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요 리뷰 : 리듬 보드게임!
여러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보드게임 또는 아직 정보가 없는 신작에 대해서는 평소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입니다. 테마가 취향이라거나 하는 뽐적인 요소가 있다 해도, 만약 시스템이 제가 이미 알고 있는 시스템이라면 곧바로 관심이 식어버립니다. 쓰고 보니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게임들의 경우에는 결국 나와봐야 안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럼 어떤 게임들에 관심을 보이냐...보통은 "새로운 시스템을 가진 게임" 입니다. 싱겁죠? ㅋㅋ 하지만 이미 수많은 게임들이 나온 장르 또는 시스템의 경우에는, [덱빌딩의 도미니언]과 같이 "레퍼런스"가 있는데 명작은 둘째치고 레퍼런스로 일컬어지는 게임도 신작이 그걸 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인식 때문인지 뭔가 새로운 게임이 나온다 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보드게임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한계에 도전하기를 바라는 제 바람이 반영된 취향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면에서 헤이 요는 출시 전 소식부터 제 관심 목록에서 거의 맨 꼭대기에 있던 게임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동안 "리듬"을 이용한 게임은 봤어도 "음악"을 실제로 이용한 보드게임은 거의 보지 못했거든요. 거기다 그동안 (가성비 빼고) 괜찮은 보드게임을 만들어내던 오잉크 게임즈에서 나온다고 하니 기본적으로 나쁜 게임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죠. 그래서 사실 한국어판이 출시하자마자 해보...고 싶었습니다만 너무 바쁜 일상으로 인해 여지껏 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즐겨보게 되었네요.
어쨌든, 새로운 것만으로는 좋은 게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겠죠. 헤이 요는 과연 어떤 게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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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와 진행
여러분들은 같은 힙합 크루의 멤버로서 랩 배틀에 출전했습니다! 일단 여러분에게 주어진 비트는 이것인데요 :
이 비트의 "삐-" 소리에 맞춰 팀원끼리 순발력 있게 합을 맞춰 카드를 내려놓아야 하는 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총 38장의 카드를 균등히 나눠 가져, 개인 더미를 만들어 놓고 4장을 뽑아 손에 듭니다. 이후 받은 카드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 손에는 항상 4장이 되도록 카드를 뽑게 됩니다.
게임이 시작하면 음악을 틀고 시작 플레이어부터 돌아가면서 "삐-"소리에 정확히 맞추어 계속해서 카드를 한 장씩 내려놓습니다. 카드가 모두 놓이면 게임을 종료하고 점수를 계산합니다. 50점 이상 점수를 획득하면 해당 레벨을 통과, 레벨 4까지 통과하면 이 게임을 전부 클리어한 것이 됩니다.
오잉크 게임답다고 해야 할까요, 진행 방법은 매우 간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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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협동
일단 위에서 본 게임 방법만 보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 게임은 어느 정도의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동영상에서 비트만 들어봤을 때는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대략 4초 정도인데,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죠. 그렇다면 카드를 내려놓는 데에 얼마만큼의 사고 과정이 필요하느냐가 포인트일 텐데, 여기서 점수 계산 방법을 한번 보겠습니다.
헤이 요의 카드는 기본적으로 두 줄이 있고, 각 줄에 4종류 중 한 종류의 기호가 있습니다(또는 한 줄에는 기호가 없는 카드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려놓은 카드를 일렬로 연결하게 되는데요, 중요한 것은 가장 마지막에서부터 카드를 보며, "펀치라인(노란색으로 강조된 기호)"부터 연결되는 같은 종류의 기호만 점수가 된다는 점입니다.
2. 파티파티파티
여기서 포인트는 각 펀치라인이 포함된 카드는 레벨과 상관 없이 2장씩 존재하며, 펀치라인은 가능한 늦게 낼수록 더 큰 점수가 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호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푸쉬 유어 럭 요소가 살짝 섞여 있는 셈인데 이 점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순간순간 판단을 잘 해야 합니다. 손에는 항상 최대 4장의 카드밖에 없고 카드는 빠른 속도로 소모되기 때문에 아차 하는 사이에 내 손에 내야 하는 종류의 카드가 없게 될 수가 있거든요. 여기서 카드에 대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인데, 처음 할 때는 아무래도 정신이 없다 보니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헤이 요를 처음 할 때는 거의 난장판이 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음악은 쉬지 않고 흘러나오지만 뇌정지가 와 어버버하다가 비트를 놓치는 것은 예사요, 분명히 잘 협동해서 기호를 이어가고 있다가도 갑자기 기호를 끊어먹는 트롤링을 하는 팀원 때문에 대폭소가 일어나기도 하죠. 여기에 더해 게임 자체가 무겁지 않고, 한 게임이 2분 내외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끝나기 때문에 설령 실패했더라도 웃으면서 재시도가 가능하다는 것도 게임의 파티파티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추가로 말하자면 규칙서의 추가 규칙 중, [카드를 내려놓을 때 해당 기호의 글자를 소리 내어 읽습니다]라는 볼륨 업은 처음부터 적용하는 것을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게임의 파티스러운 맛이 한껏 살아나거든요. 평소에 랩에 일절 관심없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을 해도 랩이 가지는 특유의 그 톤으로 "요 DJ, 드뢉 더 비트!"로 시작해 게임 내내 "아 요요~" "헤이 예에~" 이러고 있는 걸 보면 되게 웃깁니다.
3. 평범한 리듬 게임, 그러나!
헤이 요는 아쉽게도 제 기대와는 달리 단순하게 리듬을 이용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리듬을 이용한 게임들과는 한 가지 명백한 차별성이 있는데요, 바로 "실제 음악"의 존재입니다.
랩 배틀이라는 테마에도 너무 잘 맞으면서, 흥까지 돋궈주는 비트와 호루라기 소리. 플레이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리듬과 달리, 기계에서 나오는 고정된 빠르기의 음악이 순발력과 협동을 필요로 하는 게임 디자인에 잘 어울리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 음악이 주는 물리적인 자극이 예상 외로 매우 크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순발력이 주된 요소인 게임이기 때문에 빠른 비트를 실제 두 귀로 듣는 데에서 오는 그 말초적인 자극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었지요. 이 음악 하나가 평범할 수도 있었던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4. 그러나! 그러나...
하지만 헤이 요는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난이도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을 처음 하면 파티파티한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결국 레벨을 완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정답은 소통에 있습니다. 이는 룰북에서도 강조되어 있는 부분으로, 자신의 카드를 보여줄 수는 없으나 카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다는 규칙이 있죠. 그러니까 무슨 기호를 이어 붙일지, 언제 펀치라인을 낼지,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할지 등을 호루라기 소리와 호루라기 소리 사이, 그 짧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소통을 하며 결정하는 겁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참 괜찮았다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소통을 요구하는 동시에 순발력을 갖추어 빠른 판단을 계속해서 내려야 하거든요.
하지만 결국 득점을 위한 정보는 펀치라인의 유무와 기호를 이을 수 있는지 없는지밖에 없으므로 결국 필요한 소통의 종류가 "XX 이을 수 있어?" 아니면 "XX 펀치라인 나왔어!" 정도밖에 없습니다. 소통이 간단해도 카드를 내려놓는 과정에서 많은 사고를 요구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단 2줄 내에서 기호를 이어나가는 것인데다 심지어 2줄 모두를 신경쓸 필요도 없습니다. 일단 메인이 되는 기호만 신경쓰고 다른 줄의 기호는 최대한 맞춰보는 정도로만 해도 50점을 내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이러한 점을 깨닫지 못해 파티스러운 난장판이 벌어지지만 플레이어들이 요령을 깨닫는 순간 난이도가 수직하락하게 되어 버립니다. 이 게임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과는 부담없이 꺼낼 수 있지만 경험자들끼리 모였을 때는 쉽게 손이 잘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레벨은 4까지 존재하는데, 각 레벨마다 특정 카드를 4장씩 제거하는 방법으로 난이도를 올리게 됩니다. 제거되는 것들이 기호가 없는 줄이 존재하는 카드들인데다 레벨 3부터는 총 카드 수가 줄은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난이도 상승이 체감이 되긴 합니다. 문제는 난이도를 높이는 방식이 너무나 일차원적인 데다 근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변화가 거의 없는 수준이며 50점에 도달하는 것은 여전히 쉽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4레벨을 가면 총 카드 수도 적고 기호가 없는 줄이 존재하는 카드는 펀치라인 카드들밖에 없기 때문에, 펀치라인을 더 정확하게 내려놓는 것이 필요해지므로 꽤 긴장감이 생깁니다만 이 게임에선 4레벨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심히 유감스러운 사실입니다. =_=;
레벨의 양이 적은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만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 간단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플레이어들을 더 자극하고 도전시키는 레벨 구성이 되어야 했습니다. 미션 내용을 다양하게 한다던가, 특수 규칙이나 카드를 추가한다던가 하는 방법으로요. 눈에 보이는 게임 디자인의 빈 공간들 때문에 아쉬움을 느끼는 지점이 너무 많아요. 한 박스 내에 2세트의 카드를 넣을 것이 아니라 협력 부분에 올인을 하고 그린/핑크로 나누어진 팀 3처럼 2세트를 이용해 팀전이 가능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잉크 게임 특유의 간결한 게임 디자인이 단점이 된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전 안해봤습니다만, 팀전이 괜찮다는 평도 있는데 경쟁에서 오는 기본적인 재미 이상의 것을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5. 결론
결론적으로는 컨셉과 아이디어는 훌륭했으나 쉬운 난이도와 작은 볼륨으로 인해 좀 심심해져버린 게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나 비보드게이머, 또는 파티게이머에게는 괜찮은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 파티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처음 하는 사람들끼리는 꽤 재밌게 즐길 수 있기도 하고요. 간단한 룰의 리듬게임이고 부피도 작아 쉽게 가지고 다니거나 꺼내기 용이하기도 하죠. 약간의 친분에 더해 "헤이~ 요~"를 외칠 수 있는 낮짝의 두꺼움(?)이 있다면 파티파티함이 한껏 늘어납니다. 아마 텔레스트레이션이 그림을 요상하게 그리는 사람이 있어야 재미가 있는 것처럼 오히려 박치가 껴있으면 더 재밌을 수도 있는 게임이고요. 하지만 확장이라도 나오는 게 아닌 이상 결론적으로는 아쉬운 게임이라는 평가에선 벗어나기 힘들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