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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나이트 1인플 36판 해본 소감

3,997 조회

2022.09.30 20:28

오픈월드 RPG게임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실겁니다.
요런 게임 아시죠?

방대한 세계관, 디테일한 설정, 풍성한 볼륨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갓겜 반열에 올랐죠.

보드게임에서 이런 느낌의 게임이 있다면 바로바로

요 게임이겠죠.

요런게임도 많이들 좋아하실겁니다.

치밀한 스토리와 방대한 볼륨, 유려한 그래픽으로 역대최다 GOTY를 챙겼습니다.

보드게임에서 이런 느낌의 게임이 있다면

이런게임이 떠오르네요.

반면 이런게임은 어떤가요?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고 NPC들은 비현실적곳에 서있고 벽타는 건 고사하고 문턱 넘기도 힘든 불편한 이동에 개어려워서 시작부터 패드 던져야되는 진입장벽이 있는데도 제대로된 튜토리얼도 없는 불친절한 구성으로 아주아주 짜증나게 합니다.

하지만 액션 RPG 게임 본연의 재미가 살아있고 손맛이 죽여주며 성취감으로 뽕이 차오르는 게임이라 이것만 하는 변태(저를 포함)들을 양산합니다.

보드게임에 이런 게임이 있다면 바로바로

이 게임입니다. 메.이.지.나.이.트

스토리? 설정? 모르겠고...아트워크나 컴포도 촌스러운데다 뭐 아이템이나 캐릭터 같은것도 별로 없고 가장 큰 문제는..
4.3이 넘는 웨이트에 말도 안되는 잔룰의 향연과 끔찍한 플레이 타임으로 무시무시한 진입장벽을 자랑합니다.

수십판 해본 고수들도 에러플 없이 해본적이 별로 없다고 고백할 만큼 괴랄하죠.

* 피규어를 도색해서 주니 고맙긴한데 색깔이 있으니 더더욱 괴랄하네요;;;

근데 재밌습니다. 개재밌습니다. 카드게임이 줄수 있는 최고수준의 재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재밌는걸까요?

시작부터 계속 언급했던 비디오 게임 RPG로 비교해보자면요.
예전 비디오 게임 RPG들은 대부분 턴제 전투방식었죠.

이게 사실 주사위나 마찬가지 입니다. 컴퓨터가 주사위를 던져줘서 피해판정을 하는겁니다.

보드게임 던전크롤러들도 대부분 주사위로 전투를 처리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TRPG/보드게임과 비디오게임 간의 메커니즘적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근데 비디오게임 기술이 발전하면서 요즘 나오는 RPG들은 주류가 실시간 액션 RPG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현실감 있고 조작감 쩌는 게임들이 나오고 있죠.

근데 이건 보드게임으로 구현할수가 없습니다.

더이상 보드게임은 사람이 마주앉아서 하니깐 좋다.

아날로그 기물이 주는 손맛이 있다 라고 항변하기에는 비디오게임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습니다.

끝내주는 비디오게임 RPG를 놔두고 왜 보드게임 던전크롤러를 하냐? 고 물어보면 답변이 궁색해집니다.
특히나 1인플이라면 더 그렇죠.

하지만 조금이지만 보드게임 던전크롤러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피지컬 대신 뇌지컬을 쓰는 방식으로 비디오게임과는 다른 방향으로 즐거움을 주려 하고 있죠.

그 일환으로 주사위는 조금씩 배제하고 카드를 사용해서 전투에 전략성을 주고자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덱빌딩/덱스트럭쳐 메커니즘을 통해서 카드 드로우가 단순히 운이 아니라 내가 설계한 결과가 반영되도록 하고 있고,

에이언즈 엔드는 카드를 안섞는 덱빌딩으로 프로그래밍적인 재미를 시도했습니다.

글룸헤이븐은 카드를 위 아래칸 중 선택해서 내어놓는 방식으로 전략적 선택의 폭을 제공하죠.

아컴호러카드게임은 스토리가 비중이 있음에도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리플성을 보여준다고 하네요(이건 제가 안해봐서)

그리고 메이지나이트는 카드를 이용한 RPG 전투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주목할만한 메커니즘은 여섯 가지 정도를 꼽을수 있는데요.

1. 몬스터는 가만히 있다.

* 이래봬도 얌전합니다. 침략자 메이지나이트들에게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선량한 오크들..

이게 저는 아주 신선했습니다. 보통의 던전 크롤러 보드게임의 몹들은 카드나 주사위 결과에 따라 AI 방식으로 이동하고 공격하거든요.
또 보통의 PvE 방식의 협력/솔로게임(정령섬, 팬데믹 등)들은 카드 오픈하면 여기저기서 사건 터지고 벌레(?)들이 막 늘어나서 힘들게 하구요.

근데 메나는 몬스터는 그냥 가만히 있고 그 행동에는 어떤 운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그냥 몬스터의 공격력과 방어력만 주어지고 플레이어가 핸드에 있는 카드들을 잘 조합해서 잡으려면 잡고 못잡으면 마는 방식입니다. 대부분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못잡을거 같으면 보통 안싸우면 됩니다.

사실 이게 뭐 혁신적인 시스템도 아니고 오히려 "엥? 그게 뭐야 가만히 있으면 뭐가 재밌어? 그건 몬스터가 아니라 걍 장애물 아니냐?" 할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이어서 언급할 이 게임의 신박한 카드사용 시스템과 맞물려 대단한 시너지를 냅니다.

2. 마나사용과 카드 꺾어쓰기를 통해 무궁무진한 카드사용 방법을 제시

이 게임의 카드는 크게 이동, 공격, 방어, 영향력(돈 개념)의 4가지 액션으로 사용되는데요. 자원으로 주어지는 마나를 카드에 얹으면 강한 효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카드를 가로로 꺾어서 사용하면 카드능력과 무관하게 아무 액션으로나 1포인트로 사용가능한데요.

이 규칙이 메나의 가장 혁신적인 규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규칙 때문에 카드의 전술적 사용법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집니다.

그냥 별 생각없이 핸드의 카드 5~6장을 훑어보면 대충 공격력 한 4~5 나오겠네 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마나 얹고 카드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붙이면 어떨땐 공격력 수십이 나와버리기도 합니다.

똑같은 카드 조합으로도 어떤 사람은 몹을 못잡고 피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내가 피해를 좀 받고서라도 카드를 아끼면서 잡아내고 또 어떤 사람은 카드를 다쓰는대신 피해없이 몹을 잡아내기도 하죠. 그리고 그 전술적 선택의 결과가 다음턴 다다음턴에 변수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카드사용법이 무궁무진하다보니 몬스터가 가만히 있는데도 다채로운 전투경험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몬스터가 운요소를 배제한채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전술적 재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3. 다양한 공격/방어효과를 통해 변화무쌍한 카드사용법을 유도

이 게임의 어마무시한 잔룰은 주로 여기서 나오는데요.

불공격/방어, 얼음공격/방어, 차가운불(이건 진짜..ㅡㅡ) 공격/방어 , 물리저항, 마비, 흉폭, 신속 등등.. 효과가 상당히 많고 복잡합니다. 확장을 끼면 더 심해집니다. 하지만 이걸 어느정도 이해하고 나면 상당히 현실감 있고 납득이 가게 잘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크바틸 작가가 추구하는 디테일하고 시뮬레이션적인 설정이 잘 느껴집니다.

신속이 붙은 공격은 막을때 방어력이 배로 들지만 맞았을때 피해는 똑같습니다. 재빨라서 막기 힘든걸 표현한거죠. 육중함이 붙은 공격은 이동력으로 방어할수 있습니다. 느린 공격이라 피할수 있는걸 표현한거죠. 요새에 있는 적은 원거리로 제거가 불가능하지만 공성공격으로 제거할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효과들 때문에 진입장벽이 너무 크지만 한번 익히면 정말 무한의 리플성을 보장해줍니다. 똑같은 적토큰 세 개를 펼쳐놓고 같은 카드 6장을 쥐어줘도 해법이 정말 여러가지가 나옵니다.

4. 덱빌딩 메커니즘을 성장과 전투에 효과적으로 사용

제가 느낀 크바틸 작가의 스타일은 다른 유럽식 전략게임 작가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유로게임 작가들은 게임적인 메커니즘 위에 테마를 덧씌워서 게임을 만들지만 크바틸 작가는 철저하게 시뮬레이션적으로 게임을 만들고 '순수하게 게임적인 메커니즘(a.k.a 퍼즐)'은 필요한도내에서 최소화하는거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 메이지나이트에서 그나마 '현실세계의 무언가를 구현한게 아닌 순수하게 게임적인 메커니즘'이라고 할만한건 바로 덱빌딩입니다.
* 쓰루디에이지스의 경우에는 카드 드래프팅이 되겠죠

덱빌딩을 통해 좋은 카드들을 채워넣으면서 캠페인이 아닌 단일 시나리오 내에서 레벨업하는 재미를 잘 구현했습니다. 지금이야 덱빌딩 메커니즘을 접목한 던전크롤러가 많지만(글룸도 일종의 덱빌딩이죠) 2011년 당시를 생각해보면 이것도 혁신적이었던거 같습니다.

또한 상처를 받으면 덱으로 들어와서 핸드를 차지한다는 설정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치유를 해서 상처카드를 제거할지 아니면 그냥 휴식으로 버린더미로 보내서 일단 급한불만 끌지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덱에서 카드가 셔플되는 부분이 이 게임에 몇안되는 운요소인데요.(그리고 항상 내가 필요한 것만 빼고 나오는 마나주사위..) 적당한 리플성과 긴장감을 주기에 적절한 수준의 운요소라고 생각합니다.

5. 개성있는 다양한 카드종류가 주는 재미

이 게임의 덱빌딩에 사용되는 카드는 기본카드, 상급액션카드, 마법카드, 유물카드로 나눠지는데요. 종류별로 개성이 뚜렸해서 재밌습니다.

상급액션카드는 기본카드들 보다 살짝 업그레이드된 카드로 레벨업 보상이나 수도원에서 수련을 통해 획득할수 있구요.

마법카드는 마법사의 탑이나 유적을 털어먹(?)으면 주는데 사용할때 무조건 마나를 써야하는 대신에 엄청 강력합니다. 또한 밤에만 쓸수있는 검은 마나를 쓰면 더 강한 능력으로 쓸수 있다는 독특한 기믹도 있습니다.

유물카드는 수도원을 털어먹거나 던전을 탐험하면 얻을수 있는데 매우 좋은 다양한 효과를 줍니다. 이 카드의 특징으로 강한효과는 카드를 파괴해야 쓸수 있다는 기믹이 있습니다. 이거 참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6. 덱빌딩 못지않게 중요한 <타블로빌딩>이 주는 전략성

카드를 셔플해서 핸드로 들어오는 덱빌딩 방식은 아무래도 운요소가 있는 편인데요. 이걸 어느정도 보정해주고 전략성을 높이기 위해 '타블로빌딩'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먼저 유닛을 부하로 고용할 수 있는데요. 유닛카드는 내 덱으로 들어오는게 아니라 별도의 공간에 펼쳐놓고 라운드마다 한번씩 쓸수 있습니다. 얘네들은 카드 한장씩 더 있는거 같은 효과도 주는데 고맙게도 '고기방패(?)'도 되어줍니다. :)

* 공격단계때 써먹을 놈들은 놔두고 이미 부려먹은 힘없는 애들만 고기방패로 쓰는 아주 비정한 플레이가 필요하죠;;

또 레벨업할때 기술토큰이라는걸 주는데 이건 고정적으로 턴마다 쓸수 있거나 일부 강력한 토큰은 라운드마다 쓸수 있습니다.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아주 재밌습니다. 캐릭터별 비대칭요소는 주로 이 기술토큰에서 나옵니다.

이 유닛과 기술토큰을 잘 준비해서 써먹는것이 카드사용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아쉬운점>

1. 아쉬운 아트워크

아트워크가 좀 아쉽습니다. <데굴데굴 스튜디오>의 가이오트님 설명에 따르면 원래 있던 IP가 좀 별로였다고 하는데..

* 이런 복장은 좀 중국산 RPG게임에서도 요즘엔 잘 안쓰는데...

이건 <메이지나이트 헬퍼앱>에 있는 이미지들인데 상당히 멋집니다. 어디서 가져온건진 모르겠는데...

이 정도 아트로 다시 나와주면 너무 좋을텐데요.

* 아니면 엘든링 리테마..제발...미야자키 사장님 보드게임에 좀 관심을...(이라고 하기엔 이미 다크소울도 블러드본도 있네요.;;)

2. 아쉬운 1인플 구성

수년간 BGG people's choice 솔로게임 1위를 지켜온(지금은 정령섬에 밀려 2위) 1인플 갓겜의 명성이 무색하게 1인 시나리오가 매우 빈약합니다.

공식 솔로 시나리오는 <솔로 정복 임무> 하나 뿐이고 그마저도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설명하기 전 숙지하기 위한 용도'라고 설명되어 있죠.

다른 시나리오도 솔로로 해도 된다고 룰북에 언급은 되어 있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되는지는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팬메이드룰로 해야됩니다.

이 게임이 나온 2011년 당시에는 솔로게임이란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으니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제가 이 게임이 리테마나 2판이 나오길 바라는 가장 큰 이유가 지금 나온다면 이 부분이 많이 보강되어 나올거 같아서입니다.

솔로로 할수 있는 캠페인 시나리오 같은것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 개인적으로 이 경우에 시나리오별로 레벨은 리셋되더라도 덱은 가지고 가는 방식으로 하면 참 재밌을거 같습니다. 대신 덱이 무한정 늘어나지 않도록 덱압축(카드폐기) 기능이 보강되어야겠죠.(예를들면 치유행동을 통해 상처카드말고 일반카드도 폐기할수 있다면..)

3. 청어가시 같은 잔룰

앞에서 잔룰에 대해 많이 변호하긴 했었는데요. 그래도 좀 심하긴합니다. 조금만 정리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