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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불태웠던 이틀 간의 6연전

1,728 조회

2022.12.3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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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eil입니다.

아마도 이 글이 제가 올해에 마지막으로 올리는 글이 될 것 같네요. ㅎㅎ

얼마 전에 독감으로 고생해서 꽤나 밀려서 쓰게 되었습니다.

11월 중순에 어떤 분으로부터 쪽지를 받았습니다.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오신 김에 제이엘v 님을 만나서 반지 전쟁을 같이 하셨는데,

이틀 동안 네 게임을 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긴 플레잉 타임과 잔룰이 진입장벽이지만 그마저도 재미다라면서요.

끝에서 저와 만나서 반지 전쟁을 하고 싶다고 덧붙이셨습니다.

그 후에 카톡으로 얘기를 나누면서 일정 조율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게임을 같이 하는 데에 장벽 아닌 장벽이 있을 때가 있죠.

장소를 누구에게 가깝게 잡을 건지,

때로는 하기 싫은 게임을 할 때에 조건으로 다른 게임을 해야 이 게임도 하겠다든지요.

하지만 이 분은 조건이 없었습니다!

아니, 외려 저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을 드셨죠.

제가 있는 곳으로 오시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결전의 날이 밝았는데요.

제가 활동하는 모임의 장소로 쓰고 있는 한 보드게임 카페에서 모이기로 했고요.

닉네임이 포항호빗 님이신데,

정말로 포항에 사신다고 하시더라고요. ㅋ

근데 거리가 멀다 보니 하루 전날 천안의 친구 분 집에서 하루 묵고 아침에 차를 몰고 안양으로 오신 건데요. ~~이건 뭐 프로 스포츠 구단 느낌이... ㅋㅋㅋ~~

포항호빗 님이 멀리에서 오셔서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었지만

안양에서 딱히 먹을 것도 없고,

포항호빗 님이 육체적으로 느끼시는 배고픔보다

정신적으로 느끼시는 반지 전쟁에 대한 배고픔이 더 크셔서 (?)

간단하게 국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맛있는 걸 못 사 드려서 죄송했는데,

포항호빗 님이

"저는 반지 전쟁을 하러 왔습니다!"

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목을 베러 오신 것 같은... ㅋㅋㅋ~~

모임 장소로 갔으나 평일에 문을 늦게 여는 걸 모르고 수십 분 기다리다가

근처에 있는 다른 보드게임 카페로 갔습니다.

여기는 정액 요금제가 아니어서 포항호빗 님이 원래 가려던 곳으로 가서 기다리자고 하셨지만

저는 한 게임 하는 데에 얼마 안 걸리니까 타임 어택 하 듯이 (?) 빠르게 한 게임 하고 자리를 옮기자고 했죠.

카톡에서도 그랬고 만나서도 그랬고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던 게 반지 전쟁의 플레잉 타임이었습니다.

포항호빗 님이 제이엘v 님과 하셨을 때에 하루에 두 게임씩 하셨다는 겁니다.

한 게임 하는 데에 네 시간씩 걸려서요.

저는

"아닌데요? 반지 전쟁 2시간 정도면 끝나는데...;;;"

라고 반박을 했더니,

"제이엘v 님도 시작하기 전엔 그렇게 말씀하셨죠..."

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에게는 포항호빗 님에게 다양한 플레이를 보여 드리는 것 이외에 미션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었습니다.

반드시 두 시간 대에서 끝낼 것!

그래서 게임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시간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ㅎ

제가 후기를 뒤늦게 기록하고 있고, 이틀 동안에 여섯 게임이나 했기 때문에

플레이 당시의 기억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 1

1번째 매치 (2시간 4분)

제가 자유민족, 포항호빗 님이 그림자군을 맡으셨습니다.

첫 턴의 3단계 - 추적 할당에서 포항호빗 님이 할당을 하나도 안 하시더라고요.

'저렇게 하시다가 큰 일 날 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라 다를까

행동 굴림에서 그림자 군 행동 주사위들에서 "눈" 결과가 하나도 안 나온 겁니다!

저는 엘프의 반지 카운터까지 써서 원정대 진행을 세 번 했을 겁니다.

추적 칸에 "눈" 결과가 없으니 그림자군은 추적 굴림을 하지 못하고요.

저는 게임이 터졌다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래도 포항호빗 님이 게임 도중에 타락 점수를 잘 올려 놓으셔서

원정대가 멀리 간 것 치고는 타락 점수가 높았습니다.

저는 자유민족으로 할 때에도 군사적 승리를 배제하지 않는 편입니다.

포항호빗 님이 "움바르의 해적선들" 사건 카드로 돌 암로스를 상륙 공격을 해서 점령하시는 것을 보고

모아 두었던 곤도르 + 로한 군으로 움바르를 쉽게 점령해 버렸습니다. (빈집 털이)

그리고 오스길리아스에서 나온 작은 군대로 일부러 공격받아 후퇴로 한 지역 이동하고,

다음 제 행동으로 미나스 모르굴을 점령하면서 승리 점수 4점을 만들었죠.

그랬더니 포항호빗 님이 크게 당황하셨는지 한 수만 물러 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ㅎㅎㅎ

이때가 대충 1시간 40분 정도 지났을 거예요. (미션 대성공?)

그림자군이 공격했던 행동을 무르시고 다르게 진행하셨지만

결과적으로 저의 그 군대로 미나스 모르굴을 다시 점령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포항호빗 님이 gg를 치셨습니다.

반지 전쟁을 초보자들끼리만 하면

"그림자군은 공세, 자유민족은 수세를 취하고, 그림자군의 승률이 높다"

라고 평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여러 번 해 보면 그렇게 되지는 않죠.

자유민족의 병력을 잘 모아서 그림자군의 약점들을 공략하면

승리 점수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습니다.

2번째 매치 (2시간 12분)

자주 이용하던 보드게임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포항호빗 님이 그대로 그림자군을 선택하셨습니다.

저는 원정대를 꾸준하게 진행시키긴 했지만

포항호빗 님은 그림자군 군대들을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셔서

승리 점수가 10점에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시간을 끌 필요가 있어서

거의 다 죽은 로한군으로 미나스 티리스 탈환 작전에 모든 걸 걸었고

결국 성공시켰습니다!

그림자군이 미나스 티리스를 향해 회군하는 동안에

원정대가 조금씩 조금씩 산에 올라서 결국 한 반지를 파괴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초중반에 그림자군의 맹렬한 기세로 곤도르와 로한이 지도에서 삭제되어 갔지만

빼돌려 놓은 로한의 작은 군대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네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이렇게 밀리는 와중에도

움바르 쪽을 점령했죠. ㅎ

3번째 매치 (1시간 55분)

다음으로 진영을 바꿔서 진행했습니다.

제가 자유민족을 많이 하다 보니 그림자군으로 하면 굉장히 어색합니다. ㅋㅋ

생각 없이 병력으로 쭉쭉 밀면 될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그림자군으로 운영하는 게 어려워요.

저만 그렇게 느끼나요? ㅎㅎ

어느 정도 해 본 자유민족 플레이어라면 방어를 잘 합니다.

그래서 그림자군으로 곤도르와 로한을 둘 다 미는 게 생각보다 어렵죠.

제가 곤도르를 건드리지 않고 로한만 먼저 밀기로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원정대에서 나온 동료들이 미나스 티리스로 일찍 도착해서 아라고른을 만들었고,

얼마 후에 백색의 간달프로 대체해서 행동 주사위 6개 체제를 만드셨습니다.

저는 마술사-왕과 사우론의 입을 제때에 등장시켰어야 했는데,

잊어 버려서 행동 주사위 개수에서 밀리는 형세였습니다. ㅠ

별동대를 조직해서 원정대를 졸졸 따라 다녀야 했는데,

그것도 안 했고요. ㅠㅠ

그래서 원정대가 모르도르로 쉽게 들어가 버렸습니다.

제가 사건 카드들로 타락을 올리긴 했습니다만

원정대가 마지막 칸에 도착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는데,

한 게임 더 하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아서

이날은 일찍 마치고 다음 날 일찍 모이기로 했습니다. ㅎㅎ

데이 2

4번째 매치 (1시간 56분)

둘째 날에는 1번 확장을 넣고 했습니다.

제가 자유민족, 포항호빗 님이 그림자군을 맡았습니다.

저는 일부러 나랴의 소지자 버전의 간달프, 두나단 버전의 스트라이더를 원정대 덱에 넣었고요.

샤이어의 호빗 버전의 메리를 고향인 샤이어에 놓고 시작했습니다.

이것에 대한 대가로 그림자군이 행동 토큰 1개를 선택하는데,

포항호빗 님이 정치 카운터 전진을 고르셨죠.

초반에 포항호빗 님이 모리아의 발록을 등장시키는 것을 놓치신 건지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원정대가 모리아를 쉽게 통과하고 계속 쭉쭉 진행할 수 있었고요.

모르도르의 군대와 움바르의 군대가 곤도르를 삼켜가는 동안에

아이센가드의 군대가 로한 땅에서 녹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에도라스에 모아진 로한 군으로 항쟁을 했고,

돌 암로스 부근에 곤도르 군대를 크게 뭉쳐 놓아서

남쪽으로 돌아 들어오려는 움바르 군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원정대가 산 꼭대기에 도착해서

한 반지를 또 한 번 파괴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5번째 매치 (2시간 45분)

이틀 동안 여섯 번의 매치를 하는 동안에 제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게

바로 이 다섯 번째 매치였습니다.

진영은 직전 매치와 같았는데요.

어쩌다 보니 제 행동 주사위와 사건 카드가 전쟁을 하기에 좋게 나와서

"진짜" 전쟁을 하기로 했죠. ㅎ

다섯 개의 자유민족 국가가 모두 "전쟁 중"이었고,

증원 풀에 있는 피규어들도 거의 다 썼을 뿐 아니라

북동부 전선 그리고 잘 쓰지 않는 북서부의 병력들까지 다 끌어다가 전쟁에 투입했습니다.

자유민족이 수세가 아닌 공세로 총력전을 펼치며

그림자군의 머리채를 붙잡고 흔들고 있었죠.

잘 뭉쳐진 곤도르와 로한 연합군이 모란논을 점령했고,

북동 전선의 연합군이 뒷문을 통해 마운트 군다바드까지 점령했습니다.

거기에 북서부에서 영혼까지 끌어 모은 엘프, 드워프, 북부 연합군이

모라아를 점령하기 직전이었거든요.

그런데...!!!

포항호빗 님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양 진영이 모두 승리 조건을 달성하면 누가 이겨요?"

"그림자군의 우선순위가 높죠."

"자유민족이 6점 얻어도요?"

제가 너무 신을 낸 나머지 방어를 너무 안 했던 것이었습니다!

자유민족이 승리 점수를 5점 이상 달성한다고 무조건 이기는 게 아닙니다.

군사적 승리를 하려면 그림자군의 승리 점수가 10점보다 아래여야 하거든요!

제가 마지막 몸부림으로 에도라스를 탈환하려고 했으나 주사위 결과가 좋지 않아서

2시간 45분간 사투 끝에 간발의 차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정말 공격적인 자유민족의 플레이를 보여 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졌잼싸! (졌지만 재미있게 싸웠다)

6번째 매치 (1시간 44분)

마지막 여섯 번째 매치는 진영을 바꿔서 진행했습니다.

전날 그림자군으로 했을 때에 놓치고 한 플레이가 많아서

이날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했습니다. ㅎㅎ

초반에 발록을 등장시켜서 모리아의 길목을 지키고,

고스모그로 곤도르 땅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주도했는데요.

그 대신에 로한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센 여울에 로한 병력이 모여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요.

엘프의 거점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자유민족 군대들이 그쪽으로 모였습니다.

저는 군대들을 끌어올려서 엘프의 거점 세 곳을 먹고 게임을 끝내려고 했습니다만

산을 오르던 원정대가 빨간색 특별 추적 타일을 많이 뽑으셔서

반지 운반자들이 타락하며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두 플레이어 모두 사건 카드로 특별 추적 타일을 꼬박꼬박 잘 추가했는데,

이전 다섯 경기 동안에는 파란색 원정대 특별 추적 타일이 정말 잘 뽑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매치에는 제 운이 더 좋았네요. ㅎㅎ

여섯 번의 매치의 결과입니다.

	포항호빗		스케일
데이 1 (기본판)
매치 1 (2시간 4분)	그림자군		자유민족	전쟁 승리
매치 2 (2시간 12분)	그림자군		자유민족	반지 승리
매치 3 (1시간 55분)	자유민족	반지 승리	그림자군
데이 2 (1번 확장)
매치 4 (1시간 56분)	그림자군		자유민족	반지 승리
매치 5 (2시간 45분)	그림자군	전쟁 승리	자유민족
매치 6 (1시간 44분)	자유민족		그림자군	타락 승리

포항호빗 님과 처음 만나서 이틀 동안 반지 전쟁을 즐겁게 플레이했고요.

며칠 후에 포항호빗 님이 천안으로 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 주셨는데,

앞으로는 전보다 훨씬 더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안에 사시는 친구 분과 맹연습 중이시지 않을지... ㅎ

저도 전략 연구를 더 해서 가겠습니다.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난이도가 상당한) 두 번째 확장도 좀 해 보고 싶고요.

"에레보르의 숙명"이라는 미니 확장도 이제는 뜯어서

번역과 한글화 작업을 해야겠습니다.

반지 전쟁을 같이 할 사람이 생겼으니 말이에요. ㅎㅎ

아, 그리고 며칠 전에 반지 전쟁 플레이 매트가 도착해서

다음 번에는 그 매트를 깔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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