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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이야기

2,741 조회

2023.08.28 23:57

Barcelona의 이야기? 여담입니다.

저는 게임의 테마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테마가 된 게임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테마를 생각하고, 테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저에게는 보드게임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최근 발매된 Barcelona는 매우 기대했던 게임이어서서 받자마자 규칙만 읽고 곧바로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역시나 재미있었고, 완성되는 도시도 예뻐서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한글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문의했는데 답변을 안주네요;), 게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룰북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번역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처음에는 규칙 외의 부분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룰북 중간중간에 있는 역사적인 배경 부분을 읽다보니 바르셀로나 자체에 대한 흥미가 매우 커졌습니다. 단순히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나름 테마를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네요!

그래서 더 알고 싶어서 인터넷도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는 않네요ㅠ 바르셀로나에 직접 가본 적도 없어서 저에게는 상상속의 도시입니다. 혹시나 건축학이나 도시학 등을 전공하시는 분이 계시면 재미있는 이야기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나 게임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더 즐거울 것 같구요 :)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Barcelona라는 게임을 소개하고, 규칙만 접하고 게임을 진행하셨던 분들에게는 숨겨져있는 재미들을 소개해드리고자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야기해 준 내용들입니다. 게임의 진행에 대해서는 앞서 작성한 간단한소개 또는 룰북을 참고해주십시오.)

시작합니다

보드게임 바르셀로나에서 플레이어들은 바르셀로나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건축가의 역할을 맡게됩니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세르다의 계획처럼 확장이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세르다의 계획처럼 진행하는 경우 세르다의 점수를 추가로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후의 배경 내용은 규칙서에 나오는 역사적 배경과 인터넷으로 찾아본 내용들의 짜집기입니다. 잘못된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많습니다. 그냥 소설이라고 생각해주세요 ㅎ)

구 바르셀로나는 당시의 일반적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성벽으로 둘러싸여있었습니다. 더욱이 군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져서 성벽 밖으로의 확장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19세기말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공장도 늘어나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도시는 과포화된 상태가 됩니다. 당시 파리보다 인구밀도가 2배 이상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전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여러 가지 도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바르셀로나 시는 성곽을 허물고 새로운 도시 계획을 세우기로 합니다. 여기에 일데폰스 세르다(Ilefons Cerda, 이후 세르다)의 계획이 공모전에서 당선되었고, 1868년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새로운 건설이 시작됩니다.

(바르셀로나의 행정구역 지도 - 위키백과)

일반적으로 말하는 구 시가지란 Ciutat Vella(고딕지구, 람블라스 거리 등이 있음)를 말합니다. 게임이 배경이 되는 지역은 L`Eixample입니다.

세르다는 복잡하고 열악했던 구 시가지와는 달리, 113.3m x 113.3m 크기의 블록들 520개로 이루어진 도시계획안을 구상합니다. 지금도 바르셀로나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가 비어있는 블록들이 차곡차곡 들어서 있는데, 이 블록을 스페인어로 사과라는 뜻의 만사나(Manzana)라고 부릅니다. 블록의 폭을 110m가 아닌 113.3m로 정한 이유는 19세기 위생 이론에서 도출하여 1인당 6m²의 공기를 허용하여 생활 수준을 최적화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만사나는 건물의 토대가 되는 배경인 동시에, 도시를 이루는 하나의 기본 단위입니다. 이런 만사나들이 모여서 ‘확장’이라는 뜻의 ‘에샴플레(Eixample)’를 만듭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은 블록 형태가 대부분 ㅁ자 형태인데, 세르다는 모서리를 깍은 팔각형 모양에 열린 블록 형태를 제안합니다. 블록의 양 끝단에 병렬로 건물을 배치하는 타입, 건물을 기역자로 형태로 블록에 배치하는 타입, 디귿자 형태로 블록 삼면에 건물을 배치하는 타입. 이 3가지 블록 타입들로 도시를 구성하며, 이 3가지 타입이 만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외부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병렬 타입이 연속으로 배치되면 긴 공공 정원이 만들어지고, 기역자 4개가 모이면 중앙에 넓은 공원이 만들어지기도 하구요.

(The Guardian. Photograph: Alamy)

세르다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블록마다 두 면만 건물을 건설하고, 나머지는 공원이나 사회적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거주 공간을 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건물을 건설하면서 얻는 부동산 수익이 늘어나면서 이 계획은 꿈속의 이야기가 됩니다. 오늘날 예샴플레의 거의 모든 블록들은 네 면이 모두 건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대부분 4면이 건물로 되어있습니다.

아마도 세르다가 원한 것은 이런 형태였겠지만, 아쉽게도 게임에서조차 구현되기 어렵습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를 마칠 때마다, 가능하다면 반드시 건물을 건설해서 도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게임에서의 3가지 블록들 모양. 순서대로 레벨-1, 레벨-2, 레벨-3 블록. 아래는 코너 블록)

게임에서 3가지 종류의 블록들을 보시면, 레벨-1 타일의 경우 보상으로 세르다 트랙에서 1단계 전진합니다. 하지만 레벨-2, 레벨-3으로 갈수록 세르다 트랙에서 오히려 후퇴하게 됩니다. 이것은 레벨-2, 레벨-3 블록의 경우, 세르다의 계획에서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세르다의 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레벨-3의 경우, 세르다의 평가는 감점이지만 오히려 승점을 받습니다. 건물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거주 공간이 늘어나고 부동산 이익이 늘어났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고, 추가로 모더니즘 양식에 대한 부분을 반영한 것입니다.

(모더니즘 건물들)

세르다가 원한 것 중 또 하나는 모든 건물들을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부에 상관없이 비슷한 건물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일한 생활 조건을 가지고 동일한 수준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당시에 시작된 모더니즘, 카탈루나 모더니즘은 세르다의 생각과 정반대에 위치하였습니다. 모더니즘 스타일의 특징 중 하나는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부를 나타낼 수 있도록 건물의 정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이러한 모더니즘 양식의 건출물들이 오히려 관광에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레벨-3 블록의 경우, 상류계급 시민들이 거주하게 되면서 화려한 장식을 하게 되므로 세르다의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더니즘 스타일을 원하는 시민들을 고려하여 승점을 받게 됩니다.

(모더니즘 타일들)

추가로 게임 중에 모더니즘 양식을 추가하는 경우 추가로 승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모더니즘 계획 타일 및 모더니즘 마커). 엄밀하게 말해서 모더니즘 타일 내용은 모더니즘과는 크게 관계는 없습니다. 추구하는 바를 고려한다는 의미...

(모더니즘 마커들)

아참 그리고 모더니즘 마커를 위쪽 칸으로 올리는 비용이 천입니다. 건축가만이 아닌 유리공, 목공, 모자이크공 등 여러 분야의 장인들이 참여하여 모더니즘 건물과 내부의 가구 및 인터리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비용이 천인 이유는 이런 모든 장인들의 작품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시민 트랙)

게임에서 사용하는 시민 트랙의 경우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말하기를 에샴플레의 건설 중에 있었던 3번의 중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1870년대 미국 식민지에서 성공하고 돌아온 이민자들의 경제력으로 건설에 큰 힘을 얻었으며, 1888년 만국 박람회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고, 20세기 중반 모더니즘의 폭발로 다시 한번 큰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실제로 188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시우타데야 공원(Parc de la Citutadella)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행사를 위해 도시 곳곳을 정비하면서 여러 유명한 건축가들이 도시를 아름답게 바꾸게 됩니다. 이때부터 도시에 모더니즘 양식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이후 성정한 바르셀로나의 부르주아 계층이 모더니즘 건축물을 선호하면서 현재의 바르셀로나의 모습이 갖추어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구 바르셀로나에서는 성벽 내에 공장과 집들뿐만이 아니라 병원, 시장등 공공 시설물들도 비좁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예샴플레가 건설되었을 때, 이 시설들 중 많은 것들이 더 넒고 좋은 공간들로 옮겨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르다는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 또는 사회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이 그들의 집 근처에서 공공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따라서 예샴플레를 구역별로 나누고 구역마다 동일한 공공 서비스를 갖추도록 계획하였습니다.

(공공 서비스 타일: Hospital de La Santa Creu i de Sant Pau)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공공 서비스 타일을 건설하면서 생각보다 큰 승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종류별로 선착순이 아니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구역에 동일한 공공 서비스 건물을 건설하려는 세르다의 계획입니다. 물론 먼저 건설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제공되지만요(늦을수록 비용이 줄지만 승점도 줄어듭니다).

(8각형 블록의 교차로 모습: 구글 스트리트 뷰)

또한 블록을 8각형으로 만든 이유는 교차로의 가시성을 높이려는 목적과 교차로에 여분의 공간을 만들어서 사용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도로에서 자동차의 회전을 고려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세르다는 이곳을 이웃 주민들간의 사회적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하였고, 작은 매점과 가판대를 배치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건물의 면적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하네요. 이후 이 공간들은 실제로는 주차 공간으로 사용되었고, 최근 들어 보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거리를 살펴볼까요?

(사이드 보드의 보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창고에 있는 자갈 타일을 보도에 배치하면서 혜택을 얻습니다. 이 보도에 문양이 있는 것이 보이시나요?

Eixample 거리에는 실제로 이런 보도블록들이 있다고 합니다. RUTA DEL MODERNISME는 모더니즘 루트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해보셨던 분이라면 알고 계셨을텐데, 전 처음에 단순한 무늬인줄 알았습니다.

*La Ruta del Modernismo de Barcelona : 바르셀로나를 아름답게 만든 작품을 만나는 루트(길), 바르셀로나 시의회와 바르셀로나 도시조경학회 두 기관에서 도시를 아름답게 개선 및 유지하기 위해 진행하는 캠페인이라고 하네요.

블록(만사나)들을 둘러싼 도로들도 흥미롭습니다. 도로에는 크게 넓은 도로와 좁은 도로가 있습니다. 좁은 도로만 해도 폭이 20m였고, 많은 이들이 공간의 낭비라고 지적하였습니다. 하지만 구 바르셀로나의 매우 붐비고 어두운 거리에 비해, 이 거리들은 밝게 빛나고 공간이 구분되어 있어 보행자, 마차, 트램이 충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후에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이 넓은 도로의 가치는 더 커집니다.

당연히 넓은 도로의 점수가 더 크고, 이후 트램을 배치하면서 승객으로 인해 추가 점수와 추가 액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로 건설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Vunav/Shutterstock)

어찌보면 세르다는 이상적인,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도시를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세르다의 계획대로 실현되었다면 통일되고 규칙적인 도시가 만들어졌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재미없고 무미건조한 도시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많은 수정이 더해졌기 때문에 지금의 아름다운 도시가 된 것이 아닐까요? 물론 세르다의 기본 계획이 바탕이 되었기에, 아름다운 구조와 곳곳에 있는 공원 및 정원들이 돋보이는 도시가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얼마전 알쓸별잡에서 유현준씨가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 기억납니다. 센트럴 파크는 크기가 커서 오히려 죽은 공원이다. 크기가 너무 커서 빛이 들어갈 수 없기에 저녁이 되면 들어갈 수 없는 공원이 된다. 실제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퇴근하면 공원에 들어갈 수 없다. 관광객으로만 방문해봤던 저에게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의 이야기였습니다. 너무 거대한 공원이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하다니. 이런 시선에서 보면 세르다가 계획한 도심 속의 작은 공원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1800년대에 이런 계획을 할 수 있었던 세르다는 천재가 아니였을까요? 물론 현실에서는...

세르다의 계획에 참여하여 바르셀로나의 확장에 참가하실 마음이 있으신가요? 바르셀로나 한번 어떠신가요? 물론 세르다의 계획대로만 진행해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빈 공간만 있으면 건물을 세우고, 그것도 레벨-3 건물들로 인구를 꽉꽉 채우고, 모더니즘 주의에 빠져들고, 공공 서비스 건물을 난립해야합니다!

*시간날 때마다 조금씩 쓰다보니 글이 엉성하네요. 시간내서 읽어주셔서 합니다. 게임해야하는데 시간 아깝게 뭐한건지 모르겠고, 게임 이야기를 듣고 싶으셨을텐데 잡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게임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생기셨죠? :)

*블로그 글을 복사하니 사진 크기들이 다 달라지네요; 다시 수정할 힘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