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븐 풋볼 매니저 보드게임 리뷰

2,274 조회

2023.03.07 10:00

먼저 이 게임의 제목을 보고 악마의 게임인 FM을 떠올리며 비교를 하자고 들면 일레븐 보드게임은 이미 진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되어 20년 가까이 매년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새 버전을 출시하고,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실제 선수들을 기용해서 축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탈출구 없는 게임’과 비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23년에 나온 보드게임인데, FM 게임에서 시스템 부분만 잘 옮겨오면 충분히 재미있지 않겠냐?’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컴퓨터가 알아서 해주는(코딩된) 수많은 다양한 시스템을 보드게임에서 직접 적용하는 건 전부 누군가가 기억해야할(보통 게임 주인이 되겠죠 ㅠ) 잔룰이 되기에 이 또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보드게임과 콘솔/PC를 동일한 비교선상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을 저도 일레븐 보드게임을 해보고 나서야 새삼 깨달았습니다. 일레븐은 보드게임이라는 영역에서 축구라는 테마와 경영이라는 측면을 꽤나 그럴싸하게 결합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토마스 얀센이(Thomas Jansen) 2017년 출시한 Club Stories 이후, 포탈게임즈와 손을 잡고 이번에 새로이 내놓은 축구 시뮬레이션 ‘보드게임’인 일레븐에 대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 흐름 **

규칙서에서는 요일별 일어나는 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주말에는 경기를 하는 등 시간 흐름에 따라 규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핵심 내용만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은 총 6라운드동안 진행되고, 매 라운드는

수입 – 사건(이사회) – 행동 3회 – 축구 경기 – 지출

순으로 진행됩니다.

수입(조달)과 지출(유지비), 사건(이사회)은 모두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크게 처음에 설명을 들으면 이후에는 크게 고민할 일이 없고, 3회의 행동과 경기를 어떤 식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흐름이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이사회 미팅(사건)

행동 3회를 하기 전에 이사회 미팅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매주 구단에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게임 시작시에 고른 임원의 성향에 따라 이사회의 방향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결과를 따지게 되지만, 임원의 성향을 고려하여 그에 맞게 운영을 하면 좋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회사의 자금을 중요시하는 임원들을 모셔서 주로 자금 관련으로 운영을 할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한 상황입니다 이사회 미팅은 매주 월요일입니다)

행동 3회(화, 수, 목요일)

이제 본격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게 됩니다. 행동을 3회 한 후에는 바로 경기를 시작하게 되므로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이 많으며, 가능한 행동들을 추리면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선수(유망주) 영입/방출
-   직원/스폰서 계약
-   스타디움 시설 / 사무실 업그레이드
-   카드 행동

모든 행동들을 하나하나 여기 설명하기에는 너무 글이 길어지기에 특징을 몇 가지만 짚어보자면, 직원들은 운영 자원을 소비해서 추가 행동을 하게 해주는 행동들을 갖고 있고, 스폰서는 자원(주로 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해주며, 설비는 다방면으로 필요한 요소들을 얻게 해줍니다. 그리고 선수는 금요일에 치러질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영입을 노려야 할 대상입니다.

(직원과 스폰서, 설비 업그레이드 시장의 모습입니다. 스폰서는 3가지 형태로 계약이 가능하고 직원은 구단 운영을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줍니다.)

경기(금요일)

대망의 경기 날이 됐습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받은 상대팀의 정보를 토대로 선수들과 전술카드를 사용해 진영을 먼저 구성한 뒤, 상대 팀 카드를 뒤집어 경기를 진행하게 됩니다. FM과 실제 축구 경기를 보는 듯한 영상과 실감나는 느낌은 없지만, 내가 짠 포메이션과 슈터들이 상대 수비를 뚫고 골을 넣을 때는 상당히 짜릿한 느낌을 줍니다. 골의 판정 여부는 5 구역(양쪽 윙, 포워드, 미드필드, 백)에 배치된 선수 수치를 각각 비교해서 득점 / 수비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승리 / 패배 / 무승부 여부에 따라 리그 순위표에서 점수를 얻으며, 게임 종료 시 순위에 따른 승점을 획득하게 됩니다.

(여러 프로 선수를 고용하기보다 일부 강력한 슈터들을 배치해서 득점을 노린 사진입니다. 3부 리그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기에 큰 어려움 없이 이겼습니다)

주말
주말에는 유지비 지출, 다음 라운드에 만날 상대팀 확인 등의 정리 단계를 진행하고, 이렇게 총 6라운드를 진행하면 게임을 마치고 승점이 가장 높은 사람이 이깁니다.

(1라운드에는 유지비가 얼마 안되지만, 돈도 없어서 빠듯하긴 마찬가지입니다)

** 인상깊은 점 **

- 다양한 자원, 다양한 요소

일레븐에는 총 4가지 자원이 있습니다. 돈(노란색)은 선수 영입부터 설비, 유지비까지 다방면에 쓰이는 유형자원으로 매 라운드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자원입니다. 팬덤(빨간색)은 관중석에 유치를 시키면서 추가적인 돈을 얻게 해주며, 선수들은 팬덤의 수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운영(초록색)은 한 주에 3번만 할 수 있는 행동 외에 추가로 카드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효율적인 자원이고 체력(파란색)은 선수들이나 직원들이 능력치를 발휘하는 데 다양하게 쓰이는 자원입니다. 돈을 제외한 나머지 자원들은 무형의 자원으로, 라운드가 끝나면 사라지게 되므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돈 버는데 미쳐버린 구단주)

- 축구 운영 테마를 보드게임으로 적절하게 이식

당신은 선수가 아니라 운영을 담당하는 ‘구단주’입니다. 이사회는 당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상급자들이며, 한 라운드에 3회 밖에 못하는 행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합니다. 직원들과 선수들을 움직이는 것조차 적절한 자원을 사용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도 포메이션 배치 실수로 경기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지와 변수를 고려해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야 상급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 리플레이성을 높여줄 확장
5개의 추가 확장을 통해 입맛에 맞게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이로인해 새로운 선수, 설비, 상대 등 더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마무리 **

축구를 소재로한 게임은 내가 선수가 돼서 직접 무언가 하는 덱스터리티 부류만 접해보았지만, 구단을 운영하고 전략적으로 선수를 배치해서 경기에 승리하고, 결과적으로 구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방식도 충분히 재미가 있습니다. 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운영자가 돼서 축구단의 운영 이모저모를 경험하며 게임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본판에 익숙해지면 확장을 넣어서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