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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보드게임한 이야기 - 2022년 10월

2,087 조회

2022.11.15 12:21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취미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주로 세 아이들 (6학년 아들, 5학년 딸, 2학년 딸)과 보드게임을 하고 간간히 지인들 & 와이프와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즐긴 게임들을 남겨두고 후에 아이들이 크면 찾아보고 싶어서 남겨놓는 후기입니다.

11월초에 회사일로 출장을 다녀오느라 후기글이 많이 늦었네요.

오늘은 2022년 10월에 플레이한 게임들 이야기입니다.

포 세일, 달무티 (4인)

10월초에 와이프가 다니던 예전 직장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부부 2분이 저희집에 방문하셨습니다. 저희랑은 꽤 나이차가 나셔서 이젠 은퇴를 앞두신 분들인데 캐나다는 나이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문화다 보니 종종 만나서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곤 합니다. 그리고 이분들도 보드게임을 꽤 좋아하셔서 만나면 함께 게임도 하곤 하지요 - 저처럼 모던 보드게임을 모으시는 분들은 아니시지만 간단한 카드게임이나 도미노 게임들 (텍사스 42 라는 트릭테이킹 도미노 게임을 참 좋아하십니다)을 주로 플레이하시더라구요. 이날도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에 포세일과 달무티를 함께 플레이했습니다.

포 세일의 경우 짧은 시간내에 오픈 비딩과 클로즈 비딩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파티게임으로 딱 좋은 게임입니다. 아직까지 이 게임 싫어하시는 분들은 뵌 적이 없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거 여행용 버전이 크기도 엄청 아담하고 좋아보이던데… 제건 일반 버전이다 보니 들고 다니기에 조금 부담이 있어서 주로 집에서만 플레이하게 되네요.

달무티 같은 경우는 한동안 캐나다에서 구할 길이 없어서 (지금은 재판 한 것 같습니다만…) 한국에 방문하시는 분들께 부탁해서 받은 귀한 게임인데, 힘들게 구한 게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많이 즐긴 게임입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손님들이 오셨을때도 4~6인 가리지 않고 내놓으면 항상 재밌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이번에 오신 손님분들이랑은 이번에 처음 했었는데, 두 분이 프레지던트 라는 비슷한 트럼프 게임을 이미 많이 즐겨보셨어서 금방 가르쳐 드리고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밤 10시 넘어서까지 재밌게 즐기다 가셨네요.

두 게임 모두 제 기준으로 손님들이 오셨을 때 실패가 없는 게임들입니다. 그런데 글쓰면서 생각해보니 트릭테이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서 더크루를 꺼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함께 플레이 해 봐야겠습니다.

마르코 폴로 2 (3인, 1회)

첫째, 둘째와 함께 마르코 폴로 2를 플레이했습니다. 지인분 보드게임을 빌려서 플레이했는데 처음에 박스를 열고 봤을 때 파란색 주사위들이 없어서 패닉하고 한참을 찾았네요. 나중에 연락해서 여쭤보니 처음 구매할때부터 같이 안 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정해진 주사위 일꾼 내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찾아내서 플레이 하는 게임인 것 같은데, 첫플이라 그런지 초중반에 어느식으로 플레이를 해야할지 조금 헤맸습니다. 저는 보드판에 말 2개를 사용할 수 있는 케릭터였는데, 제 목표 카드에 필요한 도시가 1개밖에 나오지 않았고, 다른 액션을 병행하다 보니 한 케릭터는 거의 시작지점 근처에만 쭉 있어서 뭔가 케릭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네요. 옥을 먹을 때마다 1점씩 점수를 주는 케릭터를 가져간 큰아들이 상당히 큰 차이로 1등을 했습니다. 아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보드게임을 이기기가 점점 힘들어 지네요.

워터게이트 (2인, 1회)

2인 전용 갓겜 워터게이트입니다. 2인 갓겜 하면 세듀를 많이들 얘기하시는데 저는 아직까지는 워터게이트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닉슨과 편집장 사이에 비대칭성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 날은 제가 닉슨을 잡고 아들이 편집장을 했었는데, 제 생각보다도 팽팽하게 게임이 진행됐었습니다. 제가 동력토큰이 4개, 아들이 증인 한명을 확보하고 증거토큰 한 개 + 증인 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가 선을 가진 상태로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했었는데, 저한테 아들이 필요한 증인을 지울 수 있는 카드가 손에 들어왔더라구요. 그런데 아들 표정을 보니 딱 증인 카드가 들어온 것 같길래 모른척 동력토큰을 이동시켰습니다. 그리고 결국 같은 라운드에 증인이랑 증거토큰을 동시에 확보한 아들이 이겼습니다. 밸런스도 상당히 잘 맞고, 언제 플레이해도 재밌는 그런 게임입니다.

스컬킹 (4인, 2회)

가족 공식게임 스컬킹입니다. 이번달에도 2번 플레이했는데, 뜬금없이 막내딸이 이젠 스컬킹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 라고 선포하는 바람에 요새는 잘 플레이를 안 하고 있네요. 하지만 또 금방 쿨타임이 돌면 다시 플레이하게 될 겁니다. ㅎㅎ

익스플로딩 키튼 (4인, 1회)

간단한 파티 게임 익스플로딩 키튼도 플레이했습니다. 전 이 게임은 운 요소가 너무 세서 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아이들이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종종 플레이하게 되네요. 막상 플레이하면 카드운빨로 빵빵 터지는 경우가 나와서 아이들과 플레이하기엔 좋은 게임이긴 합니다. 전 똥손이라 그런지 이걸 이겨본적이 별로 없네요.

르 아브르 (2인, 1회)

마폴2 와 마찬가지로 빌려서 플레이한 게임, 르아브르 입니다. 웨이트가 상당히 높아서 좀 걱정했었는데, 룰이 진짜 엄청나게 간단하더라구요. 물론 게임을 잘 플레이 하겠다 하면 그건 다른 문제겠지만, 아들과 둘이서 플레이하는데 긴 게임으로 플레이하는데도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라운드마다 밥 먹이기 압박은 심해지고, 행동은 제한되어 있어서 도저히 발전이 없는 것 같은데도 플레이하다보니 점점 돈이 쌓이고 건물이 쌓이고 하는 부분들이 참 재미있었네요. 아들이 건조한 유로게임을 잘 좋아하지 않는데도 게임이 끝난 후에 이건 재밌었다, 한 번 더 하고 싶다 라고 얘기할 정도로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역시 오래도록 인기가 있는 게임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스플렌더 (2인, 1회)

예전에 처음 보드게임 취미를 시작하면서 와이프랑 나눴던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워낙에 한인 인구가 적은 도시에 살고 있으니까, 언젠가 한인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도시에 왔을 때, 한국사람들이 그리울 때 집에 초대해서 식사도 함께 하고 보드게임도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올해 9월에 저희 도시에 있는 대학에 한 한국 학생이 왔습니다. 가족들이 없이 혼자 기숙사로 와서 지내고 있길래 평소에 차가 필요할때는 라이드도 해 주고 장 보는 것도 도와주고 했었는데, 이 날 집에 이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저녁도 먹고 간단하게 보드게임을 꺼내봤습니다. 입문 갓겜이라고 하는 스플렌더를 플레이 했었는데, 게임이 워낙 간단해서 재밌게 플레이를 하고 갔는지 모르겠네요. (자 이제 저녁을 먹었으니 아저씨랑 보드게임을 하고 놀아주는거야…) 다음에 또 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할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도시에 한인들이 늘고 있어서 어쩌면 제 생각보다 더 빨리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테라포밍 마스: 아레스 익스페디션 (1인, 1회)

이번달에는 아들이랑 전략 보드게임을 거의 플레이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솔플로 이번에 구매한 아레스 익스페디션을 플레이 해 봤습니다. 저는 테포마 본판을 아직 플레이 해 보지 못해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이 게임 자체로도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다만 게임이 진행되고 엔진이 빌딩될수록 이것저것 신경쓸 게 많아져서 초플이다 보니 몇몇 액션들을 놓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AI 마커가 움직일때마다 열 또는 산소를 한 포인트씩 받는 이지모드로 플레이했는데도 마지막에 열 포인트가 딱 하나 모자라서 게임을 이기지 못했네요… 다음에는 아들이랑 코옵 모드로 한 번 플레이 해 볼 생각인데 과연 어떨지 기대중입니다.

아크 노바 (1인, 1회)

마찬가지로 아들이랑 플레이 할 기회를 찾지 못해서 솔플로 플레이한 아크노바 입니다. 게임이 꽤 길다고 들었는데, 솔플의 경우는 라운드 숫자가 정해져 있어서 생각보다 괜찮았네요. 솔플을 처음 플레이 하다 보니 실수한 부분이, 저는 일꾼 숫자를 빨리 늘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소시에이션 액션이 가능한 일꾼들을 서둘러서 개방했었는데, 나중에 게임을 하다보니 솔플의 경우는 점점 커피브레이크까지 라운드가 짧아져서 2~3번만 액션을 하고 나면 일꾼들이 돌아오니 기껏 구해놓은 일꾼들을 쓸 일이 거의 없었네요. 그래도 다행히 제일 기본맵으로 시작한 것 + 초반부터 조합이 좋은 카드들이 나온 운 등등이 겹쳐서 무난하게 승리했습니다. 솔플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진짜 재밌더라구요. 빨리 아들이랑 2인플 해보고 싶네요.

서머너 워즈 (2인, 1회)

이번달에도 한 게임 플레이한 서머너 워즈 입니다. 게임 구매 후 지금까지 총 4회 플레이했는데, 이번판을 기점으로 제가 처음에 구매한 8개 팩션 (마스터 셋 6개 + 스타터 셋 2개)을 모두 플레이했네요. 제가 과연 카드를 더 사서 커스터마이즈까지 하게 될 지는 의문이긴 합니다만, 실제로는 저랑 아들이랑 팩션을 4개씩만 플레이 해 본 것이니 아직 직접 해보지 못한 팩션들도 꽤 있고, 지금 가지고 있는 카드들로도 충분히 오랫동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은 두고 보려고 합니다.

텔레스트레이션 외 (11인+, 각 1회)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비록 작은 도시지만 한인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가 있는데요, 보통은 캐나다에서 태어나거나 너무 어릴때 이민을 와서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을 1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등록학생들을 다 합쳐서 약 15명 정도였고, 실제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다 해봐야 매주 5~6명 정도였었는데, 코로나 이후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 한글 학교는 아이들이 35명도 넘고 매주 오는 아이들도 평균 2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 되서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한 아이들도 정말 많아졌구요. 하여간 이 한글학교에서 하루동안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해주면서 봉사를 하기로 해서 다녀왔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많아서 보드게임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서 소문으로만 듣던 파티갓겜 텔레스트레이션과 함께 이것저것 상대적으로 쉬운 보드게임들을 챙겨갔습니다. 다른 한국분들도 각자 보드게임을 챙겨오기로 하셨기 때문에 너무 넘치지 않게 적당히 게임을 고르는게 힘들었네요.

일단 기본적으로 본인의 단어카드를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어린 아이들은 다른 선생님이 맡아주시고 단어를 읽을 수 있는 아이들만 데리고 텔레스트레이션으로 수업(?)을 시작했는데요, 텔레스트레이션은 소문대로 빵빵 터지는 파티게임이더라구요. 그냥 룰만 들었을때는 이게 재밌을까 싶었는데, 경쟁하는 요소도 적고 다운타임도 없어서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해주고, 라운드가 끝났을때 서로 돌아가면서 자기 그림을 보여주는 식으로 하니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다만 기본으로 딸려오는 마커가 퀄리티가 너무 안 좋은게 조금 걸렸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힘을 줘서 꾹꾹 눌러서 그런지 두 라운드만 했는데도 마커가 절반 가까이 펜촉이 들어갔더라구요. 몇몇 마커들은 처음부터 나오지도 않았구요. 아무래도 아마존에서 마커만 따로 구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텔레스트레이션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을 여러 팀으로 나눠서 이것저것 보드게임을 자유롭게 시켜줬는데요, 이번에 느낀 게 있다면 제 생각보다도 더더욱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드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전 사실 스플렌더나 이스탄불 다이스, 익스플로딩 키튼, 드래곤렐름 같은 게임들도 같이 챙겨가려고 했는데 와이프의 극구 만류로 결국 훨씬 간단한 게임들로만 챙겨갔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생각보다 어려워하더라구요. 대다수 아이들이 살면서 보드게임을 한 번도 안해본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얘들아 우노 하자" 라고 불러모으면 “우노가 뭐에요?” 라고 아이들이 되물을 정도의 상황이었지요 (아니 우노를 모른다고?). 결국 저 날 제가 가져간 게임들 중에 루미큐브조차도 너무 어려워서 아이들이랑 해보지도 못하고 제가 가져간 게임중에는 우노랑 스폿 잇 (도블) 정도만 엄청나게 했네요. 너무 간단해서 아이들이 금방 질릴 줄 알았는데 우노만으로도 1시간을 넘게 가지고 놀더라구요. 다른 분들이 가져오신 게임들중에는 블로커스가 제일 많이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제가 기억에 남는 건 항상 제게 보드게임을 빌려주는 지인분께서 “머리좋은 아이들은 할 수도 있으니까" 라는 이유로 광합성을 들고오신 게 생각나네요… 당연하게도 광합성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ㅎㅎ 아마 내년에 한 번쯤 더 세션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떤 게임들을 챙겨가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네요.

워 체스트 (2인, 2회)

큰아들과 워체스트도 플레이했습니다. 아들이 드래프팅 룰을 싫어해서 본판 16장 직업을 전부 한번씩 쓰면서 두 판을 플레이했는데, 첫 판은 제가 이기고 두번째 판은 아들이 이겼네요. 봐준 것도 아닌데 초반에 용병으로 추가액션을 이용해서 무섭게 밀고들어오는걸 못막아서 시작부터 말려버렸네요ㅠ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2인, 2회)

지난달에는 플레이를 못 했던 사자의 턱도 다시 플레이했습니다.

드디어 두 케릭 모두 5레벨을 찍고 숨겨진 박스를 열어봤는데, 아들의 데몰리셔니스트는 진짜 보기에도 간지나는 업그레이드를 얻은 반면에 제 보이든워든의 업그레이드는… 솔직히 잘 쓰게 될지 모르겠네요 ㅎㅎ 다만 제 레벨 5 카드는 밑의 액션이 너무 좋아보여서 그걸 위주로 쓰게 될 것 같아요. 밑의 액션으로 할 수 있는 공격 액션은 귀하니까요… 그동안은 사실 보이드워든으로 다른 케릭터를 조종해서 공격하는걸 타이밍 잡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걸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이미 5레벨 카드들도 벌써 플레이 해봤는데 그건 이번달에 플레이한 거라서 다음번 후기에 조금 더 자세히 쓰도록 할게요.

10월에 플레이한 게임은 여기까지입니다.

틈날때마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플레이를 별로 못했네요...

다음달에도 후기글 남기러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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