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다이나믹 보드게임. 로빈슨 크루소 : 비글호 항해기 시나리오 2 후기

816 조회

2023.10.18 14:08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로 시작한 시나리오 2입니다.

저 머나먼 바다 지평선 너머로 비글호가 섬으로 향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 곧 저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 무릎이 다시 심하게 쑤셔오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느낌이 매우 좋지 않다. 단순한 비가 오려는 느낌이 아니다. 서서히 바람도 거세어지며 빗방울이 세차게 쏟아시기 시작하더니 엄청한 굉음과 함께 천둥까지 몰아친다. 폭풍이 찾아왔다. 어차피 곧 떠날거라 상관없지만 오두막의 지붕과 울타리가 날라가고,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놓았던 여러 도구들도 상당수가 박살이 나버렸다. H 선교사의 요상한 기도도 대자연의 재앙앞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불행중 다행인건, 바로 제임스 요리사의 동식물을 향한 집념으로 우리를 끝까지 사수한덕에 이들만은 무사히 지켜낼수가 있었다.

전쟁같은 하루밤을 버텨내고 거지꼴이 된 우리를 찾아온건... 바다에 떠있는 것이 용할 정도로 심하게 손상이 된 비글호였다. 긴 항해를 버티도록 충분히 튼튼하게 건조되었으나 폭풍앞에서는 역부족이었던 듯 하다. 본국을 향해 떠나기 위해서는 우선 배의 수리가 필요했다. 아니, 그전에 우리의 건강회복이 우선이었다. 다행스럽게 이번에 새로 파견온 의사가 제법 실력이 좋은 것 같다. 그의 치료하에 우리의 몸은 빠르게 회복이 되어갔다. 그리고 식량도 보급되어 한달정도는 음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어느정도 몸을 회복하고 이제 슬슬 배를 수리할 시점이다. 요즘 간간히 야영지 근방에서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먹을것이 부족한 겨울이라 배가 고픈 모양이다. 짐승들의 습격에 대비해 무기도 제작을 좀 해야하고, 오두막도 정비가 필요하여 나무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다행히 그동안 모아놓은 나무들이 많아서 나무를 구하러 다니는 수고는 좀 덜 할 것 같다.

당분간은 폭풍에 손상된 도구들을 다시 만드는데에 집중했다.

오두막 주변에서 이렇게 생필품을 만들기 위해 채집을 하다가 우연히 강가에서 병 하나를 발견했고, 그 안에 어떤 모험가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발견했다. 우리보다 먼저 이땅을 밟았던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배가 난파되어 이 무인도에 표류해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죽어간 사람이었던 듯 하다. 1년넘게 고생한 우리들은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했기에 모두가 눈물을 훌쩍이며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에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슬픔에 젖어있을 순 없지. 이제 정신차리고 하루빨리 무사귀환을 위해 수리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그런데 H 선교사가 밤 잠을 못이룬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발을 헛디뎌 구덩이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을 접질러 버렸다. 다행히 움직이는데는 무리가 없는 듯 하다.

이제 음식도 슬슬 바닥났기에 사냥을 위해 활과 포획한 동식물에게 먹일 식수를 담기 위한 나무통을 제작했다. 현재 오두막 주변에서 강까지는 너무 거리가 멀어 강쪽으로 오두막을 이사하는 작업도 힘겹게 진행했다.

그러면서 틈틈히 리라 목수는 배 수리를 맡아 최대한 나무를 아껴가며 실력발휘를 해낸다. 특히 항해에 정말 중요한 키와 돗대는 신경을 정말 많이 쓴 듯 하다.

봄이 다가오며 슬슬 여기저기서 벌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보관한 소중한 나무중 일부에 개미떼가 꼬여서 엉망이 되어버렸다. 화가난 우리들은 개미떼의 소굴을 찾아 불로 이 망할 개미떼들을 싸악 소탕을 해버렸다.

한편, H 선교사는 자기가 뭘 좀 만들것이 있으니, 나에게 동물 사냥좀 해오라고 지시를 한다. 뭐가 필요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식량도 필요하니 사냥에 나선다. 숲을 탐색하다가 아주 사냥하기 쉬운 동물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엄청 큰 거북이! 거북이는 바닷가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세상은 참 넓다. 숲속에서 거북이를 만날 줄이야. 나는 거북이를 손쉽게 때려잡고, 의기양양하게 H 선교사에게 이 육지 거북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H 선교사는 가죽이 있는 동물을 잡아와야지 왜 이딴 쓸모없는 걸 가져왔냐며 핀잔을 준다. 내일 다시 다른놈으로 잡아오란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지를 좀 만드려고 하는 듯 하다. 왜 그런게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한편, 누군가 채집을 나갔다가 복귀를 하며 어디서 왠 담요를 하나 가져왔다. 이 무인도에 담요가 있다니.. 이전 강가에서 발견한 편지의 주인공이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추운날에 요긴하게 쓰일 듯 하다.

우리의 성실한 리더 리라 목수는 날이면 날마다 배를 수리하는데 여념이 없다. 어느덧 3분의 2정도는 수리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도 이제 지쳤는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그냥 대충 대충 작업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하긴 무리도 아니다. 최근 동물들이 밤마다 우리를 습격해와 우리가 구해놓은 식량을 물어가는 일이 잦아서 목수가 또 우리를 위해 자주 굶으시며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

이를 보다 못한 요리사 제임스가 드디어 무언가 요리를 하려는 듯 하다. 그는 자기가 운영하는 식당의 시그니쳐 메뉴를 리라 목수를 위해 만들어주겠다며 팔을 걷어부쳤다. 오오, 시그니쳐 메뉴라니.. 나도 먹어보고 싶다. 하지만, 오랫동안 굶은 리라 목수를 위한 요리이니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그리하여 제임스 요리사가 만들어준 요리는...... 꿀꿀이 죽이었다... 음, 시그니쳐 요리가 꿀꿀이 죽이라니, 제임스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가지 말아야겠다.

나는 매일 매일 사냥을 하러 다니며 음식을 구했고, 리라 목수가 굉장히 효율적으로 나무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나무는 충분히 많은 양을 항상 비축할 수 있었다. 어느덧 식수만 조금더 마련하면 출발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추위가 찾아오자 슬슬 우울증에 빠지는 동료들이 있었다. 특히 이런저런 사정으로 끝까지 본인이 원하는 일지를 만들지 못한 H 선교사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했다. 제임스 요리사는 배수리가 다 되어갈 무렵 슬쩍 H 선교사의 눈치를 보다가 일지를 만들어 선물했고, H 선교사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 듯 했다.

이제 곧 떠날 시간이다. 떠나기로 한 하루 전날, 이런 저런 최종 점검을 하다가 H 선교사가 나와 제임스 요리사에게 비상용 뗏목을 만들것을 지시한다. 긴장이 풀린 우리는 뗏목을 만들다가 실수로 큰 나무를 손에서 놓치는 바람에 발을 나무에 찌어 부상을 당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 밤. 유난히도 추웠지만, 다행이 담요덕에 무사히 밤을 보내고 아침이 찾아왔다. 자, 이제 진짜로 집에 돌아가자!

이상 시나리오 2 후기입니다. 처음에 많이 걱정했는데 의사가 체력을 6씩을 회복해주고, 썩지않는 식량 5개가 보급되며 정말 생각보다 쉽게 클리어하게 되었습니다. 세번째 시나리오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