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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주의 교육법의 명소. 천왕모임 후기.

2,596 조회

2022.06.24 16:32

한국에서 모임을 방문하며 돌아다니는 일도 거의 끝나가네요! 이번 후기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올리면 캐나다로 돌아가겠네요.

천왕에 있는 모임은 제가 한국에서 최초로 참가한 기념비적인 모임입니다. 7~8년전? 딱 한번 참가했지만 기억에 강하게 남는 곳 중 하나예요.

제 Top100에서 언제나 10위 안에 들어가는 오부족도 이곳에서 처음 배웠거든요.

늘 그렇듯 당시에도 아무것도 모르고 궁금함 해소를 위해 18원 풀배팅을 몇번 질러보았는데,

그런 무모함(?)을 지적하고 고쳐주기는 커녕

에*** : "우와, 너굴님 18원 지르셨다."
천*** : "캬~ 좋은 수가 있나보네요! 그럼 난 1원."

식으로 함께 오부족을 즐기셔서 처참한 점수를 받았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제가 80점을 좀 넘었을 때(게임은 50점으로 시작합니다) 다른 분들이 200점을 훌쩍 넘은걸 보고나서야 게임의 원리를 깨우쳤죠 ㅋㅋ

.....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살생부에 적혔어야 할 역사적인 첫 두 사람은 저 분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약 8년만에 재방문한 천왕 모임후기 고!

=============================

"차가운 그녀가 눈을 뜨기 전에" 라는 게임입니다. 제목을 10번 넘게 들었지만 매번 다르게 기억하고 찾느라 고생하네요 -_-;

테이블 중앙에 놓은 여학생의 시신이 깨어나 좀비가 되지 못하도록 방부(!)처리를 해야 하는 이색적인 테마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일정 수의 카드를 나눠받는데요. 거기엔 숫자, 능력, 역할이 적혀있습니다.

숫자는 시신 방부처리용과 타인 감금용으로 쓰이고, 능력은 즉시 효과 적용을, 마지막까지 들고 있는 카드는 내 역할이 되는 식으로 사용법이 꽤 다양합니다.

서로 카드를 바꾼다던가, 남의 것을 본다던가, 방부처리용으로 쓰인 카드를 본다던가 하는 재미난 효과가 꽤 많아요.

게다가 주변에서 하는 대화나 판의 흐름을 보고 내 역할을 무엇으로 정하여 승리를 노릴 것인지 눈치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역할마다 성공요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남들이 다 해놓은 작업에 숟가락만 올리는 전략도 가능해서 모두가 끝까지 무언가 노릴 수 있는 점이 좋더라고요.

놀랍게도 이게 정발된 게임이더라고요. 다만 수량이 많진 않은듯 하여 머지않아 구하기 힘든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테마가 유독 강렬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게임입니다.

제가 리뷰를 썼을 정도로 자주 즐기는 게임, 탑텐TV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참 사기 잘한 것 같습니다.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모임이라면 하나 구비하시는걸 추천합니다!

이번에 새로 배워본 본파이어라는 게임이예요. 정말 다양한 시스템이 녹아있는데다 서로 연계가 되어있다보니 처음엔 어떤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퍼즐을 맞춰서 액션 타일도 모아보고, 그 액션 타일로 자원도 가져오고, 항해도 나가고, 능력도 추가하고, 자원 가져온걸로 점수가 될 요소들을 개인보드로 가져오고...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다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머리에 들어옵니다. 그 순간 "아 이런거구나" 하고 게임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죠.

게임을 배우면서 "...이 느낌 어디에서 많이 받아본 것 같아요. 혹시 이름이 다섯글자인가요?" 했더니 게임을 소개해주신 부르심님께서 껄껄 웃으며 맞다고 하시더군요 ㅋㅋ

"...설마 이니셜이 S.F. 인가요?" 했더니 맞다고 더 웃으시더군요.

어쩐지 사방에서 쌓여가는 점수와 서로 따로 노는 듯한 시스템이 한데 어우러지는게 그 분의 냄새가 강렬하게 나더라니...

특유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고 리뷰를 쓰려면 서너판은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게임은 재밌었습니다!

맞다. 여기에서도 천왕모임 특유의 방임주의 교육법은 빛을 발했습니다. 부르심님 옆에서 게임 중간중간 말을 걸었는데요.

너굴: "제가 방금 한거 굉장히 잘못된 수 같아요."

부르심: "아이구.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잘하고 있어요."

(나중에 혼자 복기해보니 매우 잘못된 수)

너굴: "부르심님은 차곡차곡 쌓이고 쭉쭉 나아가는데 전 뭘해도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안드는데요;;"

부르심: "원래 그런 게임이지요 허허허"
(그런 게임 아님)

너굴: "왜 저는 개인판 타일이 딱딱 들어맞는게 없죠? 다른 분들은 기묘할 정도로 잘 들어맞고 잘 풀리는데요."

부르심: "아이구. 저도 그렇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허허허."
(딱딱 다 맞아있음)

너굴: "제 점수 너무 낮을거 같아요."
부르심: "에이. 저도 망했습니다. 다들 비슷할거예요."
(혼자 점수판 한바퀴 더 도심)

.......

캐서린: 여황제의 도시들이란 게임이예요. 꽤 묵직할 것 같은 박스커버에 비해 게임 자체는 굉장히 빠르고 알기 쉽습니다.

핵심적인 시스템만 살짝 언급하자면...

ㅁㅁㅁ 식으로 카드를 배치하고 게임을 시작하는데요. 각자 손패에서

ㅁㅁㅁ &

이렇게 옆에 한장. 아래에 한장. 하는 식으로 카드를 새로 배치합니다.

그리고 다 같이 카드를 공개해요. 윗줄과 아랫줄 색이 일치하면 부수적인 효과가 발동됩니다.

정말 신기했던건 카드를 뽑는대신 뽑아야 하는 만큼 점수로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카드를 10장 뽑아야 하는데 손패 제한이 3장이다? 그럼 7점만큼 점수를 받게 됩니다.

카드 게임은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뽑기 회전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곧바로 점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게임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또 하나의 특징을 꼽자면... 이 게임. 턴이 정말 모자랍니다.

하고 싶은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서로 대포로 견제하랴, 엔진 만들랴, 자원 모으랴, 지도 완성하랴, 트랙 올리랴... 겨우 12번의 턴을 가지고 다 할 수가 없어요 -_-;;

턴이 빠듯한 게임은 많이 해보았지만 이 게임만큼 "제발 뭘 하게 해줘..." 싶은 게임은 처음입니다 ㅋㅋ

아, 이거 롱샷 다이스네요. 안그래도 캐나다에 있는 친구가 이 게임 정말 재밌다고 오면 꼭 해보자며 추천했는데 이 모임에서 해볼 줄이야!

경마게임을 거의 안해봐서 그런걸까요?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주사위로 말이 치고 나가는 방식이야 흔하니까 그렇다 쳐도, 빙고게임을 완료하면 돈/이동/마권을 구입한다던가, 말을 산다던가 하는 재미난 요소가 많더군요.

특히 다른 말이 움직일 때마다 제가 베팅한 말도 같이 움직이도록 발을 걸칠 수 있는 전략적인 부분이 재밌었어요.

롤앤라이츠이다보니 다들 동시에 지우고 효과를 적용하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순서가 조금 엉키며 게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보여요.

그래도 각자의 턴이 상당히 짧다보니 순서만 잘 지키며 한다면 깔끔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을 것 같아요. 만족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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