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한 후계자들(SUCCESSORS) 플레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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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3 01:36

그동안 애타게 찾던 게임인 후계자들을 약 열흘전쯤에 네이버 워게임 보드카페 네임드이신 스톰트루퍼님께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한글번역된 룰북을 구하지 못해 차근차근 영문 룰북을 보며 룰을 익힌 후 이번 주말쯤에나 친구들에게 내밀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지난주 화요일 저녁에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급히 반나절만에 룰북을 독파하고 테플 겸 돌렸습니다...만, 역시나 예상대로 에러플이 만발했었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게임은 알렉산더 사후 휘하 장군들이 벌였던 디아도코이 전쟁을 테마로 합니다. 디아도코이는 그리스어로 후계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알렉산더의 제국을 차지하기 위한, "후계자"가 되기 위해 서로 박터지게 싸운 전쟁이었던 거지요. 이런 역사적 배경을 충실히 반영하여, 게임에는 일반적인 워게임의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승점(VP) 말고도 정통성(Legitimacy)이라는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승점이 내 세력의 힘을 표현한다면, 정통성은 명분을 나타내주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게임의 승리방법도 다양해졌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승점을 올려 알렉산더의 뒤를 잇는 새로운 정복자가 될 수도 있지만, 정통성을 획득함으로서 알렉산더의 정당한 계승자와 그의 제국을 수호하는 충신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 두 길의 타협점 어딘가에서 알렉산더의 계승자를 옹립하고 그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섭정이 되어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긱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장군들의 모습. 모두 실제 역사상의 인물들입니다. 총 12명의 장군들이 등장하고, 각 플레이어는 시작장군 여덟명 중 두명을 골라 사용하게 됩니다. 나머지 넷은 이벤트로 등장합니다.

게임플레이는 안티파트로스/폴리페르콘(게임 중반에 안티파트로스가 노령으로 죽고 폴리페르콘으로 교체됩니다.) + 안티고노스의 레드진영 VS 프톨레마이오스 + 페이톤의 옐로우 진영 VS 페르디카스 + 크라테로스의 블루 진영의 대결인 3인플로 진행했습니다. 저는 레드진영이었습니다

3턴쯤?의 상황.(게임하면서 찍은 사진이 두장 뿐이네요 ㅜ)

아래쪽 보드 중간부분의 해산박스(전투에서 패하고 살아남은 장군과 CU는 해산박스로 갔다가 다음턴 시작 때 돌아옵니다.) 에 블루진영의 두 장군인 페르디카스와 크라테로스가 몽땅 다 들어가 있는 게 눈에 띕니다. 둘이 같이 다니다가 턴 초반 전투에서 옐로우의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대패를 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습입니다. 옐로우 진영은 여세를 몰아 지중해 연안 블루진영의 세력을 정복하고 있는 중이고 저의 레드진영은 로도스에서 힘겨운 공성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ㅜㅜ

(긱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게임 시작시 최강의 장군인 블루진영의 페르디카스. 시니어 오피서로 +1 정통성에다 무려 알렉산더 4세를 데리고 시작합니다. 초반 보유병력도 막강하기 이를 데 없지요. 그러나 문제는 저 Royal Army (보라색 띠가 있는 유닛, 왕실 근위대라 생각하시면 됩니다.)들이 정통성이 더 높은 세력과 전투시 배신할 위험이 있는 부대라는 것입니다. (정통성이 더 높은 세력의 장군과 전투시 해당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전투에서 패배할 경우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결국 Royal Army들의 배신이 블루진영 몰락의 결정적 원인이 되고 맙니다.

(긱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시작 장군들 중 최악의 능력치를 가졌지만 최고의 알짜 땅인 이집트와 +2prestige(인기도?)로 아쉬움을 커버하는 프톨레마이오스. 프리스티지는 일부 장군들에게만 있는 능력치로 전투시 Royal Army들의 충성 여부와 반란(Mutiny) 이벤트 체크시에만 정통성을 보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그닥 중요할 것 같지 않지만 의외로 또 매우 중요합니다. 이날 플레이시에도 옐로우진영이 프톨레마이오스와 연설(gift of oratory, 해당 전투에서 지휘관의 프리스티지+5) 이벤트로 Royal Army들을 모두 배반시킨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후 옐로우진영은 압도적인 군사력에다 알렉산더의 운구차와 알렉산더 4세까지 보유하며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됩니다.

4턴의 모습. 알렉산더, 다마스커스에 잠들다 ㅜㅜ...(지도 중간부분 코엘레 시리아에 언뜻 보이는 보라색 마커가 알렉산더의 무덤입니다.)

3턴 말미에 마음이 급해진 옐로우진영은 직전에 정복한 다마스커스에 알렉산더의 시체를 묻고 성지로 선언합니다.(알렉산더의 운구차는 4턴이 되면 사라집니다.) 그리고 운명의 4턴, 이대로 무난히 5턴이 되면 턴 시작과 함께 옐로우진영의 섭정승리로 게임이 끝나는 상황이기에 블루진영과 레드진영은 합심하여 옐로우진영을 공격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땅 욕심이 났던 블루진영은 아르메니아에서 한가로이 정복활동을 벌이고, 레드진영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안티고노스가 프톨레마이오스와의 전투에서 전사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결국 5턴 시작과 함께 옐로우진영이 알렉산더 4세를 황제로 옹립하고, 섭정이 되면서 승리합니다.

(긱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게임 내 최강의 장군인 안티고노스(좌측에서 두번째).

실제 역사상의 디아도코이 전쟁에서도 독보적인 활약을 했지만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던 인물인데, 게임에서도 비극적으로 전사하고 맙니다. ㅜㅜ

일단 첫플에 대한 소감은, 정말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게임 내에서 다양한 장치를 통해 테마를 기가 막히게 살려냈습니다. 여성왕족들은 여러 명을 보유하면 모두 정통성을 올려주지만, 남성 왕족(왕위 계승자)들은 그 중 한명만이 정통성을 올려준다든지( 두명의 계승자는 필요 없으니까요), 유일한 이방인 출신 장군이었던 에우메네스의 프리스티지가 -2라든지 하는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도 룰에 모두 담아냈습니다. 특히나 섭정승리( 특정 왕위 계승자가 성인이 되는 턴에 내가 그 계승자를 보유했고 정통성+승점이 1위라면 섭정승리를 선언할 수 있지만, 만약 내가 1위가 아니라면 해당 왕위 계승자는 내 세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존재이므로 반드시 살해해야 합니다.) 조건을 설명할 때는 친구들도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더군요.

또 하나의 큰 플러스 요인은, 그리 길지 않은 플레이시간입니다.(물론 짧지는 않지만, 다인플 워게임치고는 그래도 짧은 편입니다 ㅜㅜ...) 설명부터 게임종료까지 딱 다섯시간 정도 걸렸는데, 다들 룰에 어느정도 익숙해진다면 세시간 반 정도면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후에 제가 나가는 모임분들과도 한번 돌릴 기회가 있었는데, 총 다섯턴중에 두턴밖에는 돌리지 못했지만 역시나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같이 플레이했던 분들도 재미있으셨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ㅜㅜ) 아무튼 오랜만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찾은 듯 합니다.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고

플레이타임의 압박이 조금 있긴 하지만,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 테마에 푸욱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하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