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르 이야기 ⑯ - 폭풍 방패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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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2:20

폭풍 방패 I

"미치광이 군주" 할바르트는 무기고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그의 별칭과도 어울렸습니다. 방패에 비친 얼굴이 기묘하게 길어져, 마치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걸 본 제후는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긴 회색머리는 불규칙하게 땋아 묶여있었고, 푸른 눈동자는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는 내일부터 긴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준비를 위해 무기고에 온 것입니다. 며칠 전, 이 "동굴"을 떠나 여행을 가기로 공표한 사실 때문에, 신하들은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이후로 많은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미친 짓입니다!" 라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지도자는 동굴을 떠날 수 없다]는, 철의 계명을 깨뜨려선 안된다"고 신하들은 외쳤습니다. 그러나 할바르트는 듣지 않았습니다. 할바르트는 명예로운 전사이자 백성의 신뢰도 두터운 강력한 군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안절부절 못하고, 변덕으로 다른 드워프들을 부당하게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광대했던 지하영역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비난도 일었습니다.

동굴 밖의 세상에 대한 그의 탐구심은 조사단의 보고 정도로 간신히 충족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노래하는 나무>의 수호자와 노예 국가에서 도망쳐, 이제는 <갈대의 나라>(Rietland)의 주민이 된 안도르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항상 실드 드워프의 부를 늘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모든 정보가 소중했습니다. 이후 <갈대의 나라> 사람들과 교역을 할 수 있도록 <마을다리>의 건설을 지시한 것도 그 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호기심은 측량할 수 없었고, 결국 "동굴"을 떠나, 우선 안도르, 그 다음에 하드리아 바다까지 탐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의 결심에 대한 직접적인 동기나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떠돌이 상인에게 전해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할바르트가 어느 날 갑자기 안개의 섬, 타르 족, 하드리아의 마술사, 바다의 요새, 그리고 화염의 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할바르트는 자신이 실드 드워프의 계명을 어기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아들 할가르트에게 통치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이 결정으로 인해, 또다시 많은 드워프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할가르트는 아버지보다도 충동적인 성격이며, 나이가 80세도 채 되지 않아, 모두가 무릎을 꿇기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돌리겠습니다. 출발 전날 아침 할바르트는 무기고에 들어갔습니다. 섬세하게 짜여진 사슬 홑옷을 껴 입고, 그 위에 황금 흉갑을 장착한 뒤, 투박한 큰 투구를 썼을 때, 무기고 구석에 놓인 하나의 방패에 눈이 갔습니다. 제후는 그것을 집어들어 화려한 장식을 바라보며, 한때, 대장간에서 드래곤 네할과 함께 강력한 4 개의 방패를 만든 실드 드워프의 대장장이 크레아톡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손에 들린 은색 방패를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이것은 <쓸모없는 방패>가 아닌가! 으하하하!"

사실, 이 방패는 모든 드워프들에게 실망의 대명사였습니다. 일단 네할과 크레아톡은 네 가지 중 가장 뛰어나다고 일컬어지는 <별빛 방패>를 만들어 냈습니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도 뛰어넘어 운명을 바꿔주는 힘을 지닌 방패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에 뒤지지 않는 <형제 방패>가 만들어 졌습니다. 사용하는 자는 다른 드워프의 힘을 부여 받거나, 반대로 자신의 힘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방패입니다. 이에 따라 드워프들은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를 지켜 줄 수 있었습니다.

이 놀라운 2 개의 방패가 만들어진 후, 실드 드워프들의 기대는 매우 커졌습니다. 네할의 뜨거운 용광로와 크레아톡의 모루에서 탄생되는 다음의 방패는 무엇일까? 어떤 수호의 힘이 깃들어있는 것일까? 다음 작업을 위하여, 최상급의 금과 은이 제공되었고, 곧 새로운 방패가 완성되었습니다.

방패는 가벼웠고,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드워프들이 처음 방패를 보았을 때, 큰 홀의 횃불의 의해, 은빛으로 반짝였습니다. 그런데, 주의 깊게 살펴 보아도 그 방패의 특별한 능력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드워프가 "이제 크레아톡과 네할은 대장장이의 마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대장장이와 드래곤은 4 번째 방패를 완성시켰고, 걱정은 기우였음이 증명되었습니다. 그 능력은 3 번째 의혹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 마지막 방패가 나중에 드워프와 드래곤의 전쟁을 촉발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진실은 어둠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드워프들은 크레아톡과 네할의 재능을 칭송했고, 아무런 힘도 발견되지 않은 세번째 방패는 사소한 실패작으로 잊혀졌습니다. 가끔 이걸 기억하는 드워프들은 <실버 방패> 또는 <침묵의 방패>,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쓸모없는 방패>라고 불렀습니다.

의외일지도도 모르지만, 그 후 오랜 시간동안 유일하게 "동굴"의 군주에게 남아 있는 것은 바로 은색의 <쓸모없는 방패>였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3 개는 드래곤 또는, 괴물들과의 전쟁중에 잃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할바르트는 정교한 은세공의 표면을 문질렀습니다.

"쓸모없는 왕을 위한 <쓸모없는 방패>인가? 잘 어울리는구나."

그랬기에 할바르트는 웃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얼굴에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방패와 함께 무기고를 뒤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