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게임 리뷰! 퍼시픽 빅토리 II : 태평양 전쟁 테마는 이걸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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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5 20:20

태평양 전쟁의 시작, 진주만 공습

퍼시픽 빅토리 세컨드 에디션

-2인

-3시간 내외

-룰 난이도 별 3개(5개 가장 어려움 기준)

-헥스+블록 워게임

지난 2018년 킥스타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출시된 퍼시픽 빅토리 두번째 에디션을 리뷰합니다.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초판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던 중국 전선이 추가되었습니다. 중국 유닛으로는 국민당군과 공산군이 등장하며, 이들은 연합군 산하 장개석 총통의 지휘로 대일 국공 합작을 펼칩니다. 여기에 플라잉 타이거즈로 알려진 공군부대도 등장하지요.

초판에서 다소 불분명하고 애매했던 룰이 개정되었으며, 게임을 즐겨본 결과 접근성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또한 일본이 이기기 어려웠던 1판과 달리, 승점 체계가 변화해 밸런스면에서도 개선됨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플레이는 숙련자에게 추천합니다. 연합군 플레이어는 압도적 물량의 지원 덕분에 비교적 맘 편하게 할 수 있긴 하지요. ㅋㅋ

이밖에 블록 크기가 커져서 손맛이 좋아졌고, 지도도 마운트맵으로 강화되었습니다. (단, 유의하실 점은 콜롬비아사의 마운트맵은 GMT처럼 짱짱한 마운트는 아니라는.. ㅋ)

최고 사령부(Supreme Headquarters) SHQ가 핵심이닷!

SHQ는 전략이동을 명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적 중요성을 지닙니다. 전략이동을 통해서만이 본토에서 최전방까지 유닛을 한번에 멀리 수송할 수 있고, 무엇보다 태평양 요소요소에 깔려있는 섬에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최고 사령부가 무력화되면 게임에서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연합군은 전역별로 총 3개의 최고 사령부 유닛이 있습니다. 태평양 전선의 니미츠 제독, 필리핀-뉴기지 전선의 맥아더 원수, 인도-버마 전선의 웨이벌 장군이 그들이지요. 이에 맞서, 일본군은 크게 제국 육군과 제국 해군으로 분류됩니다. 연합군 사령부는 각각 자신의 전선에 주둔하고 있는 유닛에게 전략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데, 특이하게 일본군은 육군과 해군이 서로 자신의 사령부 통제만 받습니다. 역사대로 일본 육군과 해군의 대립을 반영한 것이죠.

전략포인트로 할 수 있는 것들

전략이동으로 유닛을 수천Km를 수송할 수 있고, 태평양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상륙을 위한 전략포인트는 그 값이 비싸기 때문에 1턴에 여러번 할 수가 없습니다. 상륙작전에선 미 해병대와 ANZAN군이 최강의 위력을 과시하지요. 하지만 일본군은 섬 요새에서 옥쇄와 반자이 어택으로 무장했기에, 상륙작전은 상당한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이밖에 기습작전 또한 가능합니다. 보통 전투는 3라운드까지 진행되는데, 기습은 1라운드만 하고, 기습한 유닛이 먼저 공격합니다(같은 등급일 경우). 일본의 경우 잠수함의 위력이 초반 연합군 보다 비교우위이기에, 독일군의 울프팩 작전을 태평양에서 재현해 볼 수도 있지요. 또한 일본이 자랑하는 제로 전투기는 최강의 공군화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제로센의 기습 공격도 해볼만한 옵션입니다. (하지만.. 기습했다 오히려 박살나면 그 생산비용을 감당하기가.. ㄷㄷ)

개구리 뛰기!?

중간중간에 디딤돌을 놓아 개구리 점프로 이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광활한 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연합군이 취한 전략이었습니다. 태평양 드문드문 위치한 섬들을 점령해 보급로를 이어나가는 것이지요. 게임에서는 이러한 개구리 점프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주 잘 표현되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왜 태평양전쟁에서 '개구리 점프'라는 방법을 써야 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그만큼 태평양은 무지막지하게 넓고, 보급을 이으려면 정말 섬 하나하나를 다 깨고 전진해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말한 전략포인트를 사용해 상륙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일본군 수비대를 섬멸시켜야 하지요. 태평양 전쟁사에서 들어봤음직한 과달카날, 타라와, 이오지마, 오키나와 등 피비린내 나는 격전지들이 눈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곳을 차례로 점령하고 나서야 비로소 일본 본토가 사정권에 도달합니다.

헥스 제한

연합군, 특히 미군은 압도적 물량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유닛 다 끌어와 한번에 쳐들어가면 무적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런 불균형을 제거하고 역사적 요소를 뒷받침하기 위해, 헥스 당 전투유닛 제한 룰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 번의 전투에서 제 아무리 미군일지라도 일본에 뒤쳐질 수 있게 게임을 설계했습니다. 물론 증원 병력에선 연합군이 넘사벽이긴 하지만요. ㅋㅋ 하지만 일본군에겐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시간을 끌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것이 목표이니, 어떻게든 지연전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인 셈이지요.

날씨 그리고 태풍

1개의 턴은 약 3달을 나타내며, 매턴마다 각자의 날씨 패턴을 지닙니다. 북태평양 날씨에 해당하는 턴은 얄류산 열도와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서의 전투와 전략이동이 불가능합니다. 겨울이기에 북반구 최상단에 위치한 이곳에서의 작전이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죠.

몬순 턴은 말그대로 정글 지대에서의 작전을 제한합니다. 주로 버마-인도 차이나-뉴기니 지역에 집중 분포해 있는데, 이곳에서 전투는 1라운드만 펼쳐집니다. 자연환경에 너무 열악해 전투 수행 자체가 어렵다고 할 수 있지요.

몬순이 지나면 태풍이 찾아옵니다. 태풍은 주사위 굴림으로 어디에 출몰할지 결정되며, 총 6개의 지역으로 나뉩니다. 한반도 남부를 경유할 수도 있고, 사이판 일대 혹은 남중국해 부근을 덮칠지도 모릅니다. 태풍은 태풍의 눈 주위에 들어온 모든 유닛이 이동과 전투 모두 불가능합니다. 결정적일 때 태풍이 들어닥쳐 기동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지요. 그것이 바로 신풍.. 즉 카미카제로군요. 재미난 건 어떤 게임 플레이에서 태풍으로 오히려 일본군이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ㅋㅋ

어두운 부분이 현재 태풍 출몰 지역 ㅋㅋ 일본군이 되레 神風에 당했다!

다양한 전역, 그에 따른 전략

태평양 전선에선 '개구리 점프'로 작업해나가는 연합군의 보급 잇기와 그에 대응하는 일본군의 보급 차단과 지연전술. 필리핀-뉴기니 전선에선 일본군이 어디까지 자원을 확보할 것인가? 호주로 진출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의 타이밍. 북태평양 전선에선 북반구의 험한 환경을 뚫고 일본군이 알래스카를 통해 미국 본토로 상륙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 전선은 승점과 자원의 노다지,하지만 서로가 빈틈이 없다는 딜레마. 특히 국민당과 공산당 군대는 국공합작으로 공격을 함께 할 수는 있으나 같은 헥스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여러 전역을 게임 속에서 즐기며 이야말로 태평양 전쟁의 풀패키지라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태양의 제국이란 볼륨이 큰 게임이 있지만, 훨씬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저는 퍼시픽 빅토리 세컨드 에디션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시나리오

총 3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여러 판을 플레이 해 본 결과, 본격적 플레이를 위해선 마지막 시나리오를 추천합니다. 이 시나리오만으로도 태평양 전쟁의 전반적인 느낌을 충분히 맛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첫번째 시나리오도 괜찮긴 한데, 게임이 다소 길어지고 일본이 처음에 삽질하면 크게 밀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전만 잘 세우면, 기상천외한.. 이를테면 알래스카를 통한 아메리카 대륙 상륙이라든지, 진주만 2차 타격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ㅋㅋ 첫번째 시나리오가 일본 입장에서 어떤 대전략을 짜느냐에 따른 재미라면, 마지막 시나리오에서 일본은 절대국방권의 무한 방어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태평양이라는 거대 요새 안에 농성하고 있는 일본군을 공략하는 연합군의 공성전입니다. 태평양의 광활한 방벽에 균열을 내면, 일본군은 섬이라는 소규모 성채를 내주고 점차 중심부로 퇴각하는 과정이지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면, 요새 내부에는 중국 전선이라는 레지스탕스가 있다는 겁니다. 안팎으로 침공군을 막아내는 것도 일본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는 고통 혹은 즐거움이겠지요. 반면 연합군은 이 거대한 요새로 향하는 보급선을 확보하고, 타격점을 정해 상륙(혹은 공성, 땅굴파기 같은) 타이밍을 엿봅니다.

그 와중에 옥쇄와 반자이 어택, 카미카제 특공대 등 흥미로운 옵션이 포함되어 있기에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게임 플레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1판에 비해 미적으로나, 게임 플레이 면에서나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느껴지는 퍼시픽 빅토리 세컨드 에디션. 태평양 전쟁 테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몇가지 Vassal 플레이 샷

영국군은 인도네시아 자원 지대를 차례로 점령하고 있으며, 미군은 사이판으로 쾌속 진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