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르 이야기 ⑲ - 두가지 명령 「하드리아의 두 마술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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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8 17:40

두가지 명령 「하드리아의 두 마술결사」

저 멀리 북쪽에는 하드리아 대륙이 있습니다. 그 황량한 대지는 깎아지른 절벽과도 같은 암초와 거친 하드리아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드리아 바다에 서식하는 마물들의 힘이 바위를 깎아먹는 듯한 혹한의 폭풍을 불러일으켜, 모든 것을 찢어놓는 강풍이 온 대지에 불어 닥쳤고, 그 땅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하드리아 대륙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안개 제도가 있고, 그 중 큰 바위 위에 지어진 클리펜바하트라는 성에는 해왕 「바라탄」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드리아에서의 생활은 매우 혹독합니다. 특히 겨울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였고,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날씨가 다소 온화했던 몇 년 동안은 보리와 밀을 재배할 수 있었지만, 곧이어 추운 계절이 찾아와 찬비와 서리로 농작물을 망쳤습니다. 그런 때에도 목축을 통해 우유와 달걀을 얻어 버텨냈지만, 더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해에는 가축을 도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다.

성채도시 이라에 사는 마법사들은, 사람들이 하드리아에서 살아남게 하기 위하여 헌신하였습니다. 그들은 학자였으며 여러 세대에 걸쳐 지식을 전수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도움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겨울이 오게 되면 그동안 지켜왔던 사람들의 소산을 힘없이 빼앗겨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라의 마법은 본래 물질이나 생물의 근원에 있는 힘을 증가시키거나 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들 중 가장 호기심 많은 이들이, 만물의 살아있는 존재가 갖춘 내면의 힘을 인도하고 증폭시키는 마법의 길을 찾기 위해 이라의 동료들에게서 떠났습니다. 그들은 사물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므로서 사물을 재구성하고 재창조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는 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흑마법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들 중, 모든 마법사 중 가장 강력한 존재라 불리운 이가 있었으니 바로 「어베인」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 땅을 혹독한 겨울의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악마'를 억압하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폭풍의 군주 아르크테론, 주술을 부리는 배신자 켄빌라, 심해의 지배자 옥토한을 굴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흑마법을 연구하는 데 수 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밤, 어베인은 어둠 속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책을 보다가 한 가지 계획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마법의 무기를 만들어 내자. 그것만 있으면 인간도 바다의 마물에 대항하고, 타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 무시무시한 바다의 마물과 맞서 싸우는 무모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요?　어베인 자신은 지식에 대한 욕심이 강렬했지만, 백전노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운명이 그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시작은 하드리아의 어느 해안에 대형 선박 한 척이 도착하면서부터 였습니다. 텀블러호라고 불리는 배의 선장은 자랑스러운 해왕 바라탄이었습니다. 그가 가지고 온 밀과 호밀외에도 와인통, 폭풍계곡의 염소 치즈, 그리고 훗날 안도르라고 불리는 머나먼 드래곤의 나라에서 가져온 야자열매와 버섯등 희귀한 식료품이 가득 실려 있어, 한동안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어베인은 이 인연에 감사했습니다. 「바라탄」, '불의 아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 바다의 왕이야말로 그의 계획에 가장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베인은 그를 초대했고, 만남 후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바라탄은 배를 타면서 겪은 수많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겨울이 빨리 끝나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따뜻한 꿀술을 마신 후, 어베인은 바다의 마물을 타도하고, 겨울을 영원히 몰아내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해왕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바라탄은 어베인이 만드려는 마법의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눈빛이 빛났습니다. 하드리아의 운명은 그날 밤 바뀌었습니다.

어베인과 그의 동료들은 대장간에서 어둠의 힘으로 마법의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일하는 동안 불길한 운명으로 가득 찬 회색 연기가 화염의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화염검 발리온」이었습니다. 칼집에서 꺼내자마자 칼날에서 불꽃을 뿜어내는 묵직하고 무거운 양손검이었습니다. 「어베인의 강철망치」는 그 이름처럼 어베인이 직접 단련한 작품으로, 장착하는 자는 싸울 때마다 힘이 강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성된 장비는, 바다의 힘으로부터 왕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바라탄의 투구」였습니다.

무구의 완성 소식을 들은 해왕은 클리펜바하트로 돌아온 후, 우수한 선원들을 모아 함대를 편성함과 동시에 안개제도의 각 섬에 인원을 배치했습니다.

해왕이 하드리아에 도착하자 어베인은 마법의 무기를 건네고, 함대의 출항을 자랑스럽게 배웅했지만, 바라탄이 하드리아를 버리고 떠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해왕의 행방은 어둠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어베인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도 그는 흑마법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지만, 알면 알수록 어떤 의구심이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흑마법은 더 큰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직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며,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 격렬한 폭풍우가 하드리아를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바라탄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의 함대는 파괴되어 있었습니다. 바다의 세력은 해왕의 함대를 전멸시켰고, 그의 오만함을 벌하기 위해 위대한 클리펜바하트까지 무너뜨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하드리아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분노에 차 있던 해왕은 아르크테론, 켄빌라 및 옥토한을 제거해야 한다며, 어베인에게 반격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어베인은 거부했습니다. 흑마법이 가저오는 재앙의 전모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 불길한 힘에 기댈수록, 파멸이 도래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어베인은 마법의 무기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익힌 흑마법에 대한 지식을 봉인하기 위해 철탑을 짓도록 명령했습니다.

어베인은 탑이 완성되자 그의 오랜 동지들을 향해, 함께 철탑에 은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분노한 바다의 힘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드리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베인은 해왕 바라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르지 않는 모든 이들의 적이 되었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어둠의 지식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한때 형제와 같았던 동료들을 죽이는 것조차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이성은 바다의 힘이 덮쳐온 저주에 의해 두려움으로 마음이 부식되어,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베인은 젊고 어린 마법사들에게 그와 그의 형제들을 탑에 가두라고 명령했습니다. 동지들을 먼저 들여 보내고, 마지막으로 탑에 들어가기 전, 어베인은 어눌한 어조로 말을 하였습니다.

"마법사들 사이에 불화가 생겼을 때, 결속을 맹세하지 않으면 하드리아는 멸망할 것이오."

그는 함께 뭉쳐달라는 간청의 말을 남긴 후, 철탑으로 들어갔습니다. 탑의 문은 닫혔고, 모든 흑마법은 봉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베인과 그의 마법사들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희생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폭풍은 가라앉았고 마물의 세력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바다 깊은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오직 겨울의 추위만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남겨진 어린 마법사들은 이후 스스로를 ‘탑의 마법사’라고 불렀습니다.

해왕은 하드리아에 머물며 하드리아의 나머지 마법사들과 합류하여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왕으로서의 존엄성따위는 이미 땅에 던져버렸지만, 바다의 마물들에게 굴복하여 하드리아와 주변바다가 영원한 겨울로 뒤덮여버린 것을 용인한 어베인이 몹시도 원망스러웠습니다.

바라탄은 하드리아의 수도인 노트가르트로 이주했습니다. 그 후, 그는 불만을 품은 다른 마술사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베인의 눈을 피해 흑마법을 계승한 소수의 마법사들이 숨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 와중에, 바라탄은 한 하드리아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녀를 아내로 삼은 후, 아들을 낳았고 '불의 바다'라는 뜻의「바쿠마」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바쿠마는 철탑에 봉인된 힘과 지식에 대한 갈망을 품으며 자랐습니다.

아버지 바라탄이 세상을 떠날 무렵, 바쿠마는 이미 모든 마법을 익힌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고, 몇년 후 마침내 새로운 마법 결사체인 ‘불의 마법사’를 세웠습니다. 영원한 겨울의 지배를 견딜 수 없었던 그들은 봉인된 마법을 해방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탑의 마법사들에게 철탑을 열 것을 요구했습니다.

길고 추운 세월 동안 탑의 마법사와 불의 마법사들의 대립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그 사이에, 흑마법의 그림자는 점점 크게 드리워져 갔고, 바쿠마는 서로에 대한 증오를 부추겼습니다. 그의 힘은 정점에 도달했지만, 그래도 철탑을 강제로 점령하거나 어둠의 지식을 해방시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바쿠마의 아내가 외아들을 낳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그날 밤, 「영원의 불길」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지만, 동시에 하드리아는 강력한 폭풍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바쿠마는, 태어날 때 부터 마법의 불꽃으로 눈이 타오르며,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그의 아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야말로 바라탄의 유지를 이어받아, 자신이 결코 성취하지 못한 일을 이루어 내길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