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워게임 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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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9 07:43

5월 5일 하이텔슈리님과 워게임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워게임에 관심을 가졌지만 플레이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마침 많은 워게임을 보유하고 계신 하이텔슈리님이 구인을 하셔서 재밌겠다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처음으로 돌린 게임은 '임페리얼 타이드(Imperial Tide)'입니다. 보드라이프엔 '제국의 물결' 이란 이름으로 등록되어있는데, 제1차 세계대전을 테마로 한 쉬운 워게임입니다. '패스 오브 글로리Path of Glory'와 비슷하지만 좀더 간편한 느낌이라는데 저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게임이 쉬운 것과 제가 이해를 잘 했느냐는 항상 별개입니다 ^^;

작전카드가 있고,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 병력의 피해를 판정하는 표가 게임판 양측 하단에 있습니다. 제가 동맹, 하이텔슈리님이 협상을 맡아 플레이했습니다.

게임 룰은 비교적 간단한데, 자기 차례에 카드 1장이나 국가별 자원을 써서 공격/이동/증원 혹은 기타 행동을 하면 됩니다. 잔룰이 약간 있지만 그렇게 많지도 않고... 전투도 포/중포와 요새/참호 정도의 옵션만 있을 뿐이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워게임 입문으로 많이 거론되는 메모아 44보다도 오히려 쉬운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아직 워게임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전술-헥스 단위 게임은 제 취향에 안 맞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게임은 제가 서부전선에서 힘겨루기를 하면서 동부전선으로 슬슬 전진을 하다가, 실수로 보급선을 차단당하면서 발칸 반도 방면 병력이 먼저 사망했습니다. 이후 오스트리아 전선이 뚫리면서 부다페스트가 함락당하고, 동부전선에서 더 전진을 하다가 러시아 병력에 의해 동부전선군이 후방을 차단당하면서 동부전선군까지 다 증발! 사실상 게임을 더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 그만두기로 합니다. 전선유지와 보급로의 중요성 정말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ㅠ_ㅠ

다음으로는 '프리드리히의 최대 위기' 입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 전쟁 당시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에 슐레지엔을 내주었죠. 이후 오스트리아의 산업 중심지였던 슐레지엔을 빼앗긴 마리아 테레지아는 이를 박박 갈고 있다가 다시 영토를 되찾고, 프로이센을 되찾기 위해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요... 바로 그 7년 전쟁을 재현한 게임입니다.

턴이 순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고 랜덤으로 그 국가에 해당하는 마커? 를 뽑으면 그 국가를 조종하는 플레이어 차례가 됩니다. '턴 종료' 마커를 뽑아서 바로 턴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_-;; 독특하지요? 장군은 지휘력 숫자만큼 통솔하고 있는 부대의 공격력을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있지만, 그 외에는 그냥 일반 부대처럼 취급됩니다. 한 명은 프로이센과 영국-하노버 군, 한 명은 프랑스-오스트리아-러시아-작센-스웨덴 군을 맡아서 플레이하게 됩니다.

테마도 맘에 들고 시스템도 괜찮은, 분명히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만, 군사 유닛 마커가 개별로 따로따로 있는 게 매우 불편하더군요. 내가 어느 지역에 몇 명을 배치해놨는지 눈에 바로바로 들어오지도 않고, 피해를 입은 부대와 100% 전력인 부대도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고, 유닛 마커 하나하나를 집어서 옮기는 게 상당히 거슬립니다. 게임해본 소감은... '프리드리히의 최대 위기라며, 위기라매 이 자식아...' 정도였습니다. 제가 처음 해보는 게임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분명히 위기라던 프리드리히 이 놈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저의 병력을 다 파괴하고 다닙니다;

또 보급선 유지에 실패해서 서쪽의 프랑스 군이 큰 피해를 입고, 동쪽의 오스트리아군은 북상하다가 프리드리히와 정면으로 붙어서 역시 크게 참패했습니다. 이 게임은 자기 턴이 돌아오면 주사위를 굴려서 그 턴의 행동 포인트를 결정하는데, 후퇴를 많이 했을 경우 다음 턴에 그만큼 행동 포인트를 사용해서 후퇴 패널티를 내려줘야 합니다. 따라서 후퇴는 신중히...!!

마지막 게임은 '관도 전역' 이었습니다. 원래 워게임 잡지의 부록이었다는데.. 한 명은 원소, 한 명은 조조를 맡아서 플레이하고, 사기가 0으로 내려가거나 수도가 함락당하면 패배합니다. 저는 조조를 맡아서 했는데, 전략치(장군 마커 우상단의 숫자)가 3 이상인 높은 장군들이 많으니 쉽게 움직일 수가 없더군요. (카드를 사용해서 그 카드의 능력을 발동하거나, 혹은 카드 좌상단의 전략치를 이용해 해당되는 숫자 이하의 장군을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제음과 진류 지역에서 차근차근 후퇴하다가 결국 졌습니다. 좀더 조조를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한다는데, 하지만 원소가 강을 건너와서 두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어떻게...!! 뭐 잘 모르지만 방법이 있겠지요. 전 그걸 못하니까 초보인 것이고...! 아무튼 삼국지에 평소 관심이 많은 분이셨다면 한번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녁에 일정이 마저 있어 플레이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합니다. 지나고 나니 다소 갑작스럽게 자리를 뜬 느낌이라 혹시 제가 게임을 재미없어하는 거라고 하이텔슈리님이 생각하셨을까봐 약간 걱정도 되네요-_-;; 절대! 아니었다는 점!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세 게임을 돌리는 데 대략 5시간 3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안면도 없는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친절하게 룰 및 배경 설명도 해주시고, 담배 피우러 왔다갔다 하는 걸 양해해주신 하이텔슈리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