, 캐비넷, 아이템같은 작은 요소나 살인마 / 생존자 능력과 기술들도 마찬가지로 보드게임스럽게 잘 어레인지되었죠.
물론 그 과정에서 생존자-살인마의 추격전같이, 인접한 상황에서 뒷면으로 이동 카드를 내려놓는 것을 통해 긴장감 있는 심리전은 표현되었지만 아무래도 피지컬적으로 역동적인 부분은 구현이 불가능해 약하게 표현된 요소나, 스텔스적인 요소와 같이 어레인지라기보단 사라진 것에 가까운 요소가 몇 가지 있긴 하지만 큰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체험단 신청을 해서 플레이했을 때 원작 pc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도 계셨는데 재밌게 플레이하시더라고요. 결론적으로는 보드게임 자체로서도 잘 만든 게임이지만, 원작 pc 게임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감탄하면서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 원작을 아시는 분들을 위한 예시를 조금 들어보자면,
데스슬링거는 작살 총을 통해 중거리 공격을 할 수 있지만 중간에 판자로 가로막혀 있으면 공격할 수 없고 생존자와의 무빙 심리전도 하는 살인마입니다.
보드게임에서는 경로가 판자 또는 부술 수 있는 벽으로 가로막혀 있지 않아야 하며, 능력을 사용했을 때 손에 있는 카드 중 하나를 뒤집어 내고, 이를 생존자가 맞히지 못하면 끌려오는(!) 것으로 심리전을 구현했습니다.
블라이트는 탁월한 기동성이 특징인 살인마로, 지형지물에 부딪혀 가며 빠르게 움직여 생존자를 공격하는 살인마입니다. 단 잘못 부딪히거나 안 좋은 지형에 가로막혔을 경우에는 몇 초간 바보가 되는 특징이 있죠.
보드게임에서는 이동 카드가 대기 카드를 제외하고 두 쌍씩 가져 8장(!)을 가지는데다 특수 능력으로, 내려놓지 않은 이동 카드 중에서 랜덤으로 한 장을 뽑아 추가로 이동 및 상호작용을 할 수 있지만, 특수 능력을 썼을 때 뽑은 이동 카드에 해당하는 경로가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죠. 이리저리 지형에 부딪혀가며 빠른 기동성으로 맵을 휘젓고 다니는 원작의 능력과 잘못 능력을 썼을 때의 페널티까지 훌륭하게 보드게임으로 구현했습니다.
생존자 기술의 경우는 원본과 좀 다른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쓸만한 기술이 두 손 안에 꼽는 원작과 달리 보드게임에서는 대부분의 기술이 쓸모 있게 활용할 수 있게 디자인 되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비슷하게 어레인지가 되는 기술들도 존재합니다만,
이렇게 꽤 다른 효과로 재창조된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원본보다 훨씬 유용하죠!
4. 전략성과 운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전략적인 행동 설계와 심리전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동시 액션 선택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수를 예측함과 동시에 나의 계획 역시 잘 세워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며, 특수 능력과 기술, 남은 자원, 맵 내 오브젝트 등을 생각하면서 내 행동을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행동의 결론은 주사위가 내리게 됩니다. 물론 "대성공"(발전기 수리시, 진행도 1 대신 2가 오릅니다)도 1/6, "실패"도 1/6이라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유효하게 작용하는 확률인데요. 예를 들어, 살인마와 생존자의 시작 위치는 주사위가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 반대편에서 생존자들 2명이 같이 발전기를 돌렸는데 25%의 확률로 발전기를 하나 켜고 시작했다면 살인마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좀 기분이 나쁠 수 있겠죠. 반대로 생존자 입장에서도, 발전기 수리를 포기하고 치료를 먼저 하기로 결정했는데 16.6% 확률로 치료가 실패해서 뼈아픈 상황이 발생하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전략적인 게임이지만 운적인 요소가 계속해서 작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았습니다. 이 게임이 살인마를 잘 피해 발전기를 어떻게든 돌리고 나가야 하는 생존자와 이를 방해하고 생존자를 사냥해서 갈고리에 걸어야 하는 살인마 간의 쫓고 쫓기는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에 어울리는 요소라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각 플레이어의 시작 위치와 오브젝트 배치 등도 랜덤이기 때문에, 살인마와 생존자 모두 각자의 시작 위치는 어디인지, 새로운 장소에 진입하며 공개되는 오브젝트가 무엇인지, 얻게 된 아이템이 무엇인지 등을 보고 순간순간 계획을 세우고 수정해나가는 동적인 재미 역시 있기도 했고요. 거기다 표면적 상황의 유불리는 어느 정도 뚜렷하기 때문에, 자칫 한쪽 진영의 사기가 꺾일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공개된 오브젝트, 아이템 등과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운적 요소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장점 역시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주사위 자체의 특징으로 극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고 때때로 짜릿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점, 비보드게이머나 파티게이머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 역시 있겠죠.
다만 이와 동시에 매 라운드마다 긴장감 있게 진행이 되고 한 차례 한 차례를 소중하게 써야 하는데 매번 어느 정도 확률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 요소를 지니면서 게임을 해야 한다는 점, 때때로 매우 낮은 확률로 다 잡은 게임이 기울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는 주사위를 포함한 운적인 요소가 주는 특징과 게임과 어울리는 재미가 가지는 장점을 더 높게 사는 편이지만, 주사위를 끔찍하게 싫어하거나 내가 공들여 세운 계획이 확률적으로 실패하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을 가지신 분이라면 조금 아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5. 1 vs 4
모든 플레이어의 수준이 비슷하고, 게임이 대체로 팽팽하게 진행되는 경우에 잘 눈에 띄는 단점은 아닙니다만 게임이 잘 안 풀려갈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는 아무래도 게임을 홀로 진행하는, 1에 해당하는 살인마 쪽이 더 큰 편입니다. 행동에 대한 리스크를 혼자 짊어지는 입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거기다 가끔 운 요소로 인한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생존자보다는 살인마에게 더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살인마 유저는 이러한 "1"의 입장에서 올 수 있는 게임플레이적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게 되죠.
또 다른 문제는 알파 플레이어 문제의 가능성인데,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생존자들 간의 의사소통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이 의사소통이 밸런스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차피 판단은 보드 위에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고, 특히 생존자의 행동이 살인마에게 알려지는 것이 치명적일 상황에서는 전략에 대한 의사소통을 정직하게 하는 것이 손해가 되기 때문이죠.
문제는 살인마가 무슨 일을 하든 생존자의 계획을 방해할 수 없는 상황일 때인데, 이상적으로 보자면 이런 경우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생존자들끼리 자유로운 의견 조율을 통해 최대한 좋은 전략적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생존자간 숙련도 차이가 날 경우 또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을 경우에 알파 플레이어 문제로 쉽게 번질 수 있다는 위험성 역시 존재합니다. 상황이 지속적으로 살인마에게 불리한 경우에 이 문제가 정말 심하게 일어날 경우는 살인마 플레이어까지 생존자의 행동을 알고도 막지 못한다는 불쾌감과 함께 1:1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되는 수준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요.
물론 플레이어 간 수준이 동등한 경우나, 플레이어 간 수준과 상관없이 게임 상황 자체가 팽팽할 경우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고, 플레이어들이 조금만 신경써주면 이것이 큰 문제로 이어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만 결국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도 합니다.
6. 모드
살인마/생존자 자신의 고유 기술만 가지고 진행하는 "숙련된 생존자/살인마" 모드, 랜덤하게 5가지의 기술을 뽑아 고유 기술과 조합해서 진행할 수 있는 "블러드웹" 모드, 원하는 기술 3개로 진행하는 "독실함" 모드가 있는데, 처음에는 보통 "숙련된 생존자/살인마" 모드로 진행하게 됩니다.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블러드웹" 모드도 시도해보게 되는데, 생존자 기술의 조합이나 살인마가 다른 기술을 장착했을 때의 느낌이 꽤 신선해서 재미있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반드시 고정되어 있다면 리플레이 횟수가 증가할수록 각 살인마/생존자의 느낌이 굳어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리플레이성을 확 늘릴 수 있게 되죠. 재미도 있고 게임적인 측면으로서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3~4인 게임에 관해서는, 인원수가 5인이 아니라면 1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생존자 두 명을 조종하게 되는데, 대신 이동 카드를 1세트만 가지고 플레이하게 됩니다. 정확히 어떤 느낌일지에 대한 경험은 적습니다만 그럭저럭 게임이 진행되었던 기억이 있긴 합니다.
7. 콜렉터스 에디션
일단 콜렉터스 에디션은 두 가지 가치가 있습니다 : 게임플레이적 가치와 피규어, 즉 테마적인 가치죠.
게임플레이적 가치로는, 생존자는 7종->17종, 살인마는 6종->16종으로 늘어나게 되며, 맵은 2종->4종으로 늘어납니다. 볼륨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인데, 만약 본편이 마음에 드신다면 이 때문이라도 콜렉터스 에디션을 구매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리플레이성이 확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앉은 자리에서 게임을 여러 번 돌릴 때 역시 계속해서 신선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거든요. 특히 본편만으로 진행할 경우 다수의 플레이를 진행할 때 반드시 전 판과 겹치는 생존자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는 구매 쪽으로 생각이 크게 기울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피규어에 대해 얘기해보면, 추가된 살인마/생존자 피규어들에 더해 발전기와 갈고리 피규어가 추가되는데..콜렉터스 에디션 실물으로 플레이해본 후기로는 "없으면 아주 심심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갈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생존자, 하나씩 진행도가 꽃혀가는 발전기들을 보다가 토큰으로 대체된 모습을 보면 비주얼적으로 갑자기 심심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 본판과 콜렉터스 에디션의 발전기, 발전기 진행 마커와 표시기, 블러드 포인트입니다. 아무래도 오른쪽으로 게임을 하다 왼쪽을 보니 심심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
저는 피규어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퀄리티에 대해 논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일반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괜찮은 퀄리티라 생각합니다. 도색하면 이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미지 출처 : 레딧]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콜렉터스 에디션 박스 사이즈가...가로로 심하게 긴 변태적인 사이즈를 자랑한다는 것인데요. 이건 아무래도 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보드게임 자체로도 꽤 잘 만들었으며, 원작 pc게임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룰이 간단하고 플레이 타임이 적당해 처음 배우고 즐기는 데에 부담이 없고, 또 게임에 적응될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재미 역시 가지고 있죠. L99 게임즈 특유의 감성으로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