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좀비」 본판 간단 소감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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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27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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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모임으로 「다윈의 여정」을 플레이하던 중 「마블 좀비」 본판이 도착하여, 「마블 좀비」를 바로 플레이해보았습니다.

규칙서를 오래 전에 읽고, 플레이하면서 규칙 헷갈리는 걸 확인한 거라, 에러플이 있을 수 있고, 이 글 작성하면서 다시 규칙서 보는 중이기도 합니다. (특히 특성 카드의 사용 시 행동 소모 여부가 헷갈리네요.)

게임이 끝나기 두 라운드 전의 모습입니다. 두 라운드 후, 좀비-데드풀의 사망(?)으로 인해 패배.

애드온이 아직 안 와서, 기존 판타지 시리즈의 플라스틱 토큰/문을 사용했습니다.

테마도 테마지만, 규칙 및 플레이 환경의 변화가 가장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존 '좀비사이드' 게임의 단점이라 생각하는 초반의 지루함이 해결되었다고 보네요.

기존 '좀비사이드' 게임들은 (현대 1판/판타지만 해봤지만) 템 파밍 없이 레벨을 빨리 올리면 젹들은 많이 발생하는데 플레이어는 그다지 강해지지 않기에 레벨 업을 늦추는 게 초반의 주요 전략이었습니다. 특히 초기 스펙이나 파밍 없는 레벨업만으로는 잡는 게 일반적으론 불가능한 어보비네이션의 존재도 있고요. 결국 게임 초반 중 상당한 턴을 안전한 건물에서 파밍을 반복하는 데 소모하곤 했죠.

「좀비사이드 : 흑사병」은 놓치면 안 되는 네크로맨서의 존재로 플레이어들은 건물 밖으로 끌어내려고 시도했지만, 네크로맨서의 탈출이 곧 플레이어의 패배를 당기는 요소인지라 맵 구성에서 안전 장치를 두는 경우가 많아서 유의미하게 큰 차이는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마블 좀비」에서는 (기존의 어보미네이션에 해당하는) 슈퍼 히어로 적이 이러한 메타를 크게 뒤흔들었습니다.

「마블 좀비」에서는 강인도가 2 이상인 적들을 잡을 수 있는 공격 등급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많은 주사위를 굴려서 명중 주사위를 한 번에 많이 할당하기만 하면 됩니다. 「마블 좀비」의 새로운 시스템인 배고픔 수치를 통해 별다른 파밍 없이도 주사위를 많이 굴릴 수 있고요.

슈퍼 히어로는 발생 카드도 여섯 장이나 있고 파랑 레벨에서도 발생하기에 초반부터 승패를 건 전투가 시작되는 것도 맘에 듭니다. 저희는 첫 슈퍼 히어로 적으로 토르가 나왔는데 이 토르가 좀 많이 튼튼하셔서 10분만에 패배의 위험을 맞기도 했네요.

「좀비사이드 : 흑사병」을 포함한 기존 시리즈는 파밍/레벨 업을 통해서 화력 총량을 늘리는 게 일반적인 경험이었다면, 「마블 좀비」는 화력이 늘어나기보단 유틸성이나 트리키한 행동 선택지가 생기는 기분이었습니다.

「마블 좀비」에서의 파밍은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장비를 얻는 게 아니라 한 번 쓰면 사라지는 특수 액션 카드를 얻는 형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배고픔' 트랙을 활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배고픔 수치가 높아지면 주사위를 많이 굴리지만 대신 행동 선택지가 좁아지거나 부상의 위험이 있는 문제도 생깁니다. 심지어 평범한 공격 중에도 주사위 1이 나오면 배고픔 수치가 심화되기도 하고요. 이러한 리스크 관리의 요소가 생기면서 액션의 순서/내용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도 생각할 게 많았습니다. (심지어 적 단계의 발생 처리 중에 아군이 공격당하는 위험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고 번거로움이나 불쾌함이 적은 플레이 경험을 추구한 흔적도 보입니다. 같은 칸에 적이 있더라도 문 열기, 파밍, 상호작용 행동이 가능하고, 원거리 공격이 빗나가더라도 아군을 오인사격하는 일도 없습니다. (원거리 빗나감은 현대 시리즈 2판에서도 바뀐 것 같은데 제가 현대 시리즈 2판을 해본 적이 없어 확실하지 않습니다.)

초반 템포가 빨라지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포함해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하는 재미가 있어서,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기본판만 배송된 상태라 판타지 시리즈는 병행해서 소장/플레이하겠지만, 이후 확장이 모두 배송되고나면 판타지 시리즈는 방출하고 「마블 좀비」 시리즈만 남겨두는 쪽을 생각하게 될 정도로요.

p.s.

60마이크로미터 슬리브 씌웠을 때 트레이에 카드 잘 들어갑니다. 우리 CMON이 달라졌어요.

p.s.2

특성 카드 중 '먹어도 물리지 않는' 카드는 약간 오역에 가깝습니다. 현재 카드 텍스트로는 프리액션을 주는 건지 헷갈리게 써있는데, 그게 아니라 공격 후 결과가 맘에 안 들면 그제서야 이 특성을 버리면서 효과를 받는 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