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케누와 여덟 신 이야기(2)
*저는 보드엠으로부터 고료를 받고 테케누의 구성물을 번역하였으나, 본 게시물은 보드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 보드게이머로서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1편 보러가기: http://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6689&tb=community_post&id=&num=&pg=&game_id=&start=15&b_category=&game_category=
5. 바스테트
[개요] 다산과 풍요의 여신. 고양이의 모습.
[게임기능] 연회를 열어 행복지수 증가.
귀여운 고양이 신입니다. (그런데 테케누에서는 아쉽게도 고양이 상이 아니죠 ㅠㅠ) 앞선 글에서 가족 관계에 대해서 간략한 도식으로 표현했는데, 이 분은 출생이 좀 모호합니다.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딸이라 호루스의 동생이라는 설도 있고, 라와 이시스의 딸이라고 하는 설도 있고요. 어쨌든 고양이니까 출생이 뭐가 중하겠습니까. 갓냥이.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신성한 존재였습니다. 원래 암사자였던 바스테트의 머리(테케누에서 나오는 바스테트)를 고양이로 바꿔버릴 정도였으니까요. 왜 신성했냐? 바로 역병을 나타내는 '쥐'를 다 고양이가 잡아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풍요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죠.
이 때문에 게임에서 행복지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지당해 보입니다.
딱히 바스테트에 대해서는 귀여운 고양이신이다 말고는 풀 썰이 없어서 좀 딴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바스테트, 혹은 바스트라고 불리는 이 신은 보드게이머에게 매우 친숙한 세계관인 크툴루에서도 Elder God으로 등장합니다. 다만 약간 외전적 인물이라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는 편인데요, 보드게임에서도 아컴호러 2판의 확장판인 킹포스트 호러에 수호신(Guardian), 조력자의 모습으로나마 겨우 등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컴호러: 킹포스트 호러의 바스테트(바스트)]
아컴호러에서의 바스테트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바스테트 마커를 획득할 수 있는데, 괴물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체력이나 정신력을 올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산과 풍요와는 살짝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조사자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기는 하네요 :D
6. 토트
[개요] 지식, 과학, 언어, 서기, 시간, 달의 신.
[게임기능] 카드 시장에서 축복, 기술, 법령 카드 획득
얘도 귀엽게 생겼어요, 따오기 상. 앞서 호루스에 대해 얘기할 때 잠깐 얘기했으나, 토트는 호루스의 보모(?)같은 존재입니다. 세트로부터 임신 사실을 숨겨주고, 독사로 변한 세트에 물린 어린 호루스를 치료해주는 등, 보호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죠.
게임에서의 역할을 그야말로 명확합니다. 지식, 과학, 언어의 신! 축복, 기술, 법령 카드 가져가서 지식의 힘을 내뽑는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얘는 할 말을 짜내보려해도 더이상 없네요. ㅜㅜ
지금까지 게임 내의 직접적인 기능을 하는 여섯 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는 좀 더 게임에서 부가적으로 활용되는 나머지 두 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지요!
7. 마앗(마트)
[개요] 법과 정의, 조화, 진리, 지혜의 여신
[게임기능] 단계. 사용한 주사위의 균형을 계산하여 벌점을 주거나, 플레이 순서에 영향을 미침.
보통 알려진 발음은 마아트, 마트, 마옛 등등 이지만 좀 더 헷갈리지 않을 것 같은 마앗으로 음차했습니다.
마앗에게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마앗의 저울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게임에 당연히 반영되어 있고요.
마앗은 죽은 사람의 심장을 꺼내어, 정의의 깃털이라고도 불리는 타조 깃털과 비교해 죄의 무게를 달았다고 합니다. 아니 어떻게 죄가 깃털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요?
이때 죄를 판단할 때 사용한 것이 '사자의 서'인데 무려 42가지의 죄목을 따집니다. 그 중에는 '나는 격노하지 않았다.' 이런게 있는데, 주사위 굴려서 1 나오면 운빨똥망겜이라고 외치면서 테이블 엎은 적 다들 있으실 텐데 걱정되네요. '나는 사기를 치지 않았다.' 블러핑하신 분들 다 나오세요.
그래서 게임에서도 마앗 단계가 되면, 온전한, 부패한 주사위로 무게를 달아 심판을 받습니다. 온전한 주사위를 사용하신 많이 사용하신 분들은 벌점은 안 받지만 마앗은 질서와 균형의 신이기 때문에 균형이 어긋난만큼 턴 순서에서라도 패널티를 받게 됩니다.
물론 부패한 주사위를 많이 사용했다면, 아누비스를 따라 지옥행 벌점을 맞게 되는 것이고요.
그럼 여기서 조금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왜 온전한 주사위는 이 아이콘이고,
왜 부패한 주사위는 이 아이콘일까요?
잘 보시면 온전한 주사위로 표시된 아이콘은 마앗이 머리에 달고 있는 바로 그 정의의 깃털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콘은 단지, 항아리를 뜻하는 데, 거기에 사람의 장기, 즉 심장을 담아서 균형을 판단했다고 합니다. (인간적으로 단지 무게는 빼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냥 단지만 놔도 깃털 보다 무거울 것 같은데)
[마앗의 저울 삽화]
8. 아누비스
[개요]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 재판의 기록관
[게임기능] 서기 2개를 사용해서, 원하는 주사위로 사용할 수 있음.
이 친구도 출생이 불명확합니다. 어쨌든 늑대의 얼굴을 하고 있고, 마앗의 재판이 끝나면 사자를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 위에 마앗의 저울 삽화를 보시면, 저울 아래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늑대 머리를 한 신이 바로 아누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화 배경과는 다르게 서브컬쳐에서는 초인적인 능력을 항상 부여하는데요, 늑대 간지라는게 이런건지, 신도 생긴 걸로 차별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이 테케누에서도 나름 초인적인 역할을 합니다. 무려 서기 2개를 쓰면, 원하는 색깔, 종류의 주사위로 사용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기록관 역할을 했던 아누비스이기 때문에 서기 토큰 2개를 쓰는 것도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 투탕카멘
마지막으로 번외편, 신은 아니지만 이 게임에서 솔로 플레이의 상대로 등장하는 봇 + 투탕카멘 = 보탕카멘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이름에서 예상하셨겠지만 투탕카멘에서 따온 이름이고요, 앞에 Bot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오토마임을 표현하였습니다. 한글판에서는 좀 더 발음하기 쉽고, 투탕카멘이랑 최대한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보탕카멘으로 음차했습니다.
투탕카멘은 신은 아니고, 18세에 요절한 아주 평범하디 평범한, 아니 오히려 존재감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파라오였습니다. 오히려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에 파라오 무덤이 다 털릴 때 투탕카멘 무덤에는 관심도 없어서 살아남은 그런 사후에 대박을 터트린 왕입니다. 묻어가면 중간이라도 간다라고 하던데, 대단하네요.
아무튼 거의 온전히 보전된 미라 형태의 투탕카멘의 발견으로 인해 세계가 발칵 뒤집혔고, 그 수 많은 위대한 파라오들을 다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오로 등극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투탕카멘 발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의문사로 사망하자,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괴담이 퍼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저희 삼촌이 그러던데 90년대 영화 미이라에서도 투탕카멘의 저주 같은 걸로 사람들이 픽픽 죽고 그랬다면서요?
제위 시절이 너무 보잘 것 없었지만 단 한가지 장점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얼굴, 이목구비가 뚜렸하다는 점입니다. 잘생김으로 널 상대한다. 저희는 모두 졌습니다. 그래서 보탕카멘을 이기기 쉽지 않나봅니다.
[투탕카멘 석상]
지금까지 테케누와 관련된 여덟 신 + 투탕카멘 이야기였습니다. 테케누를 플레이 하실 때 도움이 좀 되었으면 합니다. 부족한 글인데 많이들 댓글 남겨주시고 추천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