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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 행복을 찾아서: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요?

2,807 조회

2022.07.13 17:51

발매년도 : 2015년

게임 타입 : 경제게임, 오픈 드래프팅, 시뮬레이션, 일꾼놓기

플레이 타임 : 60-90분

플레이 인원 :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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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리뷰를 한 편 작성하는데 약 4-8시간 정도 걸리는 편입니다.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편인데도 글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제법 시간이 걸리죠.

그렇다보니 모든 게임을 리뷰 할 수는 없는 법. 나름 리뷰용 게임 선정에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1) 압도적으로 뛰어난 재미를 가지고 있거나

2) 독특한 아이디어로 큰 차별화를 꾀했거나

3) 썰을 풀만한 재밌는 사건사고가 게임 내에서 벌어지거나

4) 어린이들과 할 수 있는 좋은 가족 게임이거나

5) 드문드문 리뷰 협찬을 받았을 때죠. (특히 지역아동센터 / 주변 신생 모임에 기부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오늘은 제 리뷰를 읽으시며 과연 어느 항목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추측 해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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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진행되냐면요.

여러분들은 가상의 인물을 하나 맡아 청소년기부터 황혼에 이르는 하나의 인생을 그리게 됩니다.

어릴때부터 가진 특성과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는데요.

인생의 시기를 나타내는 매 라운드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6개의 모래시계를 여기저기 놓인 행동칸에 두며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어릴 땐아르바이트, 사교, 공부 같은 간단한 행동 밖에 못하지만, 성인이 되면 취업 / 연애 / 밤샘 근무 같은 추가 선택지가 열리며,

노인이 되면 점차 찾아오는 체력적 한계(스트레스)와 밤샘 작업이 불가능하게 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죠.

모든 플레이어가 사망했을 때 가장 행복한 삶을 산(즉, 점수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하게 되는 간단한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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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징이 있냐면요.

행복을 찾아서는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게임으로 접근할 때와 시뮬레이터(가상체험용 도구)로 접근할 때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거든요.

여러가지 게임을 접해본 입장에서 행복을 찾아서는 꽤 평이한 느낌을 주는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이곳에 가서 자원(돈/공부/놀이/사교)을 가져오고. 그걸 들고 다른 곳에 가서 소비하고 행복점수를 얻고. 때론 소비를 통해 다른 자원을 얻기도 하고. 무리한 일정/작업 때문에 일꾼 두어개가 잠시 뺏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 게임의 끝을 맞이하게 되죠. 다른 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방식이예요.

물론 파고들면 재밌는 부분을 세세하게 언급 할 수 있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딱딱한 이야기보단 게임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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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이기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게임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엉뚱한 그림을 보고 하하호호 웃는 그런 파티게임 속에서. 10분만에 끝나는 마피아 게임 속에서. 혹은 망한 전략게임을 던지며 정신승리를 해본 적이 있냐는 뜻이 아닙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공정한 규칙과 모든 수가 다 보이는 상황에서 승자 패자를 가리는 게임을 하는데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여쭈어보는 것입니다.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두 가지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인생의 승리자를 가리는 전장이요. 또 하나는 내 인생에만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무대였죠.

초반엔 '인생은 곧 경쟁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남을 밟아야 이긴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을 견제 했습니다. 소비를 꾸준히 하는게 목표인 상대방을 두고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점수를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상대방이 가져갈만한 카드도 챙겨가고 점수도 효율이 좋아보이는 것으로만 골라갔죠.

어땠을까요?

재미는 커녕 회의감만 들더군요.

이웃 캐릭터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내 캐릭터는 누구의 인생을 사는 것인가? 이렇게 이겼을 때 난 무엇을 느끼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표도 추구하는 방향도 없이 그저 남의 목표만 따라가고만 있었죠. 다른 캐릭터가 추구하는 것과 내 캐릭터가 추구하는 것이 다른데 말예요. 왜 적으로 보았을까요? 자원도 풍족한데다 서로 목표가 다르니 적으로 볼 이유가 없는데 말예요. 오히려 평행한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동료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방금 언급했듯 행복을 찾아서는 제한된 자원을 나눠먹는 시스템을 토대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닙니다. 유한한 자원을 두고 싸우는 게임이 아니다보니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방법도 많지 않아요. 되려 그런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친구야, 인생에는 수많은 길이 있어." 라며 말을 걸기라도 하듯 모두에게 유의미한 선택지를 계속 내어줍니다. 물론 서로 원하는게 겹칠 수 있습니다. 조금 내 몫을 뺏길수도 있죠. 하지만 문제 없어요. 언제나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있거든요.

그제야 시각을 바꾸고 "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캐릭터에서 내 캐릭터로 관심의 스포트라이트가 옯겨지는 순간 행복을 찾아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다들 자기만의 페이스로 앞서거니 마니 하며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으니 지금 당장의 일희일비가 중요하지 않게 되죠.

다른이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어 기피하던 그룹 프로젝트가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 하는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무리하게 일을 벌려가며 돈을 끌어모으다가 나가떨어지는 동료를 보며 "그러다 죽겠다. 쉬엄쉬엄 해." 같은 말도 건네게 되며. 수도승 같이 살고 있는 친구, 방탕한 삶을 사는 친구의 삶도 들여다보며 한번 사는 내 인생, 좀 더 의미가 남을만한 행동을 하기 위해 두리번 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실에선 즐길 수 없던 취미를 게임 속에서 해보며 일탈의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죠.

시각을 바꾸는 것만으로 점수를 불리기 위한 비슷비슷한 액션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유의미하고 사건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기는 수가 아닌 즐기는 수를 찾아가는 과정.

이 경험이 정말 독특했어요.

캐릭터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도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노년기에 들어서면 라운드마다 스트레스가 -3, -6, -9 식으로 쌓이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이르면 사망하게 되는데요. 언뜻 보면 "나쁘지 않은데? 시간도 충분히 있고." 싶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흐릅니다. 노년기에 접어드는 순간 죽음이 머지 않았다는걸 온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릴 때 어찌해야 할 줄 몰랐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발버둥 쳐보려 했죠. 하지만 늦었더군요. 수명을 연장 할 수 있는 방법 같은건 없었어요. 점점 줄어가는 모래시계 그로인해 점점 축소되는 활동량. 결국 죽음을 받아들인 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점수)를 얻기 위해서 분투하게 되더군요. 게임 안에서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를 간접적으로 체험 할 줄이야.

이렇게 인생을 마무리 하게 되면 내 앞에 놓인 직업/연애/프로젝트/아이템 카드를 보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짧게나마 회고하게 되는데요. 더 행복하게(좋은 점수) 사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더군요. 이게 내가 줄 수 있었던 가장 행복한 삶이었을까? 하는 고민도 들고요.

여러모로 재미난 생각을 심어주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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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냐면요.

요즘 인생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지냅니다.

행복에 대한 책을 여러권 읽어보았지만 어렵네요. 스님은 금욕적이고 소박한 인생을. 자본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인생을. 기업가는 혁신적이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장애/왕따/질병으로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온 이들은 꺾이지 않는 굳건한 인생을. 다들 자기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정의를 내리니 되려 더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게임 속에서 저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보려 노력 해보았습니다. 100% 같진 않았지만 얼추 비슷했어요. 캐릭터가 사망하는 단계에 접어들자 내 인생이 어떻게 느껴질지 아주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조금 더 자율적인 생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나는 어느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으며 지금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는 고민이 가득한 시기여서 그런지 좀 더 마음에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확장이 나와있는만큼, 인생에 관련된 카드를 빼곡하게 채워넣어서 한다면 좀 더 재미있고 현실세계와 닮아있는 인생을 그릴 수 있긴 하겠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이기 때문에 제가 찾고 있는 답을 여기에서 찾을 순 없을거예요. 그럼에도 가끔 "나를 위한 인생을 살고 있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행복을 찾아서를 종종 즐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메세지를 강하게 던지는 게임은 정말 오랜만에 즐겨본 것 같아요.

저처럼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하여 한참 고민에 빠져있는 분들도 행복을 찾아서를 즐겨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도 좋은 게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거예요.

물론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도 나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

우리 팀 아니면 적 팀으로 나누어져 흑백 /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세상엔 참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그게 게임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니 편 내 편을 가르고 복잡한 수읽기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게임에 다소 지칠때가 있어요. 그럴 때 행복을 찾아서를 한번 해보세요.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데도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보면 '목표는 다르지만 나랑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거예요. 동료애를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생각해보세요.

어느 게임에서 열심히 살다 죽은 나를 보며 "조금만 기다려. 나도 곧 따라갈게." 하며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볼 수 있겠어요? :)

그럼 오늘도 행복한 보드게이밍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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