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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파이터 신판 후기

1,956 조회

2023.07.09 21:52

안녕하세요?

던전 파이터에 진심이 되어선 룰북 번역과 한글화 자료까지 만들어 버린 광인입니다.

이 게임을 현재 약 두 번 돌려 보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그 느낌 그대로라 정말 너무 즐거웠어요.

게임의 특성상 자주 돌리긴 어렵고 쿨타임이 많이 필요할 듯 하지만

그 동안 이 게임을 하며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며 지낼 수 있어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쿨타임이 얼른 끝나 또 돌려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제가 쿨타임을 맞이한 동안 다른 분들이 저 대신 즐겨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수상한(...) 욕심을 갖고

저의 욕심에 어울려주실 분들을 위한 후기나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 던전 파이터... 너는 나에게...

던전 파이터의 표지를 봤을 때 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 그리고 운명이라고 느끼고 말았죠!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원래도 보드게임으로 하는 던전크롤링에 관심이 많았어서 관련 게임을 찾다가 알게 됐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보통 던전크롤링이나 RPG 게임으로 많이 추천 하는 글룸헤이븐, 원 덱 던전, 타에던, 투매니본즈 등등...
원덱을 제외하고는 웨이트도 있고 세팅의 압박도 크기 때문에 사실상 그림의 떡인지라
'원덱이나 펀딩 시작하면 들어가야지...' 하면서 시큰둥하게 지내던 때에
혜성처럼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은 게임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던전 파이터' 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저웨이트 게임을 종종 하고 왁자지껄한 파티게임도 좋아하는 터라, 던전 파이터의 게임 스타일은 마음에 쏙 들었어요.

주사위를 굴리면서 과녁(보드)에 던진다고? 근데 던지는 자세가 복잡하다니?
은근 던전크롤링 스타일을 지키고 있으면서 컴포넌트가 너무 많지 않고 테마가 살아있는 느낌까지... 이거다! 싶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구매를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1인플이 되기는 하지만 캐릭터를 2개 사용해야하는데...
그렇게 하느니 안하느니만 못한 게임이라 1인이 지원되지 않으면 결국 방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우리집 성격 상
차일 피일 미루면서 아마존 핫딜이 뜰 때마다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말로 짝궁에게 '이런 게임이 있는데...'하고 슬쩍 운을 떠봤더니 'X신같넼ㅋㅋ 당장하자' 라는 거예요? 😏 오호? 이뇨속 낚인 것인가요?
(역시 고놈이 고놈, 제짝이 맞는 짚신이니 같이 사는거겠죠.😁)

그렇게 짝꿍의 맘이 바뀌기 전에 얼른 구매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짝꿍에게 더욱 더 성공적인 영업이 되길 빌며 룰북도 번역하고 캐릭터 시트 한글화도 하고 그랬던 것입니다.

그 후 제가 정성껏 준비하며 플레이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짝꿍이 플레이를 먼저 권해주었어요.

그렇게 저와 짝꿍은 첫번째 던전을 쳐들어가게 됩니다.

🎲 첫번째 던전 돌입

↑ 매우 열정적으로 던지기 자세를 시연하고 있는 짝꿍. 나중가면 서로 기상천외한 상상력 대회를 벌이게 됩니다.🤣

설명을 들은 짝꿍은 '대충 알겠으니 일단 시작하자'라는 지극히 저의 짝꿍스러운 발언을 하며 게임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익히 포럼 후기에서 읽었던 바와 같이 악랄한 난이도를 자랑하더군요.

물론 우리는 매우 완화된 하우스룰(...)을 적극 활용하여 연습 던지기 무한, 못본척 해주기 등 ㅋㅋㅋㅋ

테스트 + 첫 회 플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매우 느긋하고 여유롭게 플레이를 했습니다.

물론 게임 플레이 자체가 여유롭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어요...

탁자와 눈 높이 맞춰 던지기, 탁자 밖에서 두번 튕기기, 팔꿈치로 던지기, 눈 감고 던지기, 눈 한쪽 가리고 그 상태로 던지기 등등...

룰북을 번역하며 보아온 기상천외한 던지기 자세가 마구잡이로 튀어 나왔는데...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그게 아니죠?

던전 파이터의 진정한 재미는 바로 2개 이상의 던지기를 섞는 행동에서 나옵니다.

덕분에 프렌들리 샷(친구 손으로 던지기) + 탁자 눈높이 맞춰 던지기 라던가, < 짝궁과 함께 탁자 밑에 쭈그리고 앉아 짝궁 손으로 주사위 굴림

팔꿈치로 던지기 + 눈감고 던지기 라던가, < 팔꿈치에 올려두고 눈감고 던져대느라 짝꿍이 옆에서 생중계 해줌.

친구 손으로 던지기 + 카드를 이용해 던지기 + 탁자 눈높이 맞춰 던지기 등 < 짝궁과 함께 쭈그리고 앉아 짝꿍 손에 카드를 놓고... 이하 생략

기상천외한 던지기 조합으로 하고 있을라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빵 터져 웃으랴 자세 맞추랴 서로 손을 가져다 던지면서 멋대로 자아를 갖지 말라는 둥 도구가 되라는 둥

멋대로 손 꺾지 말라는 둥, 좀 더 약하게 던지라는 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게임이 파티 게임인 이유와 그 진가가 여지없이 발휘 되어 게임 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더라구요.

물론 후반부 가서는 둘 다 체력 이슈로 약간 텐션이 다운 되었지만 어떻게 어떻게 열심히 던지기 자세를 충족하며 어느덧 보스 목전까지 도달했습니다.

막판에 보스를 뽑고서 이거 맞아?ㅋㅋㅋㅋ 하고 약간 멘붕을 했지만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클리어 해보려고 온몸을 비틀며 굴려댔습니다.

(보스전 앞에서 장비도 잔뜩 사고 물약도 잔뜩 사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거든요 ㅎㅎ 장비를 다 쓰려고 벼래 별짓을 다했답니다. 🤣)

사실은 서로에게 아주 너그러운(...) 판정을 해주지 않았다면 중간부터 실패했을 각이지만,

서로의 자존심(ㅋㅋㅋ)이 허락하는 한 재밌게 모른척 해주기도 하고 거들먹 거리며 봐주기도 해서 정말 짝꿍과 오랜만에 참 즐거웠네요.

그렇게 마치 실제로 던전을 탐험한 것 같이 체력을 모두 탕진한 어른이 둘은 너덜너덜하게 쉬러 가는 것으로 첫번째 도전은 무사히 성공 하였습니다.

🎲 두번째 던전 돌입

↑ 여전히 열정적인 던지기 자세를 설명 하고 있는 짝궁. 그걸 보는 친구들은 어처구니를 상실한 모습.

의외로 두번째 던전 탐험의 기회가 빨리 찾아 왔습니다.

급작스럽게 친구들이 집을 방문해 2박 3일 보드게임 합숙을 했거든요!!!🎉

낮에는 이런~~ 저런~~ 게임을 잔뜩 즐기고 마지막 날 밤 던전 파이터를 4인 파티로 즐길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름 먼저 해본 선배(?)라고 이런 저런 던지기 자세를 시연하며 먼저 나서주는 짝꿍이 너무 웃기고 고마웠네요 ㅋㅋㅋ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별거아닌데? 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던지기 자세가 중첩 되어가니 슬슬 멘붕하는게 느껴져서 즐거웠습니다.

특히 이번 기회에 핫 포테이토 샷을 해볼 수 있었는데 (옆사람이 주사위를 현재 플레이어에게 던져주면 마치 뜨거운 감자를 받은 것처럼 바로 던져야 하는 자세)

하필 그 때 몬스터가 눈을 감고 던져야 하는 조건이라 눈을 감은 상태로 손에 뭐가 느껴지면 그냥 그대로 냅다 던져 버리는 바람에 ㅋㅋㅋㅋㅋ

주사위가 정말 사방 팔방으로 튀어 던지지 않는 사람은 테이블을 모두 막고 서서 응원 아닌 응원을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대폭소 잔치였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던전의 최고 던지기 콤보는 저의 '점프 + 테이블에 손목을 대고 + 한쪽 눈에 손을 갖다 대고 그 손으로 던지는 샷' 이었습니다.

(정말 저런 자세로 던질 수 있습니다. 믿겨지지 않지만 정말 정확하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어요ㅋㅋㅋㅋㅋ)

어떻게 어떻게 피곤(ㅋㅋㅋㅋ)해진 몸을 이끌고 보스전까지 왔는데 아쉽게도 저번과 같은 보스가 나오는 바람에 조금 김샜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처음이니까 성심성의껏 온 몸을 날려(?) 보스를 격파했네요!

그리고 이번에도 마법처럼 모두 체력을 탕진하여 ~너덜너덜 수면엔딩~ 을 맞이 했습니다. ㅋㅋㅋㅋ

이와 같이 강렬한 인상의 게임이다보니 불가피하게 쿨타임이 좀 필요한 게임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저와 친구들 같은 체력 즈질의 어른이들에겐 연달아 이 게임의 던전을 격파 한다는 것은...그야말로...😇

그래서 한번 할 때 조금은 느슨하게 그저 즐겨요 이시간 마인드로 가볍게 즐겨보시길 추천합니다!

조금 특별(?)하고 요상(?)한 게임을 원하신다면,

브레인 버닝이 아닌 체력 버닝을 원하신다면,

말도 안되는 불합리함을 폭소와 즐거움으로 함께 이겨낼 컴패니언이 있으시다면,

이 말도 안되는 게임 '던전 파이터'를 한 번 즐겨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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