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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놀아줄게 모임 - 뉴 챌린저

2,683 조회

2022.02.22 19:01

집에 돌아갈 방법만 있으면 무슨 게임을 꺼내든 무조건 함께 놀아주는 서비스. "내가 같이 놀아줄게" 입니다!

처음엔 그냥 보드게임을 돌리지 못해 슬퍼하는 친구를 위해 이벤트처럼 계획한건데...

이걸 몇 번 반복했더니 이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놀아주는 서비스로 발전 했네요.

이번엔 한국 + 캐나다 커플의 아지트에 초대 받아 오후 1시 반부터 새벽 1시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제 체력에 도전하다니 ㅋㅋ 어디 한번 놀아봅시다!

커플이 제일 먼저 꺼낸 게임. 캔버스예요.

메인보드에 승점 규칙을 무작위로 깔아놓고 3개의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3개의 그림을 완성하여 최대한 많은 점수를 따는게 목적인 게임이예요. 그림을 완성할 때마다 각 승점 규칙을 하나씩 확인하며 조건 달성시 뱃지를 바게 되는데, 이 뱃지를 몇 개 모았냐에 따라 점수를 받게 되는 방식이죠.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었어요. 투명한 플라스틱 카드를 어떤식으로 겹치냐에 따라 하단에 있는 아이콘이 보이거나 가려지기 때문에 그 순서가 중요해요. 게다가 하나의 그림으로 최대한 많은 뱃지를 따내야 하기 때문에 최적화 된 조합을 찾아내는게 중요하죠.

첫 게임은 익숙치 않다보니 플라스틱 카드를 손으로 가져와 이리저리 바꿔보고 재배치하는 방법도 꽤 재밌지만 머리 속으로만 플라스틱 카드를 겹치고 바꿔 끼우며 가장 좋은 조합을 찾아내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게임 특성상 자신의 그림(카드 조합)에 몰두하느라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되지만, 다른 사람이 그림을 완성한 순간 모두가 이목을 집중하며 다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점수 계산하는 과정이 흥미롭더군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임은 좀처럼 사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하는데... 이 게임은 시각적으로 상당히 뛰어나서 하나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집에는 재미난 전통이 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그 날의 베스트 작품을 각자 하나씩 골라서 테이블에 장식으로 해놓는다고 해요. 다음에 캔버스를 하게 될 때 그림을 해체하여 게임으로 사용하고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한다고 합니다. 생활과 게임을 하나로 엮어내는 재미난 아이디어라 생각했어요.

제 작품!

제가 가지고 있던 약장수를 가져가 알려주었어요. 한글판이긴 하지만 어차피 예지카드는 제가 읽어서 영어로 알려주면 되고, 각 타일은 그림으로 잘 표현 되어 있어서 중간중간 확인만 해주면 되니 할만 하더군요. 이건 제 게임이니까 상세한 설명은 패스!

롤플레이어 어드벤처라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RPG 게임도 해보았어요. 글룸헤이븐이 RPG + 던전크롤 + 핸드관리라는 장르를 합쳐서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 냈다면 롤플레이어 어드벤처는 RPG + 주사위 조작 + 키워드 시스템을 합쳐 하나의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어드벤처북을 따라 모험을 하게 됩니다. 장소에 도착하고, 지문을 읽고, 선택을 하고, 아이템을 습득하거나 전투를 벌이고,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죠. 저는 시나리오 1만 해보았기 때문에 시스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평을 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시나리오 1만 해보아도 꽤 영리한 시스템이 녹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키워드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시나리오를 진행하다보면 우리가 한 행동에 따라 시나리오 북을 통해 특정 키워드를 얻게 됩니다. 만약 제가 누군가를 죽였다면 "살인". 만약 누군가를 도와주었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만약 불을 질렀다면 "화재" 하는 식으로 팀의 키워드 목록에 해당 단어가 추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키워드는 아무런 능력이 없지만 분기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살인을 했다면 친절했을 경비병이 돌연 적대감을 드러낸다던가. "화재" 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 장소가 훗날 어떻게 되었는지 후일담을 듣는 등 다양한 분기점을 즐길 수 있게 돼요.

이것은 슬리핑 갓즈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여기에서 볼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또 하나 재밌었던 아이디어는 아이템의 사용법이예요. 아이템은 특정 번호를. 장소는 특정 알파벳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45번 횃불을 동굴 C에서 쓰고 싶다면 45C 이야기를 읽어보면 돼요. 이 사용법이 올바르다면 아이템을 사용한 후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만약 없다면? 그럼 올바른 사용법이 아니란 뜻이죠. 마치 언락에서 볼 수 있는 파랑+빨강 물건을 합쳐서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이것을 어드벤처 북에서 비슷하게 활용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아이디어가 좋아고 생각했어요.

전투하는 사진을 찍지 않아서 급하게 긱에서 가져왔어요. 기본적으로 각자의 능력을 사용하여 적을 제압하는데 필요한 눈 & 색깔을 채워나가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주사위를 굴려서 배치해야 한다면 운빨 게임이 되겠죠? 하지만 각 캐릭터의 능력, 아이템, 장비, 보너스 토큰 같은걸 사용해서 주사위를 다양한 형태로 조작 할 수 있어요. 글룸헤이븐처럼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기보단 몬스터가 주는 퍼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이렇다보니 RPG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공간적 요소가 많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탱커,딜러,힐러,서포터의 위치라던가 적의 진형 등을 파악하고 깨부술 전략을 떠올리는 RPG적 재미는 느낄 수 없죠. 좀 더 재밌는 전투방식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만약 롤플레이어 라는 기존의 게임을 토대로 스핀오프 버전을 만든거라면(비슷한 이름과 일러스트를 보고 추측한거예요) 유사성을 지키고 싶어한 디자이너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버델은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로 해본건 처음이예요. 언제나 저 나무의 용도가 궁금했는데 일꾼과 특수조건을 만족할 시 가져가는 카드를 놓는 곳. 그리고 덱이 여기저기 헝클어지지 않도록 밑에서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하더군요. '결국은 없어도 되는 콤포넌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존재만으로도 게임의 분위기를 확 끌어주는 그런 콤포넌트도 필요하겠죠.

게임 자체로도 굉장히 뛰어나단 생각을 가졌습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건물과 동물을 내려놓는 순서도 생각해야 하고, 얼마 되지 않는 일꾼으로 가능한 턴을 미루고 버터가며 개인보드를 채워가는 과정도 재밌더군요. 공통된 테마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한 턴이라도 무언가 더 해보려 발버둥치는 테포마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여러차례 해본 것은 아니다보니 첫판만으로 이 게임이 가진 문제점이 확 와닿진 않았어요. 서로가 다른 시즌을 진행한다는 점. 일꾼을 활용 할 수 있는 횟수가 극히 제한 되어있다는 점. 계획 없이 덤벼들다간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게임을 하는 동안 먼저 손털고 구경만 한다는 점 등이 떠오르긴 했지만... 한 판만에 확 다가올정도의 위화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좀 더 해보면 그 느낌이 더 진해질지도?

그리고 마지막 게임은 슬리핑 갓즈. 작가의 팬인데다 스토리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이 게임을 안해볼 수 없었죠. 당연히 펀딩 후원도 했어요.

이 날 슬리핑 갓즈만 3~4시간 정도 연속으로 돌린 것 같은데요. 그렇게 단 한번의 세션을 했는데도 이 게임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상당히 많을 정도로 다양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크게 시스템, 스토리, 경험, 캐릭터, 세계관으로 나누어 설명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중에서 경험에 해당하는 부분만 조금만 언급할 생각이예요.

다른 것들을 다루기엔 이 페이지의 공간이 모자랍니다 ㅋㅋㅋ

우리가 모르는 장소에 갑자기 도착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은 생존본능 입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당황하고 말죠. 장소에 대한 정보가 적을수록 두려움은 크고 과감한 행동은 점차 위축됩니다. 실패가 거듭될 수록 압박감도 심해지죠. 슬리핑 갓즈를 시작하면 그 기분을 똑같이 느낄 수 있어요. 여기가 어디인가. 집에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같은 아주 기초적인 정보는 처음 만나게 되는 인물이 알려주지만 "어떻게?"에 대한 해답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실제로 경험하는 것 밖에 없죠. 슬리핑 갓즈에서 우리는 '경험'을 통해 해답을 찾아야만 합니다.

일단 판타지와 다르게 라이언 작가가 창조해낸 고유한 세계이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판타지에 대한 상식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사람이 살긴 할까? 인종은 뭐가 있을까? 우리는 대화가 통하긴 하나? 항구가 있다는건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뜻인가? 어떤 적들이 있을까? 우리가 찾아야 하는 토템이란건 어떻게 생겼지? 우리가 제일 처음 가야할 장소는 어디일까?' 그 어느것도 답할 수 없었죠. 그래서 일단 눈에 보이는 장소는 다 뒤적이며 세상에 대해 배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광물이 나는가. 어떤 특성을 가진 인종이 사는가. 어떤 종류의 괴물이 사는가. 토템이란건 어디에 존하는가 등. 경험이 누적되며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기와 다를 바 없더라고요. 하나하나 처음부터 배워가야 했죠.

많은 리뷰어들이 이 게임을 통해 "그 어느게임 보다도 실제로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많이 내립니다. 저 역시 4시간 남짓 했을 뿐인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 감각은 제가 재밌게 즐기는 글룸헤이븐 / 천일야화 / (위에서 언급한 롤플레이어 어드벤처)보다도 훨씬 더 진하게 다가왔는데요. 왜 슬리핑 갓즈에서 이런 느낌을 더 진하게 받았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탐험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1. 정보가 없어야 하고. 2. 적극적으로 해당 세상에 대해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천일야화의 경우 1, 2 모두 다소 어긋난다는 느낌을 줘요. 어느 정도 해당 세상에 대한 지식이 있는데다 게임에서 의도와 결과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동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방관자의 느낌으로 캐릭터가 망아가지는 것을 구경하죠. 물론 재미있지만 게임 도중 학습한 정보가 훗날의 플레이어에 행동이나 판단(상태 이상을 말하는게 아니예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적극적으로 세상과 교류 하려는 의지가 잘 생기지 않죠.

위에서 언급한 롤플레이어 어드벤처의 경우 너무나 친숙한 판타지 배경인데다(물론 개구리, 고양이 같은 종족이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뻔해요...) 큰 노력 없이도 해당 세상에 대한 상상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궁금함이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종족 수십개를 가져다 부어놓아도 성, 군주, 경비병, 오거, 고블린, 놀, 캠프 습격, 학살, 드래곤... 뻔하디 뻔한 소재가 계속 나오다보니 "이건 뭘까? 왜 이 녀석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하는 호기심이 크 들지 않더라고요.

글룸헤이븐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요. 작가의 고유한 세계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다는 장점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를 배우는 과정이 크게 능동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워낙 오래전에 해본 튜토리얼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첫 미션부터 우리가 상대하는 괴물의 이름을 너무나 당연한 듯 알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름, 능력, 등장위치, 원하는 것들이 모두 노출되는데다 각 스테이지마다 장문의 글로 얘가 누군지 왜 길목을 막고 있는지 왜 얘들을 잡아야 하는지 다 친절히 설명해주다보니 세계 구석구석에 대해서 "왜?" 라는 질문을 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글룸헤이븐은 대부분의 시나리오를 힘으로 돌파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약하다는 느낌을 좀처럼 받지도 못해요. 생존의 위협이 떨어지니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잘한 디테일에는 신경 쓸 이유가 없죠.

그런데 슬리핑 갓즈에서는 나약한 인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주 작은 힌트라도 아껴모아 점진적으로 세상에 대해서 배워야 합니다. (지금부터 드는 예시는 제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토템을 찾아 이곳 저곳을 들쑤시며, "태풍이 몰아치는 이 동굴은 뭐야? 들어가면 죽나? 여긴 어떻게 통과하지?" "이 흰고래는 뭘 원하는거야? 왜 여기서 길을 막아? 키워드 OOO이 있어야 한다고? 그건 어디에서 얻는데?" "내가 주운 이 물건은 어디에 쓰는거야?" "언덕에 올라가려면 무슨 도구가 필요한거야? 그건 어디에서 사?" "여기 숨겨졌다는 광물을 찾고 싶은데 곡괭이는 어디서 구하는거야?" "왜 우리가 쟤를 믿어야 하는거야?" 식으로 답이 없는 조각난 정보를 계속 얻게 되죠. 이걸 합치고 분류하고 해석하고 나름의 답을 도출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 해야해요. 시간 낭비가 심해질수록 나쁜 이벤트가 벌어지며 힘들어지니 생존을 위해 열심히 기록하고, 맵을 관찰하며, 머리를 쓰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목적을 두고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이 당연히 능동적일 수 밖에 없죠.

일단은 위와 같은 이유로 탐험의 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슬리핑 갓즈를 더 즐겨본다면 왜 탐험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ㅋㅋ

아쉬운 점이 없진 않은데요. 제가 소규모 그룹의 리더가 되어 등장인물들을 이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배경이야기와 성격이 부여된 캐릭터에게 애착을 가지는게 쉽진 않더라고요. 하지만 3-4시간쯤 하니 이건 큰 문제가 되진 않았어요. 다양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캐릭터들의 뜻 밖의 행동과 모습을 보기도 하고 같이 사선을 넘으며 나름대로 애착이 생각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단점은 크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흠... 슬리핑 갓즈에 대해 더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나누고 싶지만 지금 막연하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려면 조금 더 이 게임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내가 놀아줄게" 모임 후기였죠? 생각에 푹 빠져서 두서없이 이야기를 쓰다보니 게임 감상평이 되었네요 -_-;;;

내가 놀아줄게 모임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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