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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40년사, 20개 게임상 총정리

7,997 조회

2022.11.1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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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결입니다 :)

올해 에미 시상식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6관왕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영화 기생충이 세계에서 각종 트로피를 수집하는 흐뭇한 일도 있었죠. 이처럼 좋아하는 작품이 인정받을 때도 있고, 반대로 몰랐던 좋은 작품을 알게 될 때도 있어서 연말 시상식은 재밌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보드게임도 문화이고 예술이기 때문에 여러 시상식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세계의 보드게임 상들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저명한 독일 올해의 게임상부터, 프랑스 칸에서 시상하는 상도 있고요, 온라인에서 수여하는 상들도 있습니다.

물론 보드게임은 나와 게임, 나와 타인 사이 상호작용이 만드는 예술이기 때문에, 상을 받았다고 해서 내게도 최고의 경험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어느 나라의 어떤 상이 내 입맛에 맞는 리스트를 뽑는지 가볍게 구경해 보시고, 앞으로의 취미 생활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1979-1985 : 고전 게임의 시대

Spiel des Jahres

1979-2022

Greatest Designer of All Time

Wolfgang Kramer ★★★★★

Greatest Publisher of All Time

Ravensburger ★★★★★★

태초에 SDJ가 있었습니다. 현대 보드게임의 종주국 독일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 이죠. 대개 쉬운 게임을 선정하기 때문에 일부 매니아들은 믿고 거르는 리스트로 취급하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업계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후보에만 올라도 판매량이 10배, 수상한다면 100배(!)가 된다고 하니까요.

초대 SDJ 시상식

첫 SDJ는 무려 1979년에 시작되었습니다. 흔히 고전으로 생각하는 카탄(1995)의 등장보다도 15년 앞선 일이고, 이억만리 한국에서는 부루마불(1982)조차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고전게임의 시대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공전의 베스트셀러 루미큐브와 대체 불가능한 게임 셜록 홈즈 컨설팅 디텍티브가 눈에 띕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고전게임 디자이너 시드 색슨Sid Sackson의 포커스와 알렉스 랜돌프Alex Randolph의 사갈랜드도 있습니다.

1982 SDJ 수상 장면, 가운데 장난기 가득한 할아버지가 알렉스 랜돌프

독일식 보드게임이 태동하던 중요한 시기이지만 2022년의 우리에게 인상깊은 목록은 아니죠. 재빨리 다음 10년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1986-1995 : 독일 게임 양대산맥

Deutscher Spiele Preis

1990-2022

Greatest Designer of All Time

Klaus Teuber ★★★★

Reiner Knizia ★★★★

Greatest Publisher of All Time

Hans im Glück ★★★★★★★★★

1983년, 독일의 한 중소 도시에서 ‘게임’ 이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의 행사가 열립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부터는 자체 상을 만들어 시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매해 20만명이 찾는 세계 최고의 보드게임 컨벤션 에센 슈필Spiel 과 독일 게임상Deutscher Spiele Preis (DSP)의 탄생입니다.

바로 지난 달에 열렸던 서른 번째 슈필. 언젠간 꼭 가볼거에요 😒

이 시기는 볼프강 크라머Wolfgang Kramer와 클라우스 토이버Klaus Teuber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독일 보드게임의 아버지 크라머는 톱 시크릿 스파이, 악셀을 밟아라, 젝스님트로 트로피를 쓸어 담았습니다. 여담으로 톱 시크릿 스파이에서 크라머는 게임판 테두리에 점수 트랙을 두르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선보였는데, 이 디자인은 후에 유로게임 열에 아홉이 사용하는 스탠다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크라머 트랙kramerleiste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최초의 크라머 트랙

토이버는 카탄 원툴로 흔히 알려졌지만, 사실 크라머 못지 않은 멀티 히터였습니다. 위 목록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 드룬터 & 드뤼버, 그리고 카탄이 그의 작품입니다. 그의 대표작 카탄은 모노폴리 이래 가장 많이 팔린 보드게임 중 하나로, 보드게임 산업의 주도권이 독일로 이동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 보드게임 산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탄과 작가 토이버

1996-2001 : 크라머 전성시대

International Gamers Awards

2000-2022

Greatest Designer of All Time

Uwe Rosenberg ★★★★

Martin Wallace ★★★★

Greatest Publisher of All Time

Rio Grande Games ★★★★

독일의 3대 게임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게이머 어워드International Gamers Awards (IGA)는 2000년에 첫 수상작을 발표했습니다. DSP와 마찬가지로 매년 10월 에센에서 시상하지만 비교적 글로벌을 지향하며, 어느 상보다도 묵직한 유로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카탄의 대성공 이후 확장판 찍는 기계로 전락한 토이버와 달리, 크라머는 두 명의 소울메이트를 연달아 만나며 두 번째 전성기를 구가합니다. 첫 번째 단짝 리햐르트 울리히Richard Ulrich와는 엘 그란데, 피렌체의 제후를 공동 작업했습니다. 엘 그란데는 현재까지도 긱 순위 TOP 100 안에 있는 유일한 20세기 보드게임입니다.

SDJ 수상 순간, 왼쪽에서 두번째가 크라머, 세번째가 울리히

두 번째 단짝 미하엘 키슬링Michael Kiesling과는 티칼, 토레스, 푸에블로를 함께 만들었고, 흔히 KK 콤비로 부르곤 합니다. 두 작가의 티칼은 SDJ, DSP, IGA를 동시 수상한 처음이자 마지막 그랜드 슬래머입니다. 여담으로 두 작가는 보드게임을 만들 때 한번도 만난 적 없이 전화와 팩스로만 공동 작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상식 때 서로의 얼굴을 처음 봤다고 해요.

KK콤비의 가면 3부작 티칼, 자바, 멕시카

2002-2005 : 게이머를 위한 게임들

As d’Or

1988-2022

독일 바깥에도 보드게임상은 있었습니다. 독일 못지않은 보드게임 강국인 프랑스에서도 칸 국제 게임 페스티벌을 열어 아스도르As d'Or라는 이름의 상을 매년 수여하고 있었습니다. SDJ 못지 않은 역사가 있는 상이지만, 독일 보드게임의 세계화가 이뤄지기 전인 2000년 이전까지의 목록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스도르라는 이름은 황금 에이스(트럼프의 A)라는 뜻인데, 황금 공을 의미하는 축구의 발롱도르Ballon d’Or와 비슷한 표현입니다.

Tric Trac d’Or

2001-2022

한편 프랑스의 보드라이프인 트릭트랙Trictrac.net에서도 2001년부터 올해의 게임을 뽑았습니다. 아스도르가 프랑스의 SDJ라면 트릭트랙도르Tric Trac d’Or는 프랑스의 DSP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 게임만 뽑는 대신 10위까지 순위를 매기며, 선호하는 난이도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름의 유래인 트릭트랙은 백개먼과 유사한 프랑스의 전통 게임이라고 하네요.

이 게임상들의 취향은 카르카손까지만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2번 중 5번은 SDJ와 DSP의 선택이 같았죠. 보드게임은 어디까지나 가족과 즐기는 취미였기 때문에, 남녀노소 함께하기 좋은 게임이 높은 평가를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성인을 위한 게이머스 게임들도 주류에 올라왔고, 대표적인 사례가 라이너 크니지아Reiner Knizia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1998 DSP)입니다.

그런 흐름을 타고 2002년에는 푸에르토 리코라는 불세출의 명작이 등장했습니다. 가족이 함께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좋은 게임이었던 푸코를 두고 SDJ와 아스도르는 후보에 올리되 최고상은 주지 않았던 반면, DSP와 IGA는 과감하게 월계관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전후하여 게임상들은 확연하게 두 파로 나뉘는 모습을 보입니다. 2004년의 티켓 투 라이드 vs 상트 페테르부르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03 IGA 수상 장면, 왼쪽이 푸에르토 리코, 맨해튼, 트룬 앤 탁시스의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세이파스 Andreas Seyfarth

2006 : 케일러스

Golden Geek Awards

2006-2022

우리가 애용하는 보드게임 긱에서는 2006년부터 골든 긱 어워드Golden Geek Awards를 시상했습니다. 골든 긱은 전통적인 상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유저 투표로만 선정한다는 특징이 있어서, 당해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웠던 게임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긱이 글로벌 커뮤니티를 지향하긴 하지만 영미권 유저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어워드에서도 미국인들의 선호가 짙게 반영될 때가 많습니다.

보드게임 긱 국적별 유저 수 (2015년 기준)

한편 이 시기 프랑스 파리에는 푸에르토 리코의 팬이자 29세의 IT 개발자였던 윌리엄 아티아William Attia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크니지아의 아문-레(2003 DSP)를 플레이하던 그는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게임을 하나 고안했습니다. 테마는 모국 프랑스 역사로부터 따온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케일러스입니다.

케일러스는 ’05-’06 시즌 트로피를 싹쓸이한 것은 물론 일꾼 놓기 메커니즘의 붐을 일으켰고, 아그리콜라부터 아르낙과 듄에 이르기까지 현대 보드게임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DSP 수상 장면, 가운데가 윌리엄 아티아 (30세?!)

한편 또 하나의 명작 황혼의 투쟁은 골든 긱과 IGA의 2인 부문을 동시 수상했습니다.

2007

Dice Tower Awards

2007-2022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 리뷰 팟캐스트/유튜브 다이스타워에서는, 소속 리뷰어들이 함께 게임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은색과 금색 스티커를 붙여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2007년부터는 다이스 타워 어워드The Dice Tower Awards를 만들어 그 해 최고의 게임을 뽑습니다. 대부분 (아마 전원) 미국인으로 이루어진 멤버 구성 덕분에 골든 긱과 마찬가지로 미국적인 게임들에 좋은 시선을 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블라다 크바틸의 대표작 쓰루 디 에이지스가 출시된 해였지만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 때문인지 IGA 외에는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IGA는 이 이후로도 대부분 어려운 게임을 뽑아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IGA 수상 장면, 왼쪽이 블라다 크바틸

2008 : 아그리콜라

케일러스의 직계 계승자 아그리콜라가 ’07-’08 시즌을 수놓았습니다. 최고의 보드게임 디자이너 우베 로젠버그Uwe Rosenberg의 작품으로, 일꾼 놓기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DSP는 3년 연속 (케일러스 - 대지의 기둥 – 아그리콜라) 일꾼 놓기 게임을 선정했습니다. 마치 ‘일꾼 놓기야말로 가장 독일다운 메커니즘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 이후로도 DSP가 일꾼 놓기 게임을 얼마나 편애하는지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DSP 시상식. 가운데가 우베 로젠버그, 왼쪽이 크니지아 박사님. 이 현장감 넘치는 사진의 출처는 ㈜젬블로 대표이사님의 블로그임을 밝힙니다. (https://m.blog.naver.com/omasharif97/146413087)

2009 : 도미니언

1993년 어느 날, 미국의 대학원생이자 아마추어 보드게임 디자이너 리처드 가필드는 ‘카드를 구입해서 자신만의 덱을 짜고, 그 덱으로 게임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아!’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지금 나머지 보드게임 산업을 전부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이 되었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1996 아스도르)은 보드게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별개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한편 2008년 어느 날, 매직 더 개더링의 광팬이자 일부 카드를 디자인하기도 했던 도널드 X. 바카리노는 ‘매직에서 덱을 미리 짜는 대신, 게임을 하면서 서서히 덱을 완성하면 재밌을 것 같아!”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도미니언은 동시대 최고의 화제작이자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 게임에서 시작된 덱빌딩 메커니즘은 운과 실력이 조화된 특유의 재미와 높은 범용성으로 현재까지도 수없이 반복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디자이너 도널드는 SDJ 시상식에 ‘비행기를 놓쳤다’는 이유로 불참했고, 2012년 킹덤 빌더로 두 번째 SDJ를 수상했을 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이례적인 노쇼에 그가 사실은 가상 인간이라는 음모론이 떠돌기까지 했는데요. 도미니언의 핵심 테스터로 알려진 Dale Yu와 Valerie Putman이 그의 실체이고, 이름인 Donald Vaccarino (D. V.) 는 두 사람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는 루머가 가장 그럴듯합니다 😊

왼쪽부터 Dale Yu, Donald X. Vaccarino(?), Valerie Putman

2010

’09-’10 시즌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게임 딕싯이 가족 게임에 주어지는 SDJ와 아스도르 2관왕을 달성했습니다.

2011 : 7원더스

Kennerspiel des Jahres

2011-2022

2011년에는 SDJ가 전문가용 게임에 주는 상으로 Kennerspiel des Jahres (KDJ)를 신설했습니다. 전문가용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DSP나 IGA보다는 쉬운 게임을 선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대 KDJ의 주인공은 7원더스였습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보드게임이라는 별명이 있는 7원더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앙투안 보우자Antoine Bauza의 핫 데뷔작입니다. 트릭트랙도르, KDJ, DSP, IGA, 다이스 타워를 싹쓸이하며 무려 5관왕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모국의 가장 권위있는 상인 아스도르는 놓쳤다는 점이 아쉬울 것 같네요.

7원더스의 화려한 수상경력. 다만 아스도르는 본상이 아닌 심사위원 특별상입니다 😢

한편 2인 게임 부문에서는 IGA가 사랑하는 디자이너 마틴 월레스Martin Wallace가 워 게임, 눈 덮인 좁은 땅으로 양대 상을 석권했습니다.

2012

아스도르가 작년에 7원더스를 밀어주지 못한 게 미안했는지 같은 작가의 타케노코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이 해부터 전문가 부문As d’Or EXPERT이 추가됩니다. 이제 상들이 꽤 많아졌는데, SDJ와 아스도르가 가족용 게임, 나머지가 어려운 게임 상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좋은 게임이 많은 해였고, 특히 스테판 펠트는 전성기를 맞아 버건디와 트라야누스를 연달아 선보였습니다. 펠트의 트라얀과 브란트 부부의 빌리지를 높게 쳐준 독일과 달리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미니어처 게임과 이클립스에 열광했습니다. 구대륙과 신대륙의 입맛 차이가 굉장히 도드라진 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메이지나이트가 나온 해이기도 하지만 크바틸은 상복이 없었습니다 😢

2012 DSP 시상식, 브란트 부부가 빌리지로 본상을, 두 아이들이 장난꾸러기 나방으로 어린이 게임상을 동시 수상한 진귀한 광경

2013 : 테라 미스티카

협동 레거시 게임의 원조 맛집 안도르의 전설이 좋은 성과를 거뒀고, 프랑스산 개미집 경영 게임 미르메스가 모국에서 두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유로게임의 정점이라고 불렸던 테라 미스티카가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테라를 제작한 곳은 불의 땅이라는 뜻의 포이에를란트 슈필레Feuerland Spiele, 우리에게 친숙한 우베 로젠버그가 공동 설립한 출판사입니다. 테라 이후에 가이아 프로젝트, 오딘을 위하여, 아크 노바를 출시하며 명실공히 현재 가장 핫한 유로게임 개발사입니다.

불의 땅 출판사의 로고

이 테라의 한글판을 코보게에서 펀딩하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성공이라고 평가받았으나 금액이 1억도 안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에버델 펀딩이 3억을 넘는 시대가 되었으니… 국내 시장의 성장(아니면 물가?)을 실감하게 됩니다.

에센 슈필의 테라 미스티카 부스. 염소수염이 디자이너 헬게 오스터택Helge Ostertag, 배불뚝이 아저씨가 우베 로젠버그.

2014

국민게임 스플렌더가 SDJ와 아스도르에 외면당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좋은 가족게임인데 수상 경력이 아쉽게 되었습니다. 신생 출판사였던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스플렌더 이후 언락, 타임 스토리즈와 같이 2010년대를 상징하는 신선한 게임들을 만듭니다.

한편 어려운 게임 부문에서는 러시안 레일로드가 DSP와 IGA를 동시 수상하며 좋은 성과를 내었습니다.

IGA를 수상하는 러시안 레일로드 팀. 두 사람은 18XX 시리즈의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2015

지금은 잘 언급되지 않는 게임 콜트 익스프레스가 양대 가족게임상 SDJ와 As d’Or를 동시 수상했습니다.

한편 어려운 게임 부문에서는 현시대 최고의 유로게임 디자이너 시모네 루치아니Simone Luciani의 마르코 폴로가 독일의 선택을, 프랑스 디자이너 브루노 카탈라Bruno Cathala의 다섯 부족이 모국 프랑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2015 DSP 시상식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마르코 폴로

아스도르 전문가 부문을 수상한 다섯 부족의 브루노 카탈라

2016 : 펜데믹 레거시와 7원더스 대결

팬데믹 레거시가 모든 커뮤니티를 휩쓸었습니다. 긱 순위가 그렇게 빠르게 올라가는 건 처음 봤어요. 1회용 게임이라는 기믹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지만 결국 레거시 시스템은 하나의 장르이자 업계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2016 아스도르를 수상하는 미스테리움과 팬데믹 레거시

미국과 프랑스가 레거시 열풍에 빠졌던 반면 보수적인 독일은 전통적인 유로게임 디자이너 알렉산더 피스터Alexander Pfister를 선택했습니다. 아니, 선택했다기 보다는 사랑했습니다 ❤ 브룸 서비스 (2015 KDJ), 스카이 섬 (2016 KDJ), 몸바사 (2016 DSP, IGA), 거기다가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2017 IGA)까지 더하니… 가히 크라머 이후 독일이 가장 사랑한 디자이너라고 하겠습니다.

KDJ로 호명되는 순간의 알렉산더 피스터 (왼쪽)

같은 장소에서 코드네임으로 첫 SDJ를 수상한 블라다 크바틸

한편 아직까지도 최고의 2인 게임으로 꼽히는 7원더스 대결이 나온 것도 같은 해입니다. 이 게임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디자이너의 합작품으로서, 2인 게임 부문에서 최초이자 최후의 3관 그랜드슬램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트릭트랙도르 최고상은 덤입니다.

IGA 2인 부문을 수상하는 앙투안 보우자와 브루노 카탈라

2017 : 사이드

브란트 부부의 EXIT이 등장한 해입니다. 레거시 열풍을 계승하고 재해석한 방탈출 보드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고, 언락을 비롯한 후발주자를 대거 양성했습니다.

KDJ 수상 순간, 기뻐하는 브란트 부부

한편 사이드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으며 4관을 달성했지만 독일에서는 단 한 표도 받질 못했어요. 작년의 팬데믹 레거시 패싱 현상이 되풀이되는군요. 자신의 취향이 독일식인지, 미국/프랑스식인지 알고 싶다면 사이드를 해보시면 되겠습니다 :)

2017 아스도르를 수상하는 언락과 사이드

‘16-‘17 시즌은 그 외에도 테포마, 그웨트, 오딘, 아딱 등, 누군가의 넘버원으로 꼽혀도 손색없는 게임들이 등장한 해이기도 합니다. 좋은 빈티지였군요.

2018 : 글룸헤이븐과 아줄

킥스타터의 전설, 아니 보드게임 업계의 전설로 남은 글룸헤이븐의 해입니다. 팬데믹이 불러온 레거시 유행에 정점을 찍었고,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보드게임 긱과 보드라이프 평점 1위에 빛납니다. 골든 긱에서 6개 부문, 다이스 타워에서 5개 부문을 휩쓸었지만, 팬데믹 레거시와 사이드가 그랬듯이 독일에서는 외면받고 말았습니다.

다이스 타워를 수상하는 글룸헤이븐의 제작자이자 디자이너 아이삭 칠드레스Isaac Childres

한편 90년대 후반 크라머와 함께 KK 콤비를 결성했던 미하엘 키슬링이 홀로서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좋은 패밀리 게임 아줄로 DSP마저 설득하며 3관왕에 올랐습니다.

SDJ를 수상한 아줄과 디자이너 미하엘 키슬링

2019 : 윙스팬

동물의 탈을 쓴 워 게임 루트가 3개의 메달을 거머쥐었고, 최근에 긱에서 2위가 된, 형보다 나은 아우 버밍엄도 2018년의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 해의 주인공은 4관왕을 차지한 새포마 윙스팬입니다. 7원더스가 그랬듯이 적당한 난이도로 넓은 범위의 플레이어에게 어필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KDJ 수상 장면

이 해 골든 긱 어워드에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골든 긱의 16개 트로피 중 8개를 윙스팬이 싹쓸이한 것입니다. 트로피를 획득한 부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올해의 게임

올해의 아트워크

올해의 확장

올해의 혁신

올해의 카드 게임

올해의 솔로 게임

올해의 가족 게임

올해의 전략 게임

직접적인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의아한 부문들이 보입니다. 비판하는 측의 말을 따르면, 이는 근본적으로 심사위원 없이 인기 투표로만 이루어지는 골든 긱의 특성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예컨대 ‘올해의 혁신’ 투표에서 혁신만을 평가하는 대신 그냥 좋아하는 게임을 골랐다는 것이죠. 윙스팬은 열성 팬이 많기로 유명한 게임이라 이런 점에서 유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윙스팬은 카드, 전략, 가족, 솔로 등 다소 애매한 부문까지 전부 노미네이션 되고 수상까지 이르렀는데, 이는 별도의 분류 없이 출판사가 소개한 카테고리를 그대로 사용해서 벌어진 일로 보입니다. 만약 별도의 기준이 있었다면 적어도 가족 게임과 전략 게임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는 일은 없었겠죠.

윙스팬의 골든 긱 독주를 패러디한 영상. 짧고 웃깁니다.

2020

이른바 윙스팬 현상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골든 긱은 최고상을 없애고 난이도에 따라 3개 부문으로 나눠서 수상했습니다. 사자턱과 아르낙, 미크로 마크로가 혜택을 받았군요.

2021 : 스페이스 크루

2021년 국내 게이머스 게임 여론은 아르낙과 듄이 양분했었는데, 3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아르낙이 수상 경력에서는 다소 앞선 모양이 되었습니다.

IGA 수상 장면

가족게임 부문에서는 숨은 범인 찾기 미크로 마크로가 3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2021 아스도르 온라인 시상식에 종이 소품으로 꾸미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미크로 마크로 팀, 6시 방향이 디자이너 요하네스 시크Johannes Sich

한편 2021년의 진짜 주인공은 트릭테이킹 협력게임 스페이스 크루였습니다. 최고상 4개를 수상했고, 후속작 심해까지 합하면 7원더스 이후 최초의 5관왕이라는 기록을 이 미들 박스 카드게임이 달성하네요.

2020 다이스 타워 온라인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디자이너 토마스 싱Thomas Sing

2022 : 아크 노바

아스도르가 중간 난이도 게임상As d’Or Intermediate을 신설했습니다. 초대 수상작으로 리빙 포레스트를 선정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독일의 KDJ와 비슷한 난이도를 지향할 것 같아요. 중간 난이도 게임상에서 리빙 포레스트가 선전한 반면 SDJ는 화제의 추상전략 게임 캐스캐디아에게 돌아갔습니다.

2022 KDJ를 수상한 리빙 포레스트와 작가 아스케 크리스티안센Aske Christiansen

같은 날, SDJ를 수상한 캐스캐디아와 작가 랜디 플린Randy Flynn

전문가용 게임 쪽에서는 아크 노바가 IGA 2인 게임 부문을 포함, 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명실공히 2022 최고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빠른 시간에 긱 4위까지 올라오면서 테마, 레거시, 미니어처 게임에 잠식(?)되어 가던 긱 최상위권 순위표에 다양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2021 다이스 타워 수상 소감을 동물원에서(!) 발표하는 아크노바의 디렉터

올해 주인공이 된 게임들을 보면서 자연, 특히 동물을 테마로 하는 게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윙스팬의 대성공이 일으킨 나비효과, 아니 새효과가 아닐까요?

잠깐! 여기서 끝내기에는 아쉽기 때문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나라의 게임상 이야기도 조금 준비했습니다.

세계의 게임상들

2000년대 전후 독일의 카탄(1995), 카르카손(2000)을 필두로 보드게임은 어엿한 문화이자 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에 힘입어 다양한 게임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생겨났는데요. 종주국인 독일(Spiel des Jahres 1979, Deutsche Spielepreis 1990, International Gamers Awards 2000)을 시작으로 독일에서 가까운 프랑스(As d’Or 1988, Tric Trac d’Or 2001), 오스트리아(Spiel der Spiele, 2001), 네덜란드(De Nederlandse Spellenprijs, 2001)에 먼저 전파되었고, 차츰 유럽의 다른 국가들인 체코 (Hra Roku, 2004), 폴란드(Gra Roku, 2004) 스페인(Juego del Año, 2005), 포르투갈 (Jogos do Ano, 2006), 영국(UKGE, 2007)으로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 일본에서도 2002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보드게임 대상(日本ボードゲーム大賞, 2002)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Spiel der Spiele

2001-2022

오스트리아 게임 중의 게임. SDJ나 As d’Or와 유사한 가족 게임상입니다. 대표 수상작으로 마라케시, 베런파크 등이 있습니다.

De Nederlandse Spellenprijs

2001-2022

네덜란드 올해의 게임상 (NSP). 대표 수상작으로 오를레앙, 북해의 침략자 등이 있습니다.

日本ボードゲーム大賞

2002-2022

일본 보드게임 대상. 유럽과 취향은 비슷한데 킹도미노부터 촐킨까지 난이도가 들쑥날쑥하고, 가끔 러브레터 등 자국 게임을 선정하기도 합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국제 게임상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각국의 게임상들을 최근 세 시즌만 정리해 보았는데요. 수상작들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각 대륙 또는 나라의 성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라마다 출시 시기에 차이가 있어서 스페인 올해의 게임Juego del Año의 킹덤 빌더처럼 때늦은 수상도 있고요. 오스트리아 게임 중의 게임Spiel der Spiele은 아동과 함께할 게임을 찾을 때 참고할 만한 것 같고, 영국 게임 엑스포UKGE는 영국만의 감성인지 완전히 자기들 갈 길을 가는군요 🤣

반면 이탈리아 위대한 고블린Goblin Magnifico 이나 포르투갈 올해의 게임Jogo do Ano은 묵직한 유로게임 중심의 안정적인 선택을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주목할 만한 상인 것 같아요. 시상식도 재밌구요 😁

Goblin Magnifico

2015-2022

2017 이탈리아 위대한 고블린Goblin Magnific 시상식, 키퍼의 디자이너 리처드 브리즈Richard Breese의 대관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Jogo do Ano

2006-2022

포르투갈 올해의 게임Jogo do Ano은 게임마다 맞춤 트로피를 수여합니다! 각각 기도하고 일하라(2011),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2017)에게 주어진 트로피.

가장 가까운 다음 시상식은 벨기에의 골든 루도Gouden Ludo 상이고, 바로 다음주인 11월 19일에 발표됩니다. 골든 루도는 2020 서왕건, 2021 아르낙을 뽑았고, 올해의 후보는 이렇게 세 게임입니다. 벨기에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게임이 무엇일지 직접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