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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들과 진행한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5, 6차)

7,173 조회

2021.05.16 01:41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하면서 재밌었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는게 아쉬워, 지난번 3~4월 회사 동료들과 결성한 보드게임 모임 후기를 올렸었습니다.

일기 형식으로 사진과 함께 남겨보려 했던건데 생각지도 못하게 정말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난번엔 후기를 자유게시판에 잘못올렸네요. '무이' 님께서 알려주셔서, 이번엔 실수 없이 후기 게시판에 올립니다~.

* 지난 3~4월 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0481&id=&tb=board_community&game_category=

4월 마지막 모임 후로 현재까지 5월에 회사 동료들과 두번의 모임을 더 진행했고, 오늘은 그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5월1일 (토요일)

5차 모임을 시작하기 전 오전 10시. 청소를 마치고 동료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고씨가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집주인 이씨와 함께 회사동료 옥씨와 임씨 3인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첫 게임은 브라스 버밍엄이었습니다.

옥씨는 지난 4차 모임때 고씨와 함께 한번 플레이 해봤어서 어느정도 룰을 아는 상태였으나 임씨는 거의 한달 전즘 고통의? 운하시대를 조금 겪어본게 다였습니다.

임씨를 위해 룰 설명을 잠시 하고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워낙 난이도가 있는 게임이다 보니 초반에는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을 조금 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우려와는 달리 임씨는 기억력과 적응력이 좋은 남자였습니다.

처음 몇 턴 동안만 짧은 장고가 있었을 뿐 금방 적응하여 다른 사람 차례에 이미 전략을 짜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옥씨는 지난번 게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철도시대에 버밍엄을 중심으로 사정없이 철로를 깔아댔습니다. 신나게 대출을 댕겨가며 철로를 2개씩 깔더니 결국 우승을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옥씨로부터 버밍엄 입성을 제재당한 저는 꼴지를 하고 말았습니다...

"와... 운하시대 끝나고 철도시대 시작하는데 느낌이 완전 다르네요..."

"석탄은 그렇다 쳐도 맥주는 지어놓으면 옥씨가 무섭게 가져다 쓸까봐 짓질 못하겠어요! 이거봐요 버밍엄 주변이 다 보라색이야!"

"어렵긴 한데, 담 번에 고씨도 같이 껴서 하면 엄청 재밌겠네요. 끝나니까 너무 아쉽습니다..."

게임은 룰 설명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두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확실히 인터액션이 강한 게임이라 미리 전략을 세워도 실시간으로 게임판이 달라져서 황당한 경우가 많이 생기더군요.

한판 더 돌리고 싶었지만 오늘 남은 일정도 빠듯하여 버밍엄 리벤지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버밍엄이 끝나자 잠시 외출했던 와이프가 이삭토스트 4개를 사들고 돌아왔습니다. 토스트를 점심삼아 먹고 오후에는 와이프까지 껴서 테라포밍 마스 4인을 진행했습니다.

테라포밍 마스는 와이프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자 회사 동료들을 전략 게임의 세계로 이끌어준 1등 공신이었습니다.

확장은 서곡만 낀 채로 기업상은 배제하고 게임하기로 했습니다.

확실히 4인이서 하니 맵이 거의 꽉차서 마지막 라운드에는 도시를 놓을 자리조차 없더군요. 이번 게임에서는 다들 카드운이 좋지 않아 점수대가 고만고만 했습니다.

우승은 초반 전력 트리를 타다가 나무심기로 발전한 임씨가 했습니다. 또 아쉬움을 뒤로한채 테포마를 끝내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테포마는 너무 아쉽네요. 기업하고 카드가 너무 안맞았어요..."

"저도요. 다시 한 번 갈까요?"

모임이 너무 테포마로 빠지는듯 하여, 여기서 제가 모임원들의 테포마 중독?증상을 치유하고자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테포마도 좋긴한데, 오늘은 신작하나 들여온게 있으니 아쉬움을 접고 그거 한번 가시죠. ㅎㅎ"

모임의 마지막으로 꺼낸 것은 얼마전 하비게임몰에서 배송 온 티칼이었습니다.

책장에서 티칼 박스를 꺼내자마자 와이프의 눈초리가 매서워졌습니다.

"모야? 또 샀어???"

"아냐... 이거... 오래전에 산건데 얼마전에 온거야...;;;"

"그게 뭔 소리야?"

설명하기 힘들어서 대충 둘러댔습니다. 그리곤 와이프의 추궁?을 뒤로한채 게임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고전 게임인데, 룰이 쉽고 무엇보다 진행을 하며 올라가는 유적의 입체감으로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처음 레진으로 만들어진 유적 타일을 손에 쥔 임씨가 놀라워 하며 먼저 감탄을 뱉었습니다.

"우와! 묵.직.해!"

"이야~ 이거 탑 쌓이는거 보고 싶네요."

"이씨, 게임 끝나고 사진좀 많이 찍어둬야겠어요. 매번 보드게임 모임간다고 하면 가서 뭘 하고 오는데 저녁에 오냐고 저희 와이프가 궁금해 하더라구요."

"아... 우리 완전 건전히 노는건데... 와이프님 오해사지 않게 오늘은 잘 이야기 해줘요;; ㅎㅎㅎ"

저도 룰북만 읽어보았지 실제로 4인 게임은 처음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다들 액션 포인트를 어찌 써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는데, 다들 금방 적응하고 전략적인 포인트를 잘 파악하더군요.

게임 초반 제가 몇 명 안되는 인부들을 붙여서 열심히 유적을 올려놨습니다(빨강).

엄청난 실수였죠. 옥씨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깡패들을 몰고와서 제 유적에 누워버리더군요(파랑). 허허허...

"아니.. 이건.. 아무리 보드게임이라도 상도덕이 있죠;..."

"흐흐 악의는 없었습니다."

"응?!"

그걸 지켜본 임씨는 얼마 올라가지도 않은 유적들에 바로 누워버리기 시작했습니다.(주황)

모든걸 지켜본 제 와이프는 남들이 들어오기 힘든 곳에 타일을 깔고 인부들을 떼거지로 붙여 유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하양)

룰은 간단한데, 생각보다 한턴한턴 장고하게 되는 게임이더라구요. 게임의 승리는 보물 세트를 3개나 완성한 옥씨가 가져갔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나니 보드판을 치우는게 아쉬울 정도로 멋진 그림이 나오더군요.

"우와... 너무 멋진데..."

"그러게요. 특히 이거 하얀탑!"

"치우기 전에 어서 찍죠. ㅎㅎ"

각자 핸드폰으로 4면에서 돌아가며 포토타임을 가진 후에야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저녁6시. 다들 점심에 토스트만 먹어서인지 티칼이 끝나자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다같이 닭갈비집으로 향하며 5차 모임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몇일 후 회사에서 차기 모임 날짜 논의가 오갔습니다.

"다음번엔 다들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2주뒤 5월 15일 괜찮을까요? 임씨 시간 되시나요?"

"저는 그날은 힘들꺼 같아요. 28일 회사 쉬는 날인데 그날 어떤가요?"

이때 지난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던 고씨가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모임에 빠져서, 저에게 28일은 너무 멉니다... 임씨 없이 우선 15일도 한번 돌렸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옥씨 껴서 15일에 3인 전략 가고, 28일에 임씨까지 4인 가시죠."

"좋습니다!"

"저도 좋습니다."

"부럽습니다..."

6차 모임은 2주 뒤인 5월 15일로 잡혔습니다.

5월14일 (금요일) 밤 10시경.

내일 있을 모임을 위해 테이블 위에 갤러리스트 초기 세팅을 미리 해놓았습니다. 그 때 고씨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이씨, 제가 헬스를 너무 열심히 하다... 스피닝병(근육이 녹는 병)에 걸렸습니다. 낼 아침에 병원 가봐야할거 같아요."

"헐... 무리하지 말고 아침에 병원부터 가요."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하면 온다는 병인데, 겁나 아프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다음날 고씨는 무리겠다 싶었습니다.

5월15일 (토요일) 아침 10시.

고씨는 아침에 병원가서 수액맞고 온다고 연락이 오고, 일단 옥씨가 도착했습니다.

갤러리스트는 오후로 미루어 두고, 옥씨와 2인 대결을 할 수 있는 '궨트'를 꺼냈습니다.

궨트는 PS4 게임 '위쳐3'에 나오는 미니 게임으로, 1:1 카드 대결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게임이라 얼마전 폴란드 직구로 플레이 매트까지 구입했습니다.

옥씨도 위쳐3 엔딩까지 보신 분이기에 잠깐 설명하고 바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코인을 던져 선공/후공을 정하고 한번씩 번갈아 가며 카드를 내어 3판 2승제로 게임이 끝납니다.

북부왕국, 괴물, 스코이텔, 닐프가드 종족?을 번갈아 가며 옥씨와 플레이 했는데, 제가 4판을 내리 이겼네요.

11시 반 경, 5판째 하고 있을때즘 수액맞고 살아난 고씨가 도착했습니다.

"이건 뭐에요???"

"설명해 줄테니 옆에 앉아요. 위쳐를 아십니까? 흐흐"

궨트는 포커와 비슷한 면이 있는듯 합니다. 초기 카드운도 크지만 블러핑 요소도 커서 섯불리 패스를 하지 못하는 심리싸움이 있습니다.

옥씨를 상대로 5판째 승리를 거두며, 고씨에게 룰을 알려주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심판을 보고(점수 계산) 게임을 진행하는데 이때부터 옥씨의 양학 타임이 시작됐습니다.

1시즘 점심으로 주문한 피자가 도착할때까지 옥씨가 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어우~ 마지막 판 같은 카드운이면, 이씨도 그냥 이겼을 겁니다!"

"흐흐 그 도전. 다음번에 받아들여 주죠."

"와... 이거 너무 재밌네요. 계속 지는데도 또 해보고 싶네요."

고씨가 올 때까지 잠깐 하려고 꺼낸 궨트를 몇판이나 한지 모르겠습니다.

피자를 급하게 먹어치우고 오후에는 어제 저녁 세팅해 놓은 갤러리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갤러리스트는 제가 보유한 보드게임중에 가장 긱 난이도가 높은 비딸게임입니다.

구매는 한참전에 했으나, 와이프가 룰 설명 듣다 포기한 후로는... 저 혼자 1인플 몇 번을 해보고 짱박아 둔 게임이었습니다.

테마도 좋고, 그에 대한 세세한 반영까지 해놓아서 처음 룰북을 보고 정말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룰북 없이는 플레이가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작품을 살 때도 팔 때도 단계별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막상 해 보면 꼭 빼먹고 실수하는 단계가 있었습니다.

룰마 역할인 나조차 이 지경이면 게임이 안굴러 가겠다 싶어, A4 용지 사이즈로 다음과 같은 참조표를 만들어 코팅까지 했습니다.

참조표를 손에 하나씩 들고 하니, 게임에 어려움도 없고 룰마가 설명해 주어야 할 부분도 크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고씨와 옥씨는 곧 잘 게임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움 없이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사서 명성을 올려주고, 계약서를 가져와서 작품을 잘들 팔며 돈을 벌어댔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에는 킥 아웃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는 등, 게임은 알겠는데 우승 전략은 쉽게 못 찾겠다는 등...

많은 대화가 오가며, 약 3시간 정도 플레이를 하고 게임이 끝났습니다.

"와! 재밌다!"

"진짜 행동 순서가 좀 복잡해서 그렇지 뭔가 깔끔하네요!"

"저는 이거 하면서, 회사 업무를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 저두요! 여기저기 돌아댕기면서 결재 서류 받고 작가 만나고..."

"다음번 임씨까지 껴서 하면 정말 재밌겠네요."

"좋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다음 빨리 가시죠."

이날 모임의 마지막은 브라스 버밍엄이었습니다. 브라스 버밍엄은 약 한 달 전 4월 17일 모임때 고씨가 2번을 연이어 우승한 전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주 전에는 '남의 맥주로 버밍엄에 철도 2개씩 깔기' 스킬을 마구 시전한 옥씨가 우승을 가져갔습니다.

한달 만에 플레이 하는 고씨와 달리, 옥씨와 저는 운하 시대가 끝나갈 무렵 대출을 받아 돈을 확보하고 석탄 공장을 지어놓으며 철도 시대 준비를 해 가고 있었습니다.

운하시대가 끝났을 때 중간 점수는 고씨가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철도시대가 시작되고 게임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어 집니다.

버밍엄 입성을 포함하여, 다음 차례 선플레이어를 잡기 위해 돈 관리 경쟁이 붙으면서 게임의 양상이 훨씬 치열해 졌습니다.

결국 철도 시대가 끝나고, 이번 브라스 버밍엄은 제가 우승을 가져갔습니다.

"그래... 우승이란... 이런 느낌이군요. 좋아!"

"와... 한달만에 해보니 다들 전략 스킬들이 엄청 느셨네요... 오늘 좀 많이 배웠어요."

"이야, 정말 맘 같아서는 1박2일로 밤새고 하고 싶네요."

게임이 끝나니 어느덧 저녁 6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다들 집에 와이프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돌아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거실에 서서 30분을 더 떠들다 헤어졌습니다.

이상 5차, 6차 모임 후기를 마칩니다.

지난 후기 댓글들을 통해, 마음 맞는 회사 동료들과 이렇게 재밌는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경우구나 하고 많이 느꼈습니다.

회사에서 업무로만 얼굴보던 동료에서 같이 웃고 즐기는 친구로 발전한 고씨, 옥씨, 임씨, 양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에 또 모임이 진행되면 후기 남기러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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