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A&A 시리즈 로망플레이(1914+기념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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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9 14:10

게임을 하면서, 꿈꿔오기만 하던 로망 플레이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꿈에 그리던 전략일 수도 있고, 꿈에 그리던 사람들과의 게임일 수도 있고, 꿈에 그리던 인원수를 모아서 한 것일 수도 있고 형태는 다양하겠죠.

저는 2021년 설에 드디어 이뤘습니다.

꿈에 그리던 추축국과 연합국(A&A) 1차대전-2차대전 연속 플레이를.

(자세한 사진이 없는 점은 양해바랍니다. 게임하느라 정신 없었거든요)

제 보드게임 입문은 2005년입니다. 그 작품은 axis & allies 태평양이었습니다. 제게 A&A는 언제나 1번이었고 1등이었습니다. 버전도 여러개를 모았죠.

2018년 11월말, 저는 호주에서 기념품으로 A&A 1914를 사왔습니다. 게임성도 굉장히 만족했죠. 그 후부터 생겨났습니다. 1차대전을 마치고 바로 이어서 2차대전을 하고 싶다는 욕망.

추축국과 연합국은 쉽게 돌릴 게임이 아닙니다. 외관자체는 굉장히 좋지만, 세팅이 번거롭고 게임 시간이 길며, 유로게임이 점령한 이 시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자체가 적죠. 워게임 계에서는 낮은 수준때문에 선호되는 게임도 아닙니다. 다만 재밌게 하는 친구 한 명을 만들 수 있어서, 자주 볼 수 있지는 않았지만 2년동안 이 녀석과 1914를 세 번, 1942를 한 번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함께 큰 계획을 세웁니다.

이번 설 전에 한 1914는 제가 연합국, 친구가 동맹국을 했었기때문에 이번에는 바꿔서 제가 동맹국을 하게 됐습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이후에 있을 2차대전에도 그대로 세력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라운드,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의외로 쉽게 배니스를 밀어버렸고, 러시아쪽에도 순조롭게 전선을 만들었습니다. 독일은 벨기에-로랜라인으로 프랑스를 밀어두고 러시아로 달렸습니다. 오스만도 불가리아라인과 코카서스 지방으로 러시아를 세게 몰아세웠습니다. 이집트쪽도 공략하려 했으나, 아쉽게 실패했죠.

연합국은 제 전략에 따른 방어 밖에 할 수 없었죠. 특히 러시아에서 꾸준히 동맹국을 막았습니다. 생각보다 주사위가 잘 나왔습니다.

두번째 라운드,

오스트리아 서쪽이 의외로 잘 뚫려서 프랑스 남부를 압박하기로 하고 신병들을 서쪽으로 보냈습니다. 오스만이 러시아 남부에서 선전해 준 것도 영향이 컸죠. 독일-오스만으로 러시아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연합국은 밸기에 탈환을 목표로 영국은 함대를 꾸리고 프랑스가 밀고 올라옵니다. 들어오지는 않고 병령을 쌓고 또 쌓았죠. 아프리카 쪽 작은 땅들도 연합국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세번째 라운드,

본토에 있는 영국군이 본격적으로 벨기에로 내려오기 시작하고, 영불의 연합작전이 시작됩니다. 동맹국은 충분히 러시아를 밀어부쳤으나 오스만은 영 이집트를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네번째 라운드,

영불이 쌓고 또 쌓습니다. 알자스를 밀어서 벨기에-알자스 라인을 만듭니다. 독일은 루르에서 버티고 모든 병력을 서쪽으로 돌리기로 합니다. 러시아는 혁명으로 이탈했지만, 그래도 영토를 많이 가진 채로 전쟁을 뜨는 바람에 동맹국으로써는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집트는 또 뚫지 못합니다. 인도에서 온 상륙 병력+이탈리아에서온 상륙병력이 의외로 영향이 컸습니다. 페르시아를 밟고 인도도 점령할 계획을 세웁니다. 미국이 참전하여 배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다섯번째 라운드.

미국은 이탈리아를 지원합니다. 프랑스 국경 코앞에서 오스트리아는 공세 종말점을 맞습니다. 독일전선은 루르에서 멈추고 영불-독의 병력이 왕창 쌓여갑니다. 오스만이 이번에는 이집트를 뚤었어야하는데, 이번에도 실패합니다. 루르가 전쟁터로 변하고 아프리카 식민지를 다 빼앗긴 독일이 영불의 경제력에 이길 수가 없으니 이집트를 꼭 뚫고 영국 경제에 피해를 줬어야만 했습니다. 계속 이집트 공격이 실패하자 미래가 어두워보였습니다.

여섯번째 라운드,

이탈리아 북부 전선은 불-미-이탈리아가 배니스까지 오스트리아를 밀어내고, 페르시아 앞에 오스만 병력이 쌓였지만, 인도까지 가기 위해선 병력이 더 필요했습니다. 독일은 항공전 승리로 루르에서 잘 버텼습니다.

일곱번째 라운드,

배니스는 오스트리아 땅이되지만, 뮌헨쪽으로 찔끔씩 나오는 프랑스군 때문에 오스트리아가 독일 남부에 일부 지원을 갑니다. 오스만의 이집트 공략은 계속 실패합니다.

여덟번째 라운드,

루르가 점령당하고 독일 전선이 또 밀립니다. 이제 러시아에서 돌아온 병력이 있어서 더 밀릴 염려는 없었지만 루르 정도까지밖에 밀어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 지루한 싸움을 계속 해봐야 천천히 말라죽기만 할뿐, 어서 2차대전을 이어서 해야하기때문에 동맹국인 저는 조건부 항복을 합니다. 일찍 이집트를 뚫어서 영국을 말리기 시작했으면, 오스만이 상륙으로 이탈리아 전선을 지원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오스트리아가 잘 싸워준 판이라 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독일은 러시아 공략이냐 프랑스 공략이냐 어느정도 나눠야할지가 항상 고민이네요.

친구가 한 명 더 왔습니다. 1차대전버전은 저와 친구가 실력이 비슷한 데 비해(플레이 횟수가 비슷합니다.) 2차대전버전의 실력은 제가 두 사람을 압도합니다. 그래서 훈수는 따로 두지는 않고, 새로 온 친구가 원하는 대로 독일-이탈리아를 하고 저는 일본, 연합국을 하던 친구가 이어서 연합국을 했습니다.

A&A 기념판 1941년 시나리오로, 추축국이 조금 전의 패배에 설욕하기 위해 바르바로사 작전을 시작, 순조롭게 시작합니다만, 해군에 눈을 못 두더군요. 소련으로만 잘 들어갔습니다. 영국은 배를 모아 방어가 강해지고 금방 상륙준비를 했습니다. 독일친구가 초보이므로 미국을 일본 올인전략으로 가더군요. 제 일본은 첫 턴에 만주 공장을 짓고 최대한 세력을 퍼뜨리고 국가목표 달성에 주력했습니다만, 중국이 생각보다 잘 싸워서 육군이 많이 줄고 맙니다.

독일친구는 소련에 대한 공세를 조금조금씩 합니다. 좀 더 확실하게 밀어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때부터 영국은 계속 프랑스 상륙을 합니다. 프랑스의 주인은 매 차례마다 바뀝니다. 호위함이 별로 없어 공군 날아가면 터질 것 같은 수송함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연합국친구, 독일 친구 둘 다 보진 못하더라고요. 제 일본은 인도, 호주, 이란, 트랜스 요르단에 상륙합니다. 그런데 계산을 잘 못했군요. 인도에 병력을 너무 조금 넣었습니다. 친구들은 숙련자를 봐주지 않았습니다. 이란과 트랜스 요르단에 보낼 게 아니라 인도로 다 모을 걸 그랬습니다.... 호주의 대공포에 전투기도 많이 잃습니다. 인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은 점령했으나, 인도 공장을 지어서 소련으로 달리려던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미국은 세 번 정도 함대를 모아서 나오기 시작했고,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보병을 쌓고 함대를 본국귀환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육군이 많이 죽는 바람에 중국도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조금 남은 육군으로 인도를 또 공략했지만, 1차대전의 이집트처럼 안타깝게 뚫리지 않는 사태가 반복됩니다.

유럽전선은 고착화 돼서 아프리카는 추축국이 점령했지만, 프랑스를 계속 주고받고, 폴란드-동부 폴란드 전선에서 계속 멈춰있게됩니다. 미국과 일본 함대는 한 판 붙어서 양쪽 다 궤멸합니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가 소련이 돈이 상당히 많다보니(초기 영토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 전 시리즈 중 최고금액입니다.), 공격때마다 프랑스 점령으로 돈을 쭉 올려받는 영국과 소련이 독일에 경제적으로 앞서고, 일본도 함대전을 계속하면 미국한테 돈으로 이길 수가 없으니 저는 이번에도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조건부 항복합니다. 핵을 맞는 건 면하고 끝냈네요 ㅋㅋㅋㅋ (게임에 실제 핵이 있는 건 아니고요.) 인도를 먹었다면 소련 카운터를 노릴 수 있었겠지만 아쉽네요.

두 전쟁 모두 역사대로 흘러갔네요.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두 번이나 이긴 친구는 의기양양했고, 2차대전 버전은 너무 유닛 종류가 많고 신경쓸 게 많아 자기는 1차대전 버전이 좋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했고요 쿨 항복하면 5시간 내로 한 게임 끝납니다. 1942처럼 더 작은 버전으로 하면 2시간 30분컷도 가능하죠. 기념판이 너무 상자가 변태같은 사이즈라 좀 더 들고 다니기 편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같이 게임한 친구와 기념판 1942년 시나리오로 하게 될 날을 기다리며, 다음에는 숙련자의 독일 맛을 보여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