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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주시대 - 하이 프론티어 4 올

7,615 조회

2021.06.16 00:20

high frontier [명사] [속어] (SF에 나오는 인류가 진출 가능한) 대우주.

여러분은 우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테라포밍 마스로 ‘우리 화성 푸르게 푸르게’를 수차례 경험한 보게머에게 사실 우주는 그냥 우리 강산 같은 느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두둥!!

아찔합니다. ㅠ

우주의 한 부분, 그것도 아주 초미세 마이크로 극세한 일부인 태양계를 표현했을 뿐인데 맵에서 압도 당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게 이과 갬성을 자극해서 결국 우주에 첫발을 내딛고 말았습니다.

이 맵을 보고 바로 질려버리지 않고 이 게임이 궁금해 지신다면 여러분의 취향에도 맞으실 겁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에 초판으로 이 게임을 접했다가 몇 판 하고 팔았었는데요.

그때는 규칙이 계속 수정되기도 하고(거의 실시간으로 수정되는 팔딱팔딱 살아있는 규칙), 규칙서도 그림 없고 예시 없이 불친절하고, 무엇보다 제가 영알못이라 제대로 이해를 못한 채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이 게임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죠.

그런데 3판, 4판 여러 개정을 거치면서 규칙이 깔끔하게 다듬어지고, 규칙서도 많이 친절해져서 이번에는 제대로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 규칙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게임은 각 플레이어가 한 턴씩 행동을 하는 라운드가 총 48라운드를 진행하면 종료되고

맵에 올려진 자신의 소유권 표시 디스크, 공장, 콜로니의 점수와 각 행성 공전 구간에 최초 유인선을 착륙시켰을 때 받는 점수 등을 합산하여 제일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처음에 나눠 갖는 크루 카드의 알파벳이 앞선 플레이어가 선 플레이어가 되고 선플레이어가 태양 흑점 사이클에서 자신의 마커를 진행시켜 라운드 진행을 표시하고 이벤트 발생 등을 처리합니다.

각 턴에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로켓 이동 1번, 작업 1번, 자유 행동 여러 번을 원하는 순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자유 행동이 이동이나 작업 중간에 끼는 건 노놉)

이동은 말 그대로 로켓을 우주 공간에서 진행시키는 것입니다.

로켓은 아까 보신 맵에 나와 있는 선을 따라 이동을 하게 됩니다.

빨간색이 칠해진 칸(연소 칸)을 만나면 연료를 소모해야 하고 그냥 선이나 색이 없는 칸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는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연료 소모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교점을 만났을 때는 원이냐(라그랑주 포인트) 꺾인 점이냐(호만 교차점)에 따라 방향 전환에 추가 연료를 소모하기도 하지요.

또 해골 표시나 방사선 표시, 낙하산 표시 등은 위험 요소를 나타내기 때문에 주사위를 굴려 운 나쁘면 로켓이 터지기도 합니다.

작업은 총 9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그냥 1아쿠아 받기

(영롱한 아쿠아들, 이 게임에서 화폐의 단위가 아쿠아입니다. 이게 연료로도 쓰이고 물탱크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2) 특허 카드 경매

(3) 특허 카드 팔기

(특허 카드들)

(4) 로켓 LEO(지구저궤도)로 올리기

(태양과 지구와 달)

(5) 행성에서 재급유하기

(6) 행성 탐사하기 (탐사에 성공하면 자신의 소유권 디스크를 올리고 실패하면 빨간색 디스크를 올립니다.)

(망한 탐사의 좋은 예 ㅠㅠ)

(7) 행성에 공장 세우기(위의 사진의 큐브가 공장, 그 위에 있는 돔이 콜로니)

(8) 행성에서 로켓 부품 만들기

(9) 만든 부품 LEO로 수송하기

(특허 카드 뒷면은 검은색 카드로 지구 밖의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신기술 제품들이죠.)

그리고 자유 행동에는

- 같은 장소에 있는 두 기물간 카드나 물탱크 이동

- 로켓 내부에서 물탱크와 연료 간 전환

- 공장 있는 행성에 크루 보내 콜로니 만들기

- 상대방 행성 소유권 뺏기

- 카드 버리기

- 결함 수리

- 버기 로드 따라 크루 이동시키기

가 있습니다.

게임에서 한 라운드는 1년이라, 테마적으로 작업은 펀드 조성이나 연구, 건설과 같이 년 단위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일들을 나타내고 자유 행동은 화물 이동이나 수리 같은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나타냅니다.

제가 이 게임에서 제일 매력을 느낀 부분은 로켓의 설계나 운용을 텍스트로 설명하거나 지시하지 않고, 6가지의 특허 카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질량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구현해 냈다는 점입니다.

(왼쪽 아래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추진체: 로켓 추진

로보넛: 행성 탐사

리파이너리: 공장 건설

라디에이터: 쿨링

리액터와 제너레이터: 다른 부품들 서포트)

카드 종류에 따라 목적이 다르고 각 카드가 작동하기 위해 또 다른 종류의 카드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능이 좋으면 대체로 질량이 높아지는데 질량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당연히도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이 개인 매트입니다.

질량이 무거우면 이동에 소모되는 연료 효율이 나쁘고 속도도 느려지고, 이렇게 연료 소모를 많이 하다보면 또 질량이 감소해서 연료 효율이 좋아지고 속도도 빨라지는데 이 복잡한 질량, 연료 효율, 속도간의 미적분방정식을, 지그재그 선 하나로 표현해냈다는 점입니다.

규칙만 들으면 그냥 가볍고 효율 좋은 로켓 만들고 연료 만땅 실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더군요.

가볍고 연료 적게 먹는 녀석은 중력이 쎈 행성에 이착륙이 어렵고, 그래서 좀 중력 약한 소행성 개척으로 방향을 틀면 거긴 탐사해봤자 건질 게 없어요. ㅠㅠ

무거운 추진체로 바꿔달고 가면 가는 데 한 세월에, 가다가 연료 다 떨어지고, 우주 쓰레기나 고속 스핀 구역 지나가다가 재수없으면 고생해서 만든 로켓이 한 방에 날아가버리기도 합니다.

첫 플에서는 로켓 하나 날리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갖은 시행 착오 끝에 20턴 만에 왜소행성 세레스에 간신히 무인선 하나 내리고 겜 끝에 간신히 목성 위성 이오 구경하고 왔어요.

두 번째 플에서는 그래도 좀 나아져서 토성 위성 타이탄에 유인선 내리는 데까지 성공했네요.

사실 점수 내는 경쟁 게임인데 전 몰입을 해서인지 하다보니 상대방 로켓 연료 계산도 해주고 좋은 루트도 찾아주고, 누가 됐든 어떻게든 더 먼 곳으로, 새로운 곳으로 날아가길 응원하게 되더군요.

이제 토성까지 나아갔으니 다음은 천왕성, 그 다음은 해왕성, 그리고 여러 혜성들까지...

우주의 심연으로 자꾸 자꾸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어릴 적 밤하늘을 보며 우주 여행을 꿈꾼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잠시나마 날개를 달아 줄 하이 프론티어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광활한 대우주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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