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프로젝트 6/10
코로나 이후, 그리고 본격 육아의 길로 접어든 이후로 게임에 대한 갈증을 못 풀고 있다가, 작년부터 아레나에서 이를 풀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최대한 많은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니... 그동안 게임을 많이 못 해본 걸 이제라도 만회해 보고자 올해는 최소한 100개의 게임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안 해봤던 게임 100개를 해보자, 생각을 했었지만, 무리한 계획인데다, 어차피 해본 게임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임이 많아서 그냥 100개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다행히 아레나에 수많은 게임들이 있고, 올해는 오프모임도 종종 나갈 기회도 있고, 또 앱들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왕 플레이하는 거, 기록으로 남기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어, 10개 단위로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개인 메모장으로 남긴 글을 긁어오는 것이라, 리뷰 내용은 반말로 작성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게임 제목 (평점, 플레이 방식) 형태로 작성되었습니다.
51. 클레버 큐브드 (7, 앱)
첫인상은 영 좋지 못했다. 앞선 두 시리즈의 게임보다 점수 규칙 같은 것이 여러모로 좀 억지스럽다고 느껴졌고, 게임에서 제공하는 콤보 점수를 받아먹기가 다소 어려워 재미를 느끼지 못 했다. 어느 정도 적응 후에야 “숫자 바꾸기” 액션을 통해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방법을 배운 뒤에야 인상이 나아졌다. 미세하지만 긱에서의 평가는 4편>1편>2/3편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3편이 다소 떨어지는 인상이고, 4편이 매우 기대된다.
52. 커피 트레이더스 (8.5, 오프 모임)
이 게임을 접하고 지금껏 한 게임 중 최고 weight의 게임이 아닌가 하며 한참 동안 되새겼다. 좀 더 찾아보니… 그 전에 이미 Through the Ages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Through the Ages는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커뮤니티에서의 많은 찬양을 공감하기가 어렵다. 반면, 커피 트레이더스는 규칙을 들을 때, 나름 개인판에 모든 요소가 묘사가 되어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결국은 영향력 게임을 불쾌감이 덜하도록 매우 거대하게 돌려돌려 싸우도록 만든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게임 진행도 영향력 싸움이 벌어짐에도 서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평화롭게 진행된다는 느낌으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영향력 게임을 기반으로 하면서 테마적으로는 커피를 만들고 팔고 하는 전체 과정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마치 커피 대상인인 양 게임을 즐겼다.
53. 커피 러시 (8.5, 오프 모임)
역대 한국인 작가 게임 중 가장 화려한 데뷔를 한 게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주목받은 게임. 이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새로 출시하는 게임은 그 게임만의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PC게임의 뿌요뿌요와 같이 상대를 독특하게, 그러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공격을 하는 아주 절묘한 규칙을 만들어냈다. 다만, 그 공격을 방어할 수단이 뾰족하지 않고, 공격의 수위가 랜덤으로 결정된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비슷한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으로 월링 위치크래프트가 있는데, 이건 보다 직접적으로 다른 플레이를 공격하지만,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방어할 수단이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 경험이 좀 더 좋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었지만 수작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이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보는 것도 한국의 게이머들에게는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54. 에리안티스 (6, 아레나)
현대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잘 버무려지고, 경쟁이 심해 마음이 상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투닥거리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음에도, 게임 경험이 썩 즐겁고 재밌지 않다.
55. 스플렌더 듀얼 (7, 짝꿍과)
스플렌더를 좋아하는 데다, 출시 시점에서 호평이 많았기에 기대를 하고 묻지마 구매를 했던 게임. 하지만 실제 플레이 경험은 아쉬웠다. 브루노 카탈라는 2인 게임으로의 전환 작업에 대해 거의 마스터 경지에 이르렀고, 이미 명작인 7 원더스를 듀얼로 편집해 걸작에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다. 해서 기대를 많이 했고, 게임 자체는 무척이나 잘 만들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승리 조건도 7 원더스 듀얼처럼 3종을 만들어 둠으로써, 게임의 모든 요소가 게임 승리에 긴장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했음을 느꼈다. 특히, 한쪽에 약간 유리한 요소가 쏠리게 되면, 바로 두루마리 특권으로 보정을 해주는 데서 그런 점을 느꼈다. 그런데, 그 정교함들이 결국은 잔룰처럼 느껴져서 아쉬웠다. 특히, 본작인 스플렌더가 너무도 심플하고 담백한 맛으로 깊은 맛까지 뽑아낸 작품이었던 데다가, 2인 플레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까지 감안하면, 결국 이 작품의 정교한 디테일은 사족처럼만 느껴진다. 출시 때, 스플렌더를 좀 더 빡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스플렌더를 이렇게?라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56. 아크로폴리스 (9.5, 아레나)
카드 또는 타일을 놓은 위에 또 놓는 레이어링 개념의 게임은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이너의 무덤이 아니었을까? 기억 속에는 레이어링 게임 중에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게임이 없었다. 그나마 필 워커 하딩의 진저브레드 하우스 정도가 있는데, 그마저도 얼마나 흥행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상황에서 아크로폴리스가 혜성처럼 나타나 프랑스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했다. 고맙게도 아레나에 등장해 플레이를 해봤는데, 괜히 수상을 한 게 아니란 게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2층, 3층을 쌓으면 점수를 더 뻥튀기 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바닥에 깔고 버리고 갈 타일이 존재하고, 그 버리고 갈 타일에 “광산”을 배치해 유의미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의 난이도도 높지 않으면서, 버릴 것, 챙길 것을 고민하는 요소도 적절한, 아주 잘 만들어진 가족 게임. 게임 밸런싱도 잘 짜여진 것 같아서, 좀 더 파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게임.
57. 코덱스 (9, 아레나)
코덱스가 아레나에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어 너무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 때마침 접속하면서 아크로폴리스가 런칭된 것도 보게 되어, 연이어 두 게임을 하게 되었다. 해서 마침 레이어링 게임 특집이 되었는데, 코덱스도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빌딩 요소가 있으면서도 이를 잘 살려 나가려면 카드 레이어링에 있어 “가림” 요소를 감안해 전략적으로 잘 배치해야 한다는 점도 좋았다. 실물이 그렇게 예쁘다는데, 이 정도면 구매를 생각해 볼 법한 게임이었다. 다만, 아크로폴리스를 한 이후여서인지 좀 슴슴하다는 느낌이었다.
58. 리빙 포레스트 (9.5, 아레나)
이 게임을 처음 아레나에서 접했을 때의 충격이 생각난다. 정말 흥미로운 방식으로 디자인된 게임. 덱 빌딩과 푸시유어럭을 믹스한 게임이 이렇게 매력적인 레이싱 게임이 될 수 있다니. 덱 빌딩으로 각각의 역할이 있는 힘을 키워나간다. 덱 보충하기, 나무를 심어 아이템을 얻거나 패시브 능력을 획득하기, 불을 꺼 공헌하기, 상대를 앞질러 아이템을 빼앗기, 그리고 그냥 점수를 쌓기, 이 다섯 가지의 액션이 신기하게도 조화롭게 흘러간다. 유일한 단점은 내가 너무 못 한다는 점.
59. 스플렌더 (10, 아들과)
말이 필요없는 10점 짜리 게임.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수를 떼서 스플렌더는 쉽게 같이 할 수 있을 걸로 기대했으나 의외로 할인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 해 그동안 하지 못 했는데, 이제는 때가 된 듯하여 시도해봤더니 역시 성공! 근소한 차이로 아들이 승리! 너무 즐거웠다.
60. 글래스톤베리 (6, 아들과)
메모리가 미묘하게 들어간 콜렉션 게임. 생각할 거리가 그렇게 있나 싶을 정도로 밍밍하게 굴러갔는데, 아이랑 상대한다고 빡게임을 하지 않고 너무 게임을 대충 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제대로 평가하려면 성인을 상대로 빡게임을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럴 일이 있으려나… 그리고 2인 게임은 게임의 단조로움에 비해 너무 길다고 느껴져서 게임에 대한 평가가 좋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