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두 그릇 - 2023.10.11. 나무놀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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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22:28

그 돈이면 차라리 뜨끈한 국밥 든든하게 먹고 말지라는 말도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드게임 중에는 든든한 국밥같은 게임들이 있다. 그 중에서 어제는 르아브르와 카네기 한 그릇씩 했다.

르아브르 (2인 짧은 게임)

우베 로젠버그의 대표작인 아그리콜라의 장점에 대해서는 그 유명세로 이미 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밥 먹이는데 바뻤고 좀 익숙해졌다싶을 때는 카드 파악하기가 복잡해서 손이 잘 가지는 않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수확 시리즈부터 완성작이라고 하는 오딘을 위해서까지 그렇게 흥미가 가지 않았다. 차라리 우베 게임을 할꺼면 보난자와 패치워크였다.

그런데 어제 먹은 르아브르 한 그릇은 달랐다.

아그리콜라는 부대찌개. 엄연히 국밥의 든든함과는 다르다. 음식점마다 재료도 천차만별, 잘하는 집이라도 개인의 입맛에 안맞는 곳도 많다. 먹다보면 전략이 딱 맞아 떨어져 개운할 수 있지만 때때로 상호작용의 매운 맛이나 카드의 랜덤성이 찝찔할 때도 있다.

그에 비해 르아브르는 순대국밥. 액션의 선택지가 적지만 그 수의 깊이가 한정이 없다. 마치 담백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국밥과도 같다. 또한 보통 각종 부속물을 넣어 먹기도 하지만 순대만 혹은 고기만 처럼 짧은 게임이라는 방식도 가능하다.

카네기 (3인)

2022년 최고의 전략 게임이라고 해도 과찬이 아닐 것 같다. 한국어판 발매시 탈이 조금이 있었지만 결국 비교적 빠른 출시를 하게되었고, 보드게임 아레나에서도 한국 고수가 많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국내에서 많은 사람을 받았다.

푸에르토 리코의 매커니즘을 연상시키지만 그것보다 훨씬 정교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액션의 선택과 일꾼들의 배치가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교차하는 점은 고민을 한차원 끌어 올린다.

이 맛은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 한숟갈!

근본 전략게임의 풍미는 더 깊게 우려내면서, 불쾌하지 않은 알싸한 맛을 이끌어낸다. 처음에는 자기 할 것에 바쁘지만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타인의 일꾼들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매운 맛은 아니다. 이 담백한 맛의 절정은 라운드 종료에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그릇했지만 딱 식사시간에 맞춘 플레이 타임. 깍두기 국물 조금 더 부었거나 오늘 따라 밑반찬이 시원찮았어도 한그릇 뚝딱하면 든든하게 털고 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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