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노제닉스 2판 리뷰 및 후기
예전에 킥스타터에서 펀딩한 다이노제닉스 2판을 얼마전 수령하여 주말동안 2번 플레이 해보고 간단한 리뷰 및 후기 남겨보고자 합니다. 확장팩 (Controlled Chaos) 도 같이 수령하였지만, 첫플이니 만큼 본판 느낌을 알고 싶어서 일단 본판만으로 먼저 해보았습니다.
1. 첫인상
게임 정리하면서 느낀 거지만, 컴포는 정말 화려합니다. 자세한 사진은 다른 분들이 올려주신 개봉기 참조하시면 될 거 같고, 개인적인 감상만 말씀드리자면 개인판이 듀얼레이어로 되어있는데 지금까지 본 듀얼레이어 개인판 중 가장 두꺼운 것 같습니다.
따라서 듀얼레이어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판 휘어짐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 같고, 펜스 놓는 부분까지 듀얼레이어로 만들어져 있어서 자신만의 공원 꾸미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공룡 미플들은 각 공룡의 특징을 잘 살려서 예쁘게 만들어져 있어서 게임 하면서 정말 눈이 호강하는 기분입니다. 심지어 게임 상에서 육식공룡의 먹이로 쓰이는 염소 까지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염소 도축 전 (?) 잠시나마 염소도 공원에 풀어놓고 키울 수 있습니다 ㅎㅎ
2. 게임 진행
테마 자체는 익숙한 쥬라기공원 테마 입니다. 각 기업의 수장이 되서 (참고로 룰북 보시면 각 기업의 로고 및 간단한 소개도 나와있습니다. 한번쯤 재미삼아 읽어보시면 테마 몰입에 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가장 명성 높은 공원의 주인이 되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게임 방식은 셋콜렉션 / 핸드 관리에 일꾼 놓기를 결합한 게임입니다. 게임 요소 대부분이 어디선가 본듯 한 요소들이라 크게 특별한 점은 없었으나, 각 요소가 테마와 잘 결합되어 있습니다.
게임은 총 7번의 시즌 (라운드 개념) 이 지나면 끝나게 되며, 각 시즌은 오픈 시즌 (개장 단계) 및 업킵 단계로 (유지, 밥먹이기 단계) 진행됩니다.
오픈 시즌이 시작되면 우선 지금까지 쌓은 각 공원의 명성 순위에 따라 턴오더가 정해지고 방문객을 받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턴오더에 따라 방문객 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후반가면 선플레이어와 마지막 플레이어 간에 방문객 수 차이가 4명 이상 까지도 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빨리 공룡을 만들어서 명성을 올리는게 중요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저는 2회플 모두 2~3 라운드 정도부터 선을 잡았었는데 그 이후로 선을 뺏긴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방문객수 차이는 결국 매 라운드 받게되는 입장료 (방문객 당 1원) 및 점수 (방문객 2명 당 3점) 로 이어지기 때문에 크지는 않더라도 은근 스노우볼로 작용할 듯 합니다.
턴오더에 따라 방문객 분배 후 입장료를 받은 후, 매 라운드 적용되는 이벤트 카드를 처리하고 순서대로 일꾼 놓기를 진행하게 됩니다.
가능한 행동은 크게 카드 뽑기 / 카드 사용하기 / 자원 얻기 / 시설물 만들기 / 공룡 소환 (?) 하기 정도로 나눠집니다. 하나 특이한 점은 남이 이미 한 행동을 비용을 지불 하고 다시 할 수 있는 행동칸이 있어서 막턴이라고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을 아예 못할 정도의 빡빡함은 아닙니다.
자원도 사실 돈 하나 뿐이고 (육식공룡 밥 먹이기 용 염소 자원도 있기는 하지만, 사실 밥 안먹이고도 진행은 가능하기 때문에 필수 자원은 아닙니다) 공룡 DNA 카드를 판매하면서 돈을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이 부족해서 운용이 꼬이거나 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게임 자체가 빡빡한 일꾼놓기 포지션이 아니라 비교적 여유롭게 내가 꾸미고 싶은 대로 공원을 꾸밀 수 있을 정도의 운영을 지향하는 듯 합니다.
일꾼 놓기가 끝나면 업킵 단계에서 밥 먹이기를 진행한 다음 (육식공룡 한정), 먹이가 모자랄 경우 각 공룡별로 광란 (Rampage) 체크를 하게 됩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3/6 확률로 시설물 파손, 2/6 확률로 시설물 파손 + 방문객 끔살.. 을 당하게 되는데 특이하게 1/6 확률로 공룡이 난동피우는 걸 방문객이 보고 역동적인 쇼의 일종 (!) 으로 생각해서 돈을 받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목도 Naive Visitor.. 즉 순진한 방문객 이라고 되어있는데 테마와 잘 어울리는 유머러스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공룡의 난동이 끝나면 난동 후 살아남은 방문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점수를 받고 공룡 및 시설물 (점수를 제공하는 시설물을 설치한 경우) 점수를 받은 후 다음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3. 장점
1) 미려한 컴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꺼운 듀얼레이어 개인판, 공룡 및 자원 미플 컴포 등 구성물은 정말 화려합니다. (사실 킥스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정도는 해줘야 한다고는 생각됩니다만..) 내부 트레이도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따로 오거나이저나 다이소 정리함을 사서 정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2) 공원 꾸미는 재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인 아그리콜라의 장점 중 하나는 일단 게임 끝나고 자기 개인판 보고 있으면 점수와 상관없이 이쁘다! 는 점입니다.. ㅎㅎ 열심히 작물 심고 동물 키우고 하다가 게임 끝나고 보면 뭔가 한 거 같아서 뿌듯한 느낌이 있는데, 이 느낌을 다이노제닉스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펜스 안에서 티라노사우르스, 랩터, 트라세라톱스 등 다양한 공룡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보면 누구나 핸드폰 들고 사진찍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되죠 ㅎ
3) 높은 테마 몰입도
테마 몰입도가 높아서 실제로 공룡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느낌을 잘 살린 게임입니다. 비슷한 테마의 공룡섬 같은 경우는 공룡을 만들더라도 아무 미플이나 놓아놔도 상관없고 공룡간의 특성 차이가 많지 않아서 실제 내가 어떤 공룡을 키우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안드는 반면.. 이 게임은 자기가 만든 공룡에 해당하는 미플을 놓아야 하고 공룡마다 특성이 서로 달라서 (티라노사우르스는 인기가 많아서 공원의 명성을 많이 올려주는 반면, 덩치가 커서 먹이를 많이 먹고 굉장히 흉포하여 광란 시 주사위를 2개 굴려야 함. 브론토사우루스는 펜스에 가둬놓지 않고 오픈된 공간에서 키워야하는 등) 테마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매 라운드 시작할 때 마다 브레이킹 뉴스 이벤트가 발생해서 라운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언론사 보도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테마파크 운영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공룡이 광분해서 사람을 잡아먹을 경우 스캔들이 퍼져서 공원 명성 (승점) 이 깎이는 것도 시스템과 테마가 잘 결합된 사례라고 보여집니다.
4) 나름대로 다양한 운영 방식
룰 자체가 쉽고 운영이 빡빡한 편은 아니지만, 나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초플에는 대부분 광분 시 건물 부서지고 사람 죽는 페널티가 무서워서 안전한 운영을 하기 나름인데,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고 초반부터 육식공룡으로 달리면서 빠른 점수 획득을 노려볼 수도 있고 다양한 공룡을 키우면서 보너스 점수를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게임 상 자원이 돈 밖에 없기는 한데, 입장료를 제외하고는 돈을 수급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공룡 DNA 카드를 팔아서 돈을 수급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하다보면 후반에 카드가 모자라서 공룡을 못 만들게 되기 때문에 적절한 자원 및 핸드 관리가 요구됩니다 (물론 카드빨에는 못당함..) 대신 공룡을 못만드는 대신 남는 돈으로 점수 뽑는 시설물을 왕창 만들어서 추가 점수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이것저것 운영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 있겠네요.
4. 단점
1) 비한글화
한글판이 나오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겠네요..ㅎ 게임 운영 및 룰 설명 난이도와는 별개로 룰마가 굉장히 빡셌던 게임이었습니다.. 공룡마다 특성이 다 달라서 중간 중간 계속 설명해줘야 되고 (DNA 카드 및 참조 카드에 명시, 영어), 매 라운드 시작시 마다 라운드 이벤트 설명해줘야 되고.. 건물이 타일로 되어있고 기능이 아이콘화 되어있기는 한데 아이콘으로 표현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매번 새 건물 뽑을때 마다 건물 기능 설명해줘야 하고 (심지어 건물은 즉시 채워지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건물이 등장합니다..ㅎㅎ) .. Manipulation 카드 라고 특수 카드가 있는데 이거는 아이콘도 없고 전부 텍스트라서 매번 설명해줘야 되고..ㅎ 영어할 줄 아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진행은 무리없이 가능하지만 정신없이 바빴던 기억이 있네요 ㅎ
2) 셋콜렉션 게임의 고질적 단점
카드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전체 공룡 DNA 카드가 80장 정도.. 공룡은 총 7종인데, 만들기 어려운 공룡은 같은 카드를 4장 모아야지만 만들 수 있어서 초반 핸드가 만들기 어려운 공룡만 뽑히면 처음 1-2 라운드는 카드만 뽑다가 끝날 수도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사이 핸드빨 좋은 사람은 공룡 빨리 만들어서 명성 올린 다음 선 잡아서 방문객 많이 받고 점차 스노우볼을 굴리고 있을 테고요..
페널티를 받으면서 버려진 카드 더미에서 원하는 카드 한 장 들고올 수도 있고, 시장에서 카드를 사올 수는 있지만 사오는 비용이 비싼 편이고 페널티도 장 당 -6점으로 상당히 큰 편이라 뽑기 액션으로 카드가 잘 들어오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뽑는 카드 장수를 늘리는 건물을 지어서 커버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이 건물도 초반에 등장하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지고요
확장은 아직 룰도 제대로 못봤는데 확장으로 보완되는 면이 있으면 좋을 듯 합니다.
3) 비싼 가격
컴포나 테마, 룰 난이도 측면에서 윙스팬과 비슷한 급의 (윙스팬보단 긱 웨이트가 좀 더 높긴 합니다) 가족 게임 포지션으로 좋을 듯 한데, 비슷한 급의 다른 게임 대비 현재로서는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그만큼 컴포가 좋기는 하지만 한글판이 싸게 나오기 전까지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수가 없을 듯 합니다.
5. 공룡섬과의 비교
비슷한 테마이고, 나온 시기도 비슷한 공룡섬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공룡섬도 한글판 출시되었을 당시 한판 해본 게 전부라 잘 기억이 안나기는 하지만 선이 굉장히 유리해서 오히려 페널티를 입고 점수를 낮춰서 선을 잡은 다음 초반 빌드업을 해놓고 달리는 전략이 너무 강력했던 기억이 남아있는데요..
아무튼 테마성은 미플 활용도나 여러 측면에서 다이노제닉스가 확실히 더 높은 거 같고, 전략성은 공룡섬이 더 높은 거 같습니다 (단, 앞서 언급한 선잡기 전략은 제외.. 이게 너무 강력해서 한 판 해보고 게임이 뭐 이렇지..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 안해봐서 파해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공룡섬의 장점은 한글판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겠네요. 그렇지만 제대로 된 쥬라기 공원 테마의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저는 공룡섬보다는 다이노제닉스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두서없이 너무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