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프로젝트 7/10
코로나 이후, 그리고 본격 육아의 길로 접어든 이후로 게임에 대한 갈증을 못 풀고 있다가, 작년부터 아레나에서 이를 풀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니... 그동안 게임을 많이 못 해본 걸 이제라도 만회해 보고자 올해는 최소한 100개의 게임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안 해봤던 게임 100개를 해보자, 생각을 했었지만, 무리한 계획인데다, 어차피 해본 게임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임이 많아서 그냥 100개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다행히 아레나에 수많은 게임들이 있고, 올해는 오프모임도 종종 나갈 기회도 있고, 또 앱들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왕 플레이하는 거, 기록으로 남기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어, 10개 단위로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개인 메모장으로 남긴 글을 긁어오는 것이라, 리뷰 내용은 반말로 작성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게임 제목 (평점, 플레이 방식) 형태로 작성되었습니다.
61. 시에라 웨스트 (6, 솔로 모드)
보드엠 특가로 풀렸을 때, 게임 개요를 보고 전반적인 게임 구성이 너무 궁금해져 구매까지 이어졌다. 우선 이 게임을 표현하자면, “잘못 만든 게임의 교과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록 특가로 풀렸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게임 소개를 보고 결국 구매로 이어질 정도로 컴포넌트나 게임 구성에서 대단히 독특한 모습을 자랑한다. 실제로 게임 아이디어는 대단히 놀랍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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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준비: 카드 3장을 산 모양으로 놓고, 구성되는 2개의 경로를 원하는 순서대로 액션을 취할 수 있다. 이런 카드 플레이 방식은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며, 카드 3장을 뽑은 뒤에 어떤 액션은 버리고, 어떤 액션은 남겨, 결국 향후 액션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잘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구성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 보드도 아주 정성스럽게 제작했다.
그러나… 사실 번잡하고, 3장이 원하는 대로 잘 구성되지도 않으며, 이와 연계된 “오두막” 보너스와도 매끄럽게 연계되는 느낌이 아니다. 게임이 이렇게 되는 것은 덱 빌딩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기본 카드가 일정한 수준의 아웃풋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덱 빌딩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어, 결국 다양한 카드 구성처럼 보이지만 카드 액션이 정형화되고 초반 플레이를 지루하게 만든다. -
카드 산과 덱 빌딩: 개인적으로 피라미드 형태의 게임 구성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 사실 게임에서 구매까지 결심하게 만든 가장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덱 빌딩을 위한 카드를 이 카드 산에서 뽑아와야 하는데, 뽑을 수 있는 카드는 산의 가장 위에 있는 노출된 카드 뿐이다. 게임에서 이동 액션을 획득하는 게 제법 까다로운데, 게임 초반에 산을 오르고 올라야 카드 하나를 획득할 수 있다. 심지어 규칙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같은 위치에 등반한 상태에서 다른 상대가 카드를 뽑아버리면, 다시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산을 다시 올라야 한다! 이게 게임을 지옥으로 만드는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올라야 할 산의 높이가 낮아져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는 것 같은데, 첫 빌딩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것도 의도는 좋았는데 실제 경험은 좋지 못하다. -
4종의 게임 모드: 이 게임이 가진 많은 문제들 중, 최악이 이것이다. 이건 프로덕션 단계에서 해결을 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퍼블리셔에서 4종의 모드를 다 갖다 붙여 쓸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다. 이것 덕분에… 무엇보다 규칙 해석 난이도가 10배 정도 상승한다. 최근 시드 마이어의 자서전을 보게 되었는데, 그는 소위 “코버트 규칙”이라는 단어를 통해, 좋은 게임 2개를 합친 것은 좋은 게임 1개보다 못 하다는 규칙을 정의했다. 좋은 게임 2개를 합친 것도 좋은 개임 1개만 못 한데… 좋은 게임 4개를 합치면…
그럼에도 평점을 아주 나쁘게 주지는 못하겠다. 노력이 너무 눈물겨웠다. 이 게임에 투입된 아이디어들을 쪼개서 괜찮은 캐주얼/패밀리 게임 5개는 만들 수 있겠다는 망상까지 들었으니. 해서 게임 제작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경험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나 혼자 망하기 싫어서 하는 얘기 아님…)
62. 크리쳐 컴포트 (8.5, 오프 모임)
후기에 호평이 많았고, 아트웍이 너무 아름다워서 관심이 갔던 게임. 윙스팬, 에버델과 함께 예쁜 가족게임계의 대장 자리를 놓고 겨루는 중이지만, 셋 중에 제일 밀리는 게 현실. 단점으로 꼽자면, 여러 모로 가족 게임 포지션에 위치하는 것에 비해 자원의 종류가 너무 많아 핸들할 게 너무 많다는 점. 좋은 점은 랜덤 주사위를 다함께 사용한다는 점을 통해, 노리는 게 비슷한데 주사위 결과에 따라 다같이 웃거나 망하는 상황이 나와 하하호호하며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 결국 메인 득점 요소는 자원으로 카드 내려놓기로 다양한 콤보 점수하는 점에서 규칙이 쉽고 단순하다는 점, 다양한 방문자 카드로 리플레이성도 매우 좋다는 점 등, 장점이 매우 많은 게임임에도 앞서 언급한 윙스팬, 에버델에 비해 밀리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면… 윙스팬에 비해 뽕맛은 확실히 약하다. 그런데 에버델에 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에버델에 비해선 크리쳐 컴포트가 좀 더 호감이 가는 게임이었다. 굳이 따져보자면, 언급된 게임들은 패밀리가 아닌 패밀리+에 가까운 웨이트의 게임인데, 크리쳐 컴포트는 타겟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좀 더 가벼웠기 때문에?라고 추측해본다.
63. 디크립토 (9, 오프 모임)
현재 긱 랭크 파티 게임 카테고리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게임. 그러나 사놓고 코로나도 오고 해서 사람 만날 일도 없고… 한참을 해보지 못 하고 있었다. 나왔을 때부터 그냥 코드네임 아류가 아닌가 생각했고, 과연 무엇이 특별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게임이었다. 결국 게임을 해본 결과, 이 게임만의 특별한 맛이 확실히 살아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암호 코드를 우리 팀 것, 상대 팀 컷을 추측하는 재미가 모두 살아있고, 상대가 우리 걸 맞힐까 기다릴 때 걱정하며 두근두근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럼에도 단점과 한계가 명확하다고 느꼈는데, 코드네임에 대비해 첫 규칙 설명이 좀 더 난해하다고 느꼈다. 또한 게임 중, 코드 순서를 숫자를 순서대로 말해야 하는데, 이게 좀 헷갈린다. 2번째 코드가 3번이면 2번째 힌트를 준다고 해야 하는데, 3번 힌트를 준다고 실수를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해서, 확실한 재미가 있지만 개인적으론 코드네임을 소장한 이상 방출해야겠다고 느꼈다.
64. 아줄 - 신트라의 글래스 (10, 아들과)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게임이다. 아줄 1, 2, 3를 모두 해봤는데, 2를 가장 좋아해 요것만 소장하고 있다. 아줄 1은 폭탄 떠넘기기가 너무 공격적이라고 느껴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아줄 3는 한 판 밖에 못 해봤지만 전략이 다소 뻔해보였다. 반면, 아줄 2는 폭탄 받기를 일꾼 옮기기로 한 번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여섯 살 된 아들이 규칙을 점점 더 완전히 이해하고 게임을 해서 행복했다.
65. 우봉고 3D 프로 (7, 아들과)
이 게임은 점수를 놓고 정식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퍼즐의 재미를 느끼고 싶을 때 한 번 꺼내서 해보는 용도. 아들과 함께 노력하며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좋았다. 언젠가 제대로 된 규칙으로 게임을 해보는 날이 올까? 이렇게 한 번씩 해보는 용도 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생각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66. 헥스피드 (9, 가족들과)
추상성이 높은 게임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박스만을 봤을 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임이 아니었고, 이렇게 단편적인 4색 조합으로 이뤄진 육각형들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으리란 기대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주 흥미롭고 단순한 규칙으로 아주 귀엽고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어냈다. 무려 실시간 게임으로 손 털기를 목표로 하는 게임이라니! 그 와중에 색을 많이 맞추면 공격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최근 화제가 된 “커피 러시”가 “뿌요뿌요”를 많이 상기시켰는데, 이 게임이야말로 “뿌요뿌요”의 진정한 보드게임 후계자가 아닐까 싶었다. “공격 액션”이 너무 기분 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게임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다 보니 벌칙 카드를 주고 받는 게 정신이 없어서 크게 기분 나빠지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했다. 아주 공격적인 게임인데, 그렇게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67. 신비한 동물세계 (9, 아들과)
아들이 너무 사랑하는 게임이다. 동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보호자와 함께 보면서 동물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 크게 해로우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실력에 크게 기대지 않는 다양한 문제 풀이 있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재미있게 게임할 수 있다. 파주 슈필에서 이 게임이 무료로 많이 풀렸다는 것이 놀랍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수요 예측에 실패한 건지 그냥 인기가 없는 게임이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10점을 주고 싶은 게임이지만, 1점을 깎은 건 웹 앱의 버그성 액션들 때문이다. 가끔 동영상이 안 나온다.
68. 스릴팡 (8, 가족들과)
어린이날 갔던 행사장에서 아들이 홀랑 빠져버렸다. 4명이 각자 손잡이를 잡고 하는 게임 중에 고전으로는 루핑 루이가 있고,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다양한 이런 류의 완구류 게임들을 출시했는데, 스릴팡이 이 계열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한 게 아닐까 느껴졌다. 루핑 루이는 명성에 비해 비행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어 생각보다 지루하고 그에 반해 쉴 틈은 없어서 피로하며, 오액션에 의해 라이프를 날릴 가능성이 너무 커서 아쉬웠다. 스릴팡은 한 라운드에 단 한 번의 액션을 해야 하지만, 공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긴장감은 일품이고, 한 라운드가 끝나면 편하게 쉴 수 있어 이완과 긴장이 확실해 매력적인 걸로 보인다. 그럼에도 엄청 재밌게 하진 않았으나… 가족들이 너무 즐거워해 좋았다.
69. 공룡은 보석을 좋아해 (2, 보드게임콘)
2018년 KDJ 수상작. 으아, KDJ의 세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구나. 게임 세계를 탐구하다 보면, 이것을 정말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느껴지는 게임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내겐 이 게임이 그랬다.
70. 몬자 레이싱카 (7, 보드게임콘)
어린이 게임으로 정말 유명한 고전 중의 고전. 왜 고전인지 느낄 수 있다. 짧은 시간의 체험 테이블에서도 4명의 가족이 집중에서 게임할 수 있었다. 3살 딸은 주사위만 굴리긴 했지만, 그 환경에서 끝까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