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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키즈 완결 후기

1,573 조회

2022.11.19 15:46

- 좀비 키즈.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안녕하세요!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좀비 키즈는 발매 직후부터 보드게임긱 어린이 게임 분야 1위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어 너무너무 플레이하고 싶었지만, 발매 당시 아이가 만 4세라

군침만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은 만 7세 이상) 그래도,

‘갖고 있으면 언젠간 할 수 있겠지!’

라는 게이머 특유의 긍정적 사고로 일단 구매는 해 뒀는데, 한~참 뒤에

드디어 플레이 기회를 잡았습니다.

1. 2021년 5월 초 (아이는 만 5세 6개월)

- 장태산자연휴양림. 사진 출처: 네이버 지도

그때는,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가 연휴를 맞아 친숙한 대전에라도 가 보자던

때였습니다. 장태산을 비롯해 몇몇 공원을 돌기로 했지만, 그 외엔 아무래도

자유롭게 다니기 어려워 숙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고, 그러려면 심심해 할

아이를 위한 보드게임이 필요했는데, (안 그래도 짐이 많은 터라) 마침 부피 적고

리플성이 엄청 좋아 보이는 좀비 키즈가 딱이었던 거죠.

- 관저당. 사진 출처: 네이버 지도

대전에 도착해 짐을 풀고, 너무나 맛있는 샌드위치를 사 먹은 뒤,

동네를 산책하다 보니 어느새 어둑해져서, 자연스레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좋았습니다. 새로운 게임이라 아이가 호기심 가득했고, 등장 캐릭터에

이름을 지어 주면서 게임에 친숙해졌기 때문이죠. 안 그래도 좋아하는 스티커를

자주 붙이는 게임 진행 덕분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두 판 하고 나니

집중력이 확 떨어지는 겁니다. 협력게임임에도, 자기 차례 외에는 논의에

참여하지 않구요. 그러더니, 급기야는 엉덩이 탐정을 보겠다며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빔프로젝터 TV가 웬 말입니까;)

- 엉덩이 탐정. 사진 출처: 나무위키

충격을 받은 저는 아이가 게임에 재미를 못 붙인 이유가 뭔지 아내와

얘기해 봤는데... 물론 엉덩이 탐정이라는 초강력 라이벌도 있었지만,

그동안 너무 퍼즐게임만 플레이한 탓이 아닐까싶더군요. 포션폭발을 비롯한

퍼즐게임은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만 풀면 되지만, 좀비 키즈는 좀비로부터

학교를 구한다는 중장기 목표만 있을 뿐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인지, 아이는 자신의 히어로를 게임 판에 있는

아홉 칸 중에 어디로 옮길까 고민하다

“엄마가 좋으니까, 엄마 있는 칸으로 갈게.”

라는 말을 종종 하더라구요.

- 게임 판에 있는 아홉 칸.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게다가, 아이는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히어로마다 갖고 있는

특수 능력도 잘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알아, 알아, 다~ 알아.”

라며 더 설명하지 말라고 우기는 바람에 자세히 이해시키지 못 한 탓도 있지만,

다양한 특수 능력을 활용하기엔 아직 좀 어린 게 아닌가 싶더군요.

한마디로, 게임을 제대로 이해 못했다는 거죠. 그제서야, 만 7세 게임을

성급하게 만 5세에게 들이민 선택을 후회했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두 판 하고 버릴 수는 없어서, 다음 날부터

“엄마랑 아빠 둘이서 게임하고 있을 테니까 너는 TV 보고 있어~”

라는 거의 반협박으로 게임을 안 하려는 아이를 게임 테이블에 앉혔습니다.

(부끄럽습니다ㅠ)

그렇게 전체 게임 중 1/3쯤 진행하고 나니, 아이가 특수 능력을

제법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그제서야 좀 신이 났던지

“좀비 키즈 재밌네~”

라며, “한 판 더!”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겨우 게임을 즐기게 됐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특수 능력이 더 빠른 속도로 쏟아져

결국 아이가 감당 못하고 흥미를 잃어 갔습니다.

- 게임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비밀 봉투가 열리고 새로운 특수 능력이 공개된다.

사진 출처: 팝콘에듀 상품페이지

2. 2022년 8월 (아이는 만 6세 10개월)

1년이 흐른 여름 방학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아이가 좀비 키즈를 하자며

식탁에 게임을 갖다 놓는 겁니다. 기억력이 좋을 때라, 기본 규칙도 대략

기억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게임이 절반쯤 진행됐기에) 이미 공개된

수많은 특수 능력을 다시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는데 있었습니다.

걱정했지만, 권장 나이인 만 7세에 바짝 다가서서인지 금방 이해하고

적용하더군요. 자기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세우구요. 게다가, 엄마 아빠가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라며 잘 수용하는 겁니다. 두 달 전에 포션폭발을 플레이할 때만 해도

엄마 아빠의 훈수에 침울해했었는데, 협력게임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네요.

덕분인지, 다섯 판을 플레이하는 동안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도 않더군요.

사흘 사이에 열네 판 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최선의 선택은 못 할 때가 많고,

납득하기 힘든 플레이도 종종 하네요.

3. 2022년 11월 (아이는 만 7세)

게임이 얼마 안 남았지만, 아이가 하자고 하질 않아 못 끝내고 있었는데,

최근에 포천 산정호수에 놀러가느라 완결 지을 수 있었습니다.

숙소가 산속 깊은 곳에 있는데다 해까지 빨리 져서, 할 일 없는 저녁 시간에

대비해 가지고 갔거든요.

게임 끝내고 아이에게 “좀비 틴즈도 있는데 해 볼래?”라고 물으니

“당연히 하고 싶지~”

라고 답하네요.

- 좀비 틴즈.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이제, 이 게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4. 게임 감상 1: 애매한 규칙

레거시게임은, 규칙상 애매한 부분을 미리 확인한 다음에 플레이할 수 있는

여타 게임과 달리, 미리 공개되지도 않고 게임 중에도 계속 바뀌는 규칙 탓에

항상 규칙이 애매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린이게임이라

안 그럴 줄 알았던 좀비 키즈도 예외가 아니더군요. (사실, 레거시보다는

시나리오게임에 가까운데 말입니다.)

예전에, FAQ를 작성했었는데

"좀비키즈 : 학교를 지켜라!" FAQ

발매 초기에 작성한 거라 그런지 이걸로도 부족하더라구요;

5. 게임 감상 2: 적당한 난이도

난이도는 어땠냐 하면... 어린이 게임에 어른이 둘이나 붙어 있으니

초중반까지는 거의 패배할 일이 없었지만, 후반은 달랐습니다. 조금만 무리하게

플레이하면 여지없이 지더군요; 어려운 미션은

“야, 이거 어려운데?”

라며 다섯 판 넘게 반복하기도 했구요. 봉투를 모두 연 상태에서는

성인에게도 어려워 흠칫 놀랐습니다.

아이들끼리 플레이한다면 초반부터 만만찮은 게임이 펼쳐져, 승부욕을

자극하리라 예상합니다.

6. 게임 감상 3: 어린이 갓겜

완결 짓고 나니, 이 게임이 왜 어린이 게임 1위인지 알겠더군요.

히어로가 되어 특수능력으로 좀비를 해치우고, 승리하든 패배하든

스티커를 붙여 새로운 봉투를 열어 새로운 특수능력을 또 얻는 등

만 7세 게임에서 이 정도로 다채로운 시스템을 구현하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전에 플레이했던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아이에겐 신세계나 다름 없었겠죠?

올해의 게임상(Kinderspiel des Jahres)와 보드게임긱 어린이 게임 4위에 빛나는

갓겜 ‘고스트 헌터’도 좀비 키즈(혹은 팬데믹)과 유사한 시스템이지만,

좀비 키즈에 비하면 단조로울 뿐이라 (고스트 헌터는 만 8세 게임;)

좀비 키즈가 어린이 갓겜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 고스트 헌터.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7. 결론

좀비 키즈는 강력한 테마, 쉽지만 다채로운 시스템, 귀여운 일러 덕분에

경쟁자가 없는 압도적인 어린이 갓겜입니다. 보드게임긱 어린이 게임 순위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도 당분간 좀비 키즈를 위협할 게임은 없겠네요.

(엄청난 놈이 하나 있긴 한데,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네요.)

이 게임은 다음 단계인 가족게임으로 넘어가는데 있어 디딤돌이 되어 줄

소중한 게임이기도 해서, 아이와 좀비 키즈를 플레이해 보지 않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단, 규칙을 깔끔하게 다듬지 못해 애매한 부분이 있으니,

아이와 플레이하시기 전에 미리 테플해 보시길 권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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