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보드게임 후기(타반누시, 리버탈리아, 리빙 포레스트, 퓨덤, 죠스, 갱오브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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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6 19:50

인스타에 올린 글 붙인거라 반말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타반누시>

나는 테오티우아칸, 테케누, 심지어 평이 전반적으로 별로인 타완틴수유까지 모두 좋아하는 편이라 타반누시도 굉장히 기대작이었다. 근데 재작년 출시 당시 집에 사놓고 못돌린 게임도 몇 개 있고, 뭣보다 인기가 없는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할인폭이 어마어마해져서 출시 특가로 사더라도 맘이 아팠다(내 크리스탈 팰리스와 한토토..ㅠ). 그러던 와중에 역시나 밀봉 타반누시를 아주 싸게 당근할 수 있었고 드디어 4인플로 첫플을 할 수 있었다.

게임은 기대만큼이나 만족스러웠는데 사실 룰북을 읽을 때부터 재밌을 것 같았다. 오히려 룰북 읽을 땐 다소 챙겨야 할게 많아 보였던 행동들이 막상 플레이 시엔 꽤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디자인이 정말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총 다섯개의 구역에서 각각 스코어링이 일어나는데 어느 구역에서 몇번의 스코어링이 일어날지는 게임마다 양상이 다르다. 각 구역에서의 스코어링은 대부분 퍼즐 맞추기 형식이고 각 구역의 퍼즐에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가 포인트인데, 이를 위해선 주사위 눈금에 따른 일꾼 이동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이 일꾼 이동 메카니즘이 스코어링 트리거랑 조합이 되어서 꽤나 유니크한 재미를 준다. 빠른 시일 내에 어여 다시 돌려보고 싶다! [이날의 재미: 4/5]

<리버탈리아>

젝스님트와 시타델의 핵심 메카니즘을 버무리고 거기에 살짝 양념을 친 느낌이다. 근데 이상하게도 앞의 두 게임보다 승부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우린 4인플로 했는데 5~6인이었으면 좀 더 난장판이 되면서 재밌었을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요런 포지션의 게임이 좀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파티 게임에 전략적 요소를 첨가하게 되면 오히려 게임의 파티성을 해치는 느낌이다. 웃고 즐기기 위해선 룰은 가능한 단순하고 직관적일 수록 좋은 것 같다. [이날의 재미: 2.5/5]

<리빙 포레스트>

정령들이 숲을 지킨다는 귀여운 테마의 덱빌딩 게임. 덱빌딩에다 푸쉬유어럭 요소를 가볍게 섞어놔서 게임이 아주 경쾌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겨우 한 판 해본거라 밸런스가 얼마나 잘 잡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게임이라 그런지 첫인상이 꽤 호감이었다. 나름 신경을 쓴 것 같지만 묘하게 별로 안 예쁜 아트웍이 아쉽다. [이날의 재미: 3.5/5]

<퓨덤>

아마도 21년도에 BEST 게임을 뽑았다면 이 게임이지 않았을까. 퓨덤은 내가 가진 게임 중 룰 설명이 가장 긴 게임이면서(웨이트도 단연 1등) UI가 가장 불편한 게임이다. 한마디로 접근성이 가장 낮은 게임인데 신기하게도 내가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이 단점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인 액션 카드는 총 11장인데 마지막 열한 번째 액션 카드 설명에 들어서면 ‘아, 이제 길고 긴 설명이 거의 끝나가는구나.’라고 다들 생각하게 된다. 한데 이 마지막 길드 액션 카드 한 장에는 총 6개의 길드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3가지 액션이 기다리고 있다. 즉, 18개의 액션을 또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쯤 되면 듣는 사람도 지치고 룰마도 울고 싶어진다. 그래서 진지하게 이 게임 설명 동영상을 찍어서 유툽에 올려볼까도 고민했었다(결국 그건 더 귀찮을 것 같아서 포기함). 하지만 이렇게 룰마를 힘들게 하는 길드 액션이 또 이 게임의 굉장한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6개의 길드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순환 경제를 구성하는데, 각 길드에서 지위가 높은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열심히 생산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이 판의 흐름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원활해지기도 한다. 이 와중에 각 장소에서 치열한 영향력 싸움까지 하고 있으면 이 게임은 정말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거기다 메인 보드판을 보고 있으면 “심미적 완성도를 위해선 UI 따위 개나 줘버려”라고 하는 듯한 작가의 곤조가 느껴지는데, 이 점 역시 나에겐 너무나 매력으로 느껴졌다. 다른 보드게임에서 흔히 보기 힘든 개성 강한 아트웍과 시선 강탈 거인(이지만 귀여움이 포인트) 미플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날은 다들 거의 정복 없이 개발만 열심히들 하셔서 룰 설명 한 시간 하고 정작 게임 시간은 3시간도 채 안 걸렸다. 항상 룰마를 하다 보니 정복 액션이 강요되는 영지 테크를 타는 게 좀 부담스러운데 언젠간 요 테크로 공격적인 운영도 꼭 해보고 싶다! [이날의 재미: 4/5]

<죠스>

나름 씨네필이라 영화 IP의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은데 Jaws는 개중에도 평이 꽤 좋은 편이라 기대하던 게임이었다. 역시나 룰북을 읽는데 재밌을 것 같아 내친김에 난생처음 카드 한글화도 해버렸다.

이날 상어 역할을 맡은 분이 워낙 겜잘러였는데 오히려 그 슈퍼 플레이 본능을 역이용해서 1막에서 딱 두 턴만에 배럴을 다 붙이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crew 아이템들을 든든히 얻어서 산소통 붙여서 터뜨리고 조명탄과 낚싯대도 붙여서 비교적 손쉽게 상어를 잡을 수 있었다.

1막, 2막 구성이 아주 절묘하고 4인플 시 3명이 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살아 있어서 자연스레 자기가 맡은 역할에 몰입이 되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이날의 재미: 4/5]

<갱 오브 다이스>

야찌류 주사위 게임인데 초반 주사위 개수 베팅으로 도박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주사위 게임답게 빵빵 터지는 맛이 있다. 난 계속 똥 싸다가 마지막 12라운드에 무승부가 나오면서 그때 베팅칩 다 묻고 13라운드를 추가로 진행했는데 여기서 내가 먹어서 1등 함. 라스베가스가 질릴 때 생각날지도? 참고로 주사위 트레이 필수. [이날의 재미: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