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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0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13차)

2,736 조회

2022.10.30 19:21

안녕하세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라쓰입니다.

10월에는 회사 동료들과의 모임 외에도 같이 테니스 치시는 분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 지난 2021년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8791&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2~4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9626&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4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9711&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5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9968&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6~7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0252&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8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0520&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9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0770&tb=community_post

"언니! 이번주 토요일에 뭐해요? 같이 테니스 치실래요?"

"엇 좋아요. 코치님도 바쁜일 없으시면 코트 나오세요. 호호"

10월 1일 토요일.

작년 겨울. 테니스 레슨받는 첫날. 저는 테니스가 이렇게 험난한 운동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너무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미친듯이 공을 쳐대서인지,, 갑자기 뒷골이 댕기더군요.

'뇌다! 뇌에 문제가 생겼다.'

불안함에 덜덜 떨며, 다음날 사내 병원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뒷골이 땡겨서요.."

"아.. 두통이 있으셔서요?"

"아니요. 뒷골이.. 저기.. 땡겨서요.."

"아... 네..."

간호사분이 저를 굉장히 이상하게 보시더라구요. 진짜 뒷골이 땡긴건데.. 의사 선생님 말로는 갑자기 격하게 운동하여 근육이 놀란거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첫달은 테니스 레슨을 와이프 혼자 다녔죠. ^^

그로부터 와이프와 같이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지 11개월즘 되는거 같습니다. 이제 서로 어느정도 랠리가 되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면 종종 같이 테니스를 치러 나가고는 합니다.

이 날도 아침 일찍 테니스를 치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테니스를 같이 쳐주신 '코치님', '수 누님'과 함께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점심 식사 대접이 목적이었지만, 식전 보드게임 한두판은 빠질수 없죠.

"코치님, 보드게임 뭐 해보신거 있어요?"

"아, 훌라? 트럼프로 하는 카드게임 정도."

"수 누님은요?"

"부루마블? 나 근데.. 복잡한거 진짜 잘 못해요.. 너무 걱정되는데.."

보드게임이 두려우신가요? 그렇다면 초특급 보린이 맞춤 처방 나갑니다. 첫 게임으로 꺼낸 것은 "더 마인드"입니다.

더마인드는 카드로만 이루어진 협력게임으로, 카드에는 1 ~ 100 까지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같은수의 카드를 받고, 서로 눈치를 보며 전체 카드 숫자가 오름차순이 되도록 모든 카드를 내려 놓으면 성공합니다. 단 서로 말을 할수가 없으며 단계별로 받는 카드 장수가 늘어납니다.

"자. 집중의 시간. 하나 둘 셋!"

"음~. 음! (대충 너부터 내보라는 뜻)"

"쓰읍... 애... 앰... 흐흐흐 (대충 애매하다는 뜻)"

눈만 꿈벅이며 답답해 하는데, 본인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웃음이 터집니다. 첫판은 4단계 정도에서 터진 것 같습니다.

"우와! 이거 되게 신선하다."

"더 마인드? 이건 사야겠다. 어서 재도전 가요! 우리."

이날 결국 협심하여, 더 마인드 8단계를 클리어하고 마쳤습니다. 이런 최고점은 저도 처음이네요. ^^

자 다음으로 꺼낸 보드게임 공포증 처방전은 "라스베가스" 입니다.

라스베가스는 말이 필요 없는 게임이죠. 자기 색깔 주사위를 우르르 던져서 같은 눈금 주사위들을 모아, 눈금에 맞는 카지노에 전부 올립니다. 돌아가며 자신의 주사위를 모두 배치할 때까지 이것을 반복합니다. 그리하여 카지노마다 주사위 수가 가장 많은 사람부터 돈을 가져가고 마지막엔 가장 돈을 많이 번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임이죠.

라스베가스는 카지노에 돈 카드를 뽑아 공개하는 순간부터. 벌써 재밌습니다. 보드게임이 어려울까 걱정하던 '수 누님'은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듯 매 라운드 적은 주사위 배치로 실속을 챙겨갔고, 결국 1등을 하셨네요.

"와 세상에나.. 이거 만든사람 진짜 머리좋다."

"어머 너무 재밌다!!! 라스베가스? 이것도 사야해!"

점심 식사는 스파게티와 스테이크 샐러드 정도로, 간만에 와이프가 실력발휘좀 했네요. ^^ 이날 식사하면서 테니스 대화와 더불어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못한 보드게임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을 몰랐습니다.

10월 8일 토요일.

오후 2시즘 이제 막 보드게임에 입덕한 테니스 코치님과 '수 누님'이 일주일만에 오셨습니다.

"오늘은 어떤 게임하나요?"

"혹시, 경마 좋아하시나요? ㅋ"

지난주 라스베가스에 이어, 위너스 서클도 같은 도박라인을 타는 명작입니다. 제 후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임인거 같네요. 플레이 횟수로만 보면 이번 년도에만 '5 오를레앙' 이상인거 같습니다 ^^;

플레이 방식은 배팅하고. 주사위 굴리고. 기도하고. 끝. 방식은 심플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주사위 운에 다양한 상황이 빵빵 터지면서 배팅 금액을 받아갈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너도나도 빠져들게 됩니다.

이번에는 배팅촉이 너무도 좋았던 코치님이 1등을 가져가셨네요. 마지막 말이 3등으로 들어올 때 '수 누님'의 표정이 너무 아쉬워 보였습니다.

"어머 끝이야? 어떡해.. 너무 재밌어!!!"

"와~ 마지막 반전! 진짜 내가 배팅한 말 역전하는데 드라마 같았어요. 크~"

역시 이번에도 '위너스 서클'이 '위너스 서클' 했네요.

다음으로 꺼낸 게임은 같은 크니치아 작가님의 그림 경매 게임. 모던아트입니다. 보드게임 영업 3대장 같은 존재죠.

이전에 꺼낸 게임들 보다는 플레이 타임이나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는 면이 좀 있었지만, 다들 어렵지 룰설명 들으시고 순조롭게 경매가 진행되었습니다. 플레이 하던 내내 '저걸 저 가격에 사면 호구다, 아니다.' 등.. 본인과의 싸움을 계속 하던 코치님은 결국 꼴지를 하셨고. 복잡한거 못 한다던 '수 누님'이 1등을 하셨네요.

"내가 1등이에요? 어떻게 해서?"

"옆에 계신 누가 계속 사줘서요. 흐흐.."

"아으... ; 경마는 자신 있었는데.."

모던 아트 역시 대성공이었습니다. 너무 재밌었는지 '수 누님'은 게임 제목들을 다 적어 가셨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평일 저녁에 테니스 코트장에서 '수 누님'과 남편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 어제 남편하고 애들하고 하려고 엄청 찾아봤는데, 위너스 서클하고 모던아트 다 안팔아요..ㅠ"

"아니 근데 경마는 애들하고 하기에 초큼 그렇지 않을까요? ㅋㅋ"

"아니야. 이것도 다 조기교육이야 ^^; "

다들 너무 재밌으셨다는 말에 어깨가 다 으쓱해 지더군요. 평소 보드게임 같이 잘 안 해주는 와이프도 이날만큼은 보드게임 이야기를 하는 내내 무척이나 즐거워보였습니다.

10월 23일. 일요일.

거의 한달만에 모이는 회사 동료들과의 모임날입니다. 이날 멤버는 집주인 이씨와 고인물 고씨. 그리고 가씨, 강씨, 임씨. 총 5명입니다.

아침 9시경. 고씨를 제외하고 다 모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고씨에게 연락해보니.. 어젯밤 과음하고 지금 일어났다네요.

일단 고씨가 오기 전까지 돌릴 브릿지 게임이 급하게 필요했습니다. 뭐 4인이서 할 만한 건 많으나, 문제는 고씨가 언제 올지 몰라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것으로 선정했습니다.

"고씨 오기 전까지 짧게 여러판 돌릴수 있는 가벼운거. 제왕의 깃발입니다."

"뭔가 제목과 일러스트가 진지하게 생겼네요."

제왕의 깃발은 자기 색깔 카드 10장 중 3장을 무작위로 버린 후 나머지 7장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플레이 방식은 선부터 돌아가며 이미 배치된 카드열의 맨 왼쪽이나 오른쪽에 카드 한장씩을 뒷면으로 배치합니다. 이후 맨 왼쪽부터 공개하고 능력을 쓸지 덮은채로 승점을 올리고 패스할지 결정합니다. 공개한다면 카드에 위에 쌓인 승점을 모두 받고 능력을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6라운드를 하고 나면 손에 카드 한장만 남을텐데, 승점이 가장 많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이게 덮은게 뭐지... 저 카드 공개요. 궁수고 맨 오른쪽 죽일게요."

"어서 오십쇼. 매복카드입니다. ㅎㅎ"

"다음은 저죠? 공개할게요. 병사이고 방금전 궁수 죽일게요."

"아.. 망했다 ㅋㅋ"

오랜만에 하니 정말 재밌더군요. 플레이 타임은 20분도 안 걸리는거 같습니다. 서로간의 암투와 계략속에 쫄깃한 분위기가 엄청났습니다. 제왕의 깃발은 고씨가 오기까지 5판 넘게 즐긴듯 합니다.

10시 반즘 고씨가 도착하고 다음 게임인 '태양신 라'를 꺼냈습니다.

'태양신 라'는 크니치아 작가님의 모던아트 와는 또 다른 경매 게임입니다. 경매 방식은 한 가지로 단순화 시키고 대신 경매 리워드로 볼 수 있는 타일 종류를 다양하게 구성하여 승점 얻는 방식이 여러가지입니다. 자기 차례 때 하는 행동은 보통 두가지입니다. 주머니에서 타일 뽑아서 경매 리워드에 추가하거나, '라'를 부르고 경매를 시작합니다. 경매를 반복하여 3시대 후 각각의 타일들이 주는 승점을 계산하여 순위를 가립니다.

'태양신 라'는 플레이어들 간 가지고 있는 경매 수치가 공개이기 때문에 경매 리워드가 많이 쌓이게 되면, 높은 경매 수치를 가진 플레이어가 쓸어갈 것이라고 예측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너무 경매 리워드가 쌓이기 전에 '라'를 불러 경매를 끊는 요소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또 경매 짬밥이 있는데 질 수는 없지. 고씨 끊어 주시죠."

"흠... 여기서 끊겠습니다. 라! 자, 경매 시작하시죠."

"아 저 문명 타일은 탐 나네요. 11이요! ㅎㅎ"

"진짜 재밌다. 같은 작가 게임인데 모던아트와는 또 다르네요!"

'태양신 라'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보통 파티 게임에 욕심이 없는 고씨도 '정말 갖고 싶은 게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보드피아에서 게임을 내줄 때 무게감 있는 금색 메탈 점수봉까지 정말 좋은 퀄리티로 뽑아주어 너무 감사합니다.

점수봉 구분이 잘 안간다는 평이 있는데, 저는 점수봉을 나누어 담아 놓아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고 오히려 플레이어들간 점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이 어려워 좋았습니다.

다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이날 마지막으로 꺼낸 게임은 독일의 괴짜 작가 프리드만 프리제의 '파워그리드' 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매번 꺼내고 싶었던 파워그리드입니다. 한국맵으로 하고 원래는 지역하나 없애야 하는데 그냥 진행할게요."

"이게 나라 별로 맵이 있는거에요? 대박.. 진짜 유명한건가 보네요."

파워그리드는 발전소를 경매로 사오고 도시에 전력망을 구축하여 돈을 버는 고전 명작 게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매 라운드 도시 전력망 수가 높은 플레이어가 선이 되는데, 게임에서는 선이 좀 불리합니다. 발전소를 돌리기 위한 자원(석탄/석유/쓰레기/우라늄)을 구입하거나 전력망을 구축하는 행동이 꼴지부터 진행하기 때문이죠.

게임 초반에는 발전소가 구려서 들어가는 자원에 비해 전력을 댈 수 있는 집 수가 적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발전소 사업으로 돈을 벌고 그걸로 더 좋은 발전소를 구입하게 됩니다. 그러면 전력을 댈 수 있는 캐파가 늘어나고 더 큰 이익 창출로 인해 전기 공급하는 도시 수를 넓혀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의 전력망(도시) 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게임이 종료되고, 전기를 공급한 도시 수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우승합니다.

"경매 시작합니다. 15원!"

"음... 아... 경매... 들어가야하나... 잠시만요."

"아이고.. 초반부터 이렇게 경매 길어지면, 이 게임은 4시간 짜리여..."

5인플레이를 하다보니, 게임이 늘어지기 전에 빠르게 진행을 시켜야 했습니다. 확실히 앞선 게임들에 비하면, 발전소 경매나 한국맵의 지리적 시작 위치를 잡는 부분부터 장고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용한 가운데 자기 발전소를 점차 키워 나가는 느낌도 나고 전력망을 확충하여 돈을 버는 경영 요소는 확실히 큰 재미를 주는 부분입니다.

게임은 업치락 뒷치락 전력도시 한두개 차이로 진행되다가 마지막 게임이 끝나갈 무렵 고씨가 도시 수를 늘리지 않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 강씨를 제외한 모두가 16 도시로 게임을 종료시켰습니다.

동점일 경우에는 돈이 많이 플레이어가 우승합니다. 고씨의 이전 라운드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후턴을 가져가며 자원을 먼저 싸게 사간 고씨가 우승하고 그 뒤로 가씨가 2등했습니다. 고씨와 가씨는 돈 5원 차이로 정말 자원을 누가 먼저 쓸어갔나 차이였네요.

"오! 이거 버밍엄하고 비슷한데 뭔가 더 쉽네요. 진짜 잘 만들었다!"

"담에 다시 하면, 초반에 위치 잡는거부터 잘 할 수 있을거 같아요. 강릉쪽으로 올라왔어야하는데 아쉽다.."

파워그리드가 끝나니 오후 5시즘 된거 같은데, 정말 시간이 워프한 것처럼 짧게만 느껴졌습니다. 너무 재밌네요. 기회만 된다면 파워그리드 다른 맵들도 다 돌려보고 싶은 욕심이 납니다. ㅎㅎ

최근 와이프가 다리를 다쳐 휴가를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여유가 나서인지 보드게임을 자주 해줬는데 아래는 와이프와 즐긴 게임들의 짧은 후기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