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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겸 질문] 1살 아기 vs 보드게임

2,517 조회

2022.07.14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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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난 직후. 많은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너 보드게임 어떻게 할거야? 아기가 다 망가뜨릴텐데. 작은 콤포넌트는 위험한거 아냐?"

당시엔 막연하게 "아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펜스를 쳐놓을까 싶어." 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사실은 별 생각 없었어요.

실제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건 아기가 막 기어다니기 시작 할 무렵.

물건을 집고 던지고 하는걸 보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1살을 찍고나니 이건 뭐... 손 달린 작은 라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활동력이 어마어마 해지더군요 -__-;;

보드게임을 하시며 육아를 해내신 선배님들이 가득할테니,

보라에 조언도 구할 겸 근황 및 육아방침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아기가 만져도 괜찮은 보드게임을 좀 소개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평소에도 "보드게임은 소모품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손상에 크게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찢어진 박스 / 햇빛에 변색 된 박스 등 상태가 안좋은 게임이 제법 있습니다)

아이가 실수로 보드게임을 던지든 누르든 박스를 찢든 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테이핑으로 고칠 수 있다 생각하죠.

웬만한 게임은 다 만져보도록 허락 하지만 아이가 작은 콤포넌트가 많은 게임에 관심을 보이면...

좀 더 큼직한 부품이 있는 게임으로 시선을 돌리고 슬그머니 책장에 다시 꽂아 놓습니다.

그럼 어떤 게임을 대신 꺼내느냐?

아이에게 가장 많은 사랑(=피해)를 받는 게임은 람바 삼바예요. 독일에서 만든 게임인데 아마 찾기 쉽지 않을겁니다.

원래는 저 빨간 주머니 안에 블럭을 넣어놓고 다함께 손을 넣어 더듬거리며 목표 블럭을 찾아내는 어린이용 파티게임 입니다.

그런데 아직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니 주머니 안에 손을 넣어놓고 "냠냠냠~ 블럭 주세요" 하면 알아서 블럭을 가져다가 제 손에 올려놓아요.

그러면 주머니 안으로 쏙! 손을 숨기고 블럭을 버린 뒤 다시 "냠냠냠~ 블럭 주세요" 하며 손을 꺼내죠.

이걸 모든 블럭이 다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반복합니다.

적당한 무게의 나무 블럭이라 내구성도 좋고 모양도 울툴불퉁 한데다 아기 손에 쥐기도 편해서 여러모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팔까 고민을 했던 게임인데 안팔길 잘했어요.

그 다음으로 자주 꺼내주는 게임은 팀3 입니다. 3인 1조가 되어 각각 눈 / 입 / 손 같은 신체부위를 봉인한 채 다함께 퍼즐을 풀어내는 팀 게임이죠.

박스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벼운 블럭조각이 쌓기 딱 좋은 형태이다보니.

제가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면 아기가 팔을 휘둘러 부수고. 다시 만들면 또 부수고. 흥미 잃을 때까지 반복합니다.

색깔도 구분하기 쉽다보니 "검은색 주세요" 라던가 "노란색 주세요" 같은 말을 하며 색깔을 가르치는데 이용하기도 해요.

다만 블럭의 특성상 귀퉁이가 다소 뾰족하기 때문에 혹여라도 눈이 찔리지 않도록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블럭을 가지고 다른 보드게임 박스나 엄마 아빠의 머리를 찍어버리는(!) 행동도 할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

박스야 구멍나면 고칠 수 있지만 엄마 아빠 머리에 난 구멍은 고치지 못해요!

묵직하면서 탄탄한 나무조각 블럭이 들어있는 뒤죽박죽 서커스도 아이의 놀이감으로 굉장히 좋습니다.

무게감도 상당하고 이미지도 예쁜데다 블럭끼리 쌓기도 편하기 때문에 꽤 다양한 목적으로 쓰고 있어요.

크다/작다의 개념을 알려주거나 하나씩 천천히 쌓아가는 모습을 가르쳐 주곤 하죠.

물론 아기는 강스매쉬를 날리며 부수는걸 더 좋아합니다.

참, 아기와 함께 뒤죽박죽 서커스를 가지고 놀 땐 피곤하다며 누워서 놀아주시면 안됩니다.

신난 아기가 두툼한 코끼리 블럭을 들고 갑자기 제 뚝배기를 가격하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뻑! 하며 두개골과 나무블럭이 접촉하는 소리를 듣는건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플래닛도 아이와 놀아주기 좋은 작품입니다. 구겨지기 쉬운 카드는 전부다 박스 안에 깔아놓고, 구체 + 자석타일로 함께 놀아줘요.

함께 하나씩 천천히 붙여보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으면 구체를 통째로 넘겨줍니다.

그럼 아이는 꺄르륵 웃으며 갑자기 머리 위로 지구를 들어올리며 와인드업을 하더니 거실 저편으로 투구 하는데요.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자석타일이 흩어지는걸 보면 마음 아픕니다.

이상할 정도로 이 때만큼은 "저거 주세요" 해도 아기는 미동도 안하더라고요 -_-

기어가서 주워야 하는건 접니다..

이 밖에도 기회가 된다면 마라케시(양탄자 까는 게임)을 이용해서 촉감 놀이를 하거나,

할리갈리 컵스/코코너츠를 이용하여 컵놀이를 할 생각인데요. (코코넛 알은 질식의 위험 때문에 안돼요!)

어차피 보드게임을 지킬 수 없다면 최대한 활용하려 합니다.

다만 1살쯤 된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아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네요.

육아 경험자 분들은 이 나이 때의 아기와 무엇을 하며 놀아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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