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에릭 랭 소장 게임, '앙크: 이집트의 신들'
* 본 리뷰는 ‘보드엠’으로부터 소정의 고료를 받고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고대 이집트에는 아시다시피 수많은 신들이 존재했습니다. 인간을 신격화했다고도 하는 이 이집트의 신들이, 다신론 국가에서 유일신 사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유일신이 되기 위해 ‘앙크: 이집트의 신들’이라는 전장에서 격돌합니다.
저는 보통 게임을 선택할 때, 혹은 구입할 때 작가를 꼭 검색해보곤 합니다. 게임을 고르는 데 있어 작가의 네임 밸류는 저에게 상당히 높은 우선순위입니다. 그리고 ‘에릭 랭’이라는 이름은 저를 만족시켜 주는 이름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블러드 레이지, 왕좌의 게임: 카드 게임, 아카디아 퀘스트, 워해머 등은 잠시 제 손을 거쳐 갔을 뿐, ‘에릭 랭’이라는 이름을 오히려 제 위시리스트에서 지워 버리는 데 일조했고, 크툴루: 죽음마저 죽으리니, 카오스 인 디 올드 월드 정도가 제 마음을 어느정도 당겼을 뿐 소장의 욕구까지는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분명 에센에서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지워버렸나봐요. bgg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웃지마, 정들어...
하지만 이제 ‘앙크: 이집트의 신들’이라는 게임은, 저의 제한된 책장에 상당히 오랫동안 꽂혀 있을 에릭 랭의 첫 번째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지워버렸던 작가의 게임에 다시 ‘재미’를 느끼고 ‘소장’이라는 욕구까지 끌어낸 가장 큰 하나의 이유를 대라면, ‘전략성’과 ‘테마성’의 기가 막힌 조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아누비스의 저울에서 깃털과 심장의 무게가 균형을 이루면 무죄 판결을 받듯이 말이죠. 제가 높이 평가하는 게임 중에는 ‘글룸헤이븐’, ‘아컴 호러: 카드 게임’, ‘스타워즈: 리벨리온’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런 게임들이 딱 그렇습니다(게임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게임들에게서 느꼈던 게임성과 테마성의 적절한 조화를 ‘앙크: 이집트의 신들’에서도 아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차차 이야기해 보죠. 아마 이번 리뷰의 핵심 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 신들이 나오기에 이는 이집트 신화에 대한 이야기구나 싶었지만, ‘고대 이집트 역사’를 어느정도 고증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확한 기록도 없고 인간을 신격화하여 다양한 신들이 역사 속에 ‘파라오’의 형태로 등장하는 덕에 이집트의 역사는 여러 매체에서 왜곡되고 과장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앙크: 이집트의 신들’에서도 왜곡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저도 이집트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줍줍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는 것이다 보니, 틀린 점이 있어도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고, 댓글로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나일강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게임 보드판.
나일강 주위, 그리고 나일강 삼각주만 녹초지로 표현되고 그 외에는 사막.
고대 이집트는 거대한 강인, 나일강 주변에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됩니다. 이 나일강은 고대 이집트인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요, 그 규모만큼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가끔 기근이나 홍수로 인한 범람을 통해 인간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알려주곤 합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한껏 초라해진 인간들은 무언가 초자연적인 형태를 숭배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신’이라는 모습이고요. 그러한 다양한 신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면서 각 지역마다, 부족마다, 무리마다 숭배하는 신들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는 자연스레 이런 다양한 신들을 인정해주는 다신론 국가가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고대 이집트는 ‘아톤’이라는 유일신론을 주장하는, 전성기라 불리는 제18대 왕조 시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이름은 들어봤을 아톤의 조카 투탕카멘의 의문의 죽음으로, 유일신론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앙크: 이집트의 신들’에서는 이 유일신 사상을 주요 경쟁 요소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에서 배경으로 하고 있는 고대 이집트는 고왕국부터, 중왕국을 거쳐 ‘아톤’ 유일신론이 생겨나는 신왕국 말기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이 ‘앙크: 이집트의 신들’에서 고대 이집트의 각 부족을 대표하는 신격화된 존재가 되어, 다신론 사상에서 유일신 사상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의 고대 이집트에서 인정하는 단 하나의 신, 유일신이 되기 위한 분쟁을 펼친다는 것입니다.
이 다섯이 동시대에 결투를 벌이다니!!! 언빌리버블 +@+
여기서 약간의 역사적 왜곡이 있다면 그 분쟁을 펼치는 것이 라, 이시스, 오시리스, 아문, 아누비스 등이 아니었다는 것이지만, 그들을 숭배하는 부족들의 전투에, 이러한 신들이 신격화되어 싸우는 판타지적 요소가 추가되었다고 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신화를 따라가자면, 라와, 라의 증손주인 오시리스, 그리고 결국 동생 세트가 14조각으로 분리해버린 시신의 조각을 어떻게든 찾아낸 그의 아내 이시스, 그리고 그 소중한 아들인 아누비스, 이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은 역사상이나 신화 속이나 있을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앙크: 이집트의 신들’에서는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역사적 가정을 하고 이들의 분쟁을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집트 신화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이런 가정은 흥미로운 테마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투탕카멘도 이루지 못한, 고대 이집트 유일신이 되어 보시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지만, 규칙은 굉장히 쉬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제가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네 가지 요소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행동은 단 네 개, 행동 이름만 보고도 알 것 같은, [피규어 이동], [피규어 소환], [추종자 획득], [앙크 권능 해방] 중에서 매 차례 두 가지를 선택해서 하시면 되는데요, 이 행동에는 순서가 존재합니다. 즉, 앙크 권능 해방 행동을 했다면 앞선 세 가지의 행동을 할 수 없고, 추종자 획득 행동을 했다면 피규어 이동이나 피규어 소환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1) 첫 번째 전략적인 고민 요소가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피규어 소환을 하고, 그 소환한 피규어 이동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일단 이번 차례에는 피규어 소환하고, 일단은 추종자를 획득해서 다음 차례에 같이 피규어를 이동시켜볼까? 한 번 참아봐? 그랬다가 쟤가 먼저 내가 원하는 위치로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등의 고민을 하죠.
거기에다가 플레이어들이 행동을 선택하면서 신들의 분쟁이 점화되며 시간이 흐르고, 그 족적이 게임에 남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기념물을 점령하기도 하고, 낙타 카라반이 영토를 다시 나누기도 하고, 폭력적인 충돌로 인해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2) 두 번째 전략적 고민 요소가 등장하는데요. 특정 행동을 일정 횟수만큼 하면 자연스럽게 사건이 발생되는데, 기본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킨 플레이어에게 이점이 주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내가 사건을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문제는 첫 번째 행동을 하다가 사건을 일으키면 그대로 나의 차례가 종료된다는 점입니다. 사건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이점도 좋아서 행동 한 개만 하고 사건을 발생시키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또 한 번의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됩니다.
크게 5차 분쟁으로 진행되는 게임 사건의 흐름.
사건에는 ‘기념물 점령’, ‘낙타 카라반’, ‘분쟁’이 있는데, 먼저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분쟁’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임의 승리 조건, 그러니까 이집트의 유일신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헌신’을 많이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헌신’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분쟁’ 사건을 진행하는 순간뿐입니다. 그리고 특정 주기로 최대 5차까지의 ‘분쟁’ 일어나죠. 눈치채셨겠지만, 이 게임이 영향력 게임이며 전투가 존재하지만, 내가 원하는 시기에 전투를 할 수 없고, 이 ‘분쟁’이라는 사건을 통해서만 전투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위의 이유로 게임은 크게 다섯 차례의 분쟁과 그 사이에 분쟁을 대비하는 시기로 나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분쟁 사건이 발생되면 구분되어 있는 지역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전투가 일어납니다. 전투는 지루하지 않고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됩니다. 전투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단 한 장의 카드를 내고,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전투가 해결되어 나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 전투 카드가 반드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카드가 아니라, 게임의 핵심이 될 수도 있는, 후술할 ‘기념물’을 새로 건축하고 점령할 수 있는 카드도 있으며, 추종자를 획득하는 등의 전투 외 요소도 선택할 수 있기에 어느정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7종이 처음에는 많게 느껴질 수 있으나, 금방 적응됨.
그리고 여기서 3) 세 번째 전략적 고민 포인트가 등장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세트의 전투 카드 7장을 들고 시작하는데, 자기가 사용한 카드는 앞에 공개해두기 때문에 상대방이 낼 카드를 어느정도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심리전 싸움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더욱이, 분쟁 사건이 일어나면 일시에 모든 지역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전투가 발생되는데, 전투 카드를 이 전투에 사용하면 다음 전투에 사용하지 못하니, 그것까지 고려해서 심리전을 펼쳐야 합니다.
전투 카드는 비교적 평평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역동적인 카드가 한 장 있습니다. 바로 ‘메뚜기 역병’이라는 카드인데요, 자신이 가진 추종자로 비공개 비딩을 해서 가장 많이 입찰한 플레이어 외의 해당 지역의 모든 피규어가 모두 처치되는 카드입니다. 보유한 추종자 수는 공개 정보이기 때문에 추종자가 많은 플레이어가 이 카드를 사용할 지 그렇지 않을 지에 온갖 신경이 쏠립니다. 이런 카드가 많으면 굉장히 전투가 번잡스러웠을 텐데, 카운팅과 심리전, 그리고 역동적 카드 단 한 장으로써 전투가 깔끔하면서도 긴장의 요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한 디자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념물’의 점령 여부는 게임의 승패를 좌지우지합니다. 단순한 지역 분쟁의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헌신은 기본적으로 하나인데 반해, ‘분쟁’에서 전투의 승패와 관계없이 기념물로 인한 헌신은 최대 셋까지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념물 점령은, 전투 카드의 ‘기념물 건축’이나, ‘기념물 점령’ 사건을 발생시킨 플레이어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경쟁과 고민이 굉장히 치열합니다.
기념물이 게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실제 역사 상에서도 얼마나 중요했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앙크: 이집트의 신들’에서 기념물은 피라미드, 오벨리스크, 신전의 세 종류가 있는데, 왕은 신들과 함께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방증인 고대 파라오의 거대 무덤인 피라미드, 왕의 위업을 나타내는 문장과 문양을 가득 새겨 넣었던 방대한 첨탑 오벨리스크, 그리고 단지 신들을 모시는 장소가 아닌, 왕과 제사장 등의 사회 엘리트 계급들이 거주하고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막기 위해 거대한 성벽을 쌓아 올렸던 지배계급의 터전인 신전이 바로 그것들이죠.
이 세 종류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을 신격화했던 고대의 이집트의 산물이고, 즉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기념물이라는 점입니다. 즉, 신화를 통해 왕의 권력을 합법화하고, 왕 자신을 신격화하여 지배 이념을 퍼트리는 모든 원천이 되었던 대표적인 기념물이기 때문에 이집트의 유일신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념물을 통해 헌신을 모은다는 점이 게임에 아주 잘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낙타 카라반'입니다. 고대 아라비아 반도 남부에서 나는 유향은, 나무가 불에 탈 때 매혹적인 향이 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 연기를 통해서만 신의 세계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제례 의식에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유향은 금과 1:1 교환이 될 정도로 그 수요가 높았으며, 이 아라비아 반도를 거슬러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로 수출을 하게 되었고, 이는 인류 최초의 무역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도 없는 거대한 사막을 거슬러 가기 위해서는 낙타가 필요했습니다. 더군다나 강도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낙타 카라반은 전투병, 호위병뿐만 아니라, 요리사, 안내인, 일꾼 등이 필요했고, 이를 위시로 거대한 조직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최소 20마리에서 많게는 300마리까지의 낙타 카라반이 있었으니, 그 규모는 어마어마했죠. 따라서 이 낙타 카라반이 영토를 가로지르며 이동하는 것은 가히 지역을 구분할만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앙크: 이집트의 신들’에서 낙타 카라반은 이렇게 지역을 구분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지역을 구분하는 것은 위에 언급했던 ‘분쟁’이나 ‘기념물 점령’ 사건보다는 좀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내가 원하는 대로 지역을 구분하여 후에 ‘분쟁’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내 피규어와 기념물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던 지역을 낙타 카라반으로 둘로 쪼개면서 추가 헌신을 획득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겠죠.
다시 행동으로 돌아와서 ‘앙크 권능 해방’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이 ‘앙크 권능’은 일종의 테크트리와 같습니다. 이 정도면 각 권능 간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어서, 자신의 신, 그리고 현재 상황에 따라 여러 테크를 시도해 볼 수 있는데요, 이것 또한 리플레이성을 보장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4) 네 번째 전략적 고민 요소가 생깁니다. 상대방이 해방하는 앙크 권능, 그리고 내가 확보할 수 있는 기념물들의 상황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어떤 권능을 해방할 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개성있는 신의 특성과, 공통적인 요소지만 역할이 분명한 신의 권능.
또한, 이 권능을 해방하는 속도 또한 중요한데, 다른 플레이어보다 상대적으로 먼저 권능을 해방하면 능력이 있는 ‘수호자’ 피규어 또한 획득할 수 있으니, 플레이어 간 상호 눈치가 치열해집니다. 또한 두 번째 열에는 특정 기념물에 특화된 앙크 권능을 해방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내 피규어가 내 신전 옆에 있다면 추가 전투력을 제공한다던가, 소환할 때 내 피라미드 옆에 추가로 피규어를 소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미리 해방한 권능을 보고 ‘아, 저 플레이어가 앞으로 이 기념물에 집중하겠구나’라고 판단하고 맞불 작전을 놓을지, 다른 기념물을 제공하는 권능을 해방하고 다른 방향으로 플레이할 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수호자의 종류도 다양하고 개성있어서, 리플레이성은 충분히 보장되는 듯.
마지막으로 한 가지, 3인플 이상의 플레이에서 적용되는 ‘신의 결합’ 규칙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고 들었는데, 예전 규칙 개정 전의 ‘결합 신’ 규칙은 밸런스를 너무 심하게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했지만 개정된 규칙에서의 ‘결합 신’은 납득할 만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영향력 게임을 하다 보면 분명히 낙오하는 플레이어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둘의 결합으로 인해 게임이 훨씬 입체적이 되고, 다이나믹 해지고,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세미-협동 과정에서 게임의 변곡점이 생기며, 게임에서 일종의 타임 어택이 시작됩니다. 헌신을 가장 많이 모은 플레이어는 뭔가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게임의 승패가 너무나도 중요한 사람은 이 규칙이 밸런스를 헤치는 규칙이라고 보실 수도 있으나, 오히려 결합 이후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사족이지만, 실제로도 신의 결합(예를 들어, 아문-라)은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것보다는(이 게임에서는 육체적으로도 결합하지만), 굉장히 약한 부족들이 서로 힘을 합치기 위해 정신적으로 결합한 것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데, 결합 당한 플레이어도 여전히 상의를 하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테마적으로 이를 아주 잘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에서 유일한 자원으로 쓰이는 추종자.
분명 사람이지만 게임할 때는 1명 2명이 아닌 1원 2원으로 세는건 어쩔 수 없는 자원의 본능.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긱에서 추천하는 2인플과 4인플을 모두 해봤는데요, 각각 느낌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2인플을 할 때는 대전 게임을 하듯 온전히 상대에 집중하여 좀 더 전략적으로 스피디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4인플을 할 때는 정말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 지 모르는 사건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다양한 신들이 어떤 권능을 행사하며 어떤 전투 카드를 낼 지 끈임없이 눈치보는 과정에서 정말 신들의 충돌 한 가운데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기어가 잘 물리듯 동작하는 매커니즘과, 몰입도와 긴장감을 수반하는 영향력 게임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을 받고 싶으시다면 조심스레 ‘앙크: 이집트의 신들’, 강력 추천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