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 별로 없는 보드게임을 구매한 뒤 리뷰를 쓰는 걸 좋아합니다.
보드게임 하고 싶습니다.
크래커 1개
김형사의 아컴호러 카드게임
3박 4일 출장을 갔는데,
밤에 솔플이라도 할 겸 아컴호러 카드게임을 가져갔었습니다.
세팅을 한 다음 사진을 찍었더니,
형사가 사건을 분석하는 느낌이 난다고 해서,
어제 시나리오 하나를 플레이를 한 내용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플레이 하는 데 스포당할 내용은 거진다 뺐지만,
이미지라든가, 사소한 내용도 전혀 스포당하고 싶지 않다면
뒤로가기를 누르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ㅎㅎ
이것은... 잊고 싶지만, 결코 잊지 못 하는 그런 기억이다.
분명히 그 혐오스러운 시체들을 한 곳에 모아 기름을 뿌리고서 불을 질러 다 태워버렸지만... 두 눈으로 끝까지 확인했지만...
저쪽 창문에 내려놓은 블라인드 뒤에 '그 녀석'들이 서 있는 것만 같다.
소주를 한 잔 잔에 따르고서 그날의 기록들을 다시 되짚어본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그 녀석'들을 전부다 죽였다고 스스로를 설득해보지만, 그리 효과적이진 않았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블라인드를 다시 올려 창문 뒤를 확인할 것 같기에
따라놓은 소주를 마시면서 이 일에 열중한다.
몇 번이나 그 사건에 뛰어든 것을 후회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려나 가만히 숨어 있는 시간은 오히려 내 목을 졸라왔다.
가만히 앉아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잔을 채우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으로
피할 수 없는 파멸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더 미친 짓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얼마 안 남은 동료와, 빛바랜 경찰 배지. 그리고 특수부대 시절 사용하던 나이프를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아마, 나이프를 들고 간 것은 '그 녀석'을 해치우기 위함이라기 보단, 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기 위함이었겠지...
제니 반즈. 그녀는 그때의 끔찍한 기억들 속에서 몇 안되는 위안이었다.
제니 반즈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많은 위험한 순간들을 그녀 덕분에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든 되겠죠."라면서 그녀의 쌍권총을 들어보이며 웃을때면 정말 어떻게든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발랄한 제니 반즈였지만, 여동생 이야기만 나오면 달라졌다.
제니 반즈는 자기 여동생이 구해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로 가버리는 환각을 보곤 했다.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의 여동생이 그곳에 없음을 확인시켜줘야만 했다.
그러나 기차에서는 너무 급했던 나머지 확인을 하지 못 했고...
그날 이후로 제니 반즈는 눈에 띄게 우울해졌다.
여동생을 구하지 못 했다고 계속 자책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 날도 제니 반즈는 갑자기 여동생을 구하지 못 했다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니를 계속 달래고 있기엔 '그 녀석'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빈 집에 들어가 혼자 있겠다는 그녀에게 나중에 그 곳으로 오라고 말한 뒤 움직였다.
기묘한 울음소리가 황무지쪽에서 들려왔다. 늑대 울음소리 처럼 들렸지만...
아니, 난 이미 알고 있었다. 저게 늑대일리 없다.
그렇지만 나는 늑대가 시끄럽게 운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단서를 찾아 집을 뒤졌다.
그 말이 나를 속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마침내 '그 녀석'을 물리칠 주문을 찾아낸 뒤,
'그 녀석'과 평야에서 대치하게 되었는데,
비명인지 주문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토해냈고,
솔직히 그 순간 만큼은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제니 반즈가 용기를 내 달려든 덕분에 '그 녀석'으로부터 잠깐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주문이 어쨋든 먹혔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종종 그 곳에서 그냥 죽는 게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그 녀석'의 시체에 기름을 잔뜩 먹이고선 불을 붙였다.
이것으로 모든 게 끝나길 간절히 바라며,
꿈에서 나타나지 않길 바라며 다 불태워버렸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끔직한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피곤하다... 소주를 한잔 더 마신다.
블라인드 뒤에 있을지 모르는 '그 녀석'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계속 소주를 마시며 정신을 흐릿하게 만든다.
