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노피 - 열대우림 테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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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00:03

요즘 어스, 캐스캐디아, 리빙 포레스트 등 자연과 동물을 다룬 보드게임이 많이 나오고 있죠. 싫어할 사람이 없는 주제에 더해, 사람들이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듯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자연을 다룬 게임 중 아름다운 열대우림을 만들어 가는 게임, 캐노피를 해보았습니다.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어요!)

게임 요약

배경

플레이어들은 열대우림에 나무를 키우고, 식물과 동물을 번식하며, 날씨와 불과 같은 위협들을 조절하여 자신의 숲을 가꿔 나갑니다.

세팅

모든 카드를 세 계절 더미로 나눈 뒤, 첫번째 계절 더미로부터 세 성장 더미에 카드를 각각 1장, 2장, 3장 놓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시작 줄기를 하나 가지고 시작합니다.

choosing stack

우리의 운명(운빨)을 시험하게 될 성장더미

플레이

플레이어의 차례가 되면 첫번째 성장더미를 확인합니다. 마음에 들면 모든 카드를 가져오고 차례를 종료하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더미에 뒷면으로 카드를 추가하고 다음 더미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세번째 더미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세번째 더미까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절 더미에서 뒷면으로 한 장을 뽑아 가져옵니다. 가져온 카드들은 반드시 자신의 숲에 추가해야 합니다.

차례를 번갈아 진행하다가 계절 더미가 다 달면 계절이 끝나고 점수를 계산합니다. 매 계절마다 얻은 식물과 날씨카드의 점수를 계산한 뒤 버리며, 가장 큰 완성된 나무를 가진 사람은 보너스 점수를 받습니다.

종료

세 계절이 끝나고 완성된 나무가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큰 숲 점수를 추가로 얻고 가지고 있는 동물 점수를 더해 최종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좋았던 점

아름다운 일러스트

캐노피를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나 아름다운 일러스트입니다. 제가 이 게임을 구매한 첫번째 이유죠. 뱅상 일러스터의 색을 쓰는 감각 덕분에 모든 카드들이 수려합니다. 일러스트들이 현실감 있게 표현되어 있으면서도 병충해 같이 혐오스러울 수 있는 부분은 뭉뚱그려 표현해 놓아서 거부감이 없습니다.

각각의 카드도 이쁘지만 게임이 진행되며 카드가 점점 깔리고 시각적인 만족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전체적인 게임의 색감이 초록초록해서 현대 사회에 지친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죠.

Canopy (Spanish ed.) - IG: @freethemeeple

초록초록. 편안편안.

드래프트, 푸시유어럭의 흥미로운 결합

이 게임을 구입한 두번째 이유는 바로 푸시유어럭 요소였습니다. 제 짝꿍이 푸시유어럭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게임의 소개나 룰만 보면 푸시유어럭의 느낌이 크게 나지는 않는데 직접 해보면 상당히 잘 느껴집니다.

이는 먹으면 안 좋은 카드가 있고 더미를 고르면 반드시 모든 카드를 먹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발생하는데,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자그마한 첫번째 성장더미에 만족하고 먹을 것인가, 아니면 안 좋은 카드가 나올 위험을 안고 더 큰 보상을 노릴 것이냐, 혹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자를 것이냐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을 먹을 것이냐 같은 고민이 게임 내내 계속되죠. 이에 더해 안 좋은 카드들을 서로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요소도 있어서 게임이 심심할 틈은 없습니다.

테마의 풍미

캐노피를 하고 있자면 진짜로 숲을 키우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러 식물들을 키우고 동물들을 데려오고 해가 날 때도 있고 비가 올 때도 있습니다.

특히 나무 줄기 카드를 이어 붙여서 나무를 키우는 아이디어가 이 게임의 백미입니다. 같은 일러스트의 카드를 가지고 나무 밑동으로 쓰거나 줄기로 밑동에 붙일 수 있는데, 이어 붙이다 보면 진짜로 나무가 자라고 있는 듯 합니다. 자라난 나무에 캐노피 카드를 덮어 완성하고 그 위에 동물 토큰은 올려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참고로 캐노피는 나무가지들이 지붕 모양으로 우거진 것을 뜻합니다.)

이런 테마에 흠뻑 빠져서 '내가 더 나무를 높게 키울거야', '나는 개구리를 데려와야지' 등 이런 저런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습니다. 이 기회에 여러분도 개구리 한마리 입양해보는게 어떠신가요? (다만 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tree and poison dart frog

로XX프XX게XX 광고 아닙니닷

아쉬운 점

번잡스러운 게임

캐노피는 아름답고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게임이지만 깔끔하지 않고 번잡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첫번째 이유로 자신의 차례에 가져온 카드들은 모두 자기 앞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비록 카드들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카드를 매번 내려놓기 때문에 산만하고 공간차지가 심합니다. 테포마처럼 카드가 많이 깔리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캐노피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캐노피에는 규칙이 있는 룰북 이외에 모든 카드에 대한 설명과 추가 규칙이 있는 룰북이 있습니다. 그만큼 카드 효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카드의 절반 정도는 직관적이어서 룰북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지만 카드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룰북을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차례에 하는 행동은 더미를 먹냐 마냐로 간단하지만 계절이 끝났을 때 챙겨야할 규칙이 많아서 매번 요약표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A game of Canopy.

이 정도면 그나마 깔끔하게 정리한 편이 아닐지...?

전략의 부재

캐노피를 잘하고 싶으신가요? 필요한 카드를 잘 뽑으면 됩니다!

캐노피는 푸시유어럭 장르답게 운이 게임을 결정합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운을 타개할 수 있는 전략적인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점수가 높은 나무에 올인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큰 나무나 큰 숲을 완성해서 보너스를 노릴 수 있지만 전략을 세워도 결국엔 해당 카드가 나와야 합니다. 빨리 끝나는 게임이라면 이러한 운 요소를 즐겁게 즐길 수 있지만 캐노피는 적어도 30분은 걸리는 게임이기에 높은 운 비중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동물 스노우볼

저희가 캐노피를 플레이 했을 때 많은 경우 한사람에게 점수가 몰렸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동물카드가 많은 사람이 승리했습니다.

동물 카드는 점수와 더불어 카드를 킵하던가 계절 더미에 카드를 추가하는 등의 여러가지 추가 효과를 제공합니다. 식물들은 한 계절이 끝나면 점수를 주고 사라지지만 동물들은 계절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고 매 계절 효과를 쓸 수 있습니다. 카드를 더 먹게 해주는 동물 효과들이 많기 때문에 동물이 있다면 다른 동물들을 찾기 더 쉬워집니다. 효과가 좋은 동물들은 페널티로 감점이 있긴 합니다만 이득에 비해 감점이 너무 적습니다.

초반에 능력이 좋은 동물들을 상대가 얻으면 역전이 가능한가?하는 질문에 선뜻 가능하다 답변하기가 어렵네요.

Canopy (Spanish ed.) - IG: @freethemee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