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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작게이머 2월호 : 라이어 게임의 원조가 가짜 예술가?

1,744 조회

2023.03.09 10:46

구작 게이머

-2023년 2월-

안녕하세요, 한결입니다. 지난 한달 간 플레이한 게임을 재미 순으로 요약해 볼게요. 총 15개 게임입니다.

💣

"다신 보지 말자"

스파이폴 (5회)

스파이폴아, 이제 그만 보자! 자세한 얘기는 아래서 할게요.

🤔

"아쉽다"

‘라이어 게임’이라는 것이 술자리 게임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게 아마 3년여 전일 겁니다. 마피아 게임의 일종인데, 1~2명이 라이어가 되고, 정답 단어를 라이어만 모릅니다. 돌아가면서 단어를 설명하는데, 라이어는 정답을 모르므로 눈치껏 모면해야 합니다. 두바퀴를 돌고 나면 라이어일 것 같은 사람을 투표로 지목해서, 찾으면 선량한 시민팀이 이깁니다. 하지만 탄로난 라이어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있어서, 정답 단어를 정확히 맞추면 오히려 승리합니다.

(신서유기에도 등장)

이 라이어 게임 류의 기원이 어디인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마피아 게임처럼 별도의 오리지널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가 최초더군요?! (혹시 제가 잘못 안 거라면 바로잡아주세요)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4회)

가짜예술가를 비롯한 라이어 게임은 전통적인 마피아 게임 및 단어 맞히기 퀴즈를 베이스로 하지만, 두 가지 새로운 메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1. 라이어만 정답을 모른다

2. 마지막에 라이어가 정답을 맞히고 역전할 기회가 있다.

1번 규칙은 단어 맞히기 퀴즈를 뒤집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답을 아는 팀장이 한 명이고, 나머지 팀원이 그 정답을 맞히는 흔한 형태를 반대로 뒤집은 셈이죠.

2번 규칙은 레지스탕스 아발론(2012)의 멀린 찾기 규칙이 먼저 떠오르지만, 가짜예술가(2011)가 더 빨랐습니다.

가짜예술가는 1, 2번 메커니즘을 처음 제시한 것은 물론 거기에 그림 그리기를 더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독창적인 시도로, 초기 오잉크의 번뜩이는 감각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비티컬처, 사이드의 작가 제이미 스태그마이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메커니즘으로 꼽기도 했을 정도로요.

(유통권을 사려고 했으나 오잉크가 거절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은 스파이폴일겁니다.

올해의 게임상 후보에까지 올랐고, 국내 보드게임 카페에서도 다인 추천 게임으로 흔히 소개하고 있죠.

스파이폴은 가짜예술가의 포맷은 가져오되 그림 대신 말로 하는 설명으로 바꿨고, 출제자 역할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면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합니다.

이후에 카멜레온이 나왔는데, 스파이폴과 달리 정답을 장소로 한정하지 않았고, 질문 없이 한 단어로 설명하도록 단순화했습니다. 술자리 라이어 게임과는 거의 동일합니다.

정리하자면 기본 2가지 요소는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규칙은 점점 더 간단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원조와 최신이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술자리 라이어 게임의 경우 앱을 활용합니다. 때문에 출제자가 없는 것은 물론, 정답 단어와 마피아를 선정할 때 복잡한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입니다.

가짜예술가의 경우 그림을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거짓말을 말로 해야 하는 경우, 표정, 말투를 포함해서 일종의 연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피아 게임을 잘 못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가짜 예술가의 경우 그림이 대신 말해주기 때문에 그 점을 다소 가릴 수 있습니다. 편견일지 모르나 일본 게임이라 비교적 간접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쓰다 생각났는데 다음에는 라이어 게임 앱을 활용해서 가짜 예술가를 출제자 없이 해봐야겠어요. 아마 그게 라이어 게임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게임 평가로 돌아갑시다. 원조다 최고다 칭찬을 늘어놓고 왜 평점은 꼴랑 3점이냐고 물으신다면… 우선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임이 취향이 아닌 게 가장 크고, 둘째로 라이어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썩 훌륭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라이어 게임에서는 정답을 혼자만 모르기 때문에 거짓말의 난이도가 일반 마피아보다 높습니다. 특히 라이어가 순서상 처음 설명해야 하는 경우 들키지 않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런데 반대로, 모두가 고인물이 아닌 한 라이어한테 유리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한두 명이라도 정직한 설명을 하게 되면 정답을 맞히기가 어렵지 않아서요.

보드게임이든 술게임이든 도합 서른 판 이상은 해본 것 같지만, 정말 스릴있고 쫄깃한 경험은 몇번이나 있었나 싶습니다. 물론 제가 트롤인 경우가 많기도 했지만요 ㅠㅠ

세트 (2회)

지능 계발 게임, 멘사 셀렉트의 상징입니다. 루미큐브를 턴 없이 실시간으로 한다면 비슷할까요? 세트를 찾기 위해 순간적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면이 게임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설명이 까다로운 면이 있어서 누구에게나 편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또 규칙 외적인 문제로, 새로 3장을 오픈하는 사이에 누군가 세트를 외쳐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이 때 카드 깔던 사람이 머쓱해지는 것은 물론, 게임이 매끄럽지 않게 우당탕탕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이 소사이어티 (1회)

좋은 물건을 많이 사오면 이기지만, 가장 돈을 많이 쓴 한사람은 반드시 꼴찌가 되는 규칙이 인상적입니다. QE라는 게임의 원조 격이죠.

크니지아 게임 답게 경매, 또는 카드게임으로서 잘 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배팅 금액을 높일 때, 기존 금액에 새로 낸 카드를 더하는 계산이 상당히 번거로웠습니다. 게임성을 가릴 만큼요.

뒤죽박죽 서커스 (2회)

1월호에서 성인끼리 플레이 하면 무너지질 않아서 재미가 없다고 말씀드렸죠?

정답은 둘 중 하나였습니다. 만취하거나, 울퉁불퉁한 카펫 같은 걸 깔고 하거나. +1점.

🥉

"좋은 게임"

산토리니 (3회)

거의 2인 전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엔 3인플을 해봤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더군요. 비슷한 느낌을 찾자면 3인 오목 같은 느낌이에요. 한 명의 공격을 둘이서 막을 수 있다 보니 빠른 승부가 나지 않고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규칙서에 3인 이상에서는 반드시 특수 효과가 있는 신 카드를 넣으라고 되어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안 넣었죠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분이 머리를 잘 써서, 제가 움직일 곳이 없어 패배하게 됐는데, 수읽기 재미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좋은 게임.

저는 보드게임을 취미로 하고, 메나/글룸 유튜버이기도 하지만, 저의 또다른 아이덴티티는 보드게임을 만든다는 겁니다. 아직까진 아마추어 수준이지만요.

그래서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후기에서도 홍승재 작가님의 타일놓기/퍼즐 게임 포켓팜을 좋아하는 게임으로 꼽은 적 있죠. 이번에 해본 게임은 우선 양우진 작가님의 2종입니다.

전쟁이다! (4회)

아크노바 방식으로 카드를 사용하여 내 군대를 움직이는 영향력 게임입니다. 백빌딩은 아니지만 지휘관과 병사들을 활용해 영역 정복 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서 원더랜드 워의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영향력 게임 답게 인터랙션이 풍부하고, 내내 수싸움이 벌어지며, 5인플도 1시간 이내에 깔끔하게 끝납니다. 규칙과 밸런스 측면의 완성도 역시 일부 상용 게임보다도 나은 수준입니다.

다만 아직은 프로토타입으로서 별다른 테마나 아트워크가 없는데, 컨셉을 잘 입힌다면 좋은 게임에서 좋아하는 게임으로 평가를 고쳐 쓸 것 같습니다.

체르멜로 (5회)

바둑이 연상되는 추상전략 게임입니다. 돌을 하나씩 놓을 수 있고, 좋은 형태와 안 좋은 형태가 있습니다. 그런데 바둑과 달리 내 돌들을 전진시킬 수 있고, 상대방의 진영까지 도달하면 승리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방향과 칸 수는 이어진 돌의 수와 형태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일부만 떼서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심플한 룰에 많은 선택지를 주는 전통적인 추상전략의 맛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기프 시리즈의 7번째 게임으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하지만 반전으로 저는 추상전략 팬이 아니기 때문에… 패치워크, 캐스캐디아처럼 운과 테마가 가미된 현대식 추상전략이 아니라면, 어떤 추상전략에도 7점 이상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장르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점수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체르멜로 규칙서 / PnP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997&id=&tb=board_design

양우진 작가 카카오톡

https://open.kakao.com/o/soiOpEPe

혹시 전쟁이다 또는 체르멜로를 해보고 싶은 분께서는 위 연락처로 연락드리면, 흔쾌히 오프라인/온라인 테스트 플레이 기회를 마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

"나 이 게임 좋아해"

도깨비 화원 (1회)

또다른 한국의 작가 우성호님 게임입니다. 앞서 소개한 두 게임보다 좀더 개발 초기에 가까운 게임으로, 캐릭터 간, 카드 간 언밸런스와 다듬어야 할 규칙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퍼즐 디자인과 풍부한 고민거리, 자체 제작한 한국풍 꽃 일러스트가 빛났습니다. 좁은 개인판에 타일놓기라는 점에서 필 워커하딩 냄새가 나는데, 개인적으로 배런파크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좋은 회사를 만나 출시되기를 바랍니다.

우성호 작가 카카오톡 ID tjdgh5321

혹시 도깨비 화원을 해보고 싶으신 분께서는 위 연락처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TTS에서도 가능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

🥇

"갓-겜"

라스베가스 (3회)

지난 후기에서 가족끼리 하기는 꺼려진다고 썼던가요? 그 발언 대차게 취소하겠습니다. 갓겜은 그냥 갓겜.

고민거리 한 스푼, 인터랙션 두 스푼, 그리고 주사위 운빨 한 드럼통이 적절히 혼합된 환상의 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텀블링 다이스 (17회)

크로키놀, 클라스크와 비슷한 계열의 알까기 게임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라스베가스처럼 주사위가 들어가기 때문에 운에서 오는 빵 터짐 요소가 있다는 거죠. 때문에 크로키놀, 클라스크는 진지한 승부의 분위기가 나기도 하는 반면, 텀블링 다이스는 그런 거 없습니다. 알까기에서 오는 피지컬 차이는 있지만, 결국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육면체가 승부의 8할이기 때문입니다.

3판 2선승제로 하면 딱 좋고, 개인전 후에 1등과 4등을 묶어서 2:2로 팀전을 하면 백미입니다. 설명도 1분 미만이고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모임에서도 오프닝으로 추천할 만한 게임.

보난자 (3회)

구관이 명관이라… 젝스님트와 더불어서 카드게임 명가 아미고의 황금기 작품입니다. 최고의 보드게임 디자이너 우베 로젠버그의 초기작이기도 하죠. 규칙서만 보면 다소 잔룰이 있는 느낌이지만 막상 해보면 자연스럽게 돌아갑니다.

다른 카드게임과의 차별점 첫째는 협상, 거래 게임이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임더보스(1994), 카탄(1995)처럼 90년대에 유행하던 맛이긴 한데 이게 참 진미입니다. 카탄이 가족게임으로서 확고한 지지를 받은 것도 자원 거래에서 오는 대화와 인터랙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차별점은 결국 점수(돈) 모으기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모은 콩을 팔 때나 게임이 끝났을 때 뭔가를 키웠다는 감정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머리를 쓰게 만드는 게임은 많지만 이런 만족감을 주는 게임은 흔하지 않은데, 콩 아저씨 우베의 아이덴티티이자 뛰어난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카르카손 (4회)

그런 감정을 주는 게임에는 카르카손도 있습니다. 큰 성을 완성했을 때나 게임이 끝난 뒤 중세 풍경을 보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있죠.

(여운... 이랄까?)

가족과의 첫판에는 농부까지 빼고 담백하게 플레이하기를 1월호에서 강력 권장했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이제 상당히 적응하셨기에 우선 강 타일을 추가했습니다. 약간의 설명거리가 생기지만 맵이 훨씬 다채로워져서 아주 좋은 변주라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몇 판 더 해보고 마침내 농부 규칙까지 추가! 하지만 예상대로 학습곡선이 가파릅니다. 이해는 하셨지만 동생과 저(고인물)의 영향력 싸움에 끼기는 어려워하셨어요.

게이머 입장에서 카르카손의 농부는 화룡점정이지만, 역시 가족게임으로서는 빼고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미플이 남아돌지 않도록 한 개씩 빼고 하는 하우스 룰을 추천 드려요.

🏆

"명예의 전당"

제가 긱 평점을 열심히 매깁니다. 갓겜은 우선 9점을 주고, 한판 더해도 여전히 갓겜이면 0.1점씩 올려줍니다. 예전만 못하면 깎고요. 그렇게 최소 10번의 추가 검증을 통과하면 10점에 도달할 수 있고, 이때부터는 그냥 고정합니다. 명예의 전당인 셈이죠. 딱 3개의 게임이 여기 있습니다.

글룸헤이븐 (10회)

3회차 글룸헤이븐, 3인플입니다. 정들었던 정신도둑을 마지막으로 1세대 캐릭터들이 모두 은퇴했습니다. 저희는 다회차답게 탱딜힐 나누지 않고 지 하고싶은 거 합니다. 탱 따위 없어도 정신도둑의 극딜, 주문직인의 광역딜, 그리고 땜장이의 서폿 조합이 잘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2세대도 제멋대로 뽑았더니 원거리 비슷한 것만 3명이 되었습니다…; 이건 좀 어렵네요ㅋㅋ

메이지나이트 (5회)

말이 필요 없는 인생게임 메이지나이트. 하도 많이 했기 때문에 평소에 땡기는 감정은 잘 없는데, 막상 하면 이래서 갓겜이었지 합니다.

메이지나이트는 솔로, 협동, 경쟁 등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인데요.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 하나는 대부분 협동을 주로 플레이한다는 거예요. 메나의 협동 디자인은 사실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글룸헤이븐, 투매니 본즈를 비롯한 여타 테마 협력게임에 비해 협력성이 약하고 게임이 길어요. 물론 협동 볼케어 임무는 상의할 것도 많아지고, 최종전의 압도적인 포스가 모든 것을 커버해주긴 하지만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추천하는 모드는 2~3인 경쟁입니다. 마치 일꾼놓기 게임처럼 자리 선점과 선잡기에서 오는 인터랙션이 상당하고, 이 때문에 눈앞의 전투만이 아니라 다음 턴, 다음 라운드를 신중하게 계획해야 합니다. 메이지나이트 팬인데 경쟁 임무를 못 해보셨더라면 한번은 해보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